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5월 4일, 백악관. 왼쪽부터 아서 번즈(연준의장), 존 코낼리(재무장관), 리차드 닉슨, 폴 맥크라큰, 조지 슐츠(예산관리국장). 1년 뒤 번즈는 닉슨의 재선 압박에 굴복했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이 열렸다.
출처: Oliver F. Atkins / NARA, Public Domain

1972년, 번즈는 갇혔다. 닉슨의 재선 압박과 연준 독립성 사이에서 그는 독립성을 잃었다.
그리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
2026년 4월, 워시는 아직 갇히지 않았다. 하지만 갇힐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재무장관 코널리는 지금의 베센트와 다르다.
코널리는 번즈를 닉슨과 같이 압박했지만 지금의 베센트는 워시를 살려야 산다.
지금은 그때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럴까?
지난 글에서 세 집권자가 각자의 시간축 안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틀리는 순간 다시 복기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일주일이 지났다.
호르무즈가 하루 열렸다가 닫혔고, 밴스는 파키스탄에 가지 않았다.
트럼프는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고, 이란 협상팀장이 사임했다.
그런 와중에 증시는 신고가 행진중이고, 나스닥은 13일연속 상승했다.
오늘 글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전제가 틀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무언가를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좀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그 할인의 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본다.
1. 시장이 이란을 할인한 이유
장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해도 지수가 오른다. 협상이 결렬돼도 나스닥이 신고가를 찍는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할인의 구조를 레이어별로 살펴 본다.
첫 번째 레이어는 TACO 학습이다. 관세 전쟁에서 SPX가 12% 빠지자 트럼프는 90일 유예를 선언했고, 그날 역사적 급등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 패턴을 이란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됐다.
두 번째 레이어는 AI 디커플링이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AI,테크 섹터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지수의 절반이 지정학과 분리된 채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 번째 레이어는 어닝이다. SPX 1분기 실적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한 기업 중 90%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EPS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에 달할 전망이다. 지정학 뉴스가 나쁠 때 어닝이 받쳐주는 구조다.
네 번째 레이어는 금리 안정이다. 유가가 올라도 채권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패닉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장은 워시가 파월보다 시장에 우호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이 네 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기관의 포지션을 주식 롱 + 에너지 롱 + 풋옵션 3중 구조로 봤는데 잘 못봤다. 그 구조는 내가 글을 쓰던 시점에 이미 해체되고 있었다. 4월 7일 휴전 발표 직후부터 기관이 사뒀던 하락 보험을 대량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기관은 보험을 걷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한 박자 늦게 봤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관이 하락에 대비해 사뒀던 풋옵션들이 실제로 해체되고 있다.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풋을 팔아 현금화했고, 주 초 잠깐 다시 샀다가, 화요일 휴전 발표 직후 또 대량으로 팔았다. 보험을 샀다 팔았다가 아니라, 결국 방향은 해지 쪽이다.
3월 중순 35선까지 치솟았던 VIX가 19선으로 돌아왔다. 출처: TradingView
공포가 정점이었던 3월 6일(파란선),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쌌다. 오늘(보라선)은 반대다.
장기물이 더 비싸는 콘탱고 구조로 돌아왔다. 한 달 만에 구조가 뒤집혔다. 출처: VIX Central / CBOE
VIX는 19선으로 내려왔고, VX 선물은 전쟁 이전처럼 가까운 미래보다 먼 미래가 더 비싼 정상 구조로 돌아왔다.
숫자만 바뀐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뀐 거다. 당장이 더 무섭고 앞날 예측이 안됐던 3월엔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싸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하루가 다르게 장단기물 가격이 요동쳤다. 지금은 정상 국면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급박한 위험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시장이 “서사 유지”를 가격에 넣던 것에서 “딜 완성”을 가격에 넣는 것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랠리를 보고 들어온 리테일이 있다. 지난글에서 리테일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썼는데, 그 이후 나스닥이 13일 연속 상승했다. 리테일들이 돌아온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다. 헷지가 없다. 기관은 틀려도 에너지로 커버되고 풋으로 손실을 막는다. 리테일은 그냥 맞는다. 그리고 리테일의 시간축은 월 단위다. 기관처럼 분기까지 버티기 어렵다. 시장이 할인을 철회하는 순간, 기관과 리테일이 맞는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관도 하락 보험을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조차 이전만큼 방어하지 않고 있다. 할인의 전제가 틀렸을 때, 리테일이 먼저 맞고 기관이 그 다음에 맞는 게 아니라 기관도 이전보다 얇은 방어선으로 맞는다.
지금의 할인의 전제가 과연 맞을까?
2. TACO의 구조적 결함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Claudio Irigoyen, BofA)은 이런 말을 했다.
“시장은 작년 관세 전쟁을 이번 전쟁에 적용중이다. 그런데 지금 전쟁의 긴장 완화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관세 전쟁때는 트럼프쪽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컸다. 지금은 그 부분이 더 작다. 호르무즈를 여는 건 이란이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시장이 틀린 게 드러난다.
4월 18일이 이미 그 예고편이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 “우라늄 반출 합의”, “이틀 내 딜 가능”을 연속으로 올렸다. 이란은 즉각 부인했다. 협상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있다. Axios는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발언 직전마다 대규모 원유 하락 베팅이 선행됐다. 3월 23일 발언 15분 전 5억 8천만 달러, 4월 7일 휴전 발표 직전 9억 5천만 달러, 4월 17일 이란 외무장관 발언 20분 전 7억 6천만 달러. C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패턴이다. 누군가는 트럼프의 발언을 트럼프보다 먼저 알고 있다. 그게 누구든, 그 존재 자체가 이 협상이 트럼프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TACO는 트럼프가 혼자 판을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지금은 판을 엎으려면 이란도 움직여야 한다.
3. 시장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
워시
워시는 학자다. Fed 독립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훼손되면 어떻게 되는지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안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자신을 지명했는지도 안다. 파월이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좁은 줄 위에 서 있다. 트럼프 말을 들으면 신뢰성을 잃는다.
채권시장이 등을 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장기금리가 튄다.
트럼프 말을 안 들으면 파월처럼 잘릴 수 있다. 4월 21일 청문회에서 그는 "트럼프가 인하를 요구한 적 없고, 요구했어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베센트와 협력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워시의 외줄타기는 이미 시작됐다.
현재의 시장이 틀렸다는 게 드러나는 경로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 지속 → 유가 고착 → 물가 재반영 → 인플레이션 재상승. 그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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