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삼성전자 직원들은 왜 주식 대신 현금을 원했는가






2026년 5월 20일, 총파업을 1시간 반을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잠정합의안의 골자는 이렇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상한은 없다.
메모리 직원 1인당 최대 6억원(세전, 연봉 1억 기준) 수준이 가능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6.2%. 10년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적용.
숫자만 보면 노조의 승리처럼 보인다.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제도화하고 상한을 없앴다. 하이닉스와 같은 방향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대목이 하나 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이 아니다. 세후 전액이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에는 1년, 2년의 매각 제한이 붙는다.
노조가 받아들이게 된 잠정안의 핵심은 현금이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이다.
잠정합의안은 내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노조가 굴복한 건 아니다. 선택지가 좁았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고, 법원은 회사의 파업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주주단체는 현금 성과급이 상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파업을 강행해도 법적 손해배상을 물 수 있었다. DS와 DX 부문 간 내부 갈등도 단일대오를 흔들었다. 노조가 원한 건 현금이었지만, 싸울 수 있는 조건이 하나씩 막혔다.
이 결말은 단순한 협상 결과가 아니다. 한국에서 주식이 신뢰받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의 축소판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 기반으로 바꿨고, 2025년에는 기본급 1000%로 묶여 있던 상한마저 폐지했다.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2025년 하이닉스 영업이익 47조원이 확정되자, 2026년 초 직원들 계좌에 기본급의 2,964%, 연봉 1억원 기준 약 1억4,820만원이 PS로 찍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이 숫자를 봤다.
노조 측 추산은 더 직접적이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100조원을 기록할 경우, 삼성전자 성과급은 3800만원, SK하이닉스는 2억9500만원으로 약 8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같은 반도체 업황을 겪으면서 같은 노력을 쏟아붓는데, 어떤 제도 아래 있느냐에 따라 보상이 8배 갈린다. 그 불만이 쌓이면 이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떠나 하이닉스로 옮기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늘었다.
하이닉스가 선례를 만들었고, 삼성은 그 선례의 후폭풍을 5개월간 감당해야 했다.
대화가 5개월간 이어지는 동안, 사측이 끝까지 버틴 지점이 있다. 지급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식을 1년간 보유하기로 약정하면 선택 금액의 1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노조가 거부했다. 그리고 최종 합의안에서 회사는 이 논리를 관철시켰다. 특별경영성과급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이론적으로 주식 보상이 더 합리적이라는 논리는 분명하다. 직원이 주주가 되면 회사 성과에 직접 연동된다. 현금을 대규모로 배분하면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지만, 자사주는 실제 현금 유출이 없다. 미국 빅테크가 이 방식으로 수십 년간 인재를 잡았다는 것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런데 노조가 저항했던 이유는 ...

잘 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

통찰있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과연 이 회사가 다음 다운 싸이클에서 타격없이 버틸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생깁니다.
별거 아니겠지만 하이닉스는 임원진이 22년 다운사이클에서 연봉을 반납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임원분들의 행동은 일종의 쇼일 수 있지만 그 책임지는 모습의 쇼라도 하는 분과 아닌 분으로 많이 나뉘는거 같습니다.
전영현 대표이사님은 그래도 이런저런 액션을 취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단 본인이 총력전을 결정하시며(파운더리 인력 메모리 긴급 배치등) Hbm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실적발표일에 이례적으로 주주서한을 쓰기도 하시고(서초가 반대해서 그날 실적 발표가 늦어졌다는 썰이...), 이번 노사 협상에서도 계속 미팅을 주선하시더군요. 그런 분보다 그냥 더 오래 자리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노태문 대표이사가 보상을 더 받았습니다.
이 제도적 오류가 경영진들도 그냥 얌전히 오래 버티고, 본인때 큰 문제만 안생기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강하게 만든건 아닌가 합니다.

전영현, 노태문 보수 비교 잘봤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경계현 사례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HBM 판단 실패의 책임을 진 체제가 교체되긴 했는데, 공개적인 책임 서사 없이 보직 이동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미국이었다면 이사회가 교체 이유를 시장에 명확히 설명했을 겁니다.인텔의 겔싱어 해임처럼요.
그런데 삼성이 그렇게 하지 못한게 거버넌스 후진성이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수십 년을 같이 올라온 사람을 공개적으로 자르면, 조직 내부에 "크게 베팅했다가 틀리면 끝"이라는 메세지가 가고, 그게 조직을 더 경직화할 두려움으로 작동합니다. 거기다 한국은 임원 시장 자체가 작아서, 공개적으로 책임을 물으면 사실상 커리어가 끝납니다.
미국이 매정한 게 아니라, 책임의 방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 이사회는 주주한테 책임을 지고, 한국은 조직 내부 관계망한테 책임을 집니다. 그 방향의 차이가 결국 직원들이 주식보다 현금을 원하게 만든 신뢰 결핍의 뿌리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리 슬립님!

삼성은 이재용 리스크가 가장 크죠. 솔직히 주주 vs 직원구도 만드는것도 삼성사측이 사주한 언론들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백두혈통이 있는 한 리스크는 구조적입니다. 언론도 사주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보도의 방향이 누구에게 이득인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글쓰면서 알게된건데 이번에 "주주 vs 직원" 프레임을 가장 강하게 밀었던 주주운동본부가 파업 이틀 전에 설립된 신생 단체라는 겁니다. 사주 여부는 알수 없지만, 이 프레임이 커질수록 노조가 싸워야 할 상대가 사측이 아니라 516만 소액주주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쪽이 어딘지는 합의 내용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생각지 못한 관점의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큐로잉님.

인사이트를 얻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급니다. 직원도 회사도 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다시 도래하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최근 몇 년간의 행태로 내부에서는 애사심과 직업의식이 바닥난 상태입니다.

애사심이 바닥났다는 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걸, 내부에서 체감하신 분의 말씀이 더 와닿는거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여기서 <재벌집막내아들>이..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닭고기 요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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