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3)

인생의 역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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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4.09.03조회수 2회

기러기

메리 올리버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절망에 대해 말해보세요, 당신의 절망을, 그러면 나의 절망을 말해줄게요.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죠.

그러는 동안 태양과 맑은 조약돌 같은 빗방울은

풍경을 가로질러나아가요,

넓은 초원과 깊은 나무들을 넘고

산과 강을 넘어서.


그러는 동안 맑고 푸른 하는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향해 날아갑니다.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에 자기를 내맡기고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소리쳐요, 격하고 또 뜨겁게


세상 만물이 이루는 가족 속에서

그대의 자리를 되풀이 알려주며


나는 자연에서 배운 것이 별로 없다. 자연의 가르침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 관한 한, 나는 스스로를 반항아라고 믿는 열등생에 불과했다. 자연이 제공하는 평범한 지혜에 과도하게 감격하는 장년층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들을 은근히 무시해온 때가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좋지 않은 것'이라 속단하는 풋내기 시절을 벗어난 지금은 자연에 대해서도 겸허해졌다.


<그저 당신의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착해지기'나 '참회하기'에 대한 강박은 저 자신을 학대하는 '인간적' 자의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성(정신성)을 내려놓고 우리 안의 동물성(육체성)이 이끄는 길로 가라는 것. 물론 그 동물성은 인간이 극복해야 할 폭력적 동물성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극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부드러운 동물성"이다.


이 전원시인의 정치사회학적 순진성을 기소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판관들도 세상에는 있으리라. 그 일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그 대신 나는 꼭 필요한 시점에 이 시를 읽게 되어 다시 이 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어느 누군가를 상상해 본다.




나는 누구인가

김시습


이하를 내려다볼 만큼

조선 최고라 했지.


드높은 명성과 헛된 기림

어찌 네게 걸맞을까?


네 몸은 지극히 작고

네 말은 지극히 어리석네

네가 죽어 버려질 곳은

저 개굴창이리라.


소설은 본질적으로 패배의 기록이다. 세계의 완강한 질서에 감히 도전하는 개인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끝내 포기하지 않아서, 그 비타협의 결과로 그는 패배하고 말지만, 그 순도 높은 패배가 오히려 주인공의 궁극적 승리가 되는 아이러니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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