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슘 섬과 호르무즈 해협. 오른쪽 밑의 섬이 라락 섬이다.
출처: ESA, Copernicus Sentinel-2, 2021 (CC BY-SA 3.0 IGO)

1. 휴전
나는 지난 글 플레이어들의 지도 : 세 곡선이 수렴하는 지점 의 6장에서 합의 가능한 구조를 이렇게 썼다.
"IRGC는 '우리가 선택해서 호르무즈를 단계적으로 연다'고 하고, 트럼프는 '이란이 요청해서 내가 조건부로 받아줬다'고 한다. 같은 사건을 두 개의 다른 서사로 포장하는 것이다."
4월 8일 실제로 그렇게 됐다. 트럼프는 "총체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우리 손이 방아쇠 위에 있다"면서 동시에 휴전을 수락했다. 파키스탄이 중재자였고, 호르무즈 재개통이 핵심 조건이었다.
이번엔 핵심 구조가 맞았다.
하지만 첫날부터 균열이 왔다.
2. 첫날의 파열 :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친 이유
합의 발표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쳤다. 10분 안에 100개 타깃. 사망자 최소 182명.
이란은 호르무즈를 다시 닫았다. 휴전 첫날이었다.
이스라엘은 왜 쳤는가?
네타냐후는 정치적으로 세속 유대인과 종교 유대인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세속 유대인은 이란 전선이 멈추길 원한다. 예비군이 소진됐고, 경제 타격이 쌓이고 있고, 전쟁 피로가 임계점에 가깝다. 이들에게 이란 휴전은 환영할 만한 결과다.
종교 유대인은 반대다. 이란 수뇌부를 제거한 지금이 오히려 더 밀어야 할 때라고 본다. 멈추는 것 자체가 배신이다.
레바논은 이 둘이 동시에 허용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세속 유대인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직접 쐈다.
이란과 다르다.
레바논 전선을 유지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 종교 세력 입장에서는 일단 어디든 계속 싸우는 것이 맞다.
이란처럼 크진 않지만 레바논은 그 욕구를 채워주는 대안이다.
네타냐후에게 레바논은 연립을 유지하면서 트럼프와의 관계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었다.
이란을 더 치면 트럼프 협상이 막힌다. 멈추면 종교 세력과의 연정이 흔들린다.
레바논은 그 사이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3. 이스라엘의 위치 변화
지금의 상황은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스라엘은 이 게임에서 한 발 물러섰다. Epic Fury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공격의 주체였다.
2월 28일 공습도 이스라엘이 설계하고 주도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이 휴전을 선언했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주어가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이제 미국이 만든 협상 구조 안에서 레바논이라는 별도 전선을 유지하는 포지션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직접 공습하는 시나리오는 구조적으로 닫혔다.
트럼프의 2주 휴전을 이스라엘이 혼자 깨면 협상 파탄의 책임이 이스라엘에게 돌아오는 서사가 만들어진다.
트럼프가 그 서사를 채택하는 순간,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이탈이 현실이 된다.
군사적으로도 이미 한계다. 참모총장이 각료회의에서 "붕괴"라는 단어를 썼고, 예비군은 소진됐다.
이란 본토를 다시 직접 치려면 대규모 자산이 필요한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리고 이란 수뇌부 제거라는 역사적 성과는 이미 초과달성했다.
추가 이란 직접 타격의 한계 수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협상 타임라인을 읽고 있었다는 증거가 이미 있었다.
3월 25일, 협상 가능성이 부상하자 IDF에 48시간 최대 타격을 명령했다. 독자 행동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시간표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패턴이다. 미국이 멈출 때를 감지하고 그 전에 최대한 치는 것.
이스라엘은 전쟁의 설계자에서 협상의 방해 변수로 역할이 격하됐다.
레바논을 치면서 이란이 협상 조건을 높이게 만들고, 그것이 밴스를 압박하고,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하는 구도가 된다. 네타냐후는 그 압박이 오기 전까지 레바논을 친다. 압박이 오면 자제하는 척하며 10월 총선까지 버틴다.
문제는 이 줄타기의 선이 얼마나 좁은가이다. 이란이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면 호르무즈를 닫는다"고 했고 실제로 닫았다. 네타냐후의 내부 정치 해법이 이슬라마바드 협상을 흔드는 외부 변수가 되는 구조다.
그 선을 넘는 순간이 언제 오느냐가 지금 이 게임의 가장 불안정한 변수다.
네타냐후는 그 좁은 지점을 끊임없이 계산해야하는 위치가 됐다.
4. 기뢰 :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물리적 담보물
호르무즈 해협 항해 차트. 원 안이 IRGC가 표시한 위험 구역(محدوده خطر), 북쪽 화살표가 우회 항로.
출처: ISNA, 2026. 4. 9
4월 9일, 이란 반관영 통신사 ISNA와 타스님이 해도를 공개했다.
IRGC가 호르무즈 기존 항로인 Traffic Separation Scheme 위에 "위험 구역"을 표시했다.
선박들을 라락 섬 근처 이란 본토 쪽 북쪽 항로로 우회시키는 내용이다.
날짜는 2월 28일부터 4월 9일 오늘까지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개시 이틀 전, 이란이 처음으로 기뢰 부설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것은 추가 부설 발표가 아니다. 이미 깔려있다는 것을 협상 직전에 공개한 것이다.
메시지는 하나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포기할 것이 있다. 그 대가를 알고 와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뢰 제거에 최소 2~4주가 걸린다. 보험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2주 휴전 기간 안에 호르무즈가 실질적으로 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열렸다"고 선언하는 것과 선박들이 실제로 지나가는 것은 다른 시간표다.
기뢰는 협상 이행의 속도를 이란이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물리적 레버다.
5. 호르무즈가 바브 알 만데브를 지킨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역설이 하나 완성됐다.
바브 알 만데브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갔다.
얀부 수출이 4배 뛰었고, 전 세계가 이 경로의 의존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바브 알 만데브가 글로벌 에너지의 마지막 밸브가 된 거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이걸 봉쇄하는 비용이 너무 커졌다.
플레이어별로 하나씩 보면 선명해진다.
후티 입장에서, 지금 바브 알 만데브를 전면 봉쇄하면 사우디와 미국은 확실히 적이 된다.
중국은 후티와 이미 암묵적 딜이 있다. 후티는 미사일·드론 부품을 중국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해왔고, 그 대가로 중국 선박은 건드리지 않았다. 봉쇄해도 중국 배는 지나간다. 중국은 압박할 이유가 없다.
인도는 직접 채널 자체가 없다.
실질적으로 후티를 압박할 수 있는 외부 행위자는 사우디와 미국뿐인데, 이 둘은 이미 적이다. 새로 잃을 관계가 없다.
카드의 가치는 쓰는 순간 사라진다. 지금 그 가치가 역사상 최고점이라는 걸 후티도 안다.
억제가 외부 압박에서 오는 게 아니라 후티 내부 생존 계산에서 온다는 뜻이다.
이란 입장에서, 호르무즈로 이미 글로벌 압박을 만들어냈다.
이란이 추가로 바브 알 만데브까지 건드리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명분을 잃는다
사우디는 더 명확하다. 얀부가 살아있는 한 이 전쟁에서 수혜자다.
바브 알 만데브가 막히는 순간 사우디도 피해자가 된다.
후티를 억제할 인센티브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후티가 사우디 항구를 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도 이 맥락이다.
사우디를 자극하는 순간 예멘 내전과 홍해 두 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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