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이자 투자가로서 틸은 늘 '독점'을 신조로 삼는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타인과의 경쟁은 더없이 어리석은 짓이다.
그에게 있어 경쟁에 휘말린 순간은 곧 패배의 순간과도 같다.
틸의 세계관, 그리고 사업이나 투자를 판단하는 틸의 방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스탠퍼드 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프랑스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다. 틸은 지라르의 대표작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숨겨져온 것>을 철학 학부 과정 때 처음 읽었다.
모방 이론과 경쟁을 핵심 사상으로 삼는 지라르에 따르면 모방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에게는 남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자신도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모방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더 큰 모방을 낳는다는 것이다. 틸은 포춘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라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우리 인간은 모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방이야말로 우리가 같은 학교, 같은 직업,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이유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쟁이 이익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지라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에 빠진 사람은 자기 목표를 희생하면서까지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경쟁이 극심한 까닭은 상대의 가치가 높아서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두고 죽을힘을 다해 경쟁합니다.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은 더더욱 치열해지죠.
사람은 모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심한 관찰력만 있으면 수많은 이들을 크게 앞지를 수 있어요.
가장 재능 있는 청년들이 모두 똑같은 명문대에 진학해, 몇 안 되는 전공 중 하나를 공부한 뒤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사회에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걸 무엇인지 고민할 때 시야가 너무 좁아지거든요. 사회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좋을 게 없는 일이죠.
우리는 화성에 가는 대신 중동을 침략했습니다.
그 말이 아마 보통 사람들에겐 이상하게 들릴 겁니다. 탈출하고 싶으면 문을 열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인 거니까요. 하지만 문을 열고 나간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설리번 앤드 크롬웰에 들어가기 위한 혹독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거든요.
틸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수가 순조롭게 증가해야 하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메칼프의 법칙을 숙지하고 있었다. 근거리 통신망 기술인 이더넷의 발명자 로버트 메칼프가 만든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바꿔 말해 사용자 수 증가는 기업 가치를 높여주고, 신규 네트워크가 사용자를 획득할 때 드는 비용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극적으로 낮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