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를 죽여라>

<인싸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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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4.08.20조회수 5회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스펙터클의 재현을 시도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좌우 성향 가릴 것 없이 수많은 네티즌에게 비웃음거리, 조롱거리가 되었다. 클린턴이 트럼프의 “개탄스러움”을 말하며 그 일부로 인터넷 시대의 신우익 운동을 근엄히 폄하했을 때, 그 폄하의 대상이 된 네티즌들은 집단적으로 밈과 조롱, 풍자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류 매체 전반에서 진정 희망찬 날들처럼 비쳐졌던 시절로부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에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호하게나마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것이다. 그들은 지친 리버럴을 관통하는, 즉 기득권 정치에서 텀블러의 가장 괴팍한 구석과 새로운 정치적 감수성을 전투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캠퍼스 정치까지를 관통하는, 지적 순응주의가 간절함과 도덕적 자화자찬으로 표현될 때 이를 신나게 조롱한다.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것은 이용자가 직접 밈을 만드는 문화와 이용자 제작 콘텐츠로 표현되는 새로운 반기득권 감성이다. 지난 수년간 사이버유토피아주의자들은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한다는 데 흥분했지만, 이러한 식으로 특정한 정치적 양상을 띨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함에 따라 문화적 감수성과 예절을 사수하던 게이트 키퍼들도 타도되었다. 2016년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주류 언론의 장악력이 사라진 해로 기억될 것이다. 수천 개의 트럼프 페페 밈이 펴졌고, 주류 미디어와 양당 기득권에 공공연히 적개심을 드러낸, 실력자로 포장됐으나 실제로는 잉여에 불과한 자가 기득권 세력의 도움 없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코니 2012를 공유하는 행위가 미덕으로 격려되다가 수치스러운 행위로 격하된 것과 같은 일련의 사이클은 수없이 반복됐다. 2016년이 되자 허무주의적 냉소주의와 반동적 아이러니는 주류 인터넷문화의 표면으로까지 떠올랐고, 터무니없으면서도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는 인터넷 포럼의 유머는 대중 유머의 지배적 양식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아이를 방치한 부모 탓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자 그러한 소셜미디어 스펙터클을 향한 경박하고 아이로니컬한 조롱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하람베 밈은 금세 서구 리버럴의 수행적 정치의 감수성과 부조리한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그것이 실천으로 발현될 때의 집단 히스테리에 대한 완벽한 패러디가 되었다.


하람베 밈이 아이러니로 점철된 온라인 문화의 산물 그 자체라고 지정하며, 다소 냉소적이지만 적확하게 다음의 말로 사태를 요약했다. “하람베 유머의 유행은 사람들이 살인 사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농담거리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람베 밈과 같은 유머는 하나의 잘 만들어진 부조리극과 같은 패러디로 기능하곤 하며 따라서 좌우 진영을 막론한 아이러니스트들이 이를 수용하기도 하짐만, 그러한 유머에 항상 따라올 수밖에 없는 문제는 아이러니의 미로 속에 진정으로 사악한 것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학캠퍼스를 전초 기지로 삼은 텀블러식 정체성 정치에서 비롯된, 한때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던 좌파 진영의 취소문화(불매 문화)는 이 시기 절정에 달했다. 국수를 먹는 것에서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까지 모든 게 문제적인 행위가 되었고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조차 ‘여성혐오적’이라거나 ‘백인우월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쉽지 않았다.


인터넷 공간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금기와 반도덕의 이데올로기가 곪아터지는 사이, 대다수 청년이 처음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장소로서의 비익명화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독수리눈의 관찰자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공개적 망신주기의 감시망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판옵티콘이 되었다. 그 힘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효시에 비견될 정도로 무시무시해진 공개적 망신 주기는 문제 시 된 언행이 얼마나 사소하든, 혹은 그 의도가 얼마나 선했든 상관없이 그의 평판과 커리어, 나아가 삶 전체를 망칠 수도 있었다.


오늘날 온라인 좌우 진영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현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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