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8_AI 시대에 나이먹음(어른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잡상)




인류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연장자'는 곧 '지혜롭고 현명함'을 뜻했다.
생애 주기동안
먼저 살아온 분들이 한 일은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이었고
곱게 늙어 죽는게 일상적이지 않은
인류 전반의 시간에
늙었다는건 살아남았다는 뜻이기에
연배가 높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로
유용하고 존경받을 일이다.
가령,
수렵도 힘든 채집 시기에는
어떤 버섯을 먹을 수 있는지,
어떤 버섯은 먹으면 안 되는지,
채집과 사냥을 함께 해야 할 때에
어느 산골에 범이 사는지,
어느 냇가에 뱀이 많은지,
목축을 할 때는 어디에서 풀을 뜯어야 하는지,
농경을 할 때는 언제 파종을 하고 무엇을 심어야 하는지,
먼저 해보고 지금까지 생존한 분들이 없다면
실로 무참한 재앙이 닥칠 일들을
죽을 고비 넘기며 호환, 마마, 기아와 천재지변을 이겨낸 분들의
삶의 지혜로 험난한 인생을 넘어온 것이 인류 역사일 것이다.
그래서 살아 남은 연장자는 '어른'으로 공경하며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그저 그래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경 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것일테다.
그러니 어른 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연장자가 아니라
공경, 존경, 존중 받을 가치가 있어야 어른이고
어른은 존중 받는 만큼 어른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해야 할
가볍지만 막중한 의무가 있는 셈이다.
내가 이런 나만의 '어른론'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가장 처음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지만
야간 자율학습이 있던 나의 십대 시절에
야자를 마치고 집에 하교하는 시간은 보통
11시에서 12시 사이의 야밤이었다.
당시 대도시지만 그린벨트 지역에 살던 나의 하교길은
띄엄띄엄 켜져있는 가로등 불빛 사이마다
반짝반짝 별들이 보일 정도로 어두운 산길이었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소에서도 30분은 걸어야 나오는
우리집으로 걸어갈때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길에 서서 밤하늘에 별을 보곤 했었다.
아~~~~주 오랜 예전, 전기는 고사하고
입을 옷도 구하기 힘든 시절,
양치고 소 여물 먹이며 살던 어린 목동이 있었다면
키우는 가축들을 전부 우리로 불러들인 깜깜한 밤에
지켜볼 곳이라곤 하늘에 떠있는 무수히 많은 별빛 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별빛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을까.
저기 빛나는 별들은 얼마나 많을까?
별들은 모래알만큼 작은데 해가지고 뜨는 달은 왜 저렇게 클까?
저 큰 달은 왜 날마다 커졌다가 작아질까?
그렇게 어린 목동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목동을 귀여워마지 않는 어른인 할아버지 뿐이셨을꺼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할아버지가 어릴 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하늘에 별이 된 사냥꾼 이야기,
해와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은하수를 건너는 이야기들을 지금의 사랑스런 손주에게 해주며
하늘, 별과 달, 천둥과 번개에 대한 설명을 해줬을 ...

넷플릭스에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가 있습니다. 딱히 존경하는 위인도 없이 젊은 날을 술과 함께 헤쳐나온 저에게도 비슷하게 우리 사회에서 어른은 어떤 분일까? 라는 막연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른 김장하"를 보고, 우리 주변의 진정한 어른이란 저런 분일지도...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나는 어른이 아니다, 평범하게 살자! 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향해 자기 나름의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결국 본인의 삶으로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삶으로 이야기하는 가치가 후학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면 어른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AI는 유한한 삶을 통해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어른의 대변자는 될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어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간만에 개똥철학 얘기해 보네요... -_-;

제가 요즘 늘 하는 생각의 파편들이 여기에 잘 조직된 통찰 가득한 글로 완성되어 있는 것 같아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댓글 남겨봅니다. 저는 '답이 진짜 답이라는 걸 판단하는 능력은 공부가 깊어야 비로소 갖추게 된다.', '그보다 먼저, 좋은 질문을 던져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걸 일상에서 체화시키는 부분에 마지막 한가닥 어른 노릇할 기회들이 남아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아는 것과 행동해서 체화하는 것은 꽤 간격이 크니까요. 그래서 듣기 싫은 잔소리 형태를 최대한 피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필요할 때 이런 걸 넌지시 귀뜸해줄 수 있는 아버지, 어른이 되고자 하는 게 바람인데... 바람도 모호한데다 말씀하신대로 제 자신부터가 아직 어른 무자격자라 그런지 참 쉽지 않네요. ㅎㅎ

지식보다 지혜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보다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네요 ㅎㅎ 읽고 쓰는 게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명깊게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