방황의 끝에서 찾은 등대 : 멍거리즘(Mungerism)
올해 저의 투자 여정은 한마디로 '표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과 심리적 압박감이 맞물리며 투자의 방향키는 흔들렸고, 성과는 초라했습니다.
이 거친 바다를 벗어나고자 저는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투자 방식을 바꿔보기도 하고, 잠시 시장과 거리를 두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으며, 저만의 투자 매뉴얼을 처음부터 다시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방황과 고뇌의 끝에서 제가 도달한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명쾌했습니다.
바로 ‘멍거리즘(Mungerism)’이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저의 길을 밝혀준 두 거장은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더 높은 수익률, 더 넓은 기회를 좇아 저는 그들의 가르침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수많은 길을 헤매고 돌고 돌아, 저는 결국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원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찰리 멍거는 워렌 버핏의 그늘에 숨어져 있지만, 저에게 그는 워렌 버핏보다 더 뛰어나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그의 성과에 있지 않고 그의 철학과 사고에 있습니다.

멍거의 지혜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고 나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평온함은 닫혀 있던 사고에 여유를 선물했습니다.
이 글은 평온함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훗날 또다시 마음이 불안해지고 투자의 어려움 앞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오늘의 다짐을 상기시켜 줄 등대로 삼고자 합니다.
'능력 범위'를 재정의하고 '역으로' 생각하기
올해 이전까지, 저는 투자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끊임없이 넓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처음에 제 투자의 시작은 한국 주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의 하락장을 겪은 후로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혔습니다. 매크로 경제의 거대한 파도를 이해하려 애썼고, ETF나 선물 같은 새로운 항해 방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조차, 저는 이것이 능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성장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의 만족스러운 수익률은 그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기나긴 노력의 결실을 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여러 이유가 겹치며 투자는 속절없이 꼬여갔고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능력 범위를 안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찰리와 버핏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능력 범위'의 원칙은 모든 투자자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경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방황합니다. 지금 나의 무지가 학습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정해야만 하는 능력의 한계인지 구분하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특히 투자에 진심인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찰리 멍거가 강조했던 '역으로 생각하기(Inversion)'가 아름다운 결론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흩어져 있던 계좌들을 모두 정리하며 과거의 투자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결론은 제 투자에 대한 복기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투자는 2017년 말 부터 시작했지만 의미 있는 규모로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9년 부터였습니다. 한국 주식에만 집중했던 2022년 이전의 성과는 만족스러웠지만, 투자의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이후의 성과는 들인 노력이 무색할 만큼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달한 결론은 '그때 한국 주식만 계속했더라면' 같은 결과론적인 후회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통찰은, 그렇게 길을 헤매며 엉망인 성과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제 자산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