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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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브라질리아의 갈라진 노면 너머로 계획도시의 관공서들이 서 있다. 균열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압력이 오래 쌓이다 어느 선을 넘는 순간 벌어질 뿐이다. 아직 무너진 것은 없다.
Image: Matheus Natan / Pexels. (Brasília, Brazil)
환율에 대한 생각을 작년부터 계속 하고 있었고 두달전에도 글을 하나 썼었다.
한국이 중간 체급 아시아 수출국 (인도, 대만, 태국, 한국) 중에서 국내외 상황 두 축 모두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환율을 움직이는 인센티브의 근원은 내재적이고 그 틀은 미시적이라, 환율 숫자가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정치 변수가 되어버린 나라. 그래서 환율을 지키는 게 아니라 환율 숫자를 지키는 나라.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 6월 8일 월가아재님이 라이브 방송에서 환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영상을 보고나서 내 환율에 대한 생각들이 중간에 점프한 부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월가아재님의 감사한 영상을 되세기며 원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본다.
내가 지난 글에서 아시아 중견국을 비교한건 우리가 평소 우리보다 앞선 나라와 비교는 자주 하지만 비슷한 실정의 나라들과의 비교는 잘 안한다는 생각에 인도, 대만, 태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했다.
지난 글을 간단히 말하면, 4개국은 같은 압력에 다른 수단을 썼다. 인도는 규제로 시장을 틀어막았고, 대만은 보유고가 넉넉한데도 미국에 묶여 손발이 묶였고, 태국은 IMF 원칙을 내재화한 채 얌전히 있었고, 한국은 국민연금 스왑이라는 장부 외 우회로로 버텼다. 수단의 차이는 인센티브의 차이였다. 한국의 인센티브는 1997년 트라우마가 각인된 국내 정치 압력이었고, 그래서 1400원, 1500원이라는 숫자가 정치적 마지노선으로 작동했다.
그리고 나는 글 전반적으로 "신뢰는 선형적으로 마모된다. 그러나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비선형적으로 무너진다. 평소보다 훨씬 작은 충격에도 과도한 반응이 나오는 순간이 온다." 라는 내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 뭐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게 4월의 내 바닥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보면, 이건 전부 느리고 무거운 시계열 이야기였다.
몇 년 단위로 움직이는 지각, 인센티브, 신뢰의 마모. 바닥이 어디냐는 질문.
월가아재님의 영상에서 아드리안-신 모델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 모델은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에게 "현대 국제금융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게 된 공로라면 노벨상이 신현송에게 돌아갔어야 했다"라는 찬사까지 들은 모델이라고 한다.
아드리안-신 모델의 메커니즘을 정리해보면,
은행은 목표 레버리지를 유지하려 한다. → 자산 가격이 오르면 자기자본이 늘고 레버리지가 목표보다 낮아진다.
→ 그럼 더 사서 맞춘다. →떨어지면 반대로 판다. →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행동이 시스템 차원에서 강제로 일어난다. →그래서 가격 움직임이 증폭된다.
탐욕이 아니라 규칙이 만드는 증폭이다.
되살아난 원죄도 같은 결이다. 한국은 이제 외국인에게 원화로 국채를 판다고 한다. 직접 달러 빚을 안 지니 환위험이 사라진 것 같지만, 위험은 외국인에게 넘어갔을 뿐이다. 원화가 떨어지면 외국인이 달러 기준 손실을 보고, 손실 본 외국인은 원화를 팔고 나간다. 그렇게 되면 원화가 더 떨어지고 다른 외국인도 판다.
난 이런 매커니즘을 정확히 모르고 정치 경제 서사에 기대 작은 충격이 과도한 반응을 낳는다고 봤았다.
아드리안-신 모델은 내가 서사 위주로 생각했던 내용을 매커니즘으로 보여주는것 같다.
임계점을 넘으면 작은 충격이 과도한 반응을 낳는 비선형 붕괴, 반사적 매도가 레버리지 조정으로 증폭되는 연쇄붕괴. 왜 작은 충격이 과도한 반응을 낳는지를, 강제 디레버리징과 반사적 매도라는 메커니즘으로 보여준다.
서울이 닫힌 밤에 역외에서 정해진 값이 다음날 서울을 끌고 간다.
신현송 총재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한 그것.
영상을 보며 든 생각인데, 이 아드리안-신 메커니즘이 옵션 시장의 숏감마 딜러와 구조와 유사해보인다. 둘 다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아야 하는 강제 거래다. 역외에서 헤지펀드가 원화 하락에 베팅하면 딜러가 헤지하려고 현물에서 원화를 팔고, 원화가 떨어지면 볼록성 때문에 추가 헤지가 또 나온다.
작은 역외 베팅이 현물을 크게 흔드는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역외 포지션이 반사적 헤지 흐름을 만들어 증폭한다는 비유는 좋지만 환율 옵션 딜러의 숏감마가 원화 현물의 주된 동인이라고 하면 그건 너무 강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국민연금 스왑이 신뢰를 점진적으로 마모해간다로 생각하시는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피아노홀릭님.
질문에 대댓글을 쓰다가 글이 길어져서 아티클로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https://www.valley.town/space/@kindknight/articles/6a307edadcbdbd2be3e583ac)
좋은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Ottonman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