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책으로 가볍게 읽기 위한 게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관심있는 인물들을 죄다 모아둔 선물 세트를 발견하여 바로 주문했다.

목차 마저도 아주 심플하다.
피터 틸 / 일론 머스크 / 알렉스 카프 / J.D.밴스. 끝.

우선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길지 않은 호흡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가끔 한 문장이 아주 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책들이 있는데 나는 아직 독서 스킬이 부족해서 그런지 잘 읽히지 않는다.
그런 책들에 조금 지쳐있던 찰나에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난 점은 아주 바람직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법한 인물들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 탑 티어를 자랑하는 PLTR. 그 회사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현 CEO)
-대한민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주식 TSLA. 뿐만 아니라 MAGA와 America당을 창당하겠다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는(즐기는) 일론 머스크
-트럼프에 가려진, 그리고 <힐빌리의 노래>라는 회고록의 저자이자 미국 부통령 J.D.밴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둘 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세운 기업 팔란티어는 어떤 미래를 추구하고 있을까?
-책에서 다루는 이 네 명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지금의 미국. 나아가 앞으로의 세계를 구상하고 있을까?
-테크 기업 사이에 J.D.밴스 부통령은 어떤 맥락에서 이 책의 목차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의 성향이겠지만 짧은 호흡으로 화려함을 추구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초반에는
'이야.. 글 참 맛깔나게 잘 쓰신다!' 라고 느껴지던 것이 반복되다보니 조금씩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 들 때가 일부 있었다.
또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들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모습이 명확하여 어느 정도의 편향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하고, 저자가 말하는 '그들의 계획'을 함께 상상하며 읽는 과정도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가 성 소수자,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 게이라는 사실은 ‘아우팅’된 것이다. 매사 신중하고 진중한 성격의 틸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다니지 않았다. 공은 공이요 사는 사, 사생활을 드러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무려 3천만 시청자가 보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게이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도 사적 맥락이 있던 것이다. 2007년 <밸리웨그>라는 사이트에 “틸은 뼛속까지 게이다” 라는 기사가 올라온다. 2002년 설립된 인터넷 언론 고커미디어의 자회사로 IT 기업을 둘러싼 가십을 주로 다루었다. 하위 문화 특유의 신랄한 조롱이 기저를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밸리의 억만장자가 실은 동성애자라는 폭로성 기사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온라인 저널도 하나 둘 고커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틸은 고커가 인터넷 혁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운동을 가장한 무질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을 하면서 희희낙락 낄낄대며 혐오를 일삼는 인터넷 언론들이 세상을 시궁창으로 몰고 갈 것을 염려했다. 틸처럼 기이한 의견을 지닌 특이한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있는 곳이 밸리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감히 생각해보려고 하는 괴짜들이 있기에 위대한 혁신도 가능한 것이다. 고커는 “Think Different”를 멈추게 할 지도 몰랐다. 고커 공포증이 천재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역발상을 봉쇄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문화적 퇴행일 뿐만 아니라, 장차 일어날 수 있는 막대한 부에 대한 손실이기도 했다. 밸리의 야망이 1%라도 줄어든다면 미국과 세계와 인류 전체에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틸은 미래를 승부하는 투자자로서 고커를 가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때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도 ‘무책임한 언론은 혀로 살인을 저지르는 테러’와 같다며 비슷한 견해를 제출하셨다. 고로 사적인 복수는 아니었다. 그저 정의를 구현하고 싶었다. 그 정의의 사도 역할을 수행해줄 배우로 등장한 이가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었다. 호건이 친구의 아내와 성관계를 하는 비디오를 고커가 온라인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반격과 역공의 기회가 찾아왔다. 헐크가 고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 때, 틸은 1000만 달러의 소송 비용을 익명으로 부담했다. 2016년 3월, 플로리다주 배심원은 총 1억 150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그중 6000만 달러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었다. 역사상 언론사에 내려진 최대의 배상액이었다. 한 시절 온라인 세상을 주름잡던 고커미디어의 피가 법정 바닥에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들에게 당신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살라고 이르셨다. 반면에 틸은 (해밀턴 칼리지 졸업생들에게) 절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라고 했다. 자유분방이 아니라 절제와 자제, 규율을 강조했다. 자신을 갈고닦아서 인생을 갈아넣을 수 있는 이상향, 이데아를 찾으라고 했다.
잡스가 ‘Stay Foolish’를 내세웠다면 틸은 파운드의 시구절 ‘Makt It NEW’를 차용했다. 잡스가 비즈니스를 문화로 승화시켰다면, 틸은 기술과 기업을 통하여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고자 했다. 잡스가 창작자 크리에이터를 상징했다면, 틸은 창건자 파운더를 키우고자 했다.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이 세계를 새롭게 위대하게 건설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파운더스 펀드다.)
커티스 야빈(신반동주의의 소수 정예사단 가운데 한 명)은 ‘자유와 민주주의는 더 이상 양립하지 않는다’라는 틸의 테제에서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선거는 표를 구걸하는 인기 콘테스트에 불과하며, 정치인의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 그들이 모자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선거에 연연하니 구조적으로 시야가 좁고 단기적인 사고에 매몰될 뿐이다. 몇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계획을 도저히 세울 수가 없다. 4년이란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무언가를 망치기에는 한없이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니 그 4년이 모이고 또 모여 40년이 되자 세상은 더욱 나빠지고 만 것이다. 이대로는 근본적인 대책의 수립도, 전면적인 실행도 불가능하다. 이 치명적으로 무능한 시스템은 뉴 실리콘밸리가 신봉하는 계몽군주적 리더십과는 아득히 거리가 멀다. 이러한 체제가 더 지속된다면 필연적으로 자유는 봉쇄될 것이고, 문명은 붕괴하고 말 것이다.
틸은 또 다른 백업 플랜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찍부터 해상도시를 구상했던 바다. 바다를 떠다니는 인공적인 자치국가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리고 하나 더, 뉴질랜드도 있다. 뉴질랜드야말로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떠 있는 해상 도시국가, 율도국이 될 수 있다. 틸은 진작에 시민권을 취득하고 거대한 땅을 사두었다. 정녕 자유민주공화정이 이대로 장기 지속되어 미국이 폭망하고 문명이 붕괴하고만다면, 뉴질랜드로 이주해서 인류의 리셋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틸 못지않게 천상계의 야심가가 또 한 명 있으니, 바로 일론 머스크다. 운명처럼 숙명처럼 페이팔을 함께 창립했던 바로 그 친구다. 동업자이자 라이벌로서 둘은 퍽이나 닮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결이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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