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트럼프가 부순 JCPOA로 트럼프가 향한다.

[시리즈 연재]트럼프가 부순 JCPOA로 트럼프가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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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4.13조회수 5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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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4일 비엔나 JCPOA 발표 직후. 같은 합의, 다른 서사.

사진: Siamak Ebrahimi / Tasnim News Agency,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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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가 결렬됐다.

결렬 이후 내 이전 글들을 다시 읽었다.

합의 구조는 맞췄는데 핵 서사의 무게를 충분히 안고 가지 못했다는 걸 확인했다.

협상이 결국 핵 공약에서 막혔다는 사실이 그걸 다시 확인해줬다.

내 실수의 방향은 이러하다.

서사와 플레이어 간의 인센티브 구조를 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 구조가 무엇을 둘러싸고 작동하는지를 충분히 무겁게 다루지 못했다.

질문이 부족했다.

오늘은 그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






1. 파트와의 진짜 의미

2003년, 하메네이는 핵무기 개발을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파트와(Fatwa, 이슬람 율법 해석)를 발표했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것을 이란의 핵 자제 의지의 증거로 읽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후세인은 WMD 보유 의혹으로 제거됐다.

하메네이는 그 장면을 똑똑히 봤다. 파트와는 신앙의 표현이 아니었다.

파트와가 공식 선언된 건 2003년 10월이다. 하메네이는 침공 다음날 연설에서 이미 핵무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종교적 칙령으로 공식화한 건 7개월 뒤였다.

"우리는 WMD를 만들지 않는다"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실제 행동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파트와 이후에도 이란은 핵농축을 계속했다.

브레이크아웃 D-10 상태.

즉 우라늄을 무기급(90%)으로 농축 완료하는 데 열흘이내에 충분한 수준을 수년째 유지했다.

2024~2025년 미 전략사령부 평가 기준으로는 이미 1주일 이하로 단축된 상태이다.

실제 핵무기 조립과 소형화에는 그 이후 수개월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가장 긴 단계인 농축만큼은 언제든 진입 가능한 상태였다. 핵무기를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들고 있었다.


D-10은 전략적 최적점이다. 억제력은 최대, 타격 명분은 최소.

핵을 완성하는 순간 이스라엘과 미국의 타격 명분이 생긴다. 포기하는 순간 후세인과 카다피의 길이 열린다.

D-10은 그 사이의 균형점이었다.

이 구조를 설계한 사람들이 지금 이란의 실권을 쥐고 있다. 바히디는 쿠드스군을 9년 지휘했다.

레자에이는 이란-이라크 전쟁 내내 IRGC를 이끌며 조직을 민병대에서 군사력으로 키웠다.

갈리바프는 90년대 후반 IRGC 공군 사령관을 지냈다.

하급이 아니다. 이 구조를 만든 당사자들이다.

하메네이가 지킨 건 신앙이 아니라 균형이었다.




2. 균형이 사라졌다

2월 28일, 하메네이가 죽었다.

핵 완성을 원하는 세력이 집권한 게 아니다.

핵 완성을 막던 균형이 사라진 것이다.


하메네이는 두 가지 도구를 동시에 가진 유일한 인물이었다.

하나는 파트와라는 종교적 제도화 장치.

"신의 이름으로 금지한다"는 선언은 IRGC 중간 지휘관들이 독자적으로 핵 추진 논의를 꺼낼 수 없게 만드는 내부 억제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수십 년간 쌓은 개인 네트워크.

혁명수비대 지상군, 쿠드스군, 바시지, 성직자 계층을 동시에 장악한 권위였다.

모즈타바에게 그 도구가 없다. 종교적 권위가 없다. IRGC가 밀어 올린 사람이다.

4인방이 D-10 구조를 이해한다고 해도, 그걸 31개 IRGC 지방사령부에 강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

여기서 자연선택이 작동한다. 온건파는 죽었다. 라리자니는 협상 채널을 운용하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제거됐다.

카라지는 파키스탄 채널을 조율하다 공습을 당해 부인을 잃고 중상을 입었다.

살아남은 건 더 강경하고, 더 지하로 숨고, 더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억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였다. 그 구조가 2월 28일에 죽었다.

그리고 이란 내부 담론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란 핵시설 보호사령관 하크탈라브는 2024년부터 "핵 교리 전환은 가능하고 예상 가능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핵 파트와는 이미 죽었다. 핵 협상 중에 핵보유국 두 곳에 두 차례나 폭격당한 이후 이란의 엘리트 여론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봤다. 침식은 합의 이후에 시작되는 게 아니다. 이미 시작됐다.




3. 트럼프가 탈퇴한 합의가 트럼프를 부른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출구는 JCPOA 구조의 재현이다.


2015년 합의는 두 서사가 동시에 작동한 실제 사례다.

오바마는 "이란의 핵 위협을 봉쇄했다"고 팔았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을 97% 감축하고 원심분리기를 제한했지만,

테헤란은 이것을 "우리가 농축권을 협상으로 지켜냈다"고 팔았다.

같은 합의를 두 개의 서사로 포장했고, 그 포장이 각자 국내에서 실제로 먹혔다.

이것이 가능했던 구조적 이유가 있다. 합의의 실질과 합의의 선언이 분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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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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