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30일차




어제를 기점으로 엄청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나는 항상 생각이 많은 편이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그거에 대한 생각을 며칠동안 계속 하면서 나만의 논지를 만들고, 그걸 거의 정답마냥 생각하면서 외부 자극을 해당 프로세스로 처리하고 인식한다.
요즘엔,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는 너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정답이 없는 고민을 한참동안 하는데, 이게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기저에는, 내가 많이 고민하고 행동한다면 분명히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혹은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은 내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상당히 건방진 태도가 깔려있다.
항상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하자고 매일 다짐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내가 그동안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서 한켠으로 정리해 둔 생각들이, 지금 나를 꽤나 딱딱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애초에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정상적인 건가?
이게 나에게 이로운 행동인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생각들은 일상에서의 활용이 불가능한 거 아닐까?
조금 더 직관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
“갑자기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기보다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기에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사람들은 격양된 분노나 원망, 혹은 절제하기 힘든 사랑이나 행복을 표현하는데는 익숙하다.(그 마음이...


좋은 글 과 사진 감사합니다. 연무와 빛이 어우러진 사진이 너무 그림 같습니다.

그쵸! 저 빨간 노을이 비추면서 연무가 피오르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순례길에서는 항상 등 뒤에서 해가 떠올라요. 사리아부터 산티아고까지 짧은 코스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 날부터는 길에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어느때 뒤돌아 본 순간 햇빛이 연무에 산란된 그 장면이 너무 멋지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뒤에 오는 사람한테, "뒤 좀 보세요!" 얘기하고서는 찍었던 사진이에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누군가가 저에게 해준 조언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열심히 잘 골라보는 것'이지 '상대방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위한 선물은 쓴 약이 될 수도 있고 단 사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기쁘길 바라는 것이 내 욕심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물을 정말 고심해서 잘 골랐다면 상대가 기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기뻐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참 유치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잘 고르고자 한다면 그저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무엇이 더 나은지 고민하시는 것에서 나아가 상대방을 알아가고 더 나은 선물을 알아내기 위한 안목을 키워가는 경험을 함께 얹어가는 것을 노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항상 남을 생각한다는 것부터 다른 사람들보다도 그 관계에 진심이라는 점에서 이미 인간계 상위권에 해당하는 태도를 지니신 것 같으니 자조적인 고민을 많이 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주제넘게 참견하는 듯하다고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

달아주신 댓글 보고 오늘 하루동안 생각이 정말정말 많아지면서도 정리가 됐어요! 생각해보면, 부담을 받거나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건 온전히 상대방이 선택할 몫인데... 내가 느낄 감정은 내가 결정한다는 당연한 걸 생각 못하고 있었던 게 고민이 생긴 이유 같아요. 무엇을 줄 지 선택하는 건 내 몫, 그걸 받아 무엇을 느낄지는 상대방의 몫! 조언 정말정말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