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플레이어들의 지도 : 세 곡선이 수렴하는 지점

[시리즈 연재] 플레이어들의 지도 : 세 곡선이 수렴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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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4.03조회수 666회

Epic Fury가 터지기 2일전부터 지금까지 틀린 지점을 복기했고,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고, 프레임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을 하나씩 다뤘는데, 한 번도 전체를 한 자리에 놓고 본 적이 없었다.

전쟁 35일째. 지금이 그 지도를 그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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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레이어 지도

이 전쟁의 행위자들은 세 층위로 나뉜다.

결정권을 가진 층이 있다. 미국의 트럼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와 카츠, 그리고 이란의 IRGC 강경파 4인방이다.

이 셋이 전쟁의 방향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삼각축이다.


이란 내부 변수들이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형식적 최고지도자지만 35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정보장관 임명조차 막혀 있다. IRGC 해군 현장 지휘부는 호르무즈를 실질적으로 통제하지만 사령관 탄그시리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제거된 이후 후임 구조가 불명확하다.

하층부와 국내 민심은 탈영과 명령 불복종 신호가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조직화된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외부 레버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있다.

중국은 이란·미국·걸프 국가 세 방향에 동시에 레버를 가진 유일한 행위자다.

이란에게는 원유 80% 구매자이자 25년 전략협력 협정의 파트너다.

미국에게는 무역 전쟁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이란 협력을 무역 카드로 연결할 수 있는 상대다.

걸프 국가들에게는 최대 투자 파트너이자 원유 수입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이 레버를 쓰지 않고 있다. 중국은 타이밍을 재야할 입장이다.

너무 일찍 개입하면 레버가 싸게 소진된다. 미국이 충분히 지쳐야 중국의 중재 가치가 올라간다.

5월 트럼프의 방중이 그 타이밍의 후보다.

거기에 이란이 중국 국영 선박 두 척을 호르무즈에서 돌려보냈다. 중국의 중재 제안도 이란이 거부했다.

이란 레버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게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 방향 채널은 갖고 있지만, 이란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단이 제한된다. 이것이 "유일한 다방향 레버 보유자"가 아직 결정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왜 안 꺼내느냐? 서사의 문제다.

트럼프는 '내가 중국을 압박했더니 중국이 움직였다'는 구조가 필요하고,

시진핑은 '중국이 먼저 양보했다'는 서사를 피해야 한다. 두 사람의 서사 욕구가 딜 구조 자체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란이 중국 선박을 호르무즈에서 돌려보낸 것도 변수다.

중국의 경제 레버가 IRGC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게 이미 확인됐다.


사우디와 UAE는 트럼프에게 전쟁 지속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타르와 오만은 이란이 신뢰하는 중재 채널이었지만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손상됐다.

파키스탄은 현재 유일하게 활성화된 미국-이란 간 메시지 전달 채널이지만, 이란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단이 없다.


이 지도에서 하나의 구조적 사실이 드러난다.

외부 플레이어들이 이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 채널"과 "트럼프 채널"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정렬해야 한다.

카타르·오만·파키스탄은 이란 쪽에 있고, 중국·사우디는 미국 쪽에 있다.

양측이 지금 조율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외부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움직여도 핵심 삼각축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2. IRGC 내부 구조 : 군사평의회가 권력을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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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9일, 이란 국회의원들이 IRGC 군복을 입고 의회에 등원했다. 미국이 IRGC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민간 기구와 군사 조직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처: Mehdi Bolourian / Fars Media Corporation, CC BY 4.0


라리자니가 죽으면서 SNSC가 사실상 기능을 잃었다.

SNSC는 하메네이가 형식적으로 승인하고, 라리자니가 실질적으로 군·정보부·외무부·대통령실을 조율하는 기구였다. 라리자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군과 민간 양쪽에 신뢰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IRGC에도, 성직자 계층에도, 외교 채널에도 동시에 걸쳐 있었다.

그 자리를 지금 IRGC 군사평의회가 흡수했다. 그런데 군사평의회는 SNSC가 아니다.

SNSC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기구였고, 군사평의회는 IRGC의 의지를 집행하는 기구다.

기능이 다르다. 협상 채널로서의 SNSC는 라리자니와 함께 죽었다.


지금 이란의 권력 구조는 이렇다. IRGC 군사평의회가 모즈타바 주변에 보안 경계선을 치고 있다.

페제시키안이 모즈타바와의 면담을 반복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됐다. 정부 보고서조차 최고지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이란인터내셔널이 보도했다. IRGC 사령관 바히디는 페제시키안이 제안한 정보장관 후보 전원을 거부하면서 "전시 상황에서 핵심 자리는 IRGC가 관리한다"고 선언했다.

모즈타바는 이 구조에서 형식적 권위의 껍데기로 존재한다.

그의 권위는 IRGC가 그 존재를 시뮬레이션해줄 의향에 달려 있다.

알리 하메네이가 35년간 쌓은 개인 네트워크로 IRGC·성직자·민간을 균형잡았던 것과 달리,

모즈타바에게는 그 네트워크가 없다.


외부 압박이 강해질수록 IRGC 강경파의 내부 권력이 강화된다.

폭격이 계속될수록 "우리가 없으면 이란이 무너진다"는 서사가 강해지고, 민간 기구를 압박할 명분이 생기고, 강경파의 결집이 유지된다. 이것이 군사적 압박이 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다.




3. 두 임계점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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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4일, 미네소타 주 의사당 앞 'No Kings' 집회. 트럼프의 선형 압박 곡선은 유가만이 아니다.

거리로 나온 유권자들도 그 곡선 위에 있다. 출처: Myotus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트럼프의 압박 곡선과 IRGC의 압박 곡선은 성격이 다르다.

트럼프의 곡선은 선형이다. 유가 압박, 선거 시계, 공화당 이탈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형으로 누적된다.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넘었고, 59%의 미국인이 전쟁이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2000억 달러 이상의 전쟁 보충 예산 요청이 의회에 제출됐다. IEA는 "4월이 3월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전쟁 전에 선적된 물량이 소진되면 실물 경제 타격이 본격화된다.


IRGC의 곡선은 비선형이다. 어느 선까지는 버티는데, 특정 임계점에서 한꺼번에 무너지는 구조다. 재보급선이 끊겼고, 하층부 탈영이 축적되고 있고,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상층부의 결정권이 유지된다.


두 곡선이 아직 교차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선형 비용이 계속 쌓이고 있고, IRGC의 비선형 곡선이 아직 임계점 전이다. 이 교차가 수 주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IEA는 '4월이 3월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봉쇄 전에 선적된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이 4월 중순이다.

실물 경제 타격이 그때 본격화된다. 트럼프의 선형 비용이 가장 가파르게 쌓이는 구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IRGC 입장에서는 봉쇄 효과가 글로벌 시장에 가시화되는 첫 시점이라 '우리가 싸웠다'는 내부 서사를 세울 수 있는 최초의 구간이기도 하다.





4. 상호 억제의 구조


지금 이 판에는 세 개의 상호 억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에서, IRGC 강경파를 살려두는 인센티브가 있다. 지금 4인방은 예측 가능하다.

호르무즈를 완전 봉쇄하지 않고 선택적 통과로 관리하는 것도,

IRGC 해군이 완전 난사가 아니라 계산된 위협을 하는 것도,

이들이 비용을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을 제거하면 지지 기반이 더 약하고, 네트워크가 더 얕고, 공포가 더 큰 세력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가져간다.

예측 불가능성이 폭증하고, 우발적 사고 가능성이 올라가고,

새로운 세력이 내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전쟁이 연장된다.


즉, IRGC 강경파가 쥔 보호막은 "우리를 죽이면 더 예측 불가능한 세력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반론이 있다. 협상 의사가 이들에게 없다는 게 명확해지면 살려둘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협상 거부가 명확해질수록,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에서 현 지도부는 "예측 가능하지만 협상 불가"한 존재가 된다.

그 순간 "예측 불가능하지만 협박에 굴복할 수 있는" 후임자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 생긴다.


IRGC 강경파도 이 논리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협상 의사 없다"는 공개 선언을 유지해야 내부 결집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완전한 채널 단절은 안 된다.

완전 단절은 "이들을 죽여도 손해가 없다"는 계산을 미국에게 줘버리기 때문이다.


카라지 전 외무장관 자택 공습이 이 구조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파키스탄 채널을 통해 밴스와의 접촉을 조율하던 사람이었다. 협상 채널 담당자가 제거됐다. 이란은 "외교를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채널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IRGC가 완전한 단절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결국 이 판은 이렇게 구조화돼 있다. 미국은 죽일 수 있지만 죽이면 더 혼란스러운 세력이 온다.

IRGC는 협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지만 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는다. 그리고 둘 다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호르무즈에서 우발적 사고가 나면 이 계산 전체가 날아간다는 것.




5. 불확실성의 이동 : 누가 진짜 변수였나


​이 분석은 IRGC가 합리적 행위자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런데 35일을 돌아보면 역설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가장 비합리적일것 처럼 보이는 플레이어인 이란이 자신의 선택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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