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생애 첫 장래희망은 공군이었다. 왜 하필 공군이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추측해 보자면 아마 하늘을 나는 비행기 조종사가 멋져 보여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공군이라고 해서 모두가 조종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모호한 희망 사항이었다.
이 하늘을 향한 모호한 동경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지상으로 내려와 모든 남자아이들의 영원한 로망인 과학자로 바뀌었다. 물론 무언가를 발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하얀 가운을 입고 비커를 든 내 모습을 상상하기 바빴다.
재미있게도 그 하얀 가운에 대한 환상은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안과 의사라는 조금 더 현실적인 직업으로 구체화되었다. 내 눈앞에서 진료를 보던 안과 의사 선생님을 보다 보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싹텄던 거 같다.
때로는 누군가의 칭찬 한마디가 꿈의 궤도를 돌려놓기도 했다. 글을 참 독특하게 쓴다는 한 국어 선생님의 칭찬에 내 꿈이 단숨에 소설가로 널뛰기도 했지만 그 꿈은 진짜 재능을 가진 한 여학생을 마주하며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이렇게 수시로 모양을 바꾸던 장래희망은 본격적으로 입시의 압박이 시작된 후부터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건 그저 ‘돈이나 많이 벌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이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업이라는 당면 과제를 처리하기 바빴고,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지금은 ‘우리 집 마련’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돌아보면 꿈이라는 건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현실에 맞춰 구체적인 형태를 취해갔고 결국에는 세부적인 목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좇아 숨 가쁘게 달리던 나는, 재충전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휴가 겸 맨체스터로 향했다.
사실 축구의 종가라는 영국에 살고 있지만 나는 축구에 하나도 관심이 없다. 회사 동료들이 맨체스터의 진짜 주인이 빨간색이냐 하늘색이냐를 두고 목청을 높일 때도, 야구팬인 나는 초록색 포털 사이트에서 낙동강을 거점으로 하는 팀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만 확인할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맨체스터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열기는 축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축구 박물관, 유명 선수들의 벽화가 그려진 펍, 대학교에 떡하니 자리 잡은 축구 비즈니스 학과까지... 아내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새 우리의 대화에는 자연스레 축구가 끼어들었고, 내 시선은 조용히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로 향했다.
'가만, 잊고 있었는데 여기 돈 ...


치과의사가 많이 벌지만 병원 임대료, 간호사, 리셉셔니스트, 등등 나가는 돈도 좀 있을 거에요. 그래도 많이 벌긴 하지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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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결제하다가 부러워서 그랬네요... 뭐 치과 의사선생님도 분명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행복한 상상이네요.
글을 읽으면서 옆에서 헤아림꾼님 가족의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ㅎㅎ

ㅋㅋㅋ 저도 김교사 님 글 읽으면서 김교사 님네 가족이 지내시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완전 영화 속 한장면이 그려지는 글이네요. 그리고 월클 부분에서 피식하며 "ㅋㅋㅋ 나도 아빠되면 저러려나" 이런 혼잣말도 하게 되네요.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가족이 있으신 것 같아 마음 따뜻해지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이 생기면서 덕분에 제가 다시 꿈을 꾸게 된 거 같아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었네요 ㅋㅋ

쏘니는 월클이 아니지만 아드님께서는 월클이 되시겠군요. ㅎㅎ 미리 축하드립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월클이 되면 뉴 몰든에서 같이 한식 한 끼 하는 걸로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