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예측대회
투자분석
아카데미
커뮤니티
로그인Valley AI 시작하기시작하기
Valley Space인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
은둔지Memo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

avatar
은둔기계
2024.09.05조회수 7회
avatar
은둔기계
구독자 120명구독중 47명
은둔지

그때


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


은색 꼬리날개가 반짝이는 비행기


같은 궤적을 따라 더 깊이 긋고 사라진다


어떤 말, 어떤 맹세처럼 활공해 사라진 것들


나를 긋고 간 것들, 베인 혀 아래 비릿하게 고인 것들




심장이라는 사물 2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거울 저편의 겨울


스물네 시간을 꼭꼭 접어서, 따가운 혀로 밀어 뱉어낸 네가

돌아가 나를 들여다볼 때까지


내 눈은 두 개의 몽당양초, 뚝뚝 촛농을 흘리며 심지를 태우는데요 그게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은데요

파르스르만 불꽃심이 흔들리는 건 혼들이 오는 거라는데요 내 눈에 앉아 흔들리는데요 흥얼거리는데요

멀리 너울거리는 겉불꽃은 더 멀어지려고 너울거리는데요




거울 저편의 겨울 2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

회원가입만 해도
이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Basic 7일 무료 체험 시작하기
이미 계정이 있으신가요?로그인하기
댓글 0개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Memo 카테고리의 다른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

마크 로코스와 나 그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났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가끔 생각한다. 작업실에 딸린 부엌에서, 그가 양쪽 손목을 칼로 긋던 새벽의 며칠 안팎에 내 부모는 몸을 섞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 생명이 연붉은 자궁에 맺혔을 것이다.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을 버티고 버텨, 마침내 아물어갈 무렵 반쯤 녹아 더 차가운 흙 속, 그의 검붉은 심장이 아직 썩지 않았을 무렵 마크 로코스와 나 2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곘지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교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가. 어둠과 빛의 틈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이.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 치는 구름을 통과하는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가 휠체어 댄스 눈물도 악몽도,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나를 다 삼키진 않았죠. 가닥가닥 작은 온몸의 혈관으로, 타들어오는 ...
Memo
2024. 09. 05
1
0
8

기적적 문학

1980년 5월 30일 오후 2시, 나는 청량리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을 보았다. 플랫폼에 내리면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그에게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로 보였다. 체포되어서 끌려가는 중이었으니까. 그는 저항하며 외쳤다. "주주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웁시다, 최후의 일인까지!" 지하철 소음 때문에 앞부분이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한 글자씩 지워지면서 더 절묘해졌다. "민주주의"에서 "민"이 빠지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민'이 아니게 된 상황을 탄식하는 말이 되었고, "싸웁시다"에서 "싸"가 빠져 "웁시다"가 되면서 이 비극을 함께 울어달라고 호소하는 말이 되었다. 그때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서울 시민들은 소리치며 끌려가는 한 남자를 보면서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보기만, 했다. 그때 그를 스쳐간 생각은 이것이다. "가련하지고, 서울이여." 끌려가는 사람이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을 가련히 여기다니. 시인에게는 저 무지해서 무정한 사람들이 돌덩어리처럼 보였다. 저렇게 돌이 되어가면서 세상은 멸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끌려가는 것은 자신이지만 죽어가는 것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때 그의 심정은 곧 멸망할 소돔을 떠나는 롯의 그것과 비슷했을까? 홀로 세계의 멸망을 예고했으나 열 명의 의인은 커녕 한 사람도 그의 외침에 응하지 않았으니? 아니다. 소돔의 롯은 구원받았으나 서울의 황지우는 지하에서 고문받을 것이었으므로. 시의 후반부에서 그는 지하철 출입구 밖으로 끌려나온다. 지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니 지옥의 문이 뒤에서 닫힌다. "칼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파란 유황불의 화환"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기적적이다. 그가 등단 이후 쏟아낸 놀라운 시들은 바로 그 잿더미에서 솟아오른 것들이므로.
Memo
2024. 09. 03
1
0

인생의 역사 (3)

기러기 메리 올리버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절망에 대해 말해보세요, 당신의 절망을, 그러면 나의 절망을 말해줄게요.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죠. 그러는 동안 태양과 맑은 조약돌 같은 빗방울은 풍경을 가로질러나아가요, 넓은 초원과 깊은 나무들을 넘고 산과 강을 넘어서. 그러는 동안 맑고 푸른 하는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향해 날아갑니다.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에 자기를 내맡기고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소리쳐요, 격하고 또 뜨겁게 세상 만물이 이루는 가족 속에서 그대의 자리를 되풀이 알려주며 나는 자연에서 배운 것이 별로 없다. 자연의 가르침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 관한 한, 나는 스스로를 반항아라고 믿는 열등생에 불과했다. 자연이 제공하는 평범한 지혜에 과도하게 감격하는 장년층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들을 은근히 무시해온 때가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좋지 않은 것'이라 속단하는 풋내기 시절을 벗어난 지금은 자연에 대해서도 겸허해졌다. <그저 당신의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착해지기'나 '참회하기'에 대한 강박은 저 자신을 학대하는 '인간적' 자의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성(정신성)을 내려놓고 우리 안의 동물성(육체성)이 이끄는 길로 가라는 것. 물론 그 동물성은 인간이 극복해야 할 폭력적 동물성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극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부드러운 동물성"이다. 이 전원시인의 정치사회학적 순진성을 기소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판관들도 세상에는 있으리라. 그 일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그 대신 나는 꼭 필요한 시점에 이 시를 읽게 되어 다시 이 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어느 누군가를 상상해 본다. 나는 누구인가 김시습 이하를 내려다볼 만큼 조선 최고라 했지. 드높은 명성과 헛된 기림 어찌 네게 걸맞을까? 네 몸은 지극히 작고 네 말은 지극히 어리석네 네가 죽어 버려질 곳은 저 개굴창이리라. 소설은 본질적으로 패배의 기록이다. 세계의 완강한 질서에 감히 도전하는 개인이 ...
Memo
2024. 09. 03
2
0

인생의 역사 (2)

20년 후에, 지에게 최승자 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 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 속에서 뛰놀고 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지. 눈만 뜨면 신기로운 것들이 네 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때로 너는 두 팔 벌려, 환한 빗물을 받으며 미소짓고 이윽고 어느 날 너는 새로운 눈을 달고 세상으로 출근하리라. 많은 사람들을 너는 만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네 눈물의 외줄기 길을 타고 떠나가리라. 강물은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너는 네 스스로 강을 이뤄 흘러가야만 한다. 그러나 나의 몫은 이제 깊이깊이 가라앉는 일. 봐라, 저 많은 세월의 개떼들이 나를 향해 몰려오잖니, 흰 이빨과 흰 꼬리를 치켜들고 푸른 파도를 타고 달려오잖니. 물려 죽지 않기 위해, 하지만 끝내 물려 죽으면서, 나는 깊이깊이 추락해야 해. 발바닥부터 서서히 꺼져들어가며, 참으로 연극적으로 죽어가는 게 실은 나의 사랑인 까닭에. 그리하여 21세기의 어느 하오,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무덤에 술 내리고 나는 알지 어느 알지 못할 꿈의 어귀에서 잠시 울고 있을 네 모습을, 이윽고 네가 찾아 헤맬 모든 길들을 가다가 아름답고 슬픈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동냥바가지에 너의 소중한 은화 한 닢도 기쁘게 던져 주며 마침내 네가 이르게 될 모든 끝의 시작을! 당사자가 '나는 불행하다'고 말한다 해서 타인이 아무 때나 '그는 불행하다'라고 말할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그 말을 할 때에는 신세한탄의 형식을 취한다 해도 그것이 자기 직시의 효과를 발휘해 자신의 현재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타인이 그런 말을, 그것도 그를 그 불행에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의사도 없이 할 때는, 그런 말이 그가 미래의 다른 자신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꺾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는 세계는 경이롭다. 세계 그 자체가 본래 경이롭다기보다는 세계를 경이롭게 볼 줄 아는 아이의 눈이야말로 경이로운 것이다. 훗날 아이가 자라면 "새로운 눈"을 달고 세상에 출근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아이에게 주어진 삶은 아름답기만 해야 마땅하다. 시인은 자신에게 남은 것이 "깊이깊이 가라앉는 일"뿐이라고 단언한다. 그 예정된 결론을 바꿀 수는 없으며 다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연출하느냐 하는 일만이 그가 관심을 쏟음직한 유일한 일이라는 말과 함께. 이 시의 긴장은 거기서 나온다. 어린 '지'에게 생에의 찬가를 들려주고 싶지만 삶의 진실은 비가 쪽에 있다는 생각 말이다. 입원 중이었던 2010년 당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몸무게 34킬로그램의 그는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나를 전율케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 그 말을 할 때 그는 이번 생의 승자처럼 보였다. 소네트 73 윌리엄 세익스피어 한 해 중 그런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보리라, 전엔 예쁜 새들이 노래했지만 이젠 ...
Memo
2024. 09. 02
3

인생의 역사 (1)

체호프는 입센의 작품을 보며 '인생은 저렇지 않아'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입센의 세계는 아무리 복잡한 비밀도 결국은 풀리면서 끝나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문학적인' 세계라는 것. 인생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쌍한 것이다. 문제를 푸는 사람 자신이 문제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 수가 없는 데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풀어야 하니까 더 불쌍한 것이다.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담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친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상호의존적인 약점이 있을 때 사랑은 성립된다.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상대가 필요한 사람은 대등하게 약하지 않다. 전자는 내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만, 후자는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다. 후반부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부에 상처받는 독법이다. 그것은 '당신을 사랑해요'와 '당신이 필요해요'가 다르다는 진실이 주는 상처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으로 45년을 살았고 누군가의 아버지로 아홉 달을 살았을 뿐이지만, 그 아홉 달 만에 둘의 차이를 깨달았다. 너로 인해 그것을 알게 됐으니, 그것으로 네가 나를 위해 할 일을 끝났다.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나를 사용하렴. 공무도하가 백수광부의 아내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물에 뛰어든 백수광부를 무당이나 주신으로 보는 연구들에는 합당한 논거가 있겠으나, 그렇게 보면 이 작품은 문헌이 될지언정 시가 되지는 않는다. 광부, 즉 미친 사람이라 했으니, 그렇게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는 그를 상상한다. 삶이 힘들어 자주 강가에 서 있고는 했을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으므로 미쳐서라도 견뎠을 것이다.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날, 그가 술기운을 빌려 투신하던 그 순간에도, 그는 자기를 말려달라고 속으로 외쳤을지 모른다. 욥의 마지막 말 주님, 내가 주님께 부르짖어도, 주님께서는 내게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주님께 기도해도, 주님게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내게 너무 잔인하십니다. 힘이 세신 주님께서, 힘이 업는 나를 핍박하십니다. 나를 들어올려서 바람에 불려가게 하시며, 태풍에 휩쓸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십니다.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계십니다. 끝내 나를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만나는 그 죽음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어찌하여 망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이 몸을 치십니까? 기껏 하나님의 자비나 빌어야 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이 몸을, ...
Memo
2024. 09. 02
2
8
3
0
3
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