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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SpaceX IPO: 누가 이미 이겼고, 누가 아직 베팅 중인가
생각을 생각하기[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SpaceX IPO: 누가 이미 이겼고, 누가 아직 베팅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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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6.11조회수 7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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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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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팔콘 헤비 첫 발사. 이날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쐈다. Photo: SpaceX / Falcon Heavy Demo Mission, 2018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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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테슬라 2020년이 증명한 것

​

2020년 12월 21일, 테슬라가 S&P 500에 편입됐다.

그 한 해 동안 테슬라 주가는 700% 올랐다.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기업이 됐다.

도요타보다, GM보다, 포드보다 비쌌다. 실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됐다.

PER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공장 생산 능력은 경쟁사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런데 주가는 올랐다.

이유는 하나였다. 머스크가 만든 서사를 시장이 믿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미래, 자율주행, 에너지 혁명.

그 서사 안에서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기술 기업이었고, 에너지 기업이었고, AI 기업이었다.

밸류에이션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그 서사의 규모로 정해졌다.

​

6년이 지났다. 2026년 6월 12일, 머스크는 다시 같은 게임을 한다.

단, 규모가 다르다. 테슬라가 수천억 달러짜리 게임이었다면,

SpaceX는 1조 7500억 달러짜리 게임이다.


사상 최대의 IPO.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 자본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는 날.

그리고 이 게임에 월스트리트 전체가 끌려들어왔다.

이 글은 머스크의 서사가 각 플레이어를 포섭한 순서를 추적한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가 이미 확정한 수익과 아직 베팅 중인 리스크를 해부한다.





1. 골드만삭스를 포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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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man Sachs expects SpaceX's AI revenue to surge from $3.2 billion in 2025 to $322 billion by 2030." — Financial Times, 2026년 6월 4일

Photo: 2211473abhijithsaravana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골드만삭스는 잠재 투자자에게 공유한 내부 전망치에서 SpaceX AI 사업부 매출이 5년 만에 100배 성장한다고 했다. 총 기업 매출은 2025년 187억 달러에서 2030년 4740억 달러로 늘어난다.

스타링크는 1440억 달러, AI는 3220억 달러. AI가 SpaceX의 가장 큰 사업이 된다는 그림이다.

인류 역사상 이 규모에서 5년 만에 100배 성장한 기업은 없다. xAI는 2025년에만 64억 달러 적자를 냈다. Grok은 OpenAI와 구글에 뒤처진다. TAM(총 유효시장)이 26조 5천억 달러라는 주장은 미국 GDP에 근접하는 숫자다.

그렇다면 왜 골드만은 이 숫자를 썼는가.

골드만은 이 IPO의 주관사다. 쉽게 말해 SpaceX 주식을 시장에 파는 일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수수료는 딜 규모에 비례한다. 750억 달러짜리 딜에서 23개 은행 전체 수수료가 최대 $10억 수준으로 추정되고, 수석 주관사인 골드만이 그중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골드만이 제시하는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될수록 서사가 커지고, 투자자들이 몰린다. 거래가 성사될수록 수수료가 확정된다.

이해충돌 구조 자체가 투명하다. FT는 이 전망치가 "잠재 투자자에게 공유됐다"고 보도했고, 골드만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합법이다. 미국 증권법상 투자자 대상 비공개 공유는 Safe Harbor 규정의 보호를 받고, "이건 예측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면책 조항만 붙이면 허위 진술 책임이 거의 없다. 기관 투자자는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법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모닝스타는 SpaceX 적정 가치를 7800억 달러로 봤다. IPO 밸류의 절반도 안 된다. 애널리스트 Ed Elson은 S-1 공시 서류를 "진지하지 않고, 공허하며, 환각적이고,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고 불렀다. 공시에 AI가 1251번 등장한다는 지적도 했다. 성경에서 예수 이름보다 많은 빈도다.

그러나 이것이 골드만의 게임을 막지 않는다.

골드만이 서사에 베팅했다기보다는, 골드만이 서사를 파는 역할을 맡았다.

그 서사가 실현되든 않든, 수수료는 이미 확정에 가깝다.





2. 나스닥을 포섭하다

​

2026년 초, 뉴욕 금융가에서는 조용한 경쟁이 벌어졌다.

나스닥과 NYSE, 두 대형 거래소가 SpaceX의 상장 유치를 두고 맞붙었다. SpaceX는 조건을 걸었다.

상장 직후 인덱스에 빠르게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

역사적으로 기업은 인덱스에 들어가려면 최소 3개월, S&P 500은 1년을 기다려야 했다.

SpaceX는 기다리기 싫다고 했다. 나스닥이 먼저 손을 들었다.

2026년 2월, 나스닥은 새 규정을 제안했다. 시총 상위 40위 안에 드는 신규 상장사는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나스닥 100에 편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월에 제안하고, 2월 안에 이의를 받고, 5월에 시행했다. SpaceX는 4월에 서류를 냈다.

사실상 SpaceX를 위해 설계된 규정이다. 그리고 나스닥은 선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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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0일, 나스닥 마켓사이트. 나스닥 CEO Adena Friedman과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이 폐장 벨을 울리고 있다. SpaceX를 위해 설계된 Fast Entry 룰이 시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우주와 시장의 결합은 이미 연출되고 있었다. Photo : NASA/Bill Ingalls (NHQ202604300020)​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나스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스닥은 두 가지다. 거래소(Exchange)이자 인덱스 제공자(Index Provider)다.

거래소로서 나스닥은 상장 수수료와 거래량 수수료로 돈을 번다.

인덱스 제공자로서 나스닥은 QQQ 같은 ETF들에게 NDX 브랜드를 팔고 수수료를 받는다.

NDX를 추종하는 자산이 1조 4000억 달러다. (단 종목이 지수에 편입될 때 그 주식을 실제로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건 ETF·펀드 쪽이고, 그 규모는 약 5870억 달러다.)

​

문제는 이 두 역할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로서 나스닥은 최대한 큰 IPO를 유치해야 한다.

인덱스 제공자로서 나스닥은 시장을 객관적으로 대표하는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에 나스닥은 전자를 택했다. 플로트 최소 요건을 아예 삭제했다. 저플로트 종목에는 3배 가중치 멀티플라이어를 붙였다. 원래 기준으로 플로트 3~5%인 SpaceX는 인덱스 편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

쉽게 말해서 원래시장에 풀린 주식이 충분해야 인덱스에 넣어준다는 기준이 있었는데, SpaceX는 묶여있는 주식 비중이 너무 높아서 그 기준을 없앴고 SpaceX 주식이 너무 적게 풀려서 실제 시총과 괴리가 생기니까 풀린 주식을 3배 높게 쳐주기로 한거다. 플로트가 너무 작은 종목이 인덱스에 들어오면 패시브 펀드가 살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어서 가격이 뒤틀리는데, 나스닥이 그 안전장치를 제거한것이다.

​

표면만 보면 이건 나쁜 딜처럼 보인다. 소액의 확정 수익을 챙기고, 큰 불확실성 리스크를 떠안은 것처럼.

그런데 만약에 나스닥이 룰을 바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SpaceX가 NYSE에 상장했다고 가정하자.

1.77조 달러 기업이 NYSE에서 거래된다. 상장 15일 만에 NDX 대신 다른 인덱스에 편입된다.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있다. OpenAI, Anthropic. 이 두 회사는 SpaceX의 선례를 본다.

서사는 한 번 만들어지면 쏠린다.

"AI 시대의 진짜 기업들이 NYSE에 있다"는 내러티브가 형성됐다면,

나스닥의 브랜드인 30년간 쌓아온 "혁신 기업의 홈"은 금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QQQ가 M7만 잔뜩 들고 있는 구시대 인덱스로 포지셔닝됐을 것이다.

나스닥이 룰을 바꾼 건 공격이 아니었다.

수비였다.

상장 수수료는 딜의 진짜 이유가 아니다. SpaceX 한 건의 수수료는 나스닥 연매출의 극히 일부다. 진짜 베팅은 그 너머에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이 모두 나스닥에 있으면, $3.6조짜리 AI IPO 파이프라인 전체가 NDX의 미래 구성 종목이 된다. NDX 생태계 $1.4조가 이 성장을 자동으로 빨아들인다.

수수료가 아니라 플랫폼의 미래를 건 거래였다.

​

반면 S&P는 다르게 행동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는 NYSE와 별개의 독립 법인이다. 상업적 압력을 덜 받는다. S&P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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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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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2026.06.11

지수 레버리지를 들고 있는터라 이 이벤트 두고 비중을 더 줄여야하나 고민 중에 빨려들어가듯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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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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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바새
2026.06.11

스페이스X IPO와 그 이면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좋은 글로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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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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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평아파트
2026.06.11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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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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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ningDelta
2026.06.11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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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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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2026.06.11

엄청난 글이네요, 스페이스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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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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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빈스파
2026.06.11

와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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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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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man
2026.06.12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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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Ottoma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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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6.12

Space X 상장이 ... 참 월가도 같이 해먹는 금융 사기로밖에 안보이네요. 너무 고평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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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사기라기보다는, 모두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 이익에 충실했다는 게 더 무서운 지점인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없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직접 스페이스X를 사건 사지 않건 주식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무엇보다 저 스스로도 그 영향을 받을 사람이기에

이 판국을 최대한 오독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보지 않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뭐 저도 부족한 사람이라 글에 감정이 안들어가진 않았기에 창창이님께서도 사기 같다는 느낌을 가지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을 최대한 내려놓고 냉정히 시장을 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창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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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2026.06.12

원칙을 어기면서 종목을 편입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브랜드 측면에서 더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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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제가 2장에서 말하려는게 이 부분이었는데, 제가 잘 못 풀어낸 것 같네요 ㅎㅎ 보통 상황이면 아라리님 말씀처럼 원칙 지키는 게 브랜드에 낫습니다. 근데 이번엔 바로 옆에 NYSE가 있고, 뒤에 오픈AI·앤트로픽 같은 대어들이 줄 서 있다는 게 변수였어요. 나스닥이 원칙을 지키다가 그 회사들까지 다 NYSE로 가버리면, '혁신 기업의 홈'이라는 30년 브랜드가 오히려 그때 금이 가는 거라서요. 그래서 저는 이 룰 변경을 공격보다는 브랜드를 지키려는 '수비'에 가깝게 봤습니다. 물론 원칙을 판 대가가 없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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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2026.06.12

아 넵넵 상돈님께서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계속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다보면 투자자들이 지수 자체에 의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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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2

아 맞습니다. 사실 이게 제 글의 약한 부분이기도 한데, 인덱스는 구성 종목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그건 종목이 망해도 지수는 버틴다는 얘기였지, 운영 원칙에 대한 신뢰까지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었거든요.

아라리님 말씀처럼 이런 게 반복되면 결국 지수 자체를 의심하게 되겠죠.

같은 상황에서 나스닥은 원칙을 굽혔고 S&P는 지켰으니, 그 차이가 두 지수의 장기 신뢰도에서 복리처럼 벌어질 수도 있고요. 어쩌면 그게 나스닥이 치를 진짜 대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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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슈타인
2026.06.12

패시브 투자자는 강제로 떠안게 된다는 표현이 정말 공감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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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작성자
2026.06.13

네.. 직접 매수를 안하더라도 잘 살펴야할 내용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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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전술과 전략 사이의 시간

1938년 9월 30일, 뮌헨협정 직후의 체임벌린. "Peace for our time." 군중은 환호했다. 주식시장은 올랐다. 그리고 2년 후 전쟁이 시작됐다. 역사는 이 구조를 체임벌린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체임벌린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플레이어들은 알면서 저렇게 보이려한다. 출처: Narodowe Archiwum Cyfrowe (폴란드 국립 디지털 아카이브). 1938년 9월 30일, 헤스턴 비행장, 런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0. 4월 16일, 나는 세 집권자의 시간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사적 딜이 만들어진다고 썼다. 4월 24일엔 워시 트랩을 분석했고, 5월 5일엔 증시가 미국의 전술을 사고 유가가 이란의 전략을 산다고 썼다. 그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예측의 윤곽은 맞았다. 이중 서사 구조는 그대로 작동하고 있고, 워시 트랩은 완성됐고, 두 시장은 여전히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새로운 층이 열렸다. 시장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 그것은 전술이다. ​ 전략은 다른 곳에 있다. 이 글은 그 구분에서 시작한다. 1. 가격은 무엇인가 ​ 유가 92달러. 이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가격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현재 반영값, 단기 기대값, 장기 구조값이 하나로 압축된 집합적 판단이다. 이 세 층은 실제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유가가 어디서 형성되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보려면 억지로라도 나눠볼 필요가 있다. ​ 첫 번째 층은 현재 반영값이다. 지금 배럴이 얼마인가. 호르무즈 통행량이 전쟁 전의 4%, 하루 4척. 실물 공급이 이 수준이면 유가는 110불을 넘어야 한다. 두 번째 층은 단기 기대값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MOU 합의 임박 보도, 60일 휴전 연장 기대, 이란의 조건부 동의 신호. 이 기대값이 유가를 20불 끌어내렸다. 세 번째 층은 장기 구조값이다. 그 이후는 어떠한가. PGSA가 국제법적 선례로 굳어지는 세계, 위안화 에너지 결제 인프라, 이란 핵 역량의 재건 속도. PGSA는 미래형이 아니다. 3월 비공식 징수, 3월 말 공식 비준, 5월 법정 기구 설립 각 단계가 이미 해체 비용을 높였다. 장기 구조값이지만, 잠금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층은 현재 원유 선물 시장의 기간별 가격 구조에 거의 담기지 않는다. 유동성 있는 원유 선물 시장의 시간 지평은 기껏해야 2~3년이다. PGSA의 법적 선례화, 위안화 결제 인프라, 이란의 핵 역량 재건은 모두 5~10년 스케일이다. 시장이 외면하는 게 아니라, 담아낼 도구도 선례도 마땅치 않다. ​ 5월에 유가가 한 달 만에 19% 빠진 것은 서사에 반응한 게 아니다. 서사가 업데이트한 기대값 계산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 반응이 역사상 어느 지정학적 위기보다 빠르게 일어났다. ​ 왜 그럴까? ​ AI 기반 시스템이 이 세 층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트레이더는 불확실할 때 포지션을 줄였다. 지금의 시스템은 불확실성을 확률분포로 변환하고 그 기대값으로 즉각 포지셔닝한다. 같은 뉴스 텍스트에 비슷한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학습된 시스템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응이 빨라진 게 아니라, 동조화됐다. 문제는 이 세 층의 검증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반영값은 마린트래픽 데이터로 실시간 검증된다. 단기 기대값은 외교 채널로 검증되는데, 그 채널은 불투명하고 종종 위장된다. 장기 구조값은 IAEA 보고서나 중앙은행 결정처럼 분기 단위로 나온다. AI는 세 층을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검증은 여전히 각자의 속도로 온다. 그 사이의 갭이 5월에 실물 프리미엄 $4~$11로 나타났다. 선물은 외교 낙관론에 달려갔는데, 실물 바이어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실물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빨라진 것이 반드시 더 정확해진 것은 아니다. 그 갭이 지금도 열려 있다. 2. 전술: 시장을 레버로 쓰는 방법 백악관은 이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다. 베센트는 소로스 밑에서 일했다. 소로스의 핵심 방법론은 재귀성이다 — 시장 참여자의 인식 자체가 현실을 바꾼다. 가격이 기대값을 반영하고, 그 가격이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다시 가격을 바꾼다. 베센트는 이걸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체득한 사람이다. 증거는 이미 있다. CFTC가 조사에 착수한 패턴들. 4월 7일 휴전 발표 몇 시간 전 $9억6천만 오일 숏. 4월 17일 호르무즈 개방 발표 20분 전 $7억6천만 숏. 4월 21일 딜 연장 15분 전 $4억3천만 숏. 누군가는 발화 타이밍을 알고 있다. 발화 자체가 유가 조절 레버로 기능하고 있다. "거의 합의됐다"는 한 마디가 유가를 5~7% 움직인다. 그게 인플레이션 수치에, 여론 지지율에, 중간선거 전망에 연결된다. 금리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발화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 전술에는 내재된 한계가 있다. 신뢰는 소진된다. 4월 17일, 트럼프가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올렸다. 이란이 즉각 부인했다. 협상이 교착됐다. 그 이후로 시장은 트럼프의 발화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같은 발화에 대한 유가 이동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TACO 트레이드의 구조적 결함이다. TACO는 트럼프가 판을 혼자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관세 전쟁에선 그게 가능했다. 이란 전쟁에선 이란이 움직여야 판이 바뀐다. 발화의 레버는 상대방의 반응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 레버를 학습하고 있다. 워시 트랩도 완성됐다. 5월에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가 담겼다. CME FedWatch는 12월 인상 확률 40%를 반영했다. 트럼프는 인하를 원하고 시장은 인상을 가격에 넣고 있다. 워시가 줄 수 있는 것(대차대조표, 장기금리)과 트럼프가 받고 싶은 것(단기 인하)이 같은 축에 없다. 베센트의 생존 체인 첫 번째 고리는 호르무즈다. 그 고리가 열리지 않으면 체인 전체가 끊긴다. 그런데 이 전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무대인 주식시장의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전술의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짧다는 게 드러난다. ​ 발화가 유가를 흔들고, 유가가 금리와 물가를 거쳐 주식시장에 닿는다. 그런데 지금 그 주식시장은 특수한 구조 위에 얹혀 있다. S&P500은 사상 최고치권, VIX는 15~16대. 표면은 잠잠하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안전이 아니라 눌림이다. 변동성이 낮은 것과 그 낮음이 견고한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눌러주는 건 옵션 시장의 대형 딜러들이다. 지금은 지수가 오르면 팔아 누르고, 내리면 사서 받치며 시장을 대략 7000~7600 박스에 가둬둔다. 그래서 조용하다. 이 구조가 발화 레버의 천장을 만든다. 트럼프가 "딜이 거의 됐다"고 올려도, 7600에 닿는 순간 딜러의 자동 매도가 상승을 잘라낸다. 발화가 살 수 있는 상단은 막혀 있다. 문제는 바닥이다. 단, 딜러가 "내리면 사준다"는 건 제로 감마 7390 위에서만 작동한다. 지수는 그 임계점 바로 위, 겨우 2.5% 지점에 얹혀 있다. 이 선 위에선 발화가 만든 충격이 흡수되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딜러는 거꾸로 팔기 시작하고 — 흡수가 증폭으로 뒤집힌다. 레버는 힘을 잃는다. 위는 막혀 있고, 아래 안전마진은 얇다. 게다가 그 완충재가 빠지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자동매매는 주식 비중을 다시 채웠고, 하락 헤지는 3월보다 얇아졌고, 시장은 콜옵션을 쫓아 오르며 불안정한 쪽으로 기울었다. 충격을 흡수하던 구조가 증폭하는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시타델이 "바이백 $741B, 콜 추격, 하락 헤지 붕괴"로 보고한 게 같은 현상이다. 여기서 전술의 사정거리가 드러난다. 발화 레버는 유가를 한 분기 관리하는 도구일 뿐이고, 그 레버가 닿는 주식시장은 "7390" 아래로 떨어지면 성격이 바뀌는 구조 위에 얇게 얹혀 있다.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은 전술이다. 11월까지 버티게 해주는 시간 구매. 그 이상이 아니다. 전략은 다른 층에 있다. 3. 전략: 호르무즈 2026년 5월, 이란은 Persian Gulf Strait Authority(PGSA)를 만들었다. 통과 허가 시스템. 이스라엘 선박 금지. 미국·적성국 선박 엄격 제한. 통과료 최대 $200만. 결제는 위안화. 이걸 군사적 봉쇄와 구분해야 한다. 군사적 봉쇄는 미국이 군사력으로 열 수 있다. 행정 당국은 다르다. PGSA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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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전술과 전략 사이의 시간

[시리즈 연재] 삼성전자 직원들은 왜 주식 대신 현금을 원했는가

1. 성과급 전쟁, 그리고 극적인 결말 ​ 2026년 5월 20일, 총파업을 1시간 반을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잠정합의안의 골자는 이렇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상한은 없다. 메모리 직원 1인당 최대 6억원(세전, 연봉 1억 기준) 수준이 가능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6.2%. 10년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적용. ​ 숫자만 보면 노조의 승리처럼 보인다.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제도화하고 상한을 없앴다. 하이닉스와 같은 방향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대목이 하나 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이 아니다. 세후 전액이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에는 1년, 2년의 매각 제한이 붙는다. 노조가 받아들이게 된 잠정안의 핵심은 현금이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이다. 잠정합의안은 내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 노조가 굴복한 건 아니다. 선택지가 좁았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고, 법원은 회사의 파업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주주단체는 현금 성과급이 상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파업을 강행해도 법적 손해배상을 물 수 있었다. DS와 DX 부문 간 내부 갈등도 단일대오를 흔들었다. 노조가 원한 건 현금이었지만, 싸울 수 있는 조건이 하나씩 막혔다. ​ 이 결말은 단순한 협상 결과가 아니다. 한국에서 주식이 신뢰받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의 축소판이다. ​ 2. 하이닉스가 만든 선례 ​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 기반으로 바꿨고, 2025년에는 기본급 1000%로 묶여 있던 상한마저 폐지했다.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2025년 하이닉스 영업이익 47조원이 확정되자, 2026년 초 직원들 계좌에 기본급의 2,964%, 연봉 1억원 기준 약 1억4,820만원이 PS로 찍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이 숫자를 봤다. 노조 측 추산은 더 직접적이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100조원을 기록할 경우, 삼성전자 성과급은 3800만원, SK하이닉스는 2억9500만원으로 약 8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같은 반도체 업황을 겪으면서 같은 노력을 쏟아붓는데, 어떤 제도 아래 있느냐에 따라 보상이 8배 갈린다. 그 불만이 쌓이면 이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떠나 하이닉스로 옮기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늘었다. 하이닉스가 선례를 만들었고, 삼성은 그 선례의 후폭풍을 5개월간 감당해야 했다. ​ 3. 주식으로 주면 윈윈 아닌가 — 이론이 현실이 됐다 ​ 대화가 5개월간 이어지는 동안, 사측이 끝까지 버틴 지점이 있다. 지급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식을 1년간 보유하기로 약정하면 선택 금액의 1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노조가 거부했다. 그리고 최종 합의안에서 회사는 이 논리를 관철시켰다. 특별경영성과급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이론적으로 주식 보상이 더 합리적이라는 논리는 분명하다. 직원이 주주가 되면 회사 성과에 직접 연동된다. 현금을 대규모로 배분하면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지만, 자사주는 실제 현금 유출이 없다. 미국 빅테크가 이 방식으로 수십 년간 인재를 잡았다는 것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런데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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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삼성전자 직원들은 왜 주식 대신 현금을 원했는가

[시리즈 연재] 메모리 하나로 만든 코스피 8000.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출처: Valley AI 금융시장 현황, 섹터 히트맵https://www.valley.town/markets/sector-heatmap 1. 하이닉스! 삼성전자! 오늘도 코스피는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YTD 삼성전자 120%, 하이닉스는 170%.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50만원, SK하이닉스 300만원을 외치고 있다. "슈퍼사이클", "코스피 1만", "아직 저평가"라는 단어들이 주류 언론을 가득 채운다. 실적은 진짜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87조원에 육박하고, 2027년엔 768조원으로 전망된다. 불과 3개월 만에 실적 눈높이가 73% 이상 상향됐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이 HBM 수요를 끌어올리고, 범용 DRAM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빅테크들의 CAPEX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넘는다. 사상 최고치다. 코스피가 오른다는 건 사실상 이 두 종목이 오른다는 뜻이고, 이 두 종목이 내린다는 건 코스피가 내린다는 뜻이다. S&P 500에서 M7이 33%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집중도 우려가 나오는 미국과 비교해도, 코스피는 단 2개 종목이 42%다. 그것도 같은 산업, 같은 사이클, 같은 고객사를 가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둘이서. 2.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 외국인 액티브: 팔되, 가르고 있다 올해 4월 초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42조원, SK하이닉스를 22조원 순매도했다. 합산 64조원으로 외국인 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정보력 있고 능동적인 글로벌 자금이 두 종목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5월 들어 패턴이 더 정교해졌다. 단순히 두 종목을 같이 파는 게 아니라 다르게 취급하기 시작했다. 5월 4~7일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1조5032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이 없었고, 오히려 SK하이닉스와 지주사 SK스퀘어를 합쳐 1조4500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를 사면서 SK하이닉스를 파는 포지션 교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 여지가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SK하이닉스는 HBM 선두주자 프리미엄이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이건 골드만삭스가 최근 실시한 미국 투자자 서베이에서 "삼성전자를 SK하이닉스보다 선호한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그리고 더 큰 그림에서도 같은 방향이 보인다. 외국인은 코스피 전반을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인 EWY에서 이달 1~7일 사이 10억 달러를 유출시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하는 반도체 특화 ETF에는 자금을 집어넣고 있다. 한국을 사는 게 아니라 메모리를 산다. 그리고 그 메모리 안에서도 이제 종목을 가리고 있다. ​ 국내 기관 패시브: 기계적으로 사고 있다 이 랠리의 진짜 엔진은 국내 ETF 패시브 자금이다. 국내 ETF 시장 설정액은 지난 1년 만에 240조원 급증해 431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ETF 총자산의 상당 부분은 이 두 종목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구조가 이렇다. 투자자가 ETF를 사면 운용사는 기초지수에 맞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계적으로 사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ETF 성과가 좋아지고, 성과가 좋아지면 자금이 더 들어오고, 돈이 들어오면 또 사야 한다. "ETF가 ETF를 부르는 순환 랠리"다. 외국인이 팔아도 지수가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 구조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자금이 가격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 비싸다, 싸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사야 하니까 사는 거다. 스마트 머니가 아니라 메커니즘이다. ​ 리테일: 현물 팔고 ETF로 갈아탄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4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을 직접 들고 사는 개인은 생각보다 적다. 대신 ETF로 갈아타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달 ETF 순매수만 2조원이 넘는다. 역설적인 장면도 있다. 한국 서학개미들이 미국에 상장된 DRAM ETF를 역수입해서 유입액의 10%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ETF를 사는 구조다. ​ 티모씨님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매주 한국과 미국 증시 수급 상황을 점검해 주시는 티모씨님께서 5월 9일 지난주 수급을 설명해주셨다. (매번 티모씨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조심하라는 논조의 말씀을 하시는 티모씨님의 지난주 주간 수급 데이터 분석은 이 구조의 가장 불편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지난주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첫 이틀간 코스피 현물을 6조원 순매수했다가, 나머지 이틀 동안 무려 12조원을 순매도했다. 1주일 전체로는 6조원 순매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만 보면 더 선명하다. 첫 이틀: 외국인이 삼성 5.2조, 하이닉스 2.2조를 샀다. 개인이 반대로 팔았다. 이후 이틀: 외국인이 삼성 6.4조, 하이닉스 4.7조를 팔았다. 개인이 받아샀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지난 주 두 종목 합산 3.6조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데이터를 보고 티모씨님은 이렇게 말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작전주가 된 것 같다." 외국인이 매수로 지수를 올리고, 개인 FOMO를 유발하고, 두 배 규모로 물량을 넘기는 메커니즘이 단 한 주 안에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판단여부를 떠나서, 수급 데이터 자체는 팩트다. 3. 글로벌 시각 vs 한국 시각 ​ 한국 미디어의 온도 한국 경제 매체들의 헤드라인은 일관되게 강세론이다. "아직 저평가", "슈퍼사이클 계속된다", "코스피 8000도 꿈 아니다". 베어 케이스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증권사 리포트를 받아쓰는 구조, 광고주와의 관계, 그리고 지금 같은 과열 장세에서 역방향 기사를 쓰기 어려운 환경이 이 편향을 만든다. ​ 글로벌 공신력 매체의 온도 같은 시기 블룸버그의 헤드라인은 이렇다. "South Korean Stocks' World-Beating Surge Creates Bubble Risk." 버블 리스크를 헤드라인에 직접 쓴다. CNBC는 3월 급락 당시 Larry Tentarelli의 말을 인용했다. "삼성전자는 12개월 216%, SK하이닉스는 356% 올랐다. 이 숫자들은 명백히 단기 버블 숫자다." 그리고 KOSPI가 이틀 만에 18% 폭락한 원인으로 두 종목 집중도를 짚었다. 피치(Fitch)는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고객 집중도 리스크와 AI 투자 사이클 충격에 대한 노출이 커진다"는 구조적 리스크를 명시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5월 8일 코스피 목표를 8000에서 9000으로 상향하면서 한국을 "아시아 최고 확신 시장 (highest conviction view)" 으로 분류하고, "투자자들이 메모리 섹터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강한 강세론을 폈다.​ 한국 매체와 글로벌 매체의 차이는 강세론의 강도가 아니다. 글로벌에는 골드만처럼 KOSPI 9000을 외치는 강세론과 블룸버그처럼 'Bubble Risk'를 헤드라인으로 박는 베어 시각이 같은 시점에 공존한다. 한국 매체에는 후자가 사실상 없다. 그리고 강세론을 펴는 골드만조차 그 근거가 결국 '메모리 사이클이 더 길어진다'라는 단일 시나리오라는 점, 강세 시나리오와 약세 시나리오 모두가 같은 변수 하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 — 그게 코스피 9000 논쟁의 진짜 구조다. ​ 정치와 증시의 관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랠리는 명시적으로 정치 서사에 편입됐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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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메모리 하나로 만든 코스피 8000.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1. 게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지난 글을 쓰고 시간이 꽤 지났다. UAE가 OPEC을 탈퇴했고, Project Freedom이 선언됐고, 이란이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쐈다가 미국이 이란 소형 함정 6척을 격파했고, 증시도 무너지지 않았고 유가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플레이어가 많지만 결국 이 전쟁은 IRGC와 트럼프의 시간 싸움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 싸움의 배경이거나 해설이다. IRGC와 트럼프는 각자의 청중에게 이긴다고 팔고 있다. 테헤란대학교 부교수 하산 아흐마디안은 드롭사이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세 가지 M측면에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본다. 군수(Munitions), 시장(Markets), 중간선거(Midterms). 이 셋이 이란의 포지션을 강화하고 미국의 포지션을 약화시킨다." JP모건도 같은 프레임을 썼다. 자원 리스크가 군사적 이익을 능가하기 시작하면 갈등의 결론은 이 세 M에 달려 있다고. 트럼프는 반대로 본다. 이란 경제가 먼저 무너진다는 계산이다. 베센트는 폭스뉴스에서 직접 말했다. "이란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유정을 닫아야 할 것이다." WSJ는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장기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계산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무너진다고 보고, 이란은 트럼프가 먼저 지친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누가 옳은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어떤 판단을 가격에 넣고 있는가? 2. 두 시장이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 증시는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휘발유는 갤런당 4.46달러다. 이런 숫자들이 동시에 성립하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 증시는 트럼프의 시간축을 사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이 섹터다. 5월 1일 기준 SPX 63%가 보고를 완료했고, 이 중 84%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EPS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1%다. 어닝이 버텨주는 동안 지정학은 할인된다. 여기에 구조적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어닝 발표 전후 블랙아웃 기간엔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 지금이 그 피크 구간이었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바이백 윈도우가 재개된다. 2026년 YTD 바이백 승인액은 4280억 달러로 역대 최대 페이스다. 이 페이스가 이어지면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수요가 지금부터 시장 밑에 깔리게 된다. 시장 구조 자체도 하락을 막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대비한 옵션을 사면 반대편에서 그걸 팔아주는 딜러가 있는데 딜러는 포지션 유지를 위해 시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오르면 자동으로 판다. 나쁜 뉴스가 와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딜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VIX는 17~19선으로 낮고, VIX 선물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어닝이 시장을 받치니까 → VIX가 낮고 → 딜러 롱 감마가 작동하고 → 시장이 더 안정되고 → VIX가 계속 낮다. 이게 지금 선순환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은 트럼프의 시간축 서사위에서 돌고 있다. 세 지지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지금이다. 이것이 "호르무즈 봉쇄 + 증시 신고가"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구조적 이유다. ​ 유가는 현물의 시간축을 살고 있다. 유조선이 지금 지나가느냐 못 지나가느냐가 가격이다. 서사가 안 통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마린트래픽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반박하면 유가는 올라간다. 호르무즈 통행량은 아직 전쟁 전 5% 수준이다. 유가는 이 숫자를 매일 가격에 넣는다. ​ 이 두 시장이 다른 시간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증시 신고가 + 유가 고공행진"이 동시에 가능하다. 4월 16일 글에서 썼던 것처럼 시장은 딜 성사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시간축 안에서 서사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격에 넣고 있다. 그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증시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가는 그 전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현물 시장은 서사를 사지 않는다. 채텀하우스는 이 구조의 정치적 함의를 이렇게 짚었다. 딜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출구가 된다. 그런데 동시에 빨리 딜을 원하는 욕구가 미국 국가안보에 나쁜 딜을 만들 위험이 있다. 협상 포지션에 우선순위 위계가 없다면 협상은 시작도 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 결국 두 시장은 같은 현실의 다른 면을 읽고 있다. 증시는 미국이 전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걸 사고, 유가는 이란이 전략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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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증시는 미국의 전술을, 유가는 이란의 전략을 산다

[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

1971년 5월 4일, 백악관. 왼쪽부터 아서 번즈(연준의장), 존 코낼리(재무장관), 리차드 닉슨, 폴 맥크라큰, 조지 슐츠(예산관리국장). 1년 뒤 번즈는 닉슨의 재선 압박에 굴복했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이 열렸다. 출처: Oliver F. Atkins / NARA, Public Domain  1972년, 번즈는 갇혔다. 닉슨의 재선 압박과 연준 독립성 사이에서 그는 독립성을 잃었다. 그리고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 2026년 4월, 워시는 아직 갇히지 않았다. 하지만 갇힐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재무장관 코널리는 지금의 베센트와 다르다. 코널리는 번즈를 닉슨과 같이 압박했지만 지금의 베센트는 워시를 살려야 산다. 지금은 그때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럴까? 지난 글에서 세 집권자가 각자의 시간축 안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틀리는 순간 다시 복기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일주일이 지났다. 호르무즈가 하루 열렸다가 닫혔고, 밴스는 파키스탄에 가지 않았다. 트럼프는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고, 이란 협상팀장이 사임했다. 그런 와중에 증시는 신고가 행진중이고, 나스닥은 13일연속 상승했다. 오늘 글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전제가 틀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무언가를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좀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그 할인의 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본다. 1. 시장이 이란을 할인한 이유 장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해도 지수가 오른다. 협상이 결렬돼도 나스닥이 신고가를 찍는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할인의 구조를 레이어별로 살펴 본다. 첫 번째 레이어는 TACO 학습이다. 관세 전쟁에서 SPX가 12% 빠지자 트럼프는 90일 유예를 선언했고, 그날 역사적 급등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 패턴을 이란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됐다. 두 번째 레이어는 AI 디커플링이다. SPX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AI,테크 섹터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호르무즈 봉쇄로 타격받지 않는다. 지수의 절반이 지정학과 분리된 채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 번째 레이어는 어닝이다. SPX 1분기 실적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한 기업 중 90%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전체 EPS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에 달할 전망이다. 지정학 뉴스가 나쁠 때 어닝이 받쳐주는 구조다. 네 번째 레이어는 금리 안정이다. 유가가 올라도 채권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패닉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장은 워시가 파월보다 시장에 우호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이 네 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기관의 포지션을 주식 롱 + 에너지 롱 + 풋옵션 3중 구조로 봤는데 잘 못봤다. 그 구조는 내가 글을 쓰던 시점에 이미 해체되고 있었다. 4월 7일 휴전 발표 직후부터 기관이 사뒀던 하락 보험을 대량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기관은 보험을 걷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한 박자 늦게 봤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관이 하락에 대비해 사뒀던 풋옵션들이 실제로 해체되고 있다.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풋을 팔아 현금화했고, 주 초 잠깐 다시 샀다가, 화요일 휴전 발표 직후 또 대량으로 팔았다. 보험을 샀다 팔았다가 아니라, 결국 방향은 해지 쪽이다. 3월 중순 35선까지 치솟았던 VIX가 19선으로 돌아왔다. 출처: TradingView 공포가 정점이었던 3월 6일(파란선),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쌌다. 오늘(보라선)은 반대다. 장기물이 더 비싸는 콘탱고 구조로 돌아왔다. 한 달 만에 구조가 뒤집혔다. 출처: VIX Central / CBOE  VIX는 19선으로 내려왔고, VX 선물은 전쟁 이전처럼 가까운 미래보다 먼 미래가 더 비싼 정상 구조로 돌아왔다. 숫자만 바뀐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뀐 거다. 당장이 더 무섭고 앞날 예측이 안됐던 3월엔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비싸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하루가 다르게 장단기물 가격이 요동쳤다. 지금은 정상 국면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급박한 위험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시장이 “서사 유지”를 가격에 넣던 것에서 “딜 완성”을 가격에 넣는 것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랠리를 보고 들어온 리테일이 있다. 지난글에서 리테일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썼는데, 그 이후 나스닥이 13일 연속 상승했다. 리테일들이 돌아온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다. 헷지가 없다. 기관은 틀려도 에너지로 커버되고 풋으로 손실을 막는다. 리테일은 그냥 맞는다. 그리고 리테일의 시간축은 월 단위다. 기관처럼 분기까지 버티기 어렵다. 시장이 할인을 철회하는 순간, 기관과 리테일이 맞는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관도 하락 보험을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조차 이전만큼 방어하지 않고 있다. 할인의 전제가 틀렸을 때, 리테일이 먼저 맞고 기관이 그 다음에 맞는 게 아니라 기관도 이전보다 얇은 방어선으로 맞는다. 지금의 할인의 전제가 과연 맞을까? 2. TACO의 구조적 결함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Claudio Irigoyen, BofA)은 이런 말을 했다. “시장은 작년 관세 전쟁을 이번 전쟁에 적용중이다. 그런데 지금 전쟁의 긴장 완화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관세 전쟁때는 트럼프쪽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컸다. 지금은 그 부분이 더 작다. 호르무즈를 여는 건 이란이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시장이 틀린 게 드러난다. 4월 18일이 이미 그 예고편이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 “우라늄 반출 합의”, “이틀 내 딜 가능”을 연속으로 올렸다. 이란은 즉각 부인했다. 협상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있다. Axios는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발언 직전마다 대규모 원유 하락 베팅이 선행됐다. 3월 23일 발언 15분 전 5억 8천만 달러, 4월 7일 휴전 발표 직전 9억 5천만 달러, 4월 17일 이란 외무장관 발언 20분 전 7억 6천만 달러. C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패턴이다. 누군가는 트럼프의 발언을 트럼프보다 먼저 알고 있다. 그게 누구든, 그 존재 자체가 이 협상이 트럼프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TACO는 트럼프가 혼자 판을 엎을 수 있을 때 작동했다. 지금은 판을 엎으려면 이란도 움직여야 한다.  3. 시장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 워시 워시는 학자다. Fed 독립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훼손되면 어떻게 되는지 이론이 아니라 실무로 안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자신을 지명했는지도 안다. 파월이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좁은 줄 위에 서 있다. 트럼프 말을 들으면 신뢰성을 잃는다. 채권시장이 등을 돌리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장기금리가 튄다. 트럼프 말을 안 들으면 파월처럼 잘릴 수 있다. 4월 21일 청문회에서 그는 "트럼프가 인하를 요구한 적 없고, 요구했어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베센트와 협력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워시의 외줄타기는 이미 시작됐다. 현재의 시장이 틀렸다는 게 드러나는 경로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 지속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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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갇힐수 있는 워시. 뛰고 있는 베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