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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전술과 전략 사이의 시간
생각을 생각하기[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전술과 전략 사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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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6.01조회수 4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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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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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9월 30일, 뮌헨협정 직후의 체임벌린. "Peace for our time." 군중은 환호했다. 주식시장은 올랐다. 그리고 2년 후 전쟁이 시작됐다. 역사는 이 구조를 체임벌린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체임벌린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플레이어들은 알면서 저렇게 보이려한다. 출처: Narodowe Archiwum Cyfrowe (폴란드 국립 디지털 아카이브). 1938년 9월 30일, 헤스턴 비행장, 런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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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4월 16일, 나는 세 집권자의 시간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사적 딜이 만들어진다고 썼다.

4월 24일엔 워시 트랩을 분석했고, 5월 5일엔 증시가 미국의 전술을 사고 유가가 이란의 전략을 산다고 썼다.

그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예측의 윤곽은 맞았다. 이중 서사 구조는 그대로 작동하고 있고, 워시 트랩은 완성됐고, 두 시장은 여전히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새로운 층이 열렸다.

시장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

그것은 전술이다.

​

전략은 다른 곳에 있다. 이 글은 그 구분에서 시작한다.




1. 가격은 무엇인가

​

유가 92달러. 이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가격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현재 반영값, 단기 기대값, 장기 구조값이 하나로 압축된 집합적 판단이다.

이 세 층은 실제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유가가 어디서 형성되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보려면 억지로라도 나눠볼 필요가 있다.

​

첫 번째 층은 현재 반영값이다. 지금 배럴이 얼마인가. 호르무즈 통행량이 전쟁 전의 4%, 하루 4척. 실물 공급이 이 수준이면 유가는 110불을 넘어야 한다.

두 번째 층은 단기 기대값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MOU 합의 임박 보도, 60일 휴전 연장 기대, 이란의 조건부 동의 신호. 이 기대값이 유가를 20불 끌어내렸다.

세 번째 층은 장기 구조값이다. 그 이후는 어떠한가. PGSA가 국제법적 선례로 굳어지는 세계, 위안화 에너지 결제 인프라, 이란 핵 역량의 재건 속도.

PGSA는 미래형이 아니다. 3월 비공식 징수, 3월 말 공식 비준, 5월 법정 기구 설립 각 단계가 이미 해체 비용을 높였다. 장기 구조값이지만, 잠금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층은 현재 원유 선물 시장의 기간별 가격 구조에 거의 담기지 않는다. 유동성 있는 원유 선물 시장의 시간 지평은 기껏해야 2~3년이다. PGSA의 법적 선례화, 위안화 결제 인프라, 이란의 핵 역량 재건은 모두 5~10년 스케일이다. 시장이 외면하는 게 아니라, 담아낼 도구도 선례도 마땅치 않다.

​

5월에 유가가 한 달 만에 19% 빠진 것은 서사에 반응한 게 아니다. 서사가 업데이트한 기대값 계산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 반응이 역사상 어느 지정학적 위기보다 빠르게 일어났다.

​

왜 그럴까?

​

AI 기반 시스템이 이 세 층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트레이더는 불확실할 때 포지션을 줄였다.

지금의 시스템은 불확실성을 확률분포로 변환하고 그 기대값으로 즉각 포지셔닝한다. 같은 뉴스 텍스트에 비슷한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학습된 시스템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응이 빨라진 게 아니라, 동조화됐다.

문제는 이 세 층의 검증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반영값은 마린트래픽 데이터로 실시간 검증된다. 단기 기대값은 외교 채널로 검증되는데, 그 채널은 불투명하고 종종 위장된다. 장기 구조값은 IAEA 보고서나 중앙은행 결정처럼 분기 단위로 나온다.

AI는 세 층을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검증은 여전히 각자의 속도로 온다.

그 사이의 갭이 5월에 실물 프리미엄 $4~$11로 나타났다.

선물은 외교 낙관론에 달려갔는데, 실물 바이어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실물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빨라진 것이 반드시 더 정확해진 것은 아니다.

그 갭이 지금도 열려 있다.





2. 전술: 시장을 레버로 쓰는 방법


백악관은 이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다.

베센트는 소로스 밑에서 일했다. 소로스의 핵심 방법론은 재귀성이다 — 시장 참여자의 인식 자체가 현실을 바꾼다.

가격이 기대값을 반영하고, 그 가격이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다시 가격을 바꾼다.

베센트는 이걸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체득한 사람이다.

증거는 이미 있다. CFTC가 조사에 착수한 패턴들. 4월 7일 휴전 발표 몇 시간 전 $9억6천만 오일 숏. 4월 17일 호르무즈 개방 발표 20분 전 $7억6천만 숏. 4월 21일 딜 연장 15분 전 $4억3천만 숏. 누군가는 발화 타이밍을 알고 있다.

발화 자체가 유가 조절 레버로 기능하고 있다. "거의 합의됐다"는 한 마디가 유가를 5~7% 움직인다. 그게 인플레이션 수치에, 여론 지지율에, 중간선거 전망에 연결된다. 금리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발화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 전술에는 내재된 한계가 있다. 신뢰는 소진된다.

4월 17일, 트럼프가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올렸다. 이란이 즉각 부인했다. 협상이 교착됐다. 그 이후로 시장은 트럼프의 발화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같은 발화에 대한 유가 이동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TACO 트레이드의 구조적 결함이다. TACO는 트럼프가 판을 혼자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관세 전쟁에선 그게 가능했다. 이란 전쟁에선 이란이 움직여야 판이 바뀐다. 발화의 레버는 상대방의 반응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 레버를 학습하고 있다.

워시 트랩도 완성됐다. 5월에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가 담겼다. CME FedWatch는 12월 인상 확률 40%를 반영했다. 트럼프는 인하를 원하고 시장은 인상을 가격에 넣고 있다. 워시가 줄 수 있는 것(대차대조표, 장기금리)과 트럼프가 받고 싶은 것(단기 인하)이 같은 축에 없다. 베센트의 생존 체인 첫 번째 고리는 호르무즈다. 그 고리가 열리지 않으면 체인 전체가 끊긴다.

그런데 이 전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무대인 주식시장의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전술의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짧다는 게 드러난다.

​

발화가 유가를 흔들고, 유가가 금리와 물가를 거쳐 주식시장에 닿는다. 그런데 지금 그 주식시장은 특수한 구조 위에 얹혀 있다.

S&P500은 사상 최고치권, VIX는 15~16대. 표면은 잠잠하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안전이 아니라 눌림이다.

변동성이 낮은 것과 그 낮음이 견고한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눌러주는 건 옵션 시장의 대형 딜러들이다. 지금은 지수가 오르면 팔아 누르고, 내리면 사서 받치며 시장을 대략 7000~7600 박스에 가둬둔다. 그래서 조용하다.

이 구조가 발화 레버의 천장을 만든다. 트럼프가 "딜이 거의 됐다"고 올려도, 7600에 닿는 순간 딜러의 자동 매도가 상승을 잘라낸다. 발화가 살 수 있는 상단은 막혀 있다.

문제는 바닥이다. 단, 딜러가 "내리면 사준다"는 건 제로 감마 7390 위에서만 작동한다. 지수는 그 임계점 바로 위, 겨우 2.5% 지점에 얹혀 있다. 이 선 위에선 발화가 만든 충격이 흡수되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딜러는 거꾸로 팔기 시작하고 — 흡수가 증폭으로 뒤집힌다. 레버는 힘을 잃는다. 위는 막혀 있고, 아래 안전마진은 얇다.

게다가 그 완충재가 빠지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자동매매는 주식 비중을 다시 채웠고, 하락 헤지는 3월보다 얇아졌고, 시장은 콜옵션을 쫓아 오르며 불안정한 쪽으로 기울었다. 충격을 흡수하던 구조가 증폭하는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시타델이 "바이백 $741B, 콜 추격, 하락 헤지 붕괴"로 보고한 게 같은 현상이다.

여기서 전술의 사정거리가 드러난다. 발화 레버는 유가를 한 분기 관리하는 도구일 뿐이고, 그 레버가 닿는 주식시장은 "7390" 아래로 떨어지면 성격이 바뀌는 구조 위에 얇게 얹혀 있다.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은 전술이다.

11월까지 버티게 해주는 시간 구매. 그 이상이 아니다.

전략은 다른 층에 있다.





3. 전략: 호르무즈


2026년 5월, 이란은 Persian Gulf Strait Authority(PGSA)를 만들었다.

통과 허가 시스템. 이스라엘 선박 금지. 미국·적성국 선박 엄격 제한. 통과료 최대 $200만. 결제는 위안화.

이걸 군사적 봉쇄와 구분해야 한다. 군사적 봉쇄는 미국이 군사력으로 열 수 있다. 행정 당국은 다르다. PGSA를 공격하면 "이란 주권 기관"을 공격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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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alley AI 금융시장 현황, 섹터 히트맵https://www.valley.town/markets/sector-heatmap 1. 하이닉스! 삼성전자! 오늘도 코스피는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YTD 삼성전자 120%, 하이닉스는 170%.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50만원, SK하이닉스 300만원을 외치고 있다. "슈퍼사이클", "코스피 1만", "아직 저평가"라는 단어들이 주류 언론을 가득 채운다. 실적은 진짜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87조원에 육박하고, 2027년엔 768조원으로 전망된다. 불과 3개월 만에 실적 눈높이가 73% 이상 상향됐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이 HBM 수요를 끌어올리고, 범용 DRAM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빅테크들의 CAPEX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넘는다. 사상 최고치다. 코스피가 오른다는 건 사실상 이 두 종목이 오른다는 뜻이고, 이 두 종목이 내린다는 건 코스피가 내린다는 뜻이다. S&P 500에서 M7이 33%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집중도 우려가 나오는 미국과 비교해도, 코스피는 단 2개 종목이 42%다. 그것도 같은 산업, 같은 사이클, 같은 고객사를 가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둘이서. 2.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 외국인 액티브: 팔되, 가르고 있다 올해 4월 초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42조원, SK하이닉스를 22조원 순매도했다. 합산 64조원으로 외국인 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정보력 있고 능동적인 글로벌 자금이 두 종목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5월 들어 패턴이 더 정교해졌다. 단순히 두 종목을 같이 파는 게 아니라 다르게 취급하기 시작했다. 5월 4~7일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1조5032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이 없었고, 오히려 SK하이닉스와 지주사 SK스퀘어를 합쳐 1조4500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를 사면서 SK하이닉스를 파는 포지션 교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 여지가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SK하이닉스는 HBM 선두주자 프리미엄이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이건 골드만삭스가 최근 실시한 미국 투자자 서베이에서 "삼성전자를 SK하이닉스보다 선호한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그리고 더 큰 그림에서도 같은 방향이 보인다. 외국인은 코스피 전반을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인 EWY에서 이달 1~7일 사이 10억 달러를 유출시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하는 반도체 특화 ETF에는 자금을 집어넣고 있다. 한국을 사는 게 아니라 메모리를 산다. 그리고 그 메모리 안에서도 이제 종목을 가리고 있다. ​ 국내 기관 패시브: 기계적으로 사고 있다 이 랠리의 진짜 엔진은 국내 ETF 패시브 자금이다. 국내 ETF 시장 설정액은 지난 1년 만에 240조원 급증해 431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ETF 총자산의 상당 부분은 이 두 종목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구조가 이렇다. 투자자가 ETF를 사면 운용사는 기초지수에 맞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계적으로 사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ETF 성과가 좋아지고, 성과가 좋아지면 자금이 더 들어오고, 돈이 들어오면 또 사야 한다. "ETF가 ETF를 부르는 순환 랠리"다. 외국인이 팔아도 지수가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 구조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자금이 가격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 비싸다, 싸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사야 하니까 사는 거다. 스마트 머니가 아니라 메커니즘이다. ​ 리테일: 현물 팔고 ETF로 갈아탄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4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을 직접 들고 사는 개인은 생각보다 적다. 대신 ETF로 갈아타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달 ETF 순매수만 2조원이 넘는다. 역설적인 장면도 있다. 한국 서학개미들이 미국에 상장된 DRAM ETF를 역수입해서 유입액의 10%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ETF를 사는 구조다. ​ 티모씨님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매주 한국과 미국 증시 수급 상황을 점검해 주시는 티모씨님께서 5월 9일 지난주 수급을 설명해주셨다. (매번 티모씨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조심하라는 논조의 말씀을 하시는 티모씨님의 지난주 주간 수급 데이터 분석은 이 구조의 가장 불편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지난주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첫 이틀간 코스피 현물을 6조원 순매수했다가, 나머지 이틀 동안 무려 12조원을 순매도했다. 1주일 전체로는 6조원 순매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만 보면 더 선명하다. 첫 이틀: 외국인이 삼성 5.2조, 하이닉스 2.2조를 샀다. 개인이 반대로 팔았다. 이후 이틀: 외국인이 삼성 6.4조, 하이닉스 4.7조를 팔았다. 개인이 받아샀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지난 주 두 종목 합산 3.6조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데이터를 보고 티모씨님은 이렇게 말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작전주가 된 것 같다." 외국인이 매수로 지수를 올리고, 개인 FOMO를 유발하고, 두 배 규모로 물량을 넘기는 메커니즘이 단 한 주 안에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판단여부를 떠나서, 수급 데이터 자체는 팩트다. 3. 글로벌 시각 vs 한국 시각 ​ 한국 미디어의 온도 한국 경제 매체들의 헤드라인은 일관되게 강세론이다. "아직 저평가", "슈퍼사이클 계속된다", "코스피 8000도 꿈 아니다". 베어 케이스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증권사 리포트를 받아쓰는 구조, 광고주와의 관계, 그리고 지금 같은 과열 장세에서 역방향 기사를 쓰기 어려운 환경이 이 편향을 만든다. ​ 글로벌 공신력 매체의 온도 같은 시기 블룸버그의 헤드라인은 이렇다. "South Korean Stocks' World-Beating Surge Creates Bubble Risk." 버블 리스크를 헤드라인에 직접 쓴다. CNBC는 3월 급락 당시 Larry Tentarelli의 말을 인용했다. "삼성전자는 12개월 216%, SK하이닉스는 356% 올랐다. 이 숫자들은 명백히 단기 버블 숫자다." 그리고 KOSPI가 이틀 만에 18% 폭락한 원인으로 두 종목 집중도를 짚었다. 피치(Fitch)는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고객 집중도 리스크와 AI 투자 사이클 충격에 대한 노출이 커진다"는 구조적 리스크를 명시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5월 8일 코스피 목표를 8000에서 9000으로 상향하면서 한국을 "아시아 최고 확신 시장 (highest conviction view)" 으로 분류하고, "투자자들이 메모리 섹터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강한 강세론을 폈다.​ 한국 매체와 글로벌 매체의 차이는 강세론의 강도가 아니다. 글로벌에는 골드만처럼 KOSPI 9000을 외치는 강세론과 블룸버그처럼 'Bubble Risk'를 헤드라인으로 박는 베어 시각이 같은 시점에 공존한다. 한국 매체에는 후자가 사실상 없다. 그리고 강세론을 펴는 골드만조차 그 근거가 결국 '메모리 사이클이 더 길어진다'라는 단일 시나리오라는 점, 강세 시나리오와 약세 시나리오 모두가 같은 변수 하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 — 그게 코스피 9000 논쟁의 진짜 구조다. ​ 정치와 증시의 관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랠리는 명시적으로 정치 서사에 편입됐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

[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1. 게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지난 글을 쓰고 시간이 꽤 지났다. UAE가 OPEC을 탈퇴했고, Project Freedom이 선언됐고, 이란이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쐈다가 미국이 이란 소형 함정 6척을 격파했고, 증시도 무너지지 않았고 유가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플레이어가 많지만 결국 이 전쟁은 IRGC와 트럼프의 시간 싸움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 싸움의 배경이거나 해설이다. IRGC와 트럼프는 각자의 청중에게 이긴다고 팔고 있다. 테헤란대학교 부교수 하산 아흐마디안은 드롭사이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세 가지 M측면에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본다. 군수(Munitions), 시장(Markets), 중간선거(Midterms). 이 셋이 이란의 포지션을 강화하고 미국의 포지션을 약화시킨다." JP모건도 같은 프레임을 썼다. 자원 리스크가 군사적 이익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갈등의 결론은 이 세 M에 달려 있다고. 트럼프는 반대로 본다. 이란 경제가 먼저 무너진다는 계산이다. 베센트는 폭스뉴스에서 직접 말했다. "이란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유정을 닫아야 할 것이다." WSJ는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장기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계산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무너진다고 보고, 이란은 트럼프가 먼저 지친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누가 옳은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어떤 판단을 가격에 넣고 있는가? 2. 두 시장이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 증시는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휘발유는 갤런당 4.46달러다. 이런 숫자들이 동시에 성립하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 증시는 트럼프의 시간축을 사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이 섹터다. 5월 1일 기준 SPX 63%가 보고를 완료했고, 이 중 84%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EPS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1%다. 어닝이 버텨주는 동안 지정학은 할인된다. 여기에 구조적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어닝 발표 전후 블랙아웃 기간엔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 지금이 그 피크 구간이었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바이백 윈도우가 재개된다. 2026년 YTD 바이백 승인액은 4280억 달러로 역대 최대 페이스다. 이 페이스가 이어지면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수요가 지금부터 시장 밑에 깔리게 된다. 시장 구조 자체도 하락을 막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비한 옵션을 사면 반대편에서 그걸 팔아주는 딜러가 있는데 딜러는 포지션 유지를 위해 시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오르면 자동으로 판다. 나쁜 뉴스가 와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딜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VIX는 17~19선으로 낮고, VIX 선물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어닝이 시장을 받치니까 → VIX가 낮고 → 딜러 롱 감마가 작동하고 → 시장이 더 안정되고 → VIX가 계속 낮다. 이게 지금 선순환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은 트럼프의 시간축 서사위에서 돌고 있다. 세 지지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지금이다. 이것이 "호르무즈 봉쇄 + 증시 신고가"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구조적 이유다. ​ 유가는 현물의 시간축을 살고 있다. 유조선이 지금 지나가느냐 못 지나가느냐가 가격이다. 서사가 안 통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마린트래픽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반박하면 유가는 올라간다. 호르무즈 통행량은 아직 전쟁 전 5% 수준이다. 유가는 이 숫자를 매일 가격에 넣는다. ​ 이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증시 신고가 + 유가 고공행진"이 동시에 가능하다. 4월 16일 글에서 썼던 것처럼 시장은 딜 성사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시간축 안에서 서사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격에 넣고 있다. 그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증시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가는 그 전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현물 시장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채텀하우스는 이 구조의 정치적 함의를 이렇게 짚었다. 딜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출구가 된다. 그런데 동시에 빨리 딜을 원하는 욕구가 미국 국가안보에 나쁜 딜을 만들 위험이 있다. 협상 포지션에 우선순위 위계가 없다면 협상은 시작도 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 결국 두 시장은 같은 현실의 다른 면을 읽고 있다. 증시는 미국이 전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걸 사고, 유가는 이란이 전략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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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

1971년 5월 4일, 백악관. 왼쪽부터 아서 번즈(연준의장), 존 코낼리(재무장관), 리차드 닉슨, 폴 맥크라큰, 조지 슐츠(예산관리국장). 1년 뒤 번즈는 닉슨의 재선 압박에 굴복했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이 열렸다. 출처: Oliver F. Atkins / NARA, Public Domain  1972년, 번즈는 갇혔다. 닉슨의 재선 압박과 연준 독립성 사이에서 그는 독립성을 잃었다. 그리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 2026년 4월, 워시는 아직 갇히지 않았다. 하지만 갇힐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재무장관 코널리는 지금의 베센트와 다르다. 코널리는 번즈를 닉슨과 같이 압박했지만 지금의 베센트는 워시를 살려야 산다. 지금은 그때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럴까? 지난 글에서 세 집권자가 각자의 시간축 안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틀리는 순간 다시 복기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일주일이 지났다. 호르무즈가 하루 열렸다가 닫혔고, 밴스는 파키스탄에 가지 않았다. 트럼프는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고, 이란 협상팀장이 사임했다. 그런 와중에 증시는 신고가 행진중이고, 나스닥은 13일연속 상승했다. 오늘 글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전제가 틀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무언가를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좀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그 할인의 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본다. 1. 시장이 이란을 할인한 이유 장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해도 지수가 오른다. 협상이 결렬돼도 나스닥이 신고가를 찍는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할인의 구조를 레이어별로 살펴 본다. 첫 번째 레이어는 TACO 학습이다. 관세 전쟁에서 SPX가 12% 빠지자 트럼프는 90일 유예를 선언했고, 그날 역사적 급등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 패턴을 이란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됐다. 두 번째 레이어는 AI 디커플링이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AI,테크 섹터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지수의 절반이 지정학과 분리된 채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 번째 레이어는 어닝이다. SPX 1분기 실적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한 기업 중 90%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EPS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에 달할 전망이다. 지정학 뉴스가 나쁠 때 어닝이 받쳐주는 구조다. 네 번째 레이어는 금리 안정이다. 유가가 올라도 채권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패닉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장은 워시가 파월보다 시장에 우호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이 네 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기관의 포지션을 주식 롱 + 에너지 롱 + 풋옵션 3중 구조로 봤는데 잘 못봤다. 그 구조는 내가 글을 쓰던 시점에 이미 해체되고 있었다. 4월 7일 휴전 발표 직후부터 기관이 사뒀던 하락 보험을 대량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기관은 보험을 걷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한 박자 늦게 봤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관이 하락에 대비해 사뒀던 풋옵션들이 실제로 해체되고 있다.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풋을 팔아 현금화했고, 주 초 잠깐 다시 샀다가, 화요일 휴전 발표 직후 또 대량으로 팔았다. 보험을 샀다 팔았다가 아니라, 결국 방향은 해지 쪽이다. 3월 중순 35선까지 치솟았던 VIX가 19선으로 돌아왔다. 출처: TradingView 공포가 정점이었던 3월 6일(파란선),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쌌다. 오늘(보라선)은 반대다. 장기물이 더 비싸는 콘탱고 구조로 돌아왔다. 한 달 만에 구조가 뒤집혔다. 출처: VIX Central / CBOE  VIX는 19선으로 내려왔고, VX 선물은 전쟁 이전처럼 가까운 미래보다 먼 미래가 더 비싼 정상 구조로 돌아왔다. 숫자만 바뀐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뀐 거다. 당장이 더 무섭고 앞날 예측이 안됐던 3월엔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싸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하루가 다르게 장단기물 가격이 요동쳤다. 지금은 정상 국면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급박한 위험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시장이 “서사 유지”를 가격에 넣던 것에서 “딜 완성”을 가격에 넣는 것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랠리를 보고 들어온 리테일이 있다. 지난글에서 리테일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썼는데, 그 이후 나스닥이 13일 연속 상승했다. 리테일들이 돌아온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다. 헷지가 없다. 기관은 틀려도 에너지로 커버되고 풋으로 손실을 막는다. 리테일은 그냥 맞는다. 그리고 리테일의 시간축은 월 단위다. 기관처럼 분기까지 버티기 어렵다. 시장이 할인을 철회하는 순간, 기관과 리테일이 맞는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관도 하락 보험을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조차 이전만큼 방어하지 않고 있다. 할인의 전제가 틀렸을 때, 리테일이 먼저 맞고 기관이 그 다음에 맞는 게 아니라 기관도 이전보다 얇은 방어선으로 맞는다. 지금의 할인의 전제가 과연 맞을까? 2. TACO의 구조적 결함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Claudio Irigoyen, BofA)은 이런 말을 했다. “시장은 작년 관세 전쟁을 이번 전쟁에 적용중이다. 그런데 지금 전쟁의 긴장 완화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관세 전쟁때는 트럼프쪽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컸다. 지금은 그 부분이 더 작다. 호르무즈를 여는 건 이란이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시장이 틀린 게 드러난다. 4월 18일이 이미 그 예고편이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 “우라늄 반출 합의”, “이틀 내 딜 가능”을 연속으로 올렸다. 이란은 즉각 부인했다. 협상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있다. Axios는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발언 직전마다 대규모 원유 하락 베팅이 선행됐다. 3월 23일 발언 15분 전 5억 8천만 달러, 4월 7일 휴전 발표 직전 9억 5천만 달러, 4월 17일 이란 외무장관 발언 20분 전 7억 6천만 달러. C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패턴이다. 누군가는 트럼프의 발언을 트럼프보다 먼저 알고 있다. 그게 누구든, 그 존재 자체가 이 협상이 트럼프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TACO는 트럼프가 혼자 판을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지금은 판을 엎으려면 이란도 움직여야 한다.  3. 시장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 워시 워시는 학자다. Fed 독립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훼손되면 어떻게 되는지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안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자신을 지명했는지도 안다. 파월이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좁은 줄 위에 서 있다. 트럼프 말을 들으면 신뢰성을 잃는다. 채권시장이 등을 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장기금리가 튄다. 트럼프 말을 안 들으면 파월처럼 잘릴 수 있다. 4월 21일 청문회에서 그는 "트럼프가 인하를 요구한 적 없고, 요구했어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베센트와 협력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워시의 외줄타기는 이미 시작됐다. 현재의 시장이 틀렸다는 게 드러나는 경로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 지속 →...

[시리즈 연재] 누구의 시간축으로 가격이 매겨지는가

1919년 베르샤유조약. 1차대전 이후 이들의 청구서는 누가 받았는가. 출처 : William Orpen, The Signing of Peace in the Hall of Mirrors, Versailles (1919). Imperial War Museum, London. Public Domain. 집권자는 자기 임기 안의 비용만 가격에 넣는다. 이건 민주주의의 구조적 결함이자 상수다.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건 이번 이란 협상에서 세 축의 집권세력의 시간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시간축은 2026년 11월이다. IRGC 4인방의 시간축은 자기들이 장악한 이란 체제의 수명이다. 네타냐후의 시간축은 자기 법적 리스크가 끝나는 시점이다. 이 세 시간축이 모두 5년을 넘지 않는다. 그 너머의 비용은 셋 다 할인해서 본다. 지금 시장이 가격을 매기고 있는 “이란 딜”은 이 세 개의 짧은 시간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그 바깥에서 벌어질 일들은 후순위다. 1. 트럼프의 시간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건 세 가지다. 호르무즈가 열려야 한다. 유가가 내려가고 유권자들의 체감이 개선되야 한다. “이란 핵 위협 제거” 선언이 가능해야 한다. 레거시 서사가 성립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11월 전에 완성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 조건 중 어느 것도 딜의 실질적 내구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르무즈가 열리면 된다. 핵 포기 선언이 나오면 된다. IAEA가 복귀하면 된다. 그게 실제로 유지되느냐는 트럼프의 시간축 밖의 문제다. 딜의 형태는 이미 JCPOA에서 검증됐다. 같은 사건을 두 개의 서사로 포장하는 구조. 트럼프는 “영구 봉인”으로 팔고, 이란은 “전략적 선택”으로 판다. 두 서사는 서로를 부정하지만, 서로 다른 청중에게 팔리므로 공존 가능하다. 서사는 실질이 아니니까, 서로 모순되어도 각자의 청중을 만족시키면 작동한다. 수지 와일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화당의 11월 전망이 위태로워진다” 이는 시간축이 이미 백악관 내부에서 명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트럼프 경제 지지율은 29%까지 떨어졌다. 바이든 재임 중 최저치보다 낮다. 호르무즈 봉쇄 전 선적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이 4월 중순이다. 실물 경제 타격이 지금 본격화되고 있다. 선형 비용이 가장 가파르게 쌓이는 구간이다. 매주 숫자가 나빠진다. 매주 11월이 가까워진다. 5월 방중 일정이 재조정됐다. 그 전에 마무리짓고 싶다는 내부 시계가 있다는 신호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 몇 마디로 시장을 움직이는게 가능함을 몇번이고 확인했다. 효과가 줄어들면 더 진짜처럼 보이는 말을 강하게 한다. 트럼프가 자기 시간만 버틸 딜을 할 인센티브는 높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진다.​ ​ 2. IRGC의 시간, 네타냐후의 시간 ​ IRGC 4인방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군사적으로 졌지만 이란 내부 권력을 완전히 흡수했다. 외부 압박이 강할수록 내부 결집이 강해지는 구조를 이들은 안다. 딜이 내구성 있게 설계되면 4인방의 내부 장악력이 약해진다. 핵 포기가 실질적이면 외부 적의 강도가 낮아지고, 외부 적이 없으면 군부 독점 체제의 정당성이 약해진다. 따라서 이들도 서사적 딜을 원한다. 핵 포기 “선언”은 가능해도 실질적 포기는 곤란하다. 그래야 다음 국면에서 다시 레버가 생긴다. 그래야 이란 내부의 민간 기구가 다시 고개를 들 때 다시 찍어누를 명분이 생긴다. 이란 국민이 그 비용을 낸다. 제재가 지속되고, 경제가 붕괴하고, 국가가 고립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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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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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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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메모리 하나로 만든 코스피 8000.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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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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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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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누구의 시간축으로 가격이 매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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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2026.06.01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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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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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astle
2026.06.01

드디어 제가 시간적 여유가 생겼네요 ㅎㅎ 6월은 전상돈님 시리즈 첨부터 끝까지 읽어보려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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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2

감사합니다 후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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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홀릭
2026.06.01

글 잘 읽었습니다. 글 내용 중에 제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어서 질문 남겨요. 시간 괜찮으실 때 답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 전술 문단에서 "눌러주는 건 옵션 시장의 대형 딜러들이다. 지금은 지수가 오르면 팔아 누르고, 내리면 사서 받치며 시장을 대략 7000~7600 박스에 가둬둔다. 그래서 조용하다." & "딜러가 "내리면 사준다"는 건 제로 감마 7390 위에서만 작동한다" 이 두 문장을 조금 풀어서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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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2

두 문장 다 결국 같은 개념(딜러들의 '감마') 하나에서 나오는 거라 묶어서 풀어볼게요.

딜러(마켓메이커)는 투자자가 사고파는 옵션의 반대편에 서서 옵션을 사고 팔면서

수수료와 스프레드로 수익을 냅니다.

이들은 방향성 리스크를 지기 싫어해서 현물로 가격 움직임을 0으로 맞춰서 헷지 합니다.

이를 델타(지금 사실상 주식 몇 주 들고 있는 셈이냐) 중립 (0으로 맞춘 상태)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손익이 나서 헷지하는 게 아니라, 지수가 움직이면 보유 포지션의 델타가 변하니까 그걸 따라 재헷지한다는 거예요. 이 '지수가 움직일 때 델타가 얼마나 변하나'가 감마고요.

지금은 딜러들의 모든 옵션의 합이 +인 상태(양의 감마)로 추정됩니다.

양의 감마에서 재헷지는 이렇게 작동해요.

지수가 오르면 델타가 늘어나니, 중립을 맞추려 현물을 팔아서 상승이 눌립니다.

지수가 내리면 델타가 줄어드니, 현물을 사서 하락이 받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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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2

즉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는 건 딜러가 시장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양의 감마에서 기계적으로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지수를 대략 7000~7600에 가둬두고요

(7600 부근 큰 감마가 '콜월'이라 위쪽 저항, 7000 부근이 '풋월'이라 아래쪽 지지로 작동).

다만 솔직히 한 가지 짚어두면 우리가 딜러들의 실제 장부를 보는 건 아니에요.

7390, 7600, 7000 같은 숫자는 공개된 옵션 미결제약정으로 추정한 레벨이라, '확정된 사실'보다는 '모델이 가리키는 지점'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아요. 어제 엔비디아 신칩에 spx가 장중 7617까지 갔다가 종가 7599.96으로 콜월 바로 아래서 끝난 것도 이 읽기와 맞아떨어진 사례이긴 한데, 종가가 거기 찍힐 이유야 여럿일 수 있으니 그 하나로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고요. 정황 증거에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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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2

이제 7390입니다.

방금 말한 '순감마 +' 상태, (즉 딜러가 옵션을 매수한게 많은 상태= 시장이 옵션을 매도한게 많은 상태, 시장플레이어들이 헷지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상태)가 지수가 어느 선 위에 있을 때만 성립해요.

그 경계, 즉 순감마가 0이 되는 지점(제로 감마)이 이번엔 7390으로 추정되는 거예요. 이 위에선 안정화(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고)가 작동하지만, 7390 아래로 내려가면 순감마가 음(-)으로 뒤집혀요. 그러면 재헷지 방향도 반대가 돼서, 딜러들이 내리면 같이 팔고 오르면 같이 사야 하죠. 완충재가 가속페달로 바뀌는 겁니다.

비유하면, 지금은 딜러들이 스프링처럼 충격을 흡수하는데, 7390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그 스프링이 반대로 풀려 충격을 증폭시켜요. 글에서 '전략의 청구서가 도착할 때 가속이 붙는다'고 쓴 게 이 구조예요. 단, 이 7390 선 자체도 만기나 자금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추정값이라, 고정된 벽처럼 보진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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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홀릭
2026.06.02

삭제된 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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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홀릭
2026.06.02

상세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 이해에 큰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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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2026.06.02

당신은 밸리의 보물. 이 한마디는 하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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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3

아 감사합니다 다행이네님! 다음편도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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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씨
2026.06.02

정말 항상 읽을 때마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시는 느낌이에요 ㅎㅎ 항상 감사하고, 여러 측면에서 동의합니다.


이란 상황은 TACO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신뢰자산의 침식... 매우 동의합니다. 이번 5월 20일의 MOU 합의 건은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이란의 행동에 시장이 신뢰를 보냈다고 보거든요. 저도 현재 이란의 목표는 PGSA의 합법화 (제 2의 몽트뢰 협약?) 가 아닌가 생각해요. 써먹지도 못하고 골치만 아픈 핵보다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는 편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하거든요.


5월 20일 이후의 서커스를 보면서 저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니라 베센트인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합의임박이라는 거짓을 열심히 파는 동안에도 흔들림없이 레드라인을 명시하고 (이스라엘의 의지를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PGSA와의 상호작용을 금지하고, 상호작용한 이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결국은 베센트의 의지가 현실이 되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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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3

핵은 이제 서로 시간 테이블이 다른걸 인식하고

(단기적으로는 안보이되 암묵적으로 장기적 틀은 유지하는 틀)

실질적으로 서로 당장의 조율점인 호르무즈 (PGSA)에 대해 조율중인것 같습니다

이란의 목표는 뭐 최대한 PGSA를 끌고 가는것같고요.

지금 언론에선 PGSA가 항행의 자유를 깨는 협약이라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상의 모든 초크포인트는 힘의 논리와 국제적 압력으로 운용되어 왔습니다. PGSA도 지금은 인정도 부정도 안 된 모호한 상태지만, 그 모호함을 이란의 물리적 통제와 중국의 돈이 받쳐주는 한 결국 몽트뢰처럼 사실상의 제도로 굳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겉으로는 반대하면서 항행을 유지하는 중국을 미국이 어떻게 공략할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최대 돈줄인 중국이 진짜로 손 놔버리면 이란도 힘을 잃으니까요.

그리고 미국도 이 포인트에서 무언가 분명 중국에게 양보를 해야할테고 중국도 이 부분을 계산하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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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3

트럼프의 "합의 임박" 소셜미디어 발언과 베센트의 레드라인 집행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었던 건, 트럼프의 인센티브와 베센트의 구조가 그 시점에 마침 충분히 겹쳤기 때문이에요. 겹치지 않는 순간이 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인센티브는 미묘하게 다른데 더 가볍게 행동하는 쪽이 더 무겁게 행동하는 쪽의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할수 있는 입장입니다.

베센트가 지금까지 선을 지킨건 어디서 버텨야하는지 알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아직 트럼프의 인센티브가 그 선까지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더 지켜봐야할거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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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6.02

오늘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양질의 정보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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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창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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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
2026.06.03

항상 놀라움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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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3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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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잉
2026.06.04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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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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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6.05

음... 좀 엉뚱한 상상이지만, 전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던 닥터스트레인지와 전술적으로 타임스톤을 쓰던 타노스가 그려지는 글이었습니다. ^^ 전상돈님,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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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05

오 엔드게임때의 그 부분도 그렇게 볼수도 있겠네요ㅎㅎ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비유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ioneer님. 좋은 주말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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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복음
2026.06.06

군사력으로 지면서 제도로 이기는 방식 -무섭네요 짬바라는게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