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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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꾼
2026.04.17조회수 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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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따르르릉!"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기술 지원 팀도, 상담원도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아는 한 우리 회사는 이런 고객센터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들고는 고객 응대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저기... 설치가 안 돼요..."


수화기 너머로 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이렇게 해보셨나요? 아, 그럼 화면에 보이는 계속 버튼을 한번 눌러보시겠어요?"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언제 숙지한 건지도 잘 모르겠는 매뉴얼 내용대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는 내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수화기를 든 채로 커다란 원형 벽시계를 쳐다봤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초조함에 오른 다리가 덜덜 떨렸다.


'조금만 있으면 퇴근인데 하필이면 이상한 전화를 받았네...'


"아빠한테 부탁해서 산 건데..."

"고객님,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제가 가서 직접 해드릴게요."


당시에 곧 아빠가 될 예정이라 그랬을까? 아빠라는 단어가 나에게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회사를 나서자마자 차를 타고 액셀을 밟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은 건 술에 취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러 가던 길에 인도로 올라갔었던 날이었다. 그런 현실과는 상관없이 나는 낯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서 또 한 번 눈치챌 기회가 있었다.


도착한 곳은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솟은 대저택이었다. 정문 앞에서부터 금방이라도 사나운 맹견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 것 같은 스산함이 훅 끼쳐왔다.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듯한 수많은 창문들과 압도적인 규모에 잠시 주눅도 들었지만, '빨리 끝내고 퇴근하자'는 일념 하나로 초인종을 눌렀다.


"고객님! 아까 통화한 상담사입니다!"


끼이익...


육중한 문이 열리자 둥근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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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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