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명성을 지닌 과학자들을 작가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 끌어들여 일련의 사건들을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단편 소설 5개가 실려있다.
'프러시안 블루'부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까지 4개의 파편을 마지막 '밤의 정원사'로 이어붙이는 형식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가 책의 하이라이트지만 메시지는 '밤의 정원사'에 집약되어 있다.
'프러시안 블루'는 거의 사실로만 구성하고 뒤로 갈수록 상상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앞의 3편은 그리 흥미롭게 읽히지 않았다.
흔한 전쟁통의 과학자, 윤리의식을 다루는 오펜하이머 같은 이야기구나 하며 초반엔 억지로 책장을 넘겼다.
사실 원래 아예 과학교양서로 알고 구매했는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과학적 사실인지 모르는 입장에서, 초반에 이를 구별하려 애쓰며 안 좋은 인상을 받은듯하다.
그렇게 후회하며 읽다 보니 책의 하이라이트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까지 왔는데,
책의 제목을 담당할 만했다.
흡입력있는 이야기였고 벵하민이 펼쳐낸 독창적인 세계는 현실과 혼동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슈뢰딩거나 하이젠베르크의 이름을 들을 때면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과학자들이 위대한 발견을 앞두고 느끼는 흥분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무미건조한 문장들로는 절대 다 담아낼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아인슈타인은 오래된 첫사랑과 재회하듯 노벨상을 꼭 안아 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상을 볼 때마다 차오르는 성적 욕구를 억누르느라 힘겨웠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비유가 필수적이다.
슈뢰딩거의 소녀와 하이젠베르크의 환각.
그들이 양자역학을 파헤치며 느낀 흥분을 이런 비유를 통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들 인생에도 한 번 뿐인 값진 경험의 체험을 멋지게 구현해 낸 소설이다.
웅장한 사운드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작가는 경각심에 무게를 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