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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왜 문제를 풀지 못하는가 — 해상도, 주파수, 앵커, 그리고 Palantir
..아무 생각

조직은 왜 문제를 풀지 못하는가 — 해상도, 주파수, 앵커, 그리고 Palan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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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
2026.04.06조회수 9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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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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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에 살고 있는 노팬티씨는 언제쯤 빤스를 걸칠 수 있을까요? (현재 망사팬티 정도 된거 같다고 합니다.) + (아는게 많이 없어서 주식 얘기는 잘 못하고 주로 딴 소리합니다.) + (요새 뉴런인사이트 몇 번 선정해주셔서 삼성전자 샀습니다.) + (삼성전자 난리라서 하이닉스 샀습니다) + (아싸!)

지난 두 달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네 편의 글을 썼습니다.

「Adobe의 펀더멘털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 · AI에 대한 사내 공지를 보고 든 생각 · 사람이 병목이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 집주인 아주머니랑 언성 높이다가 든 생각」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룬 독립된 인사이트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이 글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Palantir Technologies라는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긴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이 글에 관심이 가신다면, 분량이 꽤 있지만 앞서 올린 글들을 꼭 읽어보시길.. 안그러면 요상한 말들이 나올 것이에요..)


팔란티어라는 기업이 풀려는 문제를 저의 시선으로 설명하려면, 먼저 저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감각 — 일종의 기준 — 을 공유해야 했습니다. [해상도, 주파수, 앵커]라는 개념들은 제가 일하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렌즈입니다. 이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팔란티어라는 종목이 눈에 들어온 거고, 이 렌즈에 대한 설명 없이 "팔란티어가 이러저러해서 좋아 보인다"라고만 말하면 그건 결론만 던지는 것이지 설득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각 개념을 하나의 아티클로 풀어 소개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투자가 꼭 숫자와 결합해야만 의미를 갖는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업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재무제표로 보는 렌즈, 멀티플로 보는 렌즈, 산업 구조로 보는 렌즈, 그리고 이 기업이 풀려는 문제의 본질로 보는 렌즈. 어떤 것들은 숫자로 설명이 잘 되고, 어떤 것들은 숫자로 환산하는 순간 왜곡됩니다. 팔란티어는 거의 모든 투자자가 알다시피 Forward P/E 100배 이상, P/S 80배 이상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기존의 숫자 렌즈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지경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분석이 "비싸다"와 "그래도 성장이 빠르다" 사이에서 오갑니다. 이 기업을 숫자로 자꾸 환산하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팔란티어가 풀려는 문제의 깊이를 이해하려면 숫자가 아닌 다른 렌즈가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트리거, 목표주가, 시나리오별 밸류에이션을 요구하는 Valley Insights 대회의 포맷으로는 제가 바라보는 이 기업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Space에 아티클로 올려봅니다. (상금은 포기한다... 크흡... ㅜㅜ)


1. 찰리 멍거의 거꾸로 생각하기

모든 조직은 Problem Solving을 합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풀고, 군대는 전장에서 작전 과제를 풀고, 병원은 환자의 질병이라는 문제를 풀고, 대학은 연구 과제를 풀어내고, 비영리단체는 사회적 과제를 풀어냅니다. 하는 일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조직은 각자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조직들은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를 찾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컨설턴트를 부르고, AI를 얹습니다. "이 도구를 쓰면 이 문제가 풀린다"라는 마케팅 슬로건을 받아들이고, 도구를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하면 문제가 더 잘 풀릴 거라 기대합니다. 이 접근이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문제가 더 좋은 도구로 해결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 방식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급자가 정의한 문제를, 공급자가 제안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술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를 IR 자료나 기술 백서의 프레임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 해결책이 진짜로 수요자의 본질적 문제를 건드리는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본질은 수요자에게 가치 있는 것을 공급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데, 공급자의 시선에서만 생각하면 정작 '수요자가 풀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왜 아직도 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지'를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여기서 찰리 멍거의 사고법을 제안합니다.

How Charlie Munger use Inversion Thinking Process in life. | Daily Journal  2020【C:C.M Ep.16】

Tell me where I'm going to die, so I'll never go there. - Charlie Munger

Inversion thinking — 거꾸로 사고법이라 불리는 이 접근은, 원하는 결과를 직접 추구하는 대신 최악의 결과를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피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를 묻는 대신 "어떻게 하면 반드시 불행해질까?"를 먼저 묻고, 그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합니다.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오답을 제거하는 것.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지만 강력한 프레임입니다.


이 사고법을 팔란티어의 고객(수요자) — 즉 모든 형태의 조직 — 에게 적용해봤습니다. "팔란티어의 기술이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고객들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대체 왜 그 문제가 풀리지 않는 걸까"를 먼저 묻는 것입니다.

ModelThinkers - Inversion

이 질문을 기반으로, 제 경험과 관점에 접근해 봤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조직의 프로젝트를 안팎에서 봐왔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기업의 구조가 만드는 의사결정의 결과를 몸소 겪어왔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교차시키며 "조직의 문제가 왜 안 풀리는가(의사결정에 왜 병목이 발생하는가)"를 물었고, 그 과정에서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해상도: 같은 대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의 문제

  • 주파수: 조직 위계가 만드는 정보의 왜곡 문제

  • 앵커: 과거의 성공과 방식에 묶인 관성의 문제

이것들은 모두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변수입니다. 도구가 부족해서 안 풀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보는 방식, 사람이 소통하는 방식, 사람이 기대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 조직이라는 미로

이제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풀어냈던 세 가지 개념을 조직의 관점으로 확장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 1. 해상도 — 같은 대상, 다른 관점 ]

해상도 아티클에서 저는 "AI 사용을 유의합시다"라는 사내 공지 사항이 왜 허술한 말인지를 지적했습니다. '일'이라는 엄청나게 방대한 워크플로우를 단 한 마디로 축약해 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단의 영역, 정보 수집의 영역, 구조화의 영역,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 각각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의 성격과 범위가 전혀 다른데, 그 차이를 전부 뭉개버리는 것. 이걸 두고 저는 '해상도가 낮다'고 표현했습니다.

조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핵심은 단순히 "데이터가 흩어져 있다"라는 게 아닙니다. 각 부서가 같은 대상을 놓고도 자기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의 "캠페인 성과"와 재무팀의 "캠페인 비용"은 같은 대상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마케팅팀은 이 캠페인을 도달률과 인게이지먼트라는 눈금으로 봅니다. 재무팀은 집행 금액과 ROI라는 눈금으로 봅니다. 물류팀에서는 캠페인이 수요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재고 회전율로 봅니다. 각 부서는 자기 업무를 나름의 높은 해상도로 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눈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눈금은 그 부서의 워크플로우 안에서는 완전히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합리적인 눈금들이 부서 경계를 넘는 순간 서로 번역(맥락 공유)이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게 조직 최상단의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왜곡합니다.

CEO가 "이번 분기 마케팅 효율이 어땠나?"라고 물으면, 마케팅 임원은 자기 눈금으로 "역대 최고"라고 보고하고, CFO는 자기 눈금으로 "전 분기 대비 하락"이라고 보고합니다. 같은 캠페인을 두고 상반된 해석이 올라옵니다. CEO는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두 보고가 서로 다른 눈금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보고서는 자기 안에서는 논리적으로 완결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의 problem solving 자체가 느려집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데서부터 합의가 안 되니, 해결책에 도달하기까지 몇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혹은 더 나쁜 경우, 문제의 정의 자체가 잘못된 채로 해결책이 실행됩니다. 진단이 틀리면 치료가 아무리 정교해도 소용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 2. 주파수 — 위계가 만드는 어긋남 ]

주파수 아티클에서 저는 메시지에 무게, 빈도, 초점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있고, 이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 이 세 변수가 조직의 위계를 거칠 때마다 악순환의 방향으로 증폭된다는 것입니다.

정보가 한 계층을 지날 때마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 첫째, 그 계층의 입장에 맞게 재편집됩니다.
    현장의 미묘한 맥락이 "보고 가능한 형태"로 압축되면서 원래 의도가 희석됩니다.

  • 둘째, 위로 올라갈수록 메시지가 무거워지고 빈도가 떨어집니다.
    현장에서는 매일 감지되는 변화가, 두세 단계를 거치면 한 달에 한 번 올라가는 보고서의 한 줄이 됩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의사결정도 같은 과정을 역방향으로 거칩니다. 결과적으로 발신자의 의도와 수신자의 해석 사이에 구조적인 간극이 생기고, 조직 전체의 alignment가 깨집니다.(전설의 블라인드 글을 아시나요..?)

image.png

회사나 조직에서 이런 느낌.. 저만 느끼는 거 아니겠죠..?

Block의 최고 경영자 Jack Dorsey가 본질적인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지난달 Jack Dorsey와 Roelof Botha가 발행한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번역본) 아티클에서도 같은 문제를 진단합니다. 이들은 조직 위계의 역사를 2천 년 전 로마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위계 구조란 결국 정보를 라우팅하고, 의사결정을 사전 처리하고, 조직 전체의 alignment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합니다. 로마군의 [8명 분대 → 80명 백인대 → 480명 대대 → 5,000명 군단]이라는 구조는, 한 사람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3~8명이라는 인간의 한계 위에 세워진 설계였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프로이센 참모 체제, 미국 철도 회사의 조직도,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맥킨지의 매트릭스 조직을 거쳐 지금까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image.png

Dorsey와 Botha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기존 구조 위에 copilot으로 얹는 데 그치고 있다. 기존 구조를 약간 더 잘 돌아가게 만들 뿐,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저도 이 진단에 동의합니다. 현재의 위계 구조는 정보 흐름을 느리게 만들고, 사람이라는 변수가 각 계층에서 만드는 왜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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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사내 공지를 보고 든 생각

얼마 전 회사 전체 채널에 공지사항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이메일, 리포트, 내부 문서 등.. 다양한 곳에서 AI를 활용한 산출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툴을 사용하는 것은 적극 권장합니다. 하지만 꼭 스스로 검수하세요. AI 특유의 기계적인 문장 구조나 프로젝트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단어 선택 등은 실제로 여러분이 들인 노력과 성과와 무관하게 전문성을 훼손하고, 성의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AI는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혹시 놓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등등 '더 나은 나'를 위해 사용하세요. 검수 없는 AI 사용은, 여러분이 아닌 AI의 가치를 증명하게 되니 스스로 대체되지 않도록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공지사항의 의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검수 없이 AI가 뱉은 결과물을 그대로 붙여넣는 건 분명 문제이고, 저 역시 그런 결과물을 볼 때마다 꽤나 거슬리곤 하니까요.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자꾸 다른 지점이 신경 쓰였습니다. 공지사항의 표면적 내용보다, 이 공지가 전제하고 있는 '생각의 틀'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해야 할까요. 이 공지를 올린 분은 — 그리고 아마 지금 이 시각에도 비슷한 공지를 올리고 있을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 AI가 우리 일에 던지는 질문의 본질을 제대로 짚고 있는 걸까요? 솔직히 말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느꼈고, 그 불편함의 정체를 풀어보려 합니다. 1. “AI 사용을 유의합시다”라는 말의 해상도 평소에 사람들이 어떤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자주 느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생각보다 엄밀하게 쪼개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뭉뚱그려 이해하고, 그걸 언어로 표현하면서 뭉개진 관념이 그대로 고착화됩니다. “일할 때 AI 사용을 유의합시다”라는 문장이 제겐 딱 그런 사례로 보였습니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단어 하나가 축약하고 있는 방대한 워크플로우를 펼쳐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의 워크플로우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돌아가려면 대략 이런 단계들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전부 뒤섞여 있습니다.) 판단의 영역: 전략 방향 설정, 타겟 설정, 핵심 메시지 결정 아이데이션의 영역: 컨셉 발상, 크리에이티브 앵글 탐색 정보 수집: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소비자 인사이트 리서치 구조화와 분석: 수집된 정보의 정리, 패턴 파악, 의미 부여 재구성: 분석 결과를 전략적 프레임으로 재배치 커뮤니케이션: 내부 보고,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 팀 간 협업, 아웃소싱 매니지먼트 크리에이티브 구현: 시안 제작, 카피라이팅, 영상 편집, 디자인 작업 이 단계들 각각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의 성격과 효용은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구조화하는 단계에서 AI는 압도적입니다. 사람이 3시간 걸릴 리서치를 15분에 끝낼 수 있습니다. 경쟁사 10곳의 최근 캠페인을 비교 분석한다고 해보죠. 각 브랜드의 채널을 돌아다니며 핵심 메시지, 톤앤매너, 타겟 오디언스를 정리하는 건 중요하지만 지극히 반복적인 작업입니다. 사람이 이 기초 작업을 직접 하는 것과, AI에게 초벌을 맡긴 뒤 자신은 '해석과 의미 부여'에 집중하는 건 결과물의 차원이 다릅니다. 100페이지짜리 소비자 조사 리포트를 읽고 핵심 인사이트를 추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1차 요약을 해주면, 저는 “이 데이터에서 우리 브랜드에 유의미한 시사점이 뭔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실행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빠른 실행력을 요구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병목을 극복해야 합니다. 반면 전략적 판단, 컨셉의 방향성, 메시지의 결을 잡는 영역은 성격이 다릅니다. LLM에게 “Z세대 타겟 스킨케어 브랜드의 SNS 전략을 짜줘”라고 하면 꽤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트렌드 키워드도 맞고, 채널별 전략도 논리적이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입니다. 이 브랜드가 지난 2년간 구축해 온 포지셔닝, 경쟁사 대비 실제로 먹히고 있는 차별점, 최근 소비자 피드백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온도 변화가 뭔지 — 이 맥락 위에서 “그래서 우리는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러면 공지사항에서 지적되었던 ‘AI 특유의 어색함’은 주로 어디서 발생할까요? 제 경험상 가장 많이 튀어나오는 지점은 최종 커뮤니케이션 단계입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메일, 기획서의 카피라이팅, 리포트의 서술 — 이런 곳에서 AI가 생성한 텍스트가 필터링 없이 그대로 나가는 경우를 근래 많이 목격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리서치와 데이터 구조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인 반면, 메일 한 통, 기획서 한 장은 누군가의 눈앞에 직접 놓이는 '보이는 결과물'이죠. 바로 이 마지막 단계는 최종 아웃풋이 '글'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AI가 써줬으면 좋겠다”는 유혹이 가장 강하고, 동시에 그 엉성한 결과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I를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중간 단계(리서치, 데이터 구조화, 초안의 뼈대 잡기)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쓰는 사람은 의외로 드뭅니다. (솔직히 저는 거의 못 봤습니다.)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실무자들은 최종 아웃풋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AI를 남용하고, 리더들은 그 어색함만 감지한 채 그저 “유의하라”고 뭉뚱그려 ...

Adobe의 펀더멘털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

저는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전부터 Adobe를 사용할 일이 많았었죠. 하지만 약 2년 전부터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Adobe에게는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아는 한도 내에서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 전체를 조망하며, Adobe가 각 구간에서 어떤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합니다. 주로 정성적인 내용들이고, 숫자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Valley Insights를 통해 적어보겠습니다. 1. 콘텐츠 제작 밸류체인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먼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밸류체인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콘텐츠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이렇습니다.) [기획/전략] → [컨셉/시각화] → [디자인/레이아웃] → [촬영·모션그래픽 제작] → [편집/후반] → [매체 최적화·성과 분석] 이걸 기준으로 각 구간에서 Adobe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기획/전략 단계 Before: 브랜드(광고주) → 대행사 브리핑 → 전략 수립 Now: LLM(ChatGPT, Claude)이 시장분석·컨셉 도출·카피라이팅까지 지원. 전략 수립의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졌습니다. Adobe 영향: 직접적이진 않으나, 기획 단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대행사 의존도가 줄어들고, 이는 대행사 경유 Adobe 라이선스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② 크리에이티브 컨셉/시각화 단계 Before: 디자이너가 Photoshop/Illustrator로 시안 제작 (수일 소요) Now: Midjourney, DALL-E로 프롬프트 한 줄이면 컨셉 이미지 수십 장 생성 (수분 소요) Adobe 영향: 최종 프로덕션(정밀 레이어 작업 등)은 여전히 Photoshop이 강세지만, 초기 스케치와 컨셉 단계에서의 Adobe 의존도는 명확히 하락 중입니다. ③ 디자인/레이아웃 단계 Before: Illustrator, InDesign으로 정밀 작업 Now: Figma가 UI/UX 영역의 사실상 표준 장악 중, Canva가 일반 디자인 영역에 급격하게 침투 중 Adobe 영향: Figma $200억 인수 실패(2023년 규제 철회)로 차세대 협업 디자인 시장에는 전략적 빈틈이 발생했습니다. 요즘 신규 디자이너 세대는 Figma를 기본값으로 학습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픕니다. ④ 촬영·모션그래픽 제작 단계 Before: 실사 촬영은 '프로덕션 하우스 + 현장 촬영 + 수십~수백명이 협업을 하는 형태. 모션그래픽(제품 설명 영상, 인포그래픽, UI 시연 영상, SNS 동영상 광고 등)은 After Effects·Cinema 4D 전문 인력에 외주 방식. 15~30초 모션그래픽 하나에 수백~수천만 원이 드는 것이 일반적. Now: AI 영상 생성(Runway, Pika, Kling)이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모션그래픽 수준의 영상을 생성. 제품 360도 회전, 배경 합성, 텍스트 애니메이션 같은 '중간 난이도' 작업은 AI가 이미 대체 가능한 영역에 진입. 광고 모델 촬영도 AI 생성 이미지로 빠르게 전환 중. K-뷰티 인디브랜드들은 셀럽과 프로덕션에 큰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AI 생성 모델을 글로벌 마케팅에 활발히 활용 중. Adobe 영향: After Effects가 이 모션그래픽 시장의 사실상 표준이었습니다. 근데, 모션그래픽 외주와 촬영 물량이 감소한다는 건 곧 AE와 Premiere 전문 인력(시트 수)의 감소를 뜻합니다. ⑤ 편집/후반 단계 Before: Premiere Pro + After Effects 독점적 지위 Now: CapCut이 모바일 영상편집 MAU 3억 이상, 모바일 활성 사용자의 81% 점유(Sensor Tower). DaVinci Resolve는 무료 모델로 프로 시장 공략 중 Adobe 영향: CapCut과 Adobe는 직접 경쟁이라기보다 세그먼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CapCut은 모바일 중심의 소셜 콘텐츠 시장이고, Adobe의 핵심 매출은 PC 기반 프로 시장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파이프라인 단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초보 → Adobe Pro"라는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 경로가 있었는데, CapCut/DaVinci에서 시작한 사용자가 굳이 Adobe로 넘어올 이유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⑥ 매체 최적화·성과 분석 단계 Before: 매체별 포맷 변환(OSMU)은 디자이너 수작업, 성과 분석은 Adobe Analytics가 강자 Now: Meta Advantage+ Creative라는 서비스는 이미지 확장·배경 생성·영상화·텍스트 최적화를 AI로 자동 처리.(Google Performance Max도 유사 기능 제공) 성과 분석도 Google Analytics 4, Meta 자체 분석 도구로 고도화. Adobe 영향: 제작-최적화-분석이 매체 플랫폼 안에서 한 번에 끝나면서, 밸류체인 후단에서의 Adobe(Digital Experience 부문) 도구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결국, Adobe는 이 밸류체인의 거의 모든 구간에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각 구간마다 서로 다른 특화 도구가 Adobe의 각기 다른 제품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Adobe의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형세라고 생각합니다. 2. 왜 기업들은 Adobe를 떠나 내재화를 택하는가 그렇다면 왜 이 변화가 지금 이렇게 빠르게, 밸류체인 전체에서 ...

수영을 하다가 든 생각들

밸리에 들어오고 운동으로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수영하면서 느낀 점을 일기마냥 쓰고 싶었어요. 걍 막 쓰는거라 별 내용없습니다. (음슴체 예정) 1. 어떻게든 습관을 만들면 알아서 굴러가는 것 같다. 나는 매주 월,수,금 아침 7시에 수영을 하고 있음. 맨날 새벽 두세시에 자고 찌뿌둥한 몸으로 출근하던게 익숙했던지라, '며칠이나 가려나' 걱정이 많았음. 처음 2주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음. '갈까 말까', '몸이 넘 아푸다' 고민하다 다시 잠들기도 하고, 지각도 밥 먹듯이 했음. 근데 어쨌든 꾸역꾸역 나가다보니, 이제는 이게 루틴이 돼서 조만간 3년 차에 접어들 예정. 덕분에 매일 자는 시간도 11시 정도로 일정해지고, 가끔 늦게 잠드는 날이어도 아침에 알아서 눈이 떠짐. 이제 '가지 말까'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됨. 관성을 깨는 게 어렵지, 버텨서 관성을 만들어두면 그대로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느낌. 또 다른 효용이라면, 11시에 자는 루틴이 생기면서 강제로 미국주식 장기투자자가 됨. ㅋㅋ 2. 디지털 디톡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꽤나 좋은 것 같다. 수영은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 상태에서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음. (다른 운동도 맘먹으면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으니까) 이로 인한 효능은 확실히 느낌. 무념무상으로 레인을 돌다 보면, 업무든 투자든 어젯밤까지 안고 있던 고민거리가...
아무 생각
2026.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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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병목이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아무 생각
2026.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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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사내 공지를 보고 든 생각
아무 생각
2026.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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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의 펀더멘털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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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4.06

이정도 변화구면 제어되는 구속 160짜리 너클볼 아닙니까?! ㄷㄷ 자체 시리즈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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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HO
2026.04.06

아무래도 팬티는 벗고 사는게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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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4.06

오늘부터 노팬티의 삶 도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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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ian
2026.04.06

와우... 팔란티어의 온톨로지의 본질을 굉장히 잘 설명해주셨네요. 결국 온톨로지라는 컨셉으로 의미와 관계를 명료하게 해 세상을 합의된 렌즈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팔란티어라는 네이밍의 기원에 충실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량적인 요소로는 해소되지 않는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었는데, 빤스님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린 훌륭한 정성적 리서치를 보니 좋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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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아프지말고
2026.04.06

와우... 앞선 글들이 다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다니...

일단 글의 깊이, 전개, 앞글과의 연관성, 다 너무너무 좋은데 가독성에 참 신경을 많이 쓰셨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자 크기의 배치, 색넣기, 두께, 밑줄 긋기 정도로만 가지고도 이 정도로 가독성 좋은 글이 나오는 구나 싶어서 반성이 많이 됩니다.


너무 좋은 인사이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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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GT3RS
2026.04.06

노팬티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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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4.06

Block과 대비한 부분에서 감탄했습니다. 최근 노팬티님의 의도한 미니 시리즈 연재... 대단한 기획가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좋은 생각의 연결 구도를 보여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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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astle
2026.04.08

시리즈 연재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은 글인 거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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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치
2026.04.07

와 드리블 미쳤다...!

의도치 않게 모든 글을 읽은 상태였네요.

그 덕분에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서사까지 완벽!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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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
작성자
2026.04.08

Thank you, 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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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망내
2026.04.07

팔란티어를 다시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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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2026.04.07

말씀하신 조직의 문제는 결국 복잡계를 개개인이 한 눈에 조망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장 사모펀드 위기를 다루는 데에도, 의료도, 군사도 결국은 팔란티어의 최적화(정렬)가 필요할거구요.


다만 고민되는 지점은 엔비디아와 tpu의 관계와 같이,

팔란티어를 대신할 각 영역의 특출난 ai들이 하나둘 나타난다면 팔란티어가 그 모든 영역을 다 잡아먹을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합니다.

물론 한동안은 원탑의 위상을 펼치고 다닐 것 같긴하네요. 시리즈 잘 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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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
작성자
2026.04.0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보는 구도가 조금 다른거 같아서 답변드리자면,

팔란티어가 의료 AI, 군사 AI 같은 도메인 특화 ai모델들과 같은 레이어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런 모델들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토대를 까는 역할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vs TPU'보다는 'OS vs 앱'의 관계에 가깝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각 영역에서 더 뛰어난 앱(모델)이 나올수록 오히려 그 앱이 돌아갈 OS(Ontology)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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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2026.04.08

아아 팔란티어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어서 그럼 다른게 아니라 제가 틀렸나보네요.

그래도 덕분에 팔란티어 주말에 찾아보려고 정찰병 넣어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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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2026.04.07

100점. 1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