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귄의 말>

<어슐러 르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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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4.08.20조회수 2회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인터뷰어는 출판사 홍보팀에서 책에 관해 쓴 보도 자료를 읽고 오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문장 발췌까지 갖춰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 발췌 문장을 크게 읽고 나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 여기에서 하신 말씀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시죠.”


그와 만나본 뒤 ‘좋은 인터뷰’에 대한 기준이 영영 고정되었다. 좋은 인터뷰는 하고 있는 말에 대해 전부터 생각해보았고, 말하고 있는 지금도 상대방이 하는 말에 비추어 생각해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다. 이제 나는 질문 한두 개만 받아보아도 불만만 남을지, 노력에 보상받을지 안다. 좋은 인터뷰란 멋진 배드민턴 랠리와 비슷하다. 그는 조금 굳어 있었고, 낯을 가렸지만, 곧 대화에 빠져 들었고, 나는 우리의 셔틀콕이 날고 있음을 알았다.


상상이란 남는 시간에만 하는 무의미한 활동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에게 만드는 권능이다. “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용에게 잡아먹힐 때가 많지요. 속에서부터요”


어려서부터 르 귄의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타고 날아본 나로서는 진짜 어슐러 르 귄을 만나면 어떨지 궁금했다.


몸 안에서 글이 울리면, 스스로가 쓰는 글을 들으면 올바른 리듬을 들을 수 있고, 그러면 문장이 깔끔하게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젊은 작가들은 언제나 “자기 목소리를 찾는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어요. 우리의 글쓰기 가르침은 그걸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 아마도 시만 빼고요. 덕분에 우리는 덜컥거리는 산문을 만들어내면서도, 뭐가 잘못됐는지를 몰라요.


그러자 정말로 평화가 찾아왔다. 바다에서 해변으로 평화의 메시지가 불어왔다. 세상의 잠을 더는 깨뜨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이 잠들어 쉬도록 달래며, 꿈꾸는 이들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성스럽게 확인토록 하고, 또 뭐라고 속삭이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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