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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의 원형으로 돌아가다: 재정 우위 시대의 금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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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의 원형으로 돌아가다: 재정 우위 시대의 금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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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1.10조회수 3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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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구독자 1,216명구독중 90명
차곡차곡

원래 매크로 대회 글을 준비하면서 썼는데.. 대회글은 4000자 제한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대회 글은 4000자로 요약해서 올리고 원래 썼던글을 기록용으로 올려봅니다.




1.png


1. 투자 논리

​

1)패권국의 국채(國債)

​

근대화된 금융 질서가 성립해 나가던 1800년대 이후를 돌아보면,

'대표적 안전자산'은 대체로 패권국의 장기국채였다.

다만 그것은 보편적인 법칙이 아니라, 특정 거시체제에서만 성립하는 조건부 현상이였다.

대영제국의 채권(1815~1914)과 미국의 장기 국채(1981~2020)는 모두

저인플레이션,

재정 절재,

통화정책의 신뢰와 독립성

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었을 때만 안전자산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

1981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40년간의 장기채 강세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구간이었다.

영국의 채권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부터 1차대전 직전까지 100년동안 안전자산의 위상을 유지했지만,

본질적으로 금본위제 위에서 존재했었다.

이후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축통화 지위는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이동했고,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금 본위제를 공식화했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달러는 페트로달러 체제로 위상을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페트로달러의 영향력은 과대평가되었다는 시각이 많다.

2024년 사우디와의 협정 미갱신은 이 체제가 형식적으로도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결국 금과 같은 실물 기반 없이 순수 신용화폐 체제에서

장기국채가 40년 이상 일관되게 안전자산이었던 사례는 존재하지 않았다.

​

​

안전자산으로서 장기국채의 기능은 ‘국채’ 그 자체가 아니라,

저물가·재정 절제·통화정책 독립이라는 체제의 산물이었다.

그 체제가 붕괴되면, 국채는 남아 있어도 안전자산의 기능은 사라진다.

​

따라서 2020년 이후의 변화는 “채권이 요즘 안 좋다”가 아니라,

안전자산 기능이 체제 변화에 따라 재배치되는 국면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 관점에서 최근 금의 부상은 새로운 유행이라기보다,

장기국채의 안전자산 기능이 약해질 때 반복되어 온 역사적 대체 현상에 가깝다.

패권국 국채에 대한 장기 신뢰가 흔들릴 때마다, 자본은 ‘제도 밖 자산’인 금으로 일정 부분 이동해 왔다.

​

​

​

​

2)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신호: “침체 방지”의 제도화

​

​

2020년 이후의 핵심 변화는,

경기 사이클보다 정치·재정이 시장 금리를 더 강하게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높은 구간에서 시장은 장기채에 더 높은 보상(term premium)을 요구하고,

그래서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2.png

구조적으로 높은 구간을 형성중인 재정적자 (출처 : FRED)



3.png

내려오지 않는 장기금리 (출처 :FRED)

​

동시에 정부는 '깊은 침체'를 정치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장기채가 과거처럼 "침체 때 금리 급락 → 가격 급등"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작아졌다.

​

​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최근의 정책 대응이 단일 수단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는

은행들이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 측면의 제약을 완화하는 조치다. 이는 장기채 수요를 직접적으로 지지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자생적 소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

한편 연준은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s)을 통해

단기 국채를 매입하며, 시스템 전반의 지준 절대량을 보강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양적완화(QE)와 달리 경기 부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금융 배관의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사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에 가깝다.

​

이와 함께 상설 레포 기구(SRF)는

국채나 MBS를 담보로 필요한 경우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후의 안전판으로 작동한다.

다만 SRF는 요청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수동적 장치로, 평시에는 사용 빈도가 낮다.

이 때문에 SRF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RMPs나 SLR 완화와 같은 선제적 조치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균형 회복 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조치는 모두 “국채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비용”이라는

공통된 성격을 가진다.

규제 완화(SLR), 선제적 유동성 공급(RMPs), 비상시 유동성 창구(SRF)가

동시에 논의·가동된다는 사실 자체가,

국채 시장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조건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

과거 1981~2020년 구간에서 미국 장기국채는 그냥 팔렸다.

시장이 알아서 소화했다.

연준이 규제 완화하고, 선제 매입하고, 비상 창구 열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세 가지를 동시에 돌려도 불안하다.

규제 완화(SLR), 선제적 유동성 공급(RMPs), 비상시 유동성 창구(SRF)가

동시에 논의·가동된다는 사실 자체가,

국채 시장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조건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역설적으로, 국채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의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금의 보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

​

3) “대체”가 아니라 “분해”: 장기채의 역할이 둘로 갈라진다

​

과거 장기채(특히 미국 장기국채)는 한 자산 안에 다음 기능이 묶여 있었다.

  • 안정적 수익(이자 +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

  • 주식 하락 국면의 헤지

  • 높은 유동성

그러나 지금은 이 기능이 분업화 되고 있다.

  • 수익 + 유동성: 단기채/현금성 자산으로 이동

  • 보험(통화 신뢰·체제 리스크 헤지): 금으로 일부 이동

이 글의 핵심 결론은 “금이 장기채를 완전히 대체한다”가 아니라,

장기채가 더 이상 제공하기 어려워진 기능(보험)을 금이 흡수한다는 데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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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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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망고
2026.01.10

길고 친절한 설명이 추가되어서 이해가 더 잘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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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치
2026.01.10

거시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무지렁이지만 겉핥기로라도 이해하며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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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
2026.01.10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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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망내
2026.01.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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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령
2026.01.12

인사이트 넘치는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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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이
2026.01.12

체제의 산물이 프리미엄으로 연결된다는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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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이
2026.01.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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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dex
2026.01.14

상세한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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