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
은색 꼬리날개가 반짝이는 비행기
같은 궤적을 따라 더 깊이 긋고 사라진다
어떤 말, 어떤 맹세처럼 활공해 사라진 것들
나를 긋고 간 것들, 베인 혀 아래 비릿하게 고인 것들
심장이라는 사물 2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거울 저편의 겨울
스물네 시간을 꼭꼭 접어서, 따가운 혀로 밀어 뱉어낸 네가
돌아가 나를 들여다볼 때까지
내 눈은 두 개의 몽당양초, 뚝뚝 촛농을 흘리며 심지를 태우는데요 그게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은데요
파르스르만 불꽃심이 흔들리는 건 혼들이 오는 거라는데요 내 눈에 앉아 흔들리는데요 흥얼거리는데요
멀리 너울거리는 겉불꽃은 더 멀어지려고 너울거리는데요
거울 저편의 겨울 2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