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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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꾼
2026.04.03조회수 89회

올해 들어 매주 토요일에 출근하다 보니, 가족들과 하는 일요일 마트 나들이가 꽤나 거창한 외출이 되었다. 토스트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가 차려진 아침 식탁에 앉자 아내가 물었다.


"나중에 마트 갈 때, 시내로 갈 거야? 아니면 외곽으로 갈 거야?"


사소해 보이지만 이건 우리 부부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다. 시내 매장과 달리, 외곽 매장에서는 다 쓴 아기 용품을 가져가면 £10어치 물건을 살 때마다 £5를 돌려주는 쏠쏠한 재활용 이벤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10분만 더 걸어가면 무려 £5를 버는 셈이다.


딸기 잼이 발린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며 대답했다.

"...로 가자. 마침 바디워시랑 샴푸도 사야 하고..."


내 머릿속의 블랙박스에는 분명 저 첫 번째 말줄임표 자리에 '외곽'이라는 단어가 또렷하게 녹음되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 입이 실제로 어떤 단어를 내뱉어냈는지는 지금도 100% 장담할 수가 없다. 내 대답에 아내는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적어도 현관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아들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

"재활용할 물건들 챙겼어?"


아내가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황당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 챙겼는데? 네가 아까 시내로 간다며!"

"내가? 언제?"


내 반문에 아내의 미간이 좁혀지며 아내 이름을 따서 라인이라 붙여준 특유의 주름이 생겼다.

"너 아까 내가 물어볼 때 제대로 안 들었지?"

"내가 실수로 잘못 말했나 보지... 그럼 확인할 겸 다시 물어보지 그랬어?"

"아니, 그럼 대화할 때마다 내가 매번 다시 확인을 해야 돼?"

"야, 나랑 5년을 넘게 지냈으면 이제 슬슬 내가 얼마나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인지 눈치챌 때도 되지 않았냐?"


내 궁색하고도 당당한 변명에 아내는 짜증 난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하, 진짜. 내가 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오래 못 산다. 어쩌다가 이런 바보랑 결혼한 거지?"

"여보, 잊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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