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베스트 책들을 읽고 나니 서로 비슷한 느낌이 들어 노벨문학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는데,
마침 들린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바로 책을 주문했다.
오늘 온 책의 뒤표지엔 벌써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가 쓰여 있는데 참 빠르기도 하다.
난해하다는 평에 걱정을 뒤로하고 읽어보니 흡입력이 가히 상을 받을 만도 했는데,
외국인들이 이 제주도의 감성을 다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주인공 경하는 학살에 관한 글을 쓴 작가이다. 한강 자신이 보이는 대목이다.
경하는 세상을 등지려 했지만 유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살아가던 어떤 날, 다시 삶에 고개를 든다.
마주했던 죽음과 악몽에 압도됐던 그녀는, 이제 그들에게서 벗어나 살아가기로 한다.
파도가 휩쓸어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한다. - 26pg
그런 시기에 인선의 연락을 받고 병원을 향한다.
경하의 악몽을 영상화 하기로 했던 인선과의 약속은 취소됐지만, 인선은 계속해서 나무를 자르다 손가락 마디가 잘린 것이다.
잘린 그녀의 손가락을 붙여놓고 3분마다 바늘로 찌르는 신경 재활은 그녀의 손가락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힘에 부쳤다.
하지만 경하가 삶을 외면했다가 돌아왔듯이, 인선도 손가락을 포기하고 싶지만 고통과 직면해야한다.
경하는 갑작스럽고 무리한 인선의 요청을 받고 그녀의 작업실로 향한다.
그녀가 키우던 새 두 마리중 남아있던 한 마리의 밥을 챙겨달라는 부탁이다.
험난한 제주 외곽지역으로 가는 동안 눈보라를 만나 죽을 뻔했지만, 겨우 작업실에 도착해 앵무새의 시체를 확인하며 1부가 끝난다.
들보가 무너지고 재가 솟구치던 자리에 앉아있다. - 244pg
그녀의 집, 제주도란 이런 곳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눈과 바람, 물과 새와 같은 자연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꿈 속에서 엄마 몸이 덜덜 떨릴 만큼 그게 무서웠대. 따듯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 - 81pg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 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도 무게가 있다. - 109pg
수많은 흰 새들이 소리 없이 낙하하는 것 같은 함박눈이었다. - 178pg
강풍이 먼바다의 먹구름을 흩을 때마다 햇빛이 수평선으로 떨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