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7. 공감과 T의 위로 (박준)






(Winterville, Tom Hunter)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교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낯선 이들과 대화를 하기 일쑤다. 문득 MBTI가 뭐냐는 질문이 아이스 브레이킹용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ENTP인데 E랑 I는 번갈아 가면서 나오고 N과 T는 거의 100%로 나온다.
이상하게 나를 오래 본 사람들은 내가 T 100%라고 주장하면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F인 줄 알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기분이 나쁘진 않다. 어쩌면 내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하고, 적절한 조언을 드렸다는 것이니까. 허나, 이런 T들의 공감에 대해서 각주를 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공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sympathy와 empathy다. 둘의 차이가 굉장히 미미해서 어원적인 차이로 들어가 보면 둘이 공유하고 있는 단어인 'pathy'는 '감정(pathos)'을 의미한다. 둘의 차이가 보이는 sympathy의 'sym'은 '함께(with)'를 뜻하고 empathy의 'em'은 '안으로(into)'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sympathy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공감(F)'이고, empathy는 상대방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인지적으로 추론하는 '인지적 공감(T)'에 가깝다.
이 언어적 사실에 기댄다면 공감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쪽짜리 사실이다. 그러니 마치 T와 F가 비공감과 공감으로 번역되고 T는 개인주의, F는 이타주의로 분류되는 것은 틀린 일이다. T는 오히려 매우 공감을 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지적 공감은 뭘까? 본질적으로 타자를 향해 들어가는(em) 자세다. 우리는 타인이 타자(어찌할 수 없음)라는 점에서 그들을 완전히 이해해 볼 수는 없지만, 타자를 향해 들어가려는 자세의 본질은 에로스에 가깝다.
타자를 내 안으로 집어넣는 것(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내가 타자로 가는 행위(에로스)니까 말이다. 이때 우리는 빠져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들의 삶에 빠져 죽는 정신적인 자살이 인지적 공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흔히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하는데 이걸 맞아맞아 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정색하고 한번 왜 그런지 따져 물어봐야 한다.
신형철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슬픔을 겪을 때 응분의 몫 이상을 받는다. 말하자면 1이라는 슬픔이 있다면 0.5 정도의 슬픔이 추가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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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임..
고도의 T는 F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근데 부럽당
이런 고찰과 탐구가 있었다면 나두 20대 때 근사한 사랑을 했을텐데 말이야..

..저도 못한거보면..ㅜㅜ

오늘도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글을 정말 잘 쓰시는것 같아요!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좋은 책의 소비자일 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T 성향이 강해서 공감 못하지만 공감하는 척한 적이 많은데 단순히 척만하는게 아니라 좀더 공감하려고 노력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olo님...
선천적 공감능력 sympathy 의 능력은 거의 없어서 후천적 공감능력 empathy를 키우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왜 그들이 그랬는지 그들의 생애와 맥락을 잡고 치열하게 '공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애인이, 부모가 늪에 빠졌을 때 손을 건넬 수 있다."
이 부분... 제가 잘 해야만 제가 살 수 있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문구입니다.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pioneer님 대문자 F인줄 알았는데..노력이셨다니 놀랍습니다. 저는 그게 타인뿐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라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분노보다는 연민으로 가득해져요. 좀..자비로워지고 쿨해진다고 해야하나 저는 그랬어요

ㅎㅎㅎ
방금 저랑 이 글을 같이 읽은 제 아들이 말하길... 저는 대문자 T 맞다고 합니다. ㅋㅋㅋ
하여간 제 주변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을 높이는 노력에 많이 많이 도움 주시는 tolo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 서문의 내용을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생각나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아재님이 모닥불 시리즈 영상에서 말씀하셨던 내집단을 넓혀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었는데 tolo님의 글이 그 내집단을 넓혀야 하는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서 더 개념적으로 이해 시켜주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은.. 세상이 T를 너무 매도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T 는 F 에 비해 더 사려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F 는 그저 몸이 반응해서 나오는 자동반사적인 공감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수지가 "달을 보니 갑자기 슬프네" 라고 했을 때 F 는 "나도 그러고보니 달이 뭔가 슬퍼보여 ㅠㅠ" 라며 공감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T 는 "왜 수지가 오늘 달을 보며 슬프다는 감정을 느낄까?" "아, 그녀가 최근에 이런이런 일이 있었지..." 라며 F 에 비해 다만 공감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시간이 더 걸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T 가 F 에 비해 더 사려깊은 실질적인 공감을 하는 거 아닌가라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의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