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역량이지만 운좋게 뉴런인사이트에 선정되어 집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전 글에 새로운 내용을 조금 추가해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직 이미지도 없고, 첨삭이 덜되어 오타도 많고, 어색하며 이상할 수 있는데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_)
투자자에게 필요한 능력
관측 가능하면서도 거래 가능한 시장 중 가장 선행하는 곳은 자본시장입니다. 정보가 가장 먼저 모이고, 가장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는 곳입니다. 아마 더 빠르게 반영하는 시장이 있다면 그곳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런 자본시장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해 투자자로써 참여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라고 언급한 것은, 저의 경우 돈을 벌고 싶은 것도 맞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재밌어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벌리니 당연히 재밌겠지만,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큰 재미를 느낍니다. 거대한 자본시장이라는 세계에서 나의 시나리오대로 가격이 흘러가면, 거대한 흐름을 잘 해석하고 잘 예측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때는 정말 재밌고, 부끄럽지만 저라는 사람이 조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효율적 시장이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정보는 더욱 빠르고 완벽하게 가격에 반영됩니다. 심지어 정보를 더 많이 빠르게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시장에 참여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크기도 줄어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이면 제가 느끼는 재미도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가지 주장과 반박이 있겠지만,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시각각 생성되는 정보가 반영되며 가격이 변하고, 가격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차익을 발생하게 만드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고, 전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한 효율을 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보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분야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시간에 따라 또 다르게 해석됩니다.
그래서 결국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를 가장 올바르게 ‘해석’하고, 확률적 우위와 기댓값이 높은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인식>해석>평가>예측 이라는 정보처리과정을 진행합니다. 이 당연한 과정을 분해한 이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잘 진행됐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 과정으로 시장과 정보를 해석하고, 앞으로의 시나리오 중 확률이 높은 곳을 평가해서 베팅을 합니다. 정보가 효율적이라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모든 투자자가 내부의 비밀정보를 이용한다거나, 모든 미래를 알고있는 예언자라는 말과 같습니다. 당연히 아니겠죠. 그래서 아쉽게도 우리는 미래라는 정답을 모르고,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부자거나 예언자가 아니라도, 다른 시장참여자들보다 잘 해석하고, 잘 예측할 순 있습니다. 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체계가 있는데, 저는 제 취미였던 예술비평에서 그 힌트를 얻었고, 투자에 적용하고 있으며, 저의 투자철학이 되었습니다. 이번 제 글에서 예술비평에 대해 설명드리며 얇팍한 교양지식도 드리고, 투자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제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잘 해석하기 : 알레고리의 연결
잘 평가하기 : 해석과 평가를 위한 레이어
작품 해석과 투자사례로 제가 어떻게 시장의 알레고리를 해석하고 투자로 연결했는지 보여드렸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건, 어쩌면 예술을 해석하는 것보다 쉬울지도 모릅니다. 충분한 알레고리 해석으로 매매의 여부, 매수/매도 중 하나의 시나리오가 도출되기만 해도 유의미한 확률적 우위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정도로 충분하진 않습니다. 다양한 해석으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어야하고, 이들 가운데 어떤 시나리오가 확률적 우위와 높은 기댓값을 가지는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가격과 시세로 연결될지를 평가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베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잘 해석하는 것과 잘 평가하는 것은 투자자가 가진 레이어층이 많을수록 좋기에 같은 굴레에 있지만, 연결하는 것과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파트는 ‘잘 평가하기’를 알아보려 합니다. 우리는 투자를 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너도나도 분석을 잘 해야한다고 하지만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진지하게 평가하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투자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꽤나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저 또한 ‘잘 평가하기’를 아직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평가하는 사람을 곰곰히 떠올려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할 때는 계획, 전략, 시나리오를 내가 세우고 평가를 한다면 그 주체 역시 내가 됩니다. 투자를 하기 전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한 평가를 투자자 스스로가 해야한다는 것이죠. 투자를 위한 분석 못지 않게, 투자 전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중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평가하기
최근 큰 유행을 일으켰던 <흑백요리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과 자극을 줬던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사람 중 ‘안성재 쉐프’가 특히 이슈가 되었는데, 참가한 요리사와 시청자는 안성재님의 전문적인 평가에 대다수가 동의하고 감탄했습니다. 요리라는 작품을 분석할 때 안성재 쉐프가 가진 평가를 투자시나리오 평가와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안성재님의 평가체계는 4개 층의 레이어로 구성된 것 같습니다.
1층 - 직관적으로 맛있나? or 먹을 수 있나? (탄 맛, 비린내, 이물감, 위생 등)
2층 - 의도에 맞게 요리를 했나? (기본 테크닉, 재료, 식감, 간, 익힘, 온도, 향)
3층 -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요리인가? (완성도, 균형, 맛 전개, 절제, 장르)
4층 - 요리에 정체성이 있는가? 창의적인가?
흑백 요리경연에서 안성재님이 심사위원으로써 가장 첫번째로 생존여부를 결정할 때는 기본적으로 ‘맛있냐’, 즉 1층 평가 레이어였습니다. 그리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의도를 보고(2층), 전문적이고 효율적인(3층) 요리인지 평가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1, 2, 3층의 레이어를 검증받은 요리사는 상위 결전에 진출했고, 결승전에서는 요리의 정체성과 창의성(4층)에 대해 평가받았습니다.
어떤 평가든 기본적인 요건을 다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 결국 얼마나 새로운지 혹은 매력적인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맛있다고 다 1등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직관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내오는 요리사만 100명인데, 1-2층 만으로는 1등을 골라낼 수 없겠죠. 그래서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남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게 되고, 정체성과 창의성이라는 레이어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종목수는 약 5,000개가 넘습니다. 미국증시에 상장 된 종목수는 약 7,000개 정도 됩니다. 이렇게 많은 종목 속에서 모든 투자자가 우열을 가리며 소수의 ‘좋은 종목’을 찾습니다. 좋은 종목은 많이 상승하거나, 많은 배당을 주거나, 어쨌든 많은 수익을 안겨줄 종목을 말합니다. 요리에서 기본적으로 ‘맛있냐’가 중요한 것처럼 투자에서는 돈을 버는가(혹은 벌 것인가)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레이어들이 여러 층으로 쌓인 것은 물론, 투자자는 궁극적으로 남다른 성장성이 있는 시나리오에 이끌립니다.
여러 층의 레이어가 쌓인 요리는 ‘남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모으고 소비하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층의 레이어가 쌓인 투자대상일수록 투자자를 끌어모아 ’남다른‘ 가격과 수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안성재님을 보면 요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며, 그정도의 레이어가 있어야 좋은 요리를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레이어층을 많이 가진 투자자일수록 더 좋은 투자대상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3가지 테마
그럼 투자에서는 어떤 레이어가 필요할까요? 이는 해석과도 연결되고,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과도 연결됩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투자는 세상에 떠도는 신호들을 걸러 연결하고 해석해서 베팅으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결국 세상을 해석해서 확률적 우위를 가지고 기댓값이 높은 여러 시나리오를 세우고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를 위한 레이어는 세상을 해석하는 레이어와 닮아 있습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보는 ‘관’은 무엇인가요? 몇층의 레이어를 가지고 있나요? 각자 자신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레이어가 되고, 이를 통해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그 레이어가 꽤나 편협하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이미 가진 레이어로 세상의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의 알레고리 수집과 해석 능력은 생각보다 한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정답과 가까운 해석을 위해서는 제시된 모든 알레고리를 연결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세상과 자본시장을 해석할 때는 더 많은 레이어층이 필요합니다.
아까 언급한 강력한 성장 시나리오는 어디서 올까요? 애초에 ‘강력한 성장’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삼성전자가 HBM 생산라인에 필요한 첨단 검사장비를 들이는 것, 엔비디아 GPU에 HBM을 붙이는 것, 국가 차원에서 AI를 성장동력으로 채택하는 것, 어떤 것이 더 강력해 보이시나요. 당연히 국가 차원의 결정이 더 강력하겠죠. 눈치채셨다시피, 기업의 결정보다 국가의 결정이 더 강한 영향을 주고, 국가라는 레이어의 고려한 시나리오는 강한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투자자에게는 개인, 사회, 기업, 산업, 국가, 자본시장, 자연 등 다양한 레이어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고민해보니 세상을 읽기 위한 ‘관’의 레이어는 15층이었고, 이는 3가지의 테마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에서부터 하나의 개인까지 읽을 수 있는 구조는 다음과 같으며, ‘변화’의 주체가 누구인가의 관점으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첫번째로 제약(Constraint) 테마입니다. 제약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법칙입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에너지에 대한 물리법칙이 존재하고, 효율의 상한이 존재하며, 환경과 기후가 있고,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가지며,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인류의 선택이 변화를 낼 수 있는 경계를 규정하고, 가능과 불가능을 구분하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제약은 느리게 변하지만, 한 번 구조가 바뀌면 모든 체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연구와 기술개발로 미약할 순 있지만 산업과 인류에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조정(Adjustment) 테마입니다. 조정은 제약이 만든 경계 내에서 집단적 자원배분을 결정으로 바꾸는 행위자 층입니다. 여기에는 공권력(국가·제도·안보·정책)뿐 아니라, 제약을 완화하는 지식엔진(연구·과학·기술·의학)과 이를 현실에 규모화하는 산업·기업 시스템이 포함됩니다. 조정은 능동적이며, 과학과 기술을 통해 제약을 완화하거나 우회하려는 특성이 있기에 조정은 가끔 제약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정책이 인류와 사회가 충돌하며 만들어지지만, 현재는 인류와 사회보다 앞서서 움직이며 인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투자자로써 잘 해석하고 예측해야하는 지정학도 여기에 속합니다.
세번째는 표현(Expression) 테마 입니다. 표현은 조정의 결과가 가격·지표·행동으로 찍히는 관측면입니다. 금융(금리·환율·스프레드·자산가격·신용), 실물경제(물가·고용·생산·투자), 사회(신뢰·갈등·정당성), 투표결과, 개인의 소비·저축·이동이 여기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선택이 포함되며 가장 빠르게 관측되고 데이터가 풍부합니다. 표현과 조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가격이 금융정책을 강제하거나, 사람들의 집단성이 정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CAE 레이어
앞에서 제약(C)-조정(A)-표현(E), 3개의 테마를 이해했습니다. 이 테마들을 구조적으로 인식하면 어떤 변화가 어떤 주체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관측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 주체, 힘의 강도‘의 관점을 가지고 다음 자세한 레이어를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약 레이어
C1 : 시간, 에너지, 물리법칙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이 있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원인과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것들이 쌓여 어느순간 확 터질 때가 있습니다. 자주 오진 않지만 나오면 세상을 뒤바꾸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테일리스크가 발생하면 회복에 대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2026년까지 세상이 망할 것 같은 큰 전쟁과 전염병 등 재난이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회복되었는가와 별개로 자본시장은 회복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 그리고 발생 후 회복까지의 시나리오에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보존과 변환, 효율의 상한, 엔트로피 비용 등 물리법칙과 열역학, 에너지 전환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세상은 에너지로 움직이고 에너지는 공짜로 생기지 않으며, 바꾸고 옮기고 저장할 때 한계가 있습니다. 전기요금, 연료비, 운송비, 공장 가동 같은 경우 물리적인 제약을 타게 되있습니다. 전력망과 저장, 발전 중 병목이 어디인지, 효율이 개선되고 있는지 혹은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C1은 거의 변하지 않으며, 물리적인 제약을 받기 때문에 가장 기초가 되는 레이어입니다. 우리는 이 한계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C2 : 태양-지구 시스템, 자연과 기후
이번에는 지구와 환경에 대한 레이어이지만, 에너지와 관련된 레이어기도 합니다.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와 지구가 내보내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는데, 이 균형이 바뀌면 기후는 변합니다. 자연 에너지의 원천은 크게 태양열, 지열, 조석이 있습니다. 태양은 햇빛 자체가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지표를 다르게 데워 공기가 움직이는 바람, 증발로 인한 물순환, 바람으로 인한 파도, 태양에너지의 저장분이기도 한 화석연료가 있습니다. 지열의 경우 지구가 만들어질 때 남은 열과 암석 속 방사선 붕괴열로 태양과 무관하게 지속됩니다. 그리고 달과 태양의 중력으로 조력과 조류로 인한 발전이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분배되는지가 곧 기후입니다. 에너지 흐름의 균형이 바뀌면 기후가 바뀌고, 기후는 온도와 함께 날씨(폭염·홍수·가뭄)를 변하게 만듭니다. 이는 인류의 적응과 식량 등 생활양식을 변하게 만들어 식량, 보험, 이주, 전력, 도시설계 등 생활양식부터 사회 인프라, 시스템을 전부 흔들어놓습니다.
우리는 이 레이어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지,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면 충격이 어디로 전이되는지, 사회비용 구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