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Falling Man, September 11, 2001 : 2001년 9월 11일, 한 남자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뛰어내렸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
최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최근 4개월간 제대로 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아 시황과 거리감이 생겼고, 이 화제에 대해 어떠한 비판이나 찬성도 어쩌면 의견조차 밝힐 수 없는 상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소식을 듣고 내가 어땠는지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서 (아직 정리되진 않았지만) 전쟁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는 재난 상황(그라운드 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솔직한 심정으로 전쟁 뉴스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선 신이 났다는 것이다. 석유 롱 포지션이 조금 있었고 코스피를 며칠 전에 매도했기에, 거기서 오는 희열이 우선이었다. 혐오스럽거나 모순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당혹스러울 정도로 비도덕적인 '인간적 진실'에 충실하고자 고백하는 바이다.
어쩌면 이런 반응이야말로 인간적이지 않을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사실일 수 있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들(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이 '동정은 상상과 추론이 필요하기에 반사적인 첫 반응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당신은 기억에서 지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계좌에 먼저 관심이 쏠렸을 것이며 이를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도덕적일지언정 인간의 특징이니까.)
두 번째로는 이런 '비도덕적인 나'를 '억제하는 나'가 이란과 미국의 거대한 전쟁에서 소외되는 약자에게 귀를 기울이게 했다. 아마 행동경제학적으로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 정도가 될 텐데, 직관이나 충동(일종의 공황)이 지나가면 사람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로는 무력감이 들었다. 패권국인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을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명분도 불명확한 전쟁임에도 그 누구도 도덕적인 질타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근대에 일어났던 문명의 비극들을 가르치고 전쟁의 무게를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반전주의자도 아니고 전쟁의 불가피함을 잘 아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요즘의 전쟁이 너무 가볍게 시작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더불어 우리의 생각조차 너무 가볍다는 사실은 이제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 거대함 속에서 피해자는 작은 부분인 '숫자'로 기억될 뿐이며, 전쟁의 규모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대체 문학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땅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과거에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점을 의미했으나, 9.11 테러 이후 이 단어가 널리 쓰이면서 거대한 재난 상황 그 자체를 상징하게 되었다.
만약 한국에 거대한 그라운드 제로가 발생하여 사회 전체가 집단적 공황에 빠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문학은 과연 어떤 유용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추리 작가 다카하시 가쓰히코는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예술이니 뭐니 말할 상황이 아니다. 그것보다 우유와 가솔린의 확보가 소중하다. 이러한 사실에, 문예에 관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 내가 해왔던 일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맞는 말이다. 어떠한 명작가의 명작이더라도 그라운드 제로 앞에서는 우유와 가솔린보다 못하다. 이에 대해 신형철 평론가는 이런 말을 했다.
현실의 그라운드 제로는 그대로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가 된다. - 신형철, <9.11과 3.11, 혹은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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