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지키는 나라들, 그리고 환율 숫자를 지키는 나라

환율을 지키는 나라들, 그리고 환율 숫자를 지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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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4.04조회수 4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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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구 한국은행 본관), 서울 중구. 뒤로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보인다.

출처 : Sean Young (@assanges), 2024년2월19일. CC BY 4.0. Wikimedia Commons.



1. 압력에 따른 선택

2025년 달러는 약세 국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DXY는 상반기에만 11% 가까이 하락했다.

1973년 이후 최대 상반기 낙폭이었다. 연말엔 97대로 마감했고, 유로와 스위스 프랑은 그 수혜를 누렸다.

유럽은 달러 약세 국면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아시아 수출국 환의 흐름은 유럽과 같지 않았다.

자본 유출, 미국과의 금리 격차, 관세 압박이 중첩되면서 이들 통화는 DXY와 무관하게 약세 압력을 받았다.

약한 쪽은 더 약해지는 국면이었다.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치솟는 현상황에서 DXY는 100을 다시 넘나들고 있다.

이번에도 충격은 비대칭적이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84%는 아시아가 목적지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68%, 일본은 70% 이상을 이 해협에 의존한다.

유럽도 카타르 LNG 일부를 잃었지만, 대서양 공급망이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유럽도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유로는 기축통화에 가깝고, ECB는 원칙적으로 환율 타겟팅을 하지 않는다.

달러 강세는 유럽에도 부담이지만, 외환보유고를 소진해가며 방어해야 할 구조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도 현 국제 정세는 부담이다. 하지만 환의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은 3조 4천억 달러의 보유고를 쌓아두고 있고, 국영은행을 통한 간접 관리로 위안화를 사실상 통제한다.

일본은 1조 4천억 달러의 보유고가 있지만 직접 개입 대신 구두 경고와 비축유 방출로 대응했다.

이 두 나라는 여력이 없어서 개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개입 말고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그렇다면 중간 체급의 아시아 수출국들은 어떠한가.

보유고가 중국 일본 급처럼 많지 않고, 기축통화도 아니며,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나라들.

인도, 대만, 태국, 그리고 한국이다.




2. 각국은 어떻게 버텼나

네 나라는 최근 1년간 모두 개입했지만, 방식이 달랐다.

인도 RBI(Reserve Bank of India)는 가장 공격적이었다.

현물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팔고, 역외 선물환 시장에도 동시에 개입했다.

2025년 8월 한 주에만 보유고가 93억 달러 빠졌다.

더 나아가 2026년 3월엔 은행들의 루피 오픈 포지션을 하루 1억 달러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까지 도입했다.

달러를 팔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기 베팅 자체를 구조적으로 틀어막는 방식이다.

대만은 보유고가 6천억 달러로 한국의 1.5배에 달하지만, 개입은 소극적이었다. 미국 재무부와의 협약으로 분기별 개입 규모를 공시해야 하고, 환율 조작국 지정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3분기 순매수 규모는 12억 달러에 불과했다. 실탄은 넉넉하지만 손발이 묶인 상태다.

태국은 IMF 권고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일관했다. "비펀더멘털 충격으로 인한 무질서한 시장 상황 복원에만 개입을 제한한다"는 원칙이다. 적극적 방어보다 금리·재정 정책 위주로 대응했다.

한국은 직접 보유고를 소진하면서도,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이라는 우회로를 동시에 활용했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으면,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달러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달러 수요를 줄이는 방식이다.

덕분에 외환보유고 수치는 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3. 수단의 차이는 인센티브의 차이다

왜 같은 압력에 다른 수단을 썼는가.

각국 운영 주체의 인센티브 구조를 보면 수단의 선택이 필연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축으로 나눠보자.

첫째, 합리성의 틀이 거시적인가, 미시적인가.

자국 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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