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SpaceX IPO: 누가 이미 이겼고, 누가 아직 베팅 중인가




2018년 2월, 팔콘 헤비 첫 발사. 이날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쐈다. Photo: SpaceX / Falcon Heavy Demo Mission, 2018 (Public Domain)

2020년 12월 21일, 테슬라가 S&P 500에 편입됐다.
그 한 해 동안 테슬라 주가는 700% 올랐다.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기업이 됐다.
도요타보다, GM보다, 포드보다 비쌌다. 실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됐다.
PER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공장 생산 능력은 경쟁사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런데 주가는 올랐다.
이유는 하나였다. 머스크가 만든 서사를 시장이 믿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미래, 자율주행, 에너지 혁명.
그 서사 안에서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기술 기업이었고, 에너지 기업이었고, AI 기업이었다.
밸류에이션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그 서사의 규모로 정해졌다.
6년이 지났다. 2026년 6월 12일, 머스크는 다시 같은 게임을 한다.
단, 규모가 다르다. 테슬라가 수천억 달러짜리 게임이었다면,
SpaceX는 1조 7500억 달러짜리 게임이다.
사상 최대의 IPO.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 자본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는 날.
그리고 이 게임에 월스트리트 전체가 끌려들어왔다.
이 글은 머스크의 서사가 각 플레이어를 포섭한 순서를 추적한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가 이미 확정한 수익과 아직 베팅 중인 리스크를 해부한다.
Goldman Sachs expects SpaceX's AI revenue to surge from $3.2 billion in 2025 to $322 billion by 2030." — Financial Times, 2026년 6월 4일
Photo: 2211473abhijithsaravana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골드만삭스는 잠재 투자자에게 공유한 내부 전망치에서 SpaceX AI 사업부 매출이 5년 만에 100배 성장한다고 했다. 총 기업 매출은 2025년 187억 달러에서 2030년 4740억 달러로 늘어난다.
스타링크는 1440억 달러, AI는 3220억 달러. AI가 SpaceX의 가장 큰 사업이 된다는 그림이다.
인류 역사상 이 규모에서 5년 만에 100배 성장한 기업은 없다. xAI는 2025년에만 64억 달러 적자를 냈다. Grok은 OpenAI와 구글에 뒤처진다. TAM(총 유효시장)이 26조 5천억 달러라는 주장은 미국 GDP에 근접하는 숫자다.
그렇다면 왜 골드만은 이 숫자를 썼는가.
골드만은 이 IPO의 주관사다. 쉽게 말해 SpaceX 주식을 시장에 파는 일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수수료는 딜 규모에 비례한다. 750억 달러짜리 딜에서 23개 은행 전체 수수료가 최대 $10억 수준으로 추정되고, 수석 주관사인 골드만이 그중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골드만이 제시하는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될수록 서사가 커지고, 투자자들이 몰린다. 거래가 성사될수록 수수료가 확정된다.
이해충돌 구조 자체가 투명하다. FT는 이 전망치가 "잠재 투자자에게 공유됐다"고 보도했고, 골드만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합법이다. 미국 증권법상 투자자 대상 비공개 공유는 Safe Harbor 규정의 보호를 받고, "이건 예측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면책 조항만 붙이면 허위 진술 책임이 거의 없다. 기관 투자자는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법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모닝스타는 SpaceX 적정 가치를 7800억 달러로 봤다. IPO 밸류의 절반도 안 된다. 애널리스트 Ed Elson은 S-1 공시 서류를 "진지하지 않고, 공허하며, 환각적이고,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고 불렀다. 공시에 AI가 1251번 등장한다는 지적도 했다. 성경에서 예수 이름보다 많은 빈도다.
그러나 이것이 골드만의 게임을 막지 않는다.
골드만이 서사에 베팅했다기보다는, 골드만이 서사를 파는 역할을 맡았다.
그 서사가 실현되든 않든, 수수료는 이미 확정에 가깝다.
2026년 초, 뉴욕 금융가에서는 조용한 경쟁이 벌어졌다.
나스닥과 NYSE, 두 대형 거래소가 SpaceX의 상장 유치를 두고 맞붙었다. SpaceX는 조건을 걸었다.
상장 직후 인덱스에 빠르게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
역사적으로 기업은 인덱스에 들어가려면 최소 3개월, S&P 500은 1년을 기다려야 했다.
SpaceX는 기다리기 싫다고 했다. 나스닥이 먼저 손을 들었다.
2026년 2월, 나스닥은 새 규정을 제안했다. 시총 상위 40위 안에 드는 신규 상장사는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나스닥 100에 편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월에 제안하고, 2월 안에 이의를 받고, 5월에 시행했다. SpaceX는 4월에 서류를 냈다.
사실상 SpaceX를 위해 설계된 규정이다. 그리고 나스닥은 선택받았다.
2026년 4월 30일, 나스닥 마켓사이트. 나스닥 CEO Adena Friedman과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이 폐장 벨을 울리고 있다. SpaceX를 위해 설계된 Fast Entry 룰이 시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우주와 시장의 결합은 이미 연출되고 있었다. Photo : NASA/Bill Ingalls (NHQ202604300020)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나스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스닥은 두 가지다. 거래소(Exchange)이자 인덱스 제공자(Index Provider)다.
거래소로서 나스닥은 상장 수수료와 거래량 수수료로 돈을 번다.
인덱스 제공자로서 나스닥은 QQQ 같은 ETF들에게 NDX 브랜드를 팔고 수수료를 받는다.
NDX를 추종하는 자산이 1조 4000억 달러다. (단 종목이 지수에 편입될 때 그 주식을 실제로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건 ETF·펀드 쪽이고, 그 규모는 약 5870억 달러다.)
문제는 이 두 역할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로서 나스닥은 최대한 큰 IPO를 유치해야 한다.
인덱스 제공자로서 나스닥은 시장을 객관적으로 대표하는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에 나스닥은 전자를 택했다. 플로트 최소 요건을 아예 삭제했다. 저플로트 종목에는 3배 가중치 멀티플라이어를 붙였다. 원래 기준으로 플로트 3~5%인 SpaceX는 인덱스 편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서 원래시장에 풀린 주식이 충분해야 인덱스에 넣어준다는 기준이 있었는데, SpaceX는 묶여있는 주식 비중이 너무 높아서 그 기준을 없앴고 SpaceX 주식이 너무 적게 풀려서 실제 시총과 괴리가 생기니까 풀린 주식을 3배 높게 쳐주기로 한거다. 플로트가 너무 작은 종목이 인덱스에 들어오면 패시브 펀드가 살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어서 가격이 뒤틀리는데, 나스닥이 그 안전장치를 제거한것이다.
표면만 보면 이건 나쁜 딜처럼 보인다. 소액의 확정 수익을 챙기고, 큰 불확실성 리스크를 떠안은 것처럼.
그런데 만약에 나스닥이 룰을 바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SpaceX가 NYSE에 상장했다고 가정하자.
1.77조 달러 기업이 NYSE에서 거래된다. 상장 15일 만에 NDX 대신 다른 인덱스에 편입된다.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있다. OpenAI, Anthropic. 이 두 회사는 SpaceX의 선례를 본다.
서사는 한 번 만들어지면 쏠린다.
"AI 시대의 진짜 기업들이 NYSE에 있다"는 내러티브가 형성됐다면,
나스닥의 브랜드인 30년간 쌓아온 "혁신 기업의 홈"은 금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QQQ가 M7만 잔뜩 들고 있는 구시대 인덱스로 포지셔닝됐을 것이다.
나스닥이 룰을 바꾼 건 공격이 아니었다.
수비였다.
상장 수수료는 딜의 진짜 이유가 아니다. SpaceX 한 건의 수수료는 나스닥 연매출의 극히 일부다. 진짜 베팅은 그 너머에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이 모두 나스닥에 있으면, $3.6조짜리 AI IPO 파이프라인 전체가 NDX의 미래 구성 종목이 된다. NDX 생태계 $1.4조가 이 성장을 자동으로 빨아들인다.
수수료가 아니라 플랫폼의 미래를 건 거래였다.
반면 S&P는 다르게 행동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는 NYSE와 별개의 독립 법인이다. 상업적 압력을 덜 받는다. S&P는 ...

지수 레버리지를 들고 있는터라 이 이벤트 두고 비중을 더 줄여야하나 고민 중에 빨려들어가듯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페이스X IPO와 그 이면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좋은 글로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청난 글이네요, 스페이스X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Ottoman님!

Space X 상장이 ... 참 월가도 같이 해먹는 금융 사기로밖에 안보이네요. 너무 고평가 같습니다

사기라기보다는, 모두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 이익에 충실했다는 게 더 무서운 지점인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없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직접 스페이스X를 사건 사지 않건 주식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무엇보다 저 스스로도 그 영향을 받을 사람이기에
이 판국을 최대한 오독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보지 않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뭐 저도 부족한 사람이라 글에 감정이 안들어가진 않았기에 창창이님께서도 사기 같다는 느낌을 가지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을 최대한 내려놓고 냉정히 시장을 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창이님!

원칙을 어기면서 종목을 편입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브랜드 측면에서 더 나을 것 같은데....

제가 2장에서 말하려는게 이 부분이었는데, 제가 잘 못 풀어낸 것 같네요 ㅎㅎ 보통 상황이면 아라리님 말씀처럼 원칙 지키는 게 브랜드에 낫습니다. 근데 이번엔 바로 옆에 NYSE가 있고, 뒤에 오픈AI·앤트로픽 같은 대어들이 줄 서 있다는 게 변수였어요. 나스닥이 원칙을 지키다가 그 회사들까지 다 NYSE로 가버리면, '혁신 기업의 홈'이라는 30년 브랜드가 오히려 그때 금이 가는 거라서요. 그래서 저는 이 룰 변경을 공격보다는 브랜드를 지키려는 '수비'에 가깝게 봤습니다. 물론 원칙을 판 대가가 없진 않겠지만요..

아 넵넵 상돈님께서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계속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다보면 투자자들이 지수 자체에 의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 맞습니다. 사실 이게 제 글의 약한 부분이기도 한데, 인덱스는 구성 종목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그건 종목이 망해도 지수는 버틴다는 얘기였지, 운영 원칙에 대한 신뢰까지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었거든요.
아라리님 말씀처럼 이런 게 반복되면 결국 지수 자체를 의심하게 되겠죠.
같은 상황에서 나스닥은 원칙을 굽혔고 S&P는 지켰으니, 그 차이가 두 지수의 장기 신뢰도에서 복리처럼 벌어질 수도 있고요. 어쩌면 그게 나스닥이 치를 진짜 대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시브 투자자는 강제로 떠안게 된다는 표현이 정말 공감갑니다... ㅠㅠ

네.. 직접 매수를 안하더라도 잘 살펴야할 내용인것 같습니다..
![[시리즈 연재] 전술과 전략 사이의 시간](https://post-image.valley.town/N8pM5H9SjcErH0WC3M6sN.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