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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생각을 생각하기[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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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5.05조회수 6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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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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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화면 캡처 2026-05-06 06425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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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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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을 쓰고 시간이 꽤 지났다. UAE가 OPEC을 탈퇴했고, Project Freedom이 선언됐고, 이란이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쐈다가 미국이 이란 소형 함정 6척을 격파했고, 증시도 무너지지 않았고 유가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플레이어가 많지만 결국 이 전쟁은 IRGC와 트럼프의 시간 싸움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 싸움의 배경이거나 해설이다. IRGC와 트럼프는 각자의 청중에게 이긴다고 팔고 있다.

테헤란대학교 부교수 하산 아흐마디안은 드롭사이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세 가지 M측면에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본다. 군수(Munitions), 시장(Markets), 중간선거(Midterms).

이 셋이 이란의 포지션을 강화하고 미국의 포지션을 약화시킨다." JP모건도 같은 프레임을 썼다. 자원 리스크가 군사적 이익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갈등의 결론은 이 세 M에 달려 있다고.

트럼프는 반대로 본다. 이란 경제가 먼저 무너진다는 계산이다. 베센트는 폭스뉴스에서 직접 말했다. "이란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유정을 닫아야 할 것이다." WSJ는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장기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계산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무너진다고 보고, 이란은 트럼프가 먼저 지친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누가 옳은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어떤 판단을 가격에 넣고 있는가?




2. 두 시장이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

증시는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휘발유는 갤런당 4.46달러다. 이런 숫자들이 동시에 성립하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

증시는 트럼프의 시간축을 사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이 섹터다. 5월 1일 기준 SPX 63%가 보고를 완료했고, 이 중 84%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EPS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1%다. 어닝이 버텨주는 동안 지정학은 할인된다.

여기에 구조적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어닝 발표 전후 블랙아웃 기간엔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 지금이 그 피크 구간이었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바이백 윈도우가 재개된다. 2026년 YTD 바이백 승인액은 4280억 달러로 역대 최대 페이스다. 이 페이스가 이어지면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수요가 지금부터 시장 밑에 깔리게 된다.

시장 구조 자체도 하락을 막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비한 옵션을 사면 반대편에서 그걸 팔아주는 딜러가 있는데 딜러는 포지션 유지를 위해 시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오르면 자동으로 판다. 나쁜 뉴스가 와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딜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VIX는 17~19선으로 낮고, VIX 선물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어닝이 시장을 받치니까 → VIX가 낮고 → 딜러 롱 감마가 작동하고 → 시장이 더 안정되고 → VIX가 계속 낮다. 이게 지금 선순환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은 트럼프의 시간축 서사위에서 돌고 있다.

세 지지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지금이다. 이것이 "호르무즈 봉쇄 + 증시 신고가"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구조적 이유다.

​

유가는 현물의 시간축을 살고 있다. 유조선이 지금 지나가느냐 못 지나가느냐가 가격이다. 서사가 안 통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마린트래픽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반박하면 유가는 올라간다. 호르무즈 통행량은 아직 전쟁 전 5% 수준이다. 유가는 이 숫자를 매일 가격에 넣는다.

​

이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증시 신고가 + 유가 고공행진"이 동시에 가능하다. 4월 16일 글에서 썼던 것처럼 시장은 딜 성사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시간축 안에서 서사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격에 넣고 있다. 그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증시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가는 그 전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현물 시장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채텀하우스는 이 구조의 정치적 함의를 이렇게 짚었다. 딜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출구가 된다. 그런데 동시에 빨리 딜을 원하는 욕구가 미국 국가안보에 나쁜 딜을 만들 위험이 있다. 협상 포지션에 우선순위 위계가 없다면 협상은 시작도 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

결국 두 시장은 같은 현실의 다른 면을 읽고 있다. 증시는 미국이 전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걸 사고, 유가는 이란이 전략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산다. 두 시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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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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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yre
2026.05.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표면의 극단적 낙관 혹은 비관과 달리 양측은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일 수밖에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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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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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2026.05.06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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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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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GO
2026.05.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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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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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2026.05.06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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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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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ching
2026.05.06

공부하시고 잘 정리하신 내용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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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정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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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cat
2026.05.06

현재 각 플레이어들의 상황과 그들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연 협상이 진행될지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이 어떻게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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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irtyca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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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5.06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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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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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5.06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전상돈님의 해설을 읽고 나니 많이 선명해졌습니다. 참 감사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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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ioneer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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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잉
2026.05.06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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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6

감사합니다 큐로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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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K
2026.05.07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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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5.0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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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

1971년 5월 4일, 백악관. 왼쪽부터 아서 번즈(연준의장), 존 코낼리(재무장관), 리차드 닉슨, 폴 맥크라큰, 조지 슐츠(예산관리국장). 1년 뒤 번즈는 닉슨의 재선 압박에 굴복했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이 열렸다. 출처: Oliver F. Atkins / NARA, Public Domain  1972년, 번즈는 갇혔다. 닉슨의 재선 압박과 연준 독립성 사이에서 그는 독립성을 잃었다. 그리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 2026년 4월, 워시는 아직 갇히지 않았다. 하지만 갇힐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재무장관 코널리는 지금의 베센트와 다르다. 코널리는 번즈를 닉슨과 같이 압박했지만 지금의 베센트는 워시를 살려야 산다. 지금은 그때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럴까? 지난 글에서 세 집권자가 각자의 시간축 안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틀리는 순간 다시 복기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일주일이 지났다. 호르무즈가 하루 열렸다가 닫혔고, 밴스는 파키스탄에 가지 않았다. 트럼프는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고, 이란 협상팀장이 사임했다. 그런 와중에 증시는 신고가 행진중이고, 나스닥은 13일연속 상승했다. 오늘 글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전제가 틀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무언가를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좀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그 할인의 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본다. 1. 시장이 이란을 할인한 이유 장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해도 지수가 오른다. 협상이 결렬돼도 나스닥이 신고가를 찍는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할인의 구조를 레이어별로 살펴 본다. 첫 번째 레이어는 TACO 학습이다. 관세 전쟁에서 SPX가 12% 빠지자 트럼프는 90일 유예를 선언했고, 그날 역사적 급등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 패턴을 이란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됐다. 두 번째 레이어는 AI 디커플링이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AI,테크 섹터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지수의 절반이 지정학과 분리된 채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 번째 레이어는 어닝이다. SPX 1분기 실적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한 기업 중 90%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EPS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에 달할 전망이다. 지정학 뉴스가 나쁠 때 어닝이 받쳐주는 구조다. 네 번째 레이어는 금리 안정이다. 유가가 올라도 채권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패닉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장은 워시가 파월보다 시장에 우호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이 네 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기관의 포지션을 주식 롱 + 에너지 롱 + 풋옵션 3중 구조로 봤는데 잘 못봤다. 그 구조는 내가 글을 쓰던 시점에 이미 해체되고 있었다. 4월 7일 휴전 발표 직후부터 기관이 사뒀던 하락 보험을 대량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기관은 보험을 걷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한 박자 늦게 봤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관이 하락에 대비해 사뒀던 풋옵션들이 실제로 해체되고 있다.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풋을 팔아 현금화했고, 주 초 잠깐 다시 샀다가, 화요일 휴전 발표 직후 또 대량으로 팔았다. 보험을 샀다 팔았다가 아니라, 결국 방향은 해지 쪽이다. 3월 중순 35선까지 치솟았던 VIX가 19선으로 돌아왔다. 출처: TradingView 공포가 정점이었던 3월 6일(파란선),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쌌다. 오늘(보라선)은 반대다. 장기물이 더 비싸는 콘탱고 구조로 돌아왔다. 한 달 만에 구조가 뒤집혔다. 출처: VIX Central / CBOE  VIX는 19선으로 내려왔고, VX 선물은 전쟁 이전처럼 가까운 미래보다 먼 미래가 더 비싼 정상 구조로 돌아왔다. 숫자만 바뀐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뀐 거다. 당장이 더 무섭고 앞날 예측이 안됐던 3월엔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싸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하루가 다르게 장단기물 가격이 요동쳤다. 지금은 정상 국면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급박한 위험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시장이 “서사 유지”를 가격에 넣던 것에서 “딜 완성”을 가격에 넣는 것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랠리를 보고 들어온 리테일이 있다. 지난글에서 리테일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썼는데, 그 이후 나스닥이 13일 연속 상승했다. 리테일들이 돌아온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다. 헷지가 없다. 기관은 틀려도 에너지로 커버되고 풋으로 손실을 막는다. 리테일은 그냥 맞는다. 그리고 리테일의 시간축은 월 단위다. 기관처럼 분기까지 버티기 어렵다. 시장이 할인을 철회하는 순간, 기관과 리테일이 맞는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관도 하락 보험을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조차 이전만큼 방어하지 않고 있다. 할인의 전제가 틀렸을 때, 리테일이 먼저 맞고 기관이 그 다음에 맞는 게 아니라 기관도 이전보다 얇은 방어선으로 맞는다. 지금의 할인의 전제가 과연 맞을까? 2. TACO의 구조적 결함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Claudio Irigoyen, BofA)은 이런 말을 했다. “시장은 작년 관세 전쟁을 이번 전쟁에 적용중이다. 그런데 지금 전쟁의 긴장 완화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관세 전쟁때는 트럼프쪽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컸다. 지금은 그 부분이 더 작다. 호르무즈를 여는 건 이란이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시장이 틀린 게 드러난다. 4월 18일이 이미 그 예고편이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 “우라늄 반출 합의”, “이틀 내 딜 가능”을 연속으로 올렸다. 이란은 즉각 부인했다. 협상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있다. Axios는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발언 직전마다 대규모 원유 하락 베팅이 선행됐다. 3월 23일 발언 15분 전 5억 8천만 달러, 4월 7일 휴전 발표 직전 9억 5천만 달러, 4월 17일 이란 외무장관 발언 20분 전 7억 6천만 달러. C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패턴이다. 누군가는 트럼프의 발언을 트럼프보다 먼저 알고 있다. 그게 누구든, 그 존재 자체가 이 협상이 트럼프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TACO는 트럼프가 혼자 판을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지금은 판을 엎으려면 이란도 움직여야 한다.  3. 시장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 워시 워시는 학자다. Fed 독립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훼손되면 어떻게 되는지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안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자신을 지명했는지도 안다. 파월이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좁은 줄 위에 서 있다. 트럼프 말을 들으면 신뢰성을 잃는다. 채권시장이 등을 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장기금리가 튄다. 트럼프 말을 안 들으면 파월처럼 잘릴 수 있다. 4월 21일 청문회에서 그는 "트럼프가 인하를 요구한 적 없고, 요구했어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베센트와 협력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워시의 외줄타기는 이미 시작됐다. 현재의 시장이 틀렸다는 게 드러나는 경로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 지속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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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

[시리즈 연재] 누구의 시간축으로 가격이 매겨지는가

1919년 베르샤유조약. 1차대전 이후 이들의 청구서는 누가 받았는가. 출처 : William Orpen, The Signing of Peace in the Hall of Mirrors, Versailles (1919). Imperial War Museum, London. Public Domain. 집권자는 자기 임기 안의 비용만 가격에 넣는다. 이건 민주주의의 구조적 결함이자 상수다.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건 이번 이란 협상에서 세 축의 집권세력의 시간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시간축은 2026년 11월이다. IRGC 4인방의 시간축은 자기들이 장악한 이란 체제의 수명이다. 네타냐후의 시간축은 자기 법적 리스크가 끝나는 시점이다. 이 세 시간축이 모두 5년을 넘지 않는다. 그 너머의 비용은 셋 다 할인해서 본다. 지금 시장이 가격을 매기고 있는 “이란 딜”은 이 세 개의 짧은 시간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그 바깥에서 벌어질 일들은 후순위다. 1. 트럼프의 시간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건 세 가지다. 호르무즈가 열려야 한다. 유가가 내려가고 유권자들의 체감이 개선되야 한다. “이란 핵 위협 제거” 선언이 가능해야 한다. 레거시 서사가 성립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11월 전에 완성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 조건 중 어느 것도 딜의 실질적 내구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르무즈가 열리면 된다. 핵 포기 선언이 나오면 된다. IAEA가 복귀하면 된다. 그게 실제로 유지되느냐는 트럼프의 시간축 밖의 문제다. 딜의 형태는 이미 JCPOA에서 검증됐다. 같은 사건을 두 개의 서사로 포장하는 구조. 트럼프는 “영구 봉인”으로 팔고, 이란은 “전략적 선택”으로 판다. 두 서사는 서로를 부정하지만, 서로 다른 청중에게 팔리므로 공존 가능하다. 서사는 실질이 아니니까, 서로 모순되어도 각자의 청중을 만족시키면 작동한다. 수지 와일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화당의 11월 전망이 위태로워진다” 이는 시간축이 이미 백악관 내부에서 명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트럼프 경제 지지율은 29%까지 떨어졌다. 바이든 재임 중 최저치보다 낮다. 호르무즈 봉쇄 전 선적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이 4월 중순이다. 실물 경제 타격이 지금 본격화되고 있다. 선형 비용이 가장 가파르게 쌓이는 구간이다. 매주 숫자가 나빠진다. 매주 11월이 가까워진다. 5월 방중 일정이 재조정됐다. 그 전에 마무리짓고 싶다는 내부 시계가 있다는 신호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 몇 마디로 시장을 움직이는게 가능함을 몇번이고 확인했다. 효과가 줄어들면 더 진짜처럼 보이는 말을 강하게 한다. 트럼프가 자기 시간만 버틸 딜을 할 인센티브는 높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진다.​ ​ 2. IRGC의 시간, 네타냐후의 시간 ​ IRGC 4인방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군사적으로 졌지만 이란 내부 권력을 완전히 흡수했다. 외부 압박이 강할수록 내부 결집이 강해지는 구조를 이들은 안다. 딜이 내구성 있게 설계되면 4인방의 내부 장악력이 약해진다. 핵 포기가 실질적이면 외부 적의 강도가 낮아지고, 외부 적이 없으면 군부 독점 체제의 정당성이 약해진다. 따라서 이들도 서사적 딜을 원한다. 핵 포기 “선언”은 가능해도 실질적 포기는 곤란하다. 그래야 다음 국면에서 다시 레버가 생긴다. 그래야 이란 내부의 민간 기구가 다시 고개를 들 때 다시 찍어누를 명분이 생긴다. 이란 국민이 그 비용을 낸다. 제재가 지속되고, 경제가 붕괴하고, 국가가 고립된다.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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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트럼프가 부순 JCPOA로 트럼프가 향한다.

2015년 7월 14일 비엔나 JCPOA 발표 직후. 같은 합의, 다른 서사. 사진: Siamak Ebrahimi / Tasnim News Agency, CC BY 4.0 이슬라마바드가 결렬됐다. 결렬 이후 내 이전 글들을 다시 읽었다. 합의 구조는 맞췄는데 핵 서사의 무게를 충분히 안고 가지 못했다는 걸 확인했다. 협상이 결국 핵 공약에서 막혔다는 사실이 그걸 다시 확인해줬다. 내 실수의 방향은 이러하다. 서사와 플레이어 간의 인센티브 구조를 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 구조가 무엇을 둘러싸고 작동하는지를 충분히 무겁게 다루지 못했다. 질문이 부족했다. 오늘은 그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 1. 파트와의 진짜 의미 2003년, 하메네이는 핵무기 개발을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파트와(Fatwa, 이슬람 율법 해석)를 발표했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것을 이란의 핵 자제 의지의 증거로 읽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후세인은 WMD 보유 의혹으로 제거됐다. 하메네이는 그 장면을 똑똑히 봤다. 파트와는 신앙의 표현이 아니었다. 파트와가 공식 선언된 건 2003년 10월이다. 하메네이는 침공 다음날 연설에서 이미 핵무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종교적 칙령으로 공식화한 건 7개월 뒤였다. "우리는 WMD를 만들지 않는다"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실제 행동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파트와 이후에도 이란은 핵농축을 계속했다. 브레이크아웃 D-10 상태. 즉 우라늄을 무기급(90%)으로 농축 완료하는 데 열흘이내에 충분한 수준을 수년째 유지했다. 2024~2025년 미 전략사령부 평가 기준으로는 이미 1주일 이하로 단축된 상태이다. 실제 핵무기 조립과 소형화에는 그 이후 수개월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가장 긴 단계인 농축만큼은 언제든 진입 가능한 상태였다. 핵무기를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들고 있었다. D-10은 전략적 최적점이다. 억제력은 최대, 타격 명분은 최소. 핵을 완성하는 순간 이스라엘과 미국의 타격 명분이 생긴다. 포기하는 순간 후세인과 카다피의 길이 열린다. D-10은 그 사이의 균형점이었다. 이 구조를 설계한 사람들이 지금 이란의 실권을 쥐고 있다. 바히디는 쿠드스군을 9년 지휘했다. 레자에이는 이란-이라크 전쟁 내내 IRGC를 이끌며 조직을 민병대에서 군사력으로 키웠다. 갈리바프는 90년대 후반 IRGC 공군 사령관을 지냈다. 하급이 아니다. 이 구조를 만든 당사자들이다. 하메네이가 지킨 건 신앙이 아니라 균형이었다. 2. 균형이 사라졌다 2월 28일, 하메네이가 죽었다. 핵 완성을 원하는 세력이 집권한 게 아니다. 핵 완성을 막던 균형이 사라진 것이다. 하메네이는 두 가지 도구를 동시에 가진 유일한 인물이었다. 하나는 파트와라는 종교적 제도화 장치. "신의 이름으로 금지한다"는 선언은 IRGC 중간 지휘관들이 독자적으로 핵 추진 논의를 꺼낼 수 없게 만드는 내부 억제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수십 년간 쌓은 개인 네트워크. 혁명수비대 지상군, 쿠드스군, 바시지, 성직자 계층을 동시에 장악한 권위였다. 모즈타바에게 그 도구가 없다. 종교적 권위가 없다. IRGC가 밀어 올린 사람이다. 4인방이 D-10 구조를 이해한다고 해도, 그걸 31개 IRGC 지방사령부에 강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 여기서 자연선택이 작동한다. 온건파는 죽었다. 라리자니는 협상 채널을 운용하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제거됐다. 카라지는 파키스탄 채널을 조율하다 공습을 당해 부인을 잃고 중상을 입었다. 살아남은 건 더 강경하고, 더 지하로 숨고, 더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억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였다. 그 구조가 2월 28일에 죽었다. 그리고 이란 내부 담론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란 핵시설 보호사령관 하크탈라브는 2024년부터 "핵 교리 전환은 가능하고 예상 가능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핵 파트와는 이미 죽었다. 핵 협상 중에 핵보유국 두 곳에 두 차례나 폭격당한 이후 이란의 엘리트 여론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봤다. 침식은 합의 이후에 시작되는 게 아니다. 이미 시작됐다. 3. 트럼프가 탈퇴한 합의가 트럼프를 부른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출구는 JCPOA 구조의 재현이다. 2015년 합의는 두 서사가 동시에 작동한 실제 사례다. 오바마는 "이란의 핵 위협을 봉쇄했다"고 팔았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을 97% 감축하고 원심분리기를 제한했지만, 테헤란은 이것을 "우리가 농축권을 협상으로 지켜냈다"고 팔았다. 같은 합의를 두 개의 서사로 포장했고, 그 포장이 각자 국내에서 실제로 먹혔다. 이것이 가능했던 구조적 이유가 있다. 합의의 실질과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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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서사는 열렸다, 해협은 아직이다 : 이슬라마바드 전야

케슘 섬과 호르무즈 해협. 오른쪽 밑의 섬이 라락 섬이다. 출처: ESA, Copernicus Sentinel-2, 2021 (CC BY-SA 3.0 IGO)  1. 휴전 나는 지난 글 플레이어들의 지도 : 세 곡선이 수렴하는 지점 의 6장에서 합의 가능한 구조를 이렇게 썼다. "IRGC는 '우리가 선택해서 호르무즈를 단계적으로 연다'고 하고, 트럼프는 '이란이 요청해서 내가 조건부로 받아줬다'고 한다. 같은 사건을 두 개의 다른 서사로 포장하는 것이다." 4월 8일 실제로 그렇게 됐다. 트럼프는 "총체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우리 손이 방아쇠 위에 있다"면서 동시에 휴전을 수락했다. 파키스탄이 중재자였고, 호르무즈 재개통이 핵심 조건이었다. 이번엔 핵심 구조가 맞았다. 하지만 첫날부터 균열이 왔다. 2. 첫날의 파열 :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친 이유 합의 발표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쳤다. 10분 안에 100개 타깃. 사망자 최소 182명. 이란은 호르무즈를 다시 닫았다. 휴전 첫날이었다. 이스라엘은 왜 쳤는가? 네타냐후는 정치적으로 세속 유대인과 종교 유대인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세속 유대인은 이란 전선이 멈추길 원한다. 예비군이 소진됐고, 경제 타격이 쌓이고 있고, 전쟁 피로가 임계점에 가깝다. 이들에게 이란 휴전은 환영할 만한 결과다. 종교 유대인은 반대다. 이란 수뇌부를 제거한 지금이 오히려 더 밀어야 할 때라고 본다. 멈추는 것 자체가 배신이다. 레바논은 이 둘이 동시에 허용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세속 유대인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직접 쐈다. 이란과 다르다. 레바논 전선을 유지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 종교 세력 입장에서는 일단 어디든 계속 싸우는 것이 맞다. 이란처럼 크진 않지만 레바논은 그 욕구를 채워주는 대안이다. 네타냐후에게 레바논은 연립을 유지하면서 트럼프와의 관계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었다. 이란을 더 치면 트럼프 협상이 막힌다. 멈추면 종교 세력과의 연정이 흔들린다. 레바논은 그 사이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3. 이스라엘의 위치 변화 지금의 상황은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스라엘은 이 게임에서 한 발 물러섰다. Epic Fury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공격의 주체였다. 2월 28일 공습도 이스라엘이 설계하고 주도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이 휴전을 선언했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주어가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이제 미국이 만든 협상 구조 안에서 레바논이라는 별도 전선을 유지하는 포지션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직접 공습하는 시나리오는 구조적으로 닫혔다. 트럼프의 2주 휴전을 이스라엘이 혼자 깨면 협상 파탄의 책임이 이스라엘에게 돌아오는 서사가 만들어진다. 트럼프가 그 서사를 채택하는 순간,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이탈이 현실이 된다. 군사적으로도 이미 한계다. 참모총장이 각료회의에서 "붕괴"라는 단어를 썼고, 예비군은 소진됐다. 이란 본토를 다시 직접 치려면 대규모 자산이 필요한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리고 이란 수뇌부 제거라는 역사적 성과는 이미 초과달성했다. 추가 이란 직접 타격의 한계 수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협상 타임라인을 읽고 있었다는 증거가 이미 있었다. 3월 25일, 협상 가능성이 부상하자 IDF에 48시간 최대 타격을 명령했다. 독자 행동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시간표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패턴이다. 미국이 멈출 때를 감지하고 그 전에 최대한 치는 것. 이스라엘은 전쟁의 설계자에서 협상의 방해 변수로 역할이 격하됐다. 레바논을 치면서 이란이 협상 조건을 높이게 만들고, 그것이 밴스를 압박하고,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하는 구도가 된다. 네타냐후는 그 압박이 오기 전까지 레바논을 친다. 압박이 오면 자제하는 척하며 10월 총선까지 버틴다. 문제는 이 줄타기의 선이 얼마나 좁은가이다. 이란이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면 호르무즈를 닫는다"고 했고 실제로 닫았다. 네타냐후의 내부 정치 해법이 이슬라마바드 협상을 흔드는 외부 변수가 되는 구조다. 그 선을 넘는 순간이 언제 오느냐가 지금 이 게임의 가장 불안정한 변수다. 네타냐후는 그 좁은 지점을 끊임없이 계산해야하는 위치가 됐다.   4. 기뢰 :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물리적 담보물 호르무즈 해협 항해 차트. 원 안이 IRGC가 표시한 위험 구역(محدوده خطر), 북쪽 화살표가 우회 항로. 출처: ISNA, 2026. 4. 9 4월 9일, 이란 반관영 통신사 ISNA와 타스님이 해도를 공개했다. IRGC가 호르무즈 기존 항로인 Traffic Separation Scheme 위에 "위험 구역"을 표시했다. 선박들을 라락 섬 근처 이란 본토 쪽 북쪽 항로로 우회시키는 내용이다. 날짜는 2월 28일부터 4월 9일 오늘까지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개시 이틀 전, 이란이 처음으로 기뢰 부설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것은 추가 부설 발표가 아니다. 이미 깔려있다는 것을 협상 직전에 공개한 것이다. 메시지는 하나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포기할 것이 있다. 그 대가를 알고 와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뢰 제거에 최소 2~4주가 걸린다. 보험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2주 휴전 기간 안에 호르무즈가 실질적으로 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열렸다"고 선언하는 것과 선박들이 실제로 지나가는 것은 다른 시간표다. 기뢰는 협상 이행의 속도를 이란이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물리적 레버다. 5. 호르무즈가 바브 알 만데브를 지킨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역설이 하나 완성됐다. 바브 알 만데브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갔다. 얀부 수출이 4배 뛰었고, 전 세계가 이 경로의 의존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바브 알 만데브가 글로벌 에너지의 마지막 밸브가 된 거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이걸 봉쇄하는 비용이 너무 커졌다. 플레이어별로 하나씩 보면 선명해진다. 후티 입장에서, 지금 바브 알 만데브를 전면 봉쇄하면 사우디와 미국은 확실히 적이 된다. 중국은 후티와 이미 암묵적 딜이 있다. 후티는 미사일·드론 부품을 중국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해왔고, 그 대가로 중국 선박은 건드리지 않았다. 봉쇄해도 중국 배는 지나간다. 중국은 압박할 이유가 없다. 인도는 직접 채널 자체가 없다. 실질적으로 후티를 압박할 수 있는 외부 행위자는 사우디와 미국뿐인데, 이 둘은 이미 적이다. 새로 잃을 관계가 없다. 카드의 가치는 쓰는 순간 사라진다. 지금 그 가치가 역사상 최고점이라는 걸 후티도 안다. 억제가 외부 압박에서 오는 게 아니라 후티 내부 생존 계산에서 온다는 뜻이다. 이란 입장에서, 호르무즈로 이미 글로벌 압박을 만들어냈다. 이란이 추가로 바브 알 만데브까지 건드리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명분을 잃는다 사우디는 더 명확하다. 얀부가 살아있는 한 이 전쟁에서 수혜자다. 바브 알 만데브가 막히는 순간 사우디도 피해자가 된다. 후티를 억제할 인센티브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후티가 사우디 항구를 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도 이 ...

[시리즈 연재] 에너지 전환의 역설: 트라우마는 방향을 보장하지 않는다

1974년 4월, 포틀랜드의 아버지와 아들. 손에는 총, 옆에는 팻말. "가스 도둑 조심해. 우린 준비됐어." 석유 한 방울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지구 반대편 사막에서 내린 결정이, 이 가족의 차고까지 전쟁이 번져왔다. 50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여전히 다른 길로 전해진다. 출처: David Falconer / U.S. National Archives (Public Domain) 종량제봉투가 없다. 전국 마트와 편의점에서 종량제봉투가 사라지고 있다. 나프타 수급이 막혔다. 나프타가 없으면 폴리에틸렌이 없고, 폴리에틸렌이 없으면 봉투가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오늘 내 쓰레기봉투 문제가 됐다. 추상적 지정학이 생활 트라우마가 되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이 쌓일수록 사람들의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정치적 합의가 바뀐다. 정치적 합의가 바뀌면 인프라가 바뀐다. 인프라가 바뀌면 돌아갈 수 없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근데 정말 그럴까. 트라우마는 정말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가. 아니면 가장 빠른 해결책으로 달려가는가. 그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1. 우리는 어디에 있나 ​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구조는 여전히 화석연료가 지배하고 있다. 석탄 35%, 천연가스 22%, 석유 2%로 화석연료 합계가 약 59%다. 재생에너지는 수력 14%, 풍력 8%, 태양광 7%, 바이오에너지 3%로 합계 32%, 원자력 9%를 더한 클린에너지 전체가 41%에 달한다. ​수치만 보면 전환이 한창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인다. 2024년은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였다. 태양광과 풍력의 합산 발전량이 처음으로 수력을 추월했고, 클린에너지 전체가 전력 믹스의 40%를 넘은 건 1940년대 이후 처음이었다. ​ 그러나 비중이 아닌 절대량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 세계 전력 수요는 매년 4%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히트펌프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이 이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파이가 커지는 속도가 클린에너지 성장 속도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은 오르고 있지만 화석연료의 절대 발전량은 줄지 않고 있다. 이것이 에너지 전환의 본질적인 역설이다. 비중의 전쟁에서는 이기고 있지만, 절대량의 전쟁에서는 아직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 단순히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절대 배출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2. 트라우마가 전환을 가속한다 ​ 에너지 전환, 공급망 지역화, 에너지 안보 내재화. 이번 위기 이전에도 다 가고 있던 방향이다. 이번이 그 방향을 꺾은 게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논리는 이렇다. 공급 충격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인프라 투자로 이어진다. 인프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봉투가 없고, 나프타가 없고, LNG가 없는 경험이 쌓이면, 정치인들의 선택이 바뀌고, 기업들의 투자 기준이 바뀌고, 소비자들의 행동이 바뀐다. 그리고 데이터는 이 논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EU는 REPowerEU를 발표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40%에서 45%로 상향했다. 같은 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며 클린에너지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69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안보 위기가 양대 경제권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다.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 출처: Purina employee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시장은 정책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2023년 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전년 대비 약 87% 급증했고, 2024년에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풍력도 함께 올랐다. 2024년 태양광·풍력 합산 발전량이 처음으로 수력을 추월한 건 앞에서 말한 대로다. 게다가 기술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10년 이후 약 90% 하락했다. 학습 곡선이라고 불리는 자기강화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보급량이 늘면 생산 단가가 떨어지고, 단가가 떨어지면 보급이 더 늘고, 그러면 단가가 또 떨어진다. 역사상 에너지 전환은 항상 더 싸고 더 강한 것이 이겼다. ​ 거기에 수요 측에서도 낙관론의 근거가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같은 개도국이 석탄·석유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재생에너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유선전화 없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것처럼. ​ 지금 트라우마가 이미 기울어진 판을 더 빠르게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자본, 기술, 설치량. 네 방향에서 동시에 가속이 확인된다. 데이터만 보면 테제가 맞는 것 같다. 근데 세 가지 반론이 있다. 3. 트라우마는 가장 빠른 해결책으로 달려간다 ​ 1973년 10월, OPEC이 원유 수출을 금지했다. 배럴당 3달러였던 유가가 석 달 만에 12달러가 됐다. 선진국 전체가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세 나라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국은 공급을 잡으려 했다. 1975년 전략비축유(SPR) 시스템을 만들었다. 에너지를 비축하면 다음번 충격을 버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에너지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기존 에너지원을 더 안전하게 확보하는 방향이었다. 프랑스는 에너지원 자체를 바꿨다. 1974년 메스메르 플랜을 발표하고 원전 대규모 건설에 착수했다. 1973년 2% 미만이었던 원자력 비중이 1984년 55%가 됐다. 11년 만에 구조가 바뀐 것이다. 단 그 방향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자력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본은 수요를 줄이는 쪽을 택했다.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오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집중했다. 1973년부터 1985년 사이 일본의 GDP는 50% 성장했지만 에너지 소비는 거의 늘지 않았다. 에너지 집약도가 선진국 최저 수준이 된 것이 이 시기다. 같은 충격이었다. 같은 해에 왔다. 결과는 세 갈래였다. 트라우마는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방향만 만들었다. 그 방향을 실현하는 수단은 각자가 달랐다. 그리고 그 수단의 선택은 그 이후 수십 년의 에너지 구조를 고정시켰다. 프랑스가 오늘날까지 원전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것, 일본이 에너지 효율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것, 미국이 비축유를 전략 무기로 쓰는 것 모두 1973년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 ​ 2022년 독일이 LNG를 택한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공포가 지배하는 순간 민주주의 정부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구조적 경로였다. 1973년에도 그랬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독일은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을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급이 끊겼다. 트라우마가 왔다. 그리고 독일이 선택한 건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이 아니었다. 2023년 11월, 독일 빌헬름스하펜 앞바다. 두 번째 LNG 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출처: Ein Dahmer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녹색당 소속 경제·기후부장관 로베르트 하벡이 LNG 터미널 건설을 밀어붙였다. 기후정당 대표가 화석연료 인프라를 건설한 것이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바꿨다. 독일이 러시아 에너지에서 독립해야 한다." LNG는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적 브릿지 연료라는 것이었다. 속도는 전례 없었다. 첫 번째 LNG 터미널은 계약 체결 후 7개월 만에 완공됐다. 보통 5년 걸리는 인프라를 안보 공포가 7개월로 압축했다. 재정 보수파인 재무장관조차 즉시 30억 유로를 배정했다. 기후냐 안보냐 논쟁이 없었다. "러시아에 대한 공포" 하나로 연립정부가 합의를 만들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가 생겼다. 독일은 카타르, 미국과 최소 1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이 체결했다. 2022년부터 2038년까지 LNG 인프라에 투자하는 비용은 약 98억 유로. 이미 연방의회가 예산을 확정했다. 환경단체 분석에 따르면 독일이 계획한 LNG 터미널 총 용량은 실제 필요량의 50% 이상을 초과한 수준이다. 기후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독일의 가스 소비는 줄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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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누구의 시간축으로 가격이 매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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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트럼프가 부순 JCPOA로 트럼프가 향한다.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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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서사는 열렸다, 해협은 아직이다 : 이슬라마바드 전야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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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에너지 전환의 역설: 트라우마는 방향을 보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