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매나무)
행복, 불행은 뭘까
행복이라는 질문은 언제나 난제다. 고대 그리스의 어느 철학자는 행복을 인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자 모든 행동의 목적으로 정의했지만, 정작 현대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목적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는 레이스 위에서 그저 '잘 달리는 법'만을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우리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행복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불행으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고, 때로는 타인의 불행을 내심 바라기도 한다. "개인의 안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친한 친구의 성공"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순수한 축하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며 사실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행복을 경시한다거나 맹목적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질문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나 역시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행복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지만, 동시에 오직 '감정'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만 증명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행복을 설명할 때 "어떤 순간" 혹은 "무엇을 할 때"라는 구체적인 경험의 언어를 빌려올 수밖에 없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행복의 형태를 하나의 정의로 묶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사유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투자의 현인들이 가졌던 지혜를 빌려보자. 워런 버핏의 영원한 파트너 찰리 멍거가 강조했던 역발상 사고법이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수학자 야코비의 격언인 "거꾸로, 항상 거꾸로 생각하라"를 즐겨 인용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일수록 뒤집어 생각할 때 비로소 실마리가 풀리곤 한다.
행복에 매달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확실히 불행해질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명확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복에는 무디고 불행에는 민감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도 발견되지만 불행은 대개 거대한 파도처럼 닥쳐오기에, 불행을 탐구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지도가 되기도 한다.
이제 불행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 불행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해보자 가장 불행한 심연에서 길어 올린 어느 시를 소개하려 한다. 그에 앞서 평안도의 '모던 보이', 시인 백석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보겠다.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많은 연구자가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한국 근대시 중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작품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시가 어렵다기보다는 알려진 사실 자체가 매우 적고, 알려진 부분도 의문으로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이 시에 대해서 머리가 아픈 것은 당연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기질이나 시적 경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북한에 남았다. 초기 연구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했지만, 현재 월남을 할 만한 이유와 기회가 없지 않았음이 밝혀지면서 자발적으로 북한에 그대로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방 직후 평남 임시인민정치위원회와 위원장 조만식의 통역을 담당했던 것을 보면 내 생각도 그렇다. 그런데 이 작품의 창작 시기, 인적 왕래는 물론이고 서신의 왕래조차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굳이 남한의 매체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발표했다. 남과 북에서 각각 별개의 정부가 수립됨으로써 분단이 확정된 이 시기에, 북한에서는 단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 백석이 남쪽의 매체에 작품을 발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참으로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에 연구자들이 씨름하고 있지만, 이 작품에 녹아 있는 백석의 이 시는 그런 논란을 가볍게 누르는 명편임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시리즈 연재] : 11. 우리는 왜 변해야할까?(릴케)](https://post-image.valley.town/rZJ7aAcP4NQAjKxDJiOUH.jpeg)
![[시리즈 연재] 10. 무의미한 삶과 자살 2 (알베르 카뮈)](https://post-image.valley.town/twzoUb-ve5eBbZ1hXLjC_.jpeg)
![[시리즈 연재] 8. 나? (김춘수)](https://post-image.valley.town/HKUuy6s5v3deZjuOFAC71.jpeg)
![[시리즈 연재] 7. 공감과 T의 위로 (박준)](https://post-image.valley.town/oR8qpE88uNmDUaNePauMN.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