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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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5.05조회수 489회


화면 캡처 2026-05-06 06425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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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글을 쓰고 시간이 꽤 지났다. UAE가 OPEC을 탈퇴했고, Project Freedom이 선언됐고, 이란이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쐈다가 미국이 이란 소형 함정 6척을 격파했고, 증시도 무너지지 않았고 유가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플레이어가 많지만 결국 이 전쟁은 IRGC와 트럼프의 시간 싸움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 싸움의 배경이거나 해설이다. IRGC와 트럼프는 각자의 청중에게 이긴다고 팔고 있다.

테헤란대학교 부교수 하산 아흐마디안은 드롭사이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세 가지 M측면에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본다. 군수(Munitions), 시장(Markets), 중간선거(Midterms).

이 셋이 이란의 포지션을 강화하고 미국의 포지션을 약화시킨다." JP모건도 같은 프레임을 썼다. 자원 리스크가 군사적 이익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갈등의 결론은 이 세 M에 달려 있다고.

트럼프는 반대로 본다. 이란 경제가 먼저 무너진다는 계산이다. 베센트는 폭스뉴스에서 직접 말했다. "이란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유정을 닫아야 할 것이다." WSJ는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장기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계산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무너진다고 보고, 이란은 트럼프가 먼저 지친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누가 옳은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어떤 판단을 가격에 넣고 있는가?




2. 두 시장이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증시는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휘발유는 갤런당 4.46달러다. 이런 숫자들이 동시에 성립하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증시는 트럼프의 시간축을 사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이 섹터다. 5월 1일 기준 SPX 63%가 보고를 완료했고, 이 중 84%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EPS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1%다. 어닝이 버텨주는 동안 지정학은 할인된다.

여기에 구조적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어닝 발표 전후 블랙아웃 기간엔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 지금이 그 피크 구간이었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바이백 윈도우가 재개된다. 2026년 YTD 바이백 승인액은 4280억 달러로 역대 최대 페이스다. 이 페이스가 이어지면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수요가 지금부터 시장 밑에 깔리게 된다.

시장 구조 자체도 하락을 막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비한 옵션을 사면 반대편에서 그걸 팔아주는 딜러가 있는데 딜러는 포지션 유지를 위해 시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오르면 자동으로 판다. 나쁜 뉴스가 와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딜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VIX는 17~19선으로 낮고, VIX 선물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어닝이 시장을 받치니까 → VIX가 낮고 → 딜러 롱 감마가 작동하고 → 시장이 더 안정되고 → VIX가 계속 낮다. 이게 지금 선순환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은 트럼프의 시간축 서사위에서 돌고 있다.

세 지지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지금이다. 이것이 "호르무즈 봉쇄 + 증시 신고가"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구조적 이유다.

유가는 현물의 시간축을 살고 있다. 유조선이 지금 지나가느냐 못 지나가느냐가 가격이다. 서사가 안 통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마린트래픽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반박하면 유가는 올라간다. 호르무즈 통행량은 아직 전쟁 전 5% 수준이다. 유가는 이 숫자를 매일 가격에 넣는다.

이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증시 신고가 + 유가 고공행진"이 동시에 가능하다. 4월 16일 글에서 썼던 것처럼 시장은 딜 성사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시간축 안에서 서사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격에 넣고 있다. 그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증시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가는 그 전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현물 시장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채텀하우스는 이 구조의 정치적 함의를 이렇게 짚었다. 딜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출구가 된다. 그런데 동시에 빨리 딜을 원하는 욕구가 미국 국가안보에 나쁜 딜을 만들 위험이 있다. 협상 포지션에 우선순위 위계가 없다면 협상은 시작도 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결국 두 시장은 같은 현실의 다른 면을 읽고 있다. 증시는 미국이 전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걸 사고, 유가는 이란이 전략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산다. 두 시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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