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Valley 9개월차의 생각 변화




금융은 세상을 표현하고 모델링하는 수많은 방법론 중 하나이다. 돈으로 세상을 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멋짐이 흘러넘친다. 그래서 Valley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열심히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나름대로 공부했다. ValC도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두 기업을 적어보았지만, 둘 다 망했다. 심지어 글매실은 커녕 글매지도 듣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이 금융 공부에 한계를 느끼고 그만두기로 했다.
이유는 금융경제는 세상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할 뿐이지, 원리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었다. (사실 기본도) 제대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금융경제는 경제학의 단점에 회계학의 옷을 입혀서, 복잡하고 어렵지만 효용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통화 승수라는 개념의 이면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간접 금융의 형태가 전제로 깔려있다. 애초에, 화폐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려고 하는 지금 시점에서, 특정 화폐를 상수로 두고 어느 기업의 가치를 평가를 하는 등의 숫자놀음은 미래를 보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게 AI는 버블인가?라는 담론이다. 금융 지식을 습득한 Valley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버블이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버블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AI는 아직 버블이 아니지만, 버블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사실상 브레이크 고장난 8t truck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한동안은 더 오르겠지만, 구조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공부는 이런 구조적인 이해를 돕지 못한다. 특히 요즘같은 격변의 시기일수록, 자산군들의 가격 변화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이 어떤 상황이라고 브리핑하는 수준에서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금융 공부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다. 금융 지식이 깊게까지 형성이 되어있으면, 같은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애초에, 금융 공부는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DCF라는 개념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현재 상황에 사영(Projection)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좋은 방법론을 알려주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공부였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시절에는 무엇을 해도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할인율이 높지만, 군대에서 그 무엇도 생산적으로 하기 힘들 때에는 할인율이 0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할인율이 높은 시점에는 그 순간의 행복을 미뤄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어차피 할인율이 0이라면, 그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것도 충분히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세상이 돌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을 배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으로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커보인다. 차라리 본업인 컴퓨터 과학이나 역학을 더 공부하거나, 돈을 움직이는 주체인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보는 편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막말로, 그 시간에 위빠사나(마음챙김) 명상을 해서 편견을 줄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은 격변의 시기이고, 바뀐 세상에서 빠르게 적응하려면 내 본질적인 능력을 키우거나, 사람들의 근본적인 작동방식(?)을 이해하거나, 기존 세상에 적응해버린 프레임을 깨부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그리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토큰화라는 거대한 물결 하나만 놓고 봐도, 사실 투자의 효용은 급격히 낮아진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자금 조달은 기업 단위가 아닌 프로젝트 단위가 될 것이고, pf가 사실상 자금 조달의 표준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면, 더 이상 채권같은 자산군은 사라지게 되면서 성장주의 수익성도 곤두박질 칠 수 있다. 더불어서 AI에 사람들이 적응하면, 빅테크급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등장할텐데, 과연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 방식이 통할까? 창립자가 자신의 정보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고, 온라인으로 홍보해서 시드 투자자들을 대거 모집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상장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다보면 기존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을 조기에 찾아 투자하는 수익률이 다른 투자 방법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수익률 앞에서, 사람들은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기 마련이다. (복권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월요일 18시경에 뉴로퓨전에 PM으로 지원했고, 수요일 오후 2시에 떨어졌다. 경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던 터라, 내가 거진 2년 넘게(군대 빼면 1년?) 고민했던 집단지성 시스템에 적절한 구조와, 현제 Valley의 구조적 문제를 대안까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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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ㅋㅋㅋㅋ 극찬 감사합니다 (꾸벅) 10년 뒤에는 엔지니어 + PM으로 슈퍼파워 능력자!! 가즈아~~!!! ㅋㅋㅋㅋㅋ

Valley 2년째 눈팅족입니다. 처음으로 댓글 남겨보네요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보고 많이 배워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눈팅족의 손가락을 움직이다니, 갑자기 제 자신이 뿌듯해지는군요 ㅋㅋㅋㅋ

뭔가... 아쉽습니다. 금방소유님은 이곳 Valley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일테고요. 그런데 뭔가 일정부분 손을 놓으신다는 취지의 글로 읽혀서 상당히 서운합니다. 제가 이렇게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을 깊이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표현하시는 분들이 이 생태계에서는 참 많이 필요할 거라는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금방소유님의 결정과 생각을 존중한다는 말씀과 함께 어느 시점에서 달라진 모습의 Valley 또는 달라진 모습의 금방소유님의 활동을 또 다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습니다. 금방소유님~ 화이팅~!!

아, 오해의 소지가 있었네요! Valley에 대해서 Control Freak과 같은 태도를 버리고, 한 명의 참가자로서 태도를 바꾸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제가 너무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제 주장만이 옳다고 우기는 태도가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ㅋㅋ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Pioneer님도 파이팅입니다!

아하... 제가 잘못 짚은 부분이었군요. 좋은 것은 금방소유님의 활동은 계속되리라는 예상... 좋지 않은 것은 금방소유님의 촌철살인같은 애정표현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예상... 뭐 그렇습니다. ^^ 하여간 저로서는 반가운 댓글입니다.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