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30일 오후 2시, 나는 청량리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을 보았다. 플랫폼에 내리면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그에게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로 보였다. 체포되어서 끌려가는 중이었으니까. 그는 저항하며 외쳤다. "주주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웁시다, 최후의 일인까지!" 지하철 소음 때문에 앞부분이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한 글자씩 지워지면서 더 절묘해졌다.
"민주주의"에서 "민"이 빠지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민'이 아니게 된 상황을 탄식하는 말이 되었고, "싸웁시다"에서 "싸"가 빠져 "웁시다"가 되면서 이 비극을 함께 울어달라고 호소하는 말이 되었다.
그때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서울 시민들은 소리치며 끌려가는 한 남자를 보면서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보기만, 했다. 그때 그를 스쳐간 생각은 이것이다. "가련하지고, 서울이여." 끌려가는 사람이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을 가련히 여기다니.
시인에게는 저 무지해서 무정한 사람들이 돌덩어리처럼 보였다. 저렇게 돌이 되어가면서 세상은 멸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끌려가는 것은 자신이지만 죽어가는 것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때 그의 심정은 곧 멸망할 소돔을 떠나는 롯의 그것과 비슷했을까? 홀로 세계의 멸망을 예고했으나 열 명의 의인은 커녕 한 사람도 그의 외침에 응하지 않았으니?
아니다. 소돔의 롯은 구원받았으나 서울의 황지우는 지하에서 고문받을 것이었으므로. 시의 후반부에서 그는 지하철 출입구 밖으로 끌려나온다. 지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니 지옥의 문이 뒤에서 닫힌다. "칼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파란 유황불의 화환"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기적적이다. 그가 등단 이후 쏟아낸 놀라운 시들은 바로 그 잿더미에서 솟아오른 것들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