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구 한국은행 본관), 서울 중구. 뒤로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보인다.
출처 : Sean Young (@assanges), 2024년2월19일. CC BY 4.0. Wikimedia Commons.
2025년 달러는 약세 국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DXY는 상반기에만 11% 가까이 하락했다.
1973년 이후 최대 상반기 낙폭이었다. 연말엔 97대로 마감했고, 유로와 스위스 프랑은 그 수혜를 누렸다.
유럽은 달러 약세 국면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아시아 수출국 환의 흐름은 유럽과 같지 않았다.
자본 유출, 미국과의 금리 격차, 관세 압박이 중첩되면서 이들 통화는 DXY와 무관하게 약세 압력을 받았다.
약한 쪽은 더 약해지는 국면이었다.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치솟는 현상황에서 DXY는 100을 다시 넘나들고 있다.
이번에도 충격은 비대칭적이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84%는 아시아가 목적지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68%, 일본은 70% 이상을 이 해협에 의존한다.
유럽도 카타르 LNG 일부를 잃었지만, 대서양 공급망이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유럽도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유로는 기축통화에 가깝고, ECB는 원칙적으로 환율 타겟팅을 하지 않는다.
달러 강세는 유럽에도 부담이지만, 외환보유고를 소진해가며 방어해야 할 구조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도 현 국제 정세는 부담이다. 하지만 환의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은 3조 4천억 달러의 보유고를 쌓아두고 있고, 국영은행을 통한 간접 관리로 위안화를 사실상 통제한다.
일본은 1조 4천억 달러의 보유고가 있지만 직접 개입 대신 구두 경고와 비축유 방출로 대응했다.
이 두 나라는 여력이 없어서 개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개입 말고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그렇다면 중간 체급의 아시아 수출국들은 어떠한가.
보유고가 중국 일본 급처럼 많지 않고, 기축통화도 아니며,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나라들.
인도, 대만, 태국, 그리고 한국이다.
네 나라는 최근 1년간 모두 개입했지만, 방식이 달랐다.
인도 RBI(Reserve Bank of India)는 가장 공격적이었다.
현물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팔고, 역외 선물환 시장에도 동시에 개입했다.
2025년 8월 한 주에만 보유고가 93억 달러 빠졌다.
더 나아가 2026년 3월엔 은행들의 루피 오픈 포지션을 하루 1억 달러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까지 도입했다.
달러를 팔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기 베팅 자체를 구조적으로 틀어막는 방식이다.
대만은 보유고가 6천억 달러로 한국의 1.5배에 달하지만, 개입은 소극적이었다. 미국 재무부와의 협약으로 분기별 개입 규모를 공시해야 하고, 환율 조작국 지정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3분기 순매수 규모는 12억 달러에 불과했다. 실탄은 넉넉하지만 손발이 묶인 상태다.
태국은 IMF 권고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일관했다. "비펀더멘털 충격으로 인한 무질서한 시장 상황 복원에만 개입을 제한한다"는 원칙이다. 적극적 방어보다 금리·재정 정책 위주로 대응했다.
한국은 직접 보유고를 소진하면서도,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이라는 우회로를 동시에 활용했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으면,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달러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달러 수요를 줄이는 방식이다.
덕분에 외환보유고 수치는 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왜 같은 압력에 다른 수단을 썼는가.
각국 운영 주체의 인센티브 구조를 보면 수단의 선택이 필연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축으로 나눠보자.
첫째, 합리성의 틀이 거시적인가, 미시적인가.
자국 경제 ...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 정치 압력에 의해, 경제 변수가 아닌 정치 숫자를 방어하는 데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공감합니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정책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네. 저도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러 나라를 비교하니 이해가 수월하네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나라를 비교 틀로 잡은 건 각국의 선택이 능력과 체력의 차이도 있지만 인센티브 구조의 차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IMF라는 상흔이 있어서 환율에 민감한 국민 정서가 문제군요.
이게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모든 국민이 국가 정책과 환율에 각자만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이 정치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점 말이죠

말씀하신 방향에 동의하는데, 한 가지 뒤집어보고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한국이 특이한 건 각자의 생각이 다양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든, 서학개미든, 수출기업이든 환율에 대한 이해관계는 사실 제각각입니다. 약세를 원하는 쪽과 강세를 원하는 쪽이 공존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고요.
한국의 진짜 특이점은, 그 다양한 이해관계가 "1400원", "1500원"이라는 숫자 앞에서 하나로 수렴된다는 겁니다. 1997년 트라우마가 특정 숫자에 대한 공포를 계층 불문하고 각인시켜놨어요. 분산이 아니라 수렴이 문제인 거죠.
그리고 그 공포가 정치에 "즉각" 반영되는가 하면, 사실 환율이 직접 선거 변수가 된 사례는 드뭅니다. 물가나 부동산보다 훨씬 간접적입니다. 다만 그 숫자가 깨지면 정치적으로 감당이 안 된다는 걸 정치인들이 학습해온 거고, 그래서 시장 개입의 인센티브가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국민이 직접 압력을 가한다기보다, 정치인이 선제적으로 그 공포에 응답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론조사 보면 현 정권 지지율이 높은 편인데 정치적인 압력을 감수하더라도 충분히 버틸만 할 것 같은데 환율 말고도 현상황에 대한 대응이 아쉽다는 생각이듭니다. 이대로 상황이 잘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글에서 언급하신 것 처럼 다음 충격이 왔을떄 버틸수 있는 임계점을 넘긴다면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지율 여유가 있을 때 구조적 선택을 안 한다는 지적, 맞습니다. 근데 저는 그게 이 정권만의 문제라고 보지 않아요. 2개월 후 지방선거가 있고, 그후엔 총선,대선이 기다려요. 선거 일정이 항상 핑계를 제공해서, 어느 정권이 와도 쓴약 먹을 타이밍이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충격이 이미 온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번에 1530을 찍은 것 자체가 이미 방어선 일부가 무너진 신호라고 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전술적 판단뿐이라는 거예요. 동맹 강화,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확대. 근데 전술적 판단도 장기 전략이 있어야 일관성이 생겨요. 일본이 전쟁 발발 직후 LNG 자산 투자를 즉각 확정할 수 있었던 건, 평시에 이미 관계를 구축해놨기 때문입니다. 전략이 없으니까 매번 충격이 닥칠 때마다 미중 사이에서 즉흥적으로 계산하게 되고, 그게 지금의 모호한 관망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곰곰히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정독하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urum님.
저 뜬금 없긴한데 아이디를 아우름으로 읽으면 되는거지 궁금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이 아닌 간단하고 쉬운 숫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참 아쉬운 것 같습니다만, 시스템의 변화가 소수의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참 아쉬운 것 같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