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예측대회
투자분석
아카데미
커뮤니티
Valley AI 시작하기시작하기
Valley Space인기
책을 읽고,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3등상교양과 투자론

책을 읽고,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avatar
Ottoman
2026.03.01조회수 377회
avatar
Ottoman
구독자 1,098명구독중 27명
다양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쓰는게 목표입니다.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꽤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

대통령이 X에 글을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부동산과의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서로의 신도(?)를 빼앗아 오기 위한 성전이 선포된 가운데, 지난 수십년간 국교(?)를 유지해온 부동산 쪽에서 독립 이래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듯 합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집 살 돈을 빼서 주식을 살 수 있는가라는 것이죠. 그 대답은 여기서 제가 드릴 수가 없고, 관련해서 읽은 책을 하나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영끌'과 '벼락거지'. 요즘은 신조어가 너무나 빨리 변해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이 두 단어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무엇인지를 그 어떤 학술 용어보다 정확하게 정의합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과, 집을 사지 못해 남들의 자산 증식을 구경하며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사람.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거지역의 위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한 주거의 크기가 아니라 계급을 나누는 언어가 되었고, 어느 학군에 사느냐는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규정하는 신분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이 삶의 희망이자 공포가 된 시대에,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크 버드의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광기 어린 집착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3,200년의 역사를 가로질러 추적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남습니다. 토지를 향한 이 집착은 어느 특정 사회의 병리가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필연적으로 자라나는 버섯 같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이 국가에 내는 것이 세금이라면, 국가가 내야하는 세금이 부동산, 토지라는 것이죠.


저자는 글로벌 관점에서 '토지(LAND)'를 다룸. 하지만 번역은 한국 독자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주는 부동산으로 번역이 되어 있어, 맥락에 따라 혼용함.

1부. 토지는 왜 다른가 — 제로섬 자산의 해부

저자는 토지가 인간이 만들어낸 다른 모든 자본 자산과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는 데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속성에 있습니다. 수요가 폭발하더라도 공장을 돌려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공급의 고정성', 자본처럼 국경을 넘나들거나 필요한 곳으로 떼어 옮길 수 없는 '이동 불가성', 그리고 건물이 감가상각되어 낡아가는 동안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성'이 그것입니다. 주식은 기업이 성장하면 모두가 함께 부를 키울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는 다릅니다. 누군가 더 많은 토지를 가지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덜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제로섬 게임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짚어내는 토지의 가장 불편한 특성이 드러납니다. 토지의 가치는 그 소유주 개인의 혁신이나 노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내 땅 주변에 지하철역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몰리면 지가는 오르지만, 그 가치 상승은 사회 전체의 투자와 경제 활동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토지 소유자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가 창출한 부에 무임승차합니다. 저자는 이 구조가 현대 자본주의를 서서히 갉아먹는 '토지의 함정'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합니다. 땅값이 오르면 이를 담보로 금융권의 신용 대출이 팽창하고, 이것이 다시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됩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경제 호황이지만, 실물 경제로 흘러야 할 생산적 자본이 토지라는 블랙홀에 모두 흡수되어버리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적 투자는 위축되고, 가계는 살인적인 주거 비용에 짓눌리며, 부의 세습으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은 사회의 역동성을 질식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140여 년 전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던진 도발적 질문을 21세기의 맥락으로 불러냅니다. "문명이 발전하고 부가 축적될수록 왜 대중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상적 정치가인 동시에 서부의 땅을 헐값에 매입해 비싸게 되파는 대규모 토지 투기꾼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문제가 결코 현대에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토지는 경제라는 숙주가 성장할수록 그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커지는 버섯이자 기생충이었으며, 이는 인류가 정착 농경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역사적 필연이었습니다. 헨리 조지는 그 해법을 '토지 사유제'와 '지대(Rent)'에서 찾았지만, 그의 사상은 좌파와 우파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압살당하며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결론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부. 토지, 담보가 되다

잠깐,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맥도날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햄버거 회사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도발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는 것입니다. 맥도날드의 폭발적 성장의 비결은 전 세계의 목 좋은 땅을 선점해 가맹점주들에게 임대하는 정교한 '부동산 임대업' 모델에 있습니다.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버거 판매 마진보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혁신을 자랑하는 거대 기업조차 알고 보면 땅장사로 돈을 버는 구조, 이것이 저자가 포착한 현대 자본주의의 민낯입니다. 맥도날드만이 아닙니다. 유통, 통신, 물류를 막론하고 가장 성공한 현대 기업들 다수가 본업의 경쟁력 못지않게,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부동산 자산의 가치에 기대어 성장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이야기가 아닙니다. 은행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은행의 본업은 기업가의 꿈에 자본을 대주는 일이었습니다. 새 공장을 짓겠다는 사업가,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창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은행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현재 선진국 은행 대출의 60% 이상이 주택 담보 대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은행들이 기업 혁신의 조력자에서 토지를 담보로 신용을 팽창시키는 거대한 부동산 헤지펀드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생산적인 혁신이 아닌 ...

회원가입만 해도
이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Basic 7일 무료 체험 시작하기
이미 계정이 있으신가요?로그인하기
댓글 11개
교양과 투자론 카테고리의 다른글

중국, 어제의 은, 오늘의 은 (下)

가벼운 읽기를 위해 분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귀금속에서 산업재로 은은 물리학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금속입니다. 지구상 모든 금속 중 전기전도율과 열전도율이 가장 높고, 산화되어도 전도성을 잃지 않으며, 미세한 접점에서도 신호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구리의 전도율을 97로 보면 은은 100입니다. 과거에는 이 3의 차이가 무시되었습니다. 그러나 1나노초의 지연과 1와트의 발열이 수백억 원의 비용으로 환산되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이 3의 차이가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하나에는 수만 개의 서버가 들어가고, 각 서버에는 수십 개의 접점과 커넥터가 있습니다. 이 접점 하나하나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저항과 발열이 누적되면, 전체 시스템의 전력 효율과 냉각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냉각에 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접점 재료 하나의 선택이 수조 원 규모의 경제성 문제가 됩니다. 구리로도 되는 일을 굳이 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은이어야만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는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산화 후에도 전도성을 유지한다는 특성은 더욱 결정적입니다. 구리는 산화되면 절연체로 변합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녹슬면 구리는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지구 궤도 위의 위성을, 심해의 케이블을, 전장의 유도미사일을 수리하러 갈 방법은 없습니다. 한 번 설치하면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 극한 환경에서 엔지니어들이 비싼 은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5G 기지국이 영하 40도의 산악 지형에서도, 섭씨 50도의 사막 한가운데서도 끊김 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는 결국 접점 재료로서 은의 선택을 사실상 강제합니다. 심지어 탄소 나노튜브처럼 은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받던 신소재들조차 결국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은을 섞어 써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은이 초전도체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은의 입지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25년 핵심광물 목록에 은을 새로 포함시킨 것은 이 흐름의 공식적인 선언입니다. 귀금속 국가 안보 문서에 올라가는 산업재가 된 것입니다. 희토류라는 선례: 매장량보다 중요한 것 이쯤에서 잠깐 희토류 이야기를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은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희토류만큼 좋은 참고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이 36.7%, 브라질이 18.3%, 러시아가 15%를 차지합니다. 절대적인 독점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1%는 중국에서 나옵니다. 매장량의 우위가 아니라 정련과 생산의 우위 덕분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정련 기술만 확보하면 누구든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중국 밖에도 캘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환경만 ...
교양과 투자론
2026. 02. 23
31
11
194
중국, 어제의 은, 오늘의 은 (下)

중국, 어제의 은, 오늘의 은 (上)

미리 시리즈 연재를 보고 오시면 도움이 됩니다! 인류 최초의 신용화폐 실험, 그리고 실패 송(宋)이 몽골에 밀려 망하면서 중국 대륙은 또 한 번 이민족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송이 세상에 남긴 것은 단순한 문물이 아니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본격적인 신용화폐 실험, 즉 "이 종이 자체는 아무 가치가 없지만 국가가 보증하겠다"는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그것입니다. 몽골의 원(元)은 이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한술 더 떠 귀금속 거래를 아예 통제하고 지폐만 쓰도록 강제했습니다. 방향만 보면 꽤 그럴듯했습니다. 문제는 몽골인들이 시장에서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는 것입니다. 좋게 말해 자유였지, 실상은 방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중화 문명이 황제에게 요구하는 '덕(德)'도, 화폐를 다루는 절제도 없었습니다. 결국 재정이 흔들리자 원의 지배층은 가장 쉬운 유혹에 빠졌습니다. 금화나 은화는 광산을 파야 더 만들 수 있지만, 종이는 찍으면 그만이었으니까요. 로마 말기에도, 훗날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그 유혹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유혹을 이겨낸 정권은 많지 않습니다. 아주 익숙한, 전대미문의 인플레이션이 덮치고, 자연재해로 농업 기반까지 무너지자 중국 특유의 민란이 사방에서 터졌습니다. 거기다 몽골 지배층끼리 내전까지 벌이니, 제국 경영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재앙이었습니다. 이 난장판 속에 주원장이 등장합니다. 문자 그대로 거리를 떠돌던 거지, 탁발승 출신의 그는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입지전적인 성과를 냅니다. 몽골을 몰아내고 명(明)의 시조가 됩니다. 거지가 통일 중국의 황제가 된 것입니다. 농민 출신이었지만 지폐의 가능성만큼은 알아봤는지 명 초에도 국가 보증 지폐인 대명보초(大明寶鈔)를 발행하며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습니다. 고질적인 위조 문제와 화폐 가치의 지속적 하락을 당시 기술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백 년에 걸친 지폐 실험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중국은 다시 귀금속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세금은 이제 돈으로만 받겠습니다..? 지폐가 사라졌다고 경제가 쪼그라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송 대에 이미 엄청난 규모로 팽창한 중국 경제는 명·청을 거치며 계속 커졌고, 장거리 교역과 전문 상인, 도시 노동자와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며 결제 수단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졌습니다. 소액은 구리동전으로, 고액은 은괴, 즉 은량(銀兩)으로 거래되었으니 마치 지금의 동전과 지폐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지금 중동 산유국이 한국 선사에 석유를 팔 때 달러로 결제하듯, 당시 중국의 원거리 교역에서 기축통화는 은이었습니다. 은의 수요는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구조적으로 성장했죠. 그런데 16세기, 임진왜란 전후 시기에 명의 재상 장거정(張居正)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립니다. 일조편법(一條鞭法), 일조는 한 줄이란 뜻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세금을 한 줄로 묶어 앞으로는 은으로만 내라"는 조세 개혁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세금은 종류가 여럿이었습니다. 쌀로도 내고, 특산품으로도 내고, 우리의 몸으로 때우는 노동력으로도 냈습니다.부역(賦役)으로도 세금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홍시'로 세금을 ...
교양과 투자론
2026. 02. 23
42

케빈워시라는 트럼프의 승부수

케빈 워시(Kevin Warsh)라는 이름은 금융계에서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은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이죠. 당연히 우리도 모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자를 내민 것은 꽤 교묘한 카드로 보입니다. 아니, 카드가 아니라 방패죠. 트럼프가 연준 독립성을 흔들며 저금리 정책을 밀어붙이려 할 때,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패. 유년기 저는 출생, 출신부터 사람의 바이오그래피를 쌓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간략하게 보겠습니다. 그의 출생지는 올버니입니다. 올버니는 그 뉴욕시가 위치한 뉴욕의 주도로 한국으로 치면 과천에 댈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거대한 상업수도 근처의 행정적 기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도시죠. 케빈 워시의 아버지 로버트 워시는 변호사였습니다. 그것도 지역 올버니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그런 변호사였습니다. 워렌 버핏과 비슷한 방식의 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워시의 성품을 판단하기에 중요한 근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케빈은 단순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조용한 모범생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그는 지역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다고 합니다. 테니스 취미 역시도 꽤나 사람을 표현하는 스포츠인데요. 우선 미국의 3대 스포츠인 단체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냥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인 골프와 같은 정적인 (골프 좋아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스포츠도 아니죠. 미국에서는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라지만 이는 그가 유년기부터 일반적으로 꽤나 엘리트 교육을 받았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면서도 버핏과 비슷한 방식의 엘리트 정치-금융 기반이 있음에도 운동을 잘했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네요. 시장이 보는 그의 젊고 활동적이면서도 원칙적인 그런 고고한 모습을 참 잘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테니스만 잘하는게 아니라 공부도 당연히 잘했습니다. 여기서 그의 첫번째 선택이 드러나는데요, 워시는 성적이 좋으니 일반적으로 동부 엘리트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서쪽을 택했습니다. 그는 스탠퍼드로 향한 것입니다. 미국의 서부는 동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동부가 금융이고 행정이라면, 서부는 테크와 혁신을 상징하죠. 서부행 1988년, 케빈 워시는 스탠퍼드에 들어갑니다. 전공은 공공정책학. 그리고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바로 그 시기, 실리콘밸리가 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가 스탠퍼드에서 공부하던 1990년대 초반은 인터넷이 막 상용화되던 시절입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막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이 시기의 경험이 훗날 그가 'AI 생산성 혁명'을 지지하는 이론적 토대가 된 듯합니다. 이 당시를 이끌던 실리콘 밸리의 테크는 그야말로 눈부셨거든요. 빌게이츠가 이 시절을 이끌던 거목이죠. 워시는 스탠퍼드를 졸업한 후, 그는 다시 동부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하버드 로스쿨로 말입니다. 하버드 로스쿨은 명실공히 서울대 법대 포지션의 미국 최고의 법대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도 변호사 출신, 즉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워시와는 로스쿨 이외의 경력이 크게 갈리는데요, 보시죠. 엘리트코스와 엘리트결혼 1995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케빈 워시는 모건스탠리에 입사했습니다. M&A 부서였습니다. 파월이 로스쿨 이후 미 연방 재무부...
교양과 투자론
2026. 01. 31
123

무주택자는 정말 '집값 인버스'를 들고 있는 걸까?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는 댓글이 있습니다. "무주택으로 남아 있는 건 집값에 숏 포지션 잡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입니다. 심지어 "주식은 안 사면 중립이지만, 집은 1주택이 중립"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합니다. 처음 들으면 꽤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반은 통찰력있는 표현이고 반은 과한 수사입니다. 특히 "숏"이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단어입니다. 숏이 뭔지부터.. 금융시장에서 숏(short)은 명확한 구조를 가집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고, 내리면 이익이 납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손실은 무한대까지 갈 수 있습니다.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는데 주가가 3배 오르면? 그만큼 손실이 불어납니다. 그런데 무주택자의 상황이 정말 이런 구조일까요? 무주택자의 실제 손익은 "집값"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핵심은 매달 내는 전세금이나 월세입니다. 집값이 올라도 임대료가 덜 오르면 체감 손실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정체돼도 임대료가 폭등하면 타격은 커집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지만,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지역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는 "집값 숏"처럼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2022년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했는데도 월세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즉 무주택은 "집값 숏"이 아니라, 더 정확히는 주거 서비스를 매달 현금으로 결제하는 상태입니다. 투자 용어로 말하면 '주택가격 베타를 보유하지 않은 채, 거주 비용(캐리)을 지불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1주택은 정말 '중립'일까요? "1주택이 중립"이라는 말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실거주 1주택은 단순히 '롱 포지션 1개'가 아니라, 실제로는 여러 요소가 뒤섞인 복합 포지션입니다. 실제로 1주택 보유자는 다음을 동시에 들고 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 노출 - 자산으로서의 집값 변동에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 임대료 인플레이션 헤지 - 집값이 오르면 보통 임대료도 오르는데, 본인은 임대료를 안 내니 이를 방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리 리스크 - 대출이 있다면 금리 변동에 직접 ...
교양과 투자론
2026. 01. 30
61
10

사이클에 대하여: 사이클은 제거될 수도 있다

사이클이란 무엇인가 여러분, 혹시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이런 업종들을 부를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데요. 마치 이 단어가 반도체나 석유라는 물질 자체에 내재된 어떤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도체는 원래 그래", "조선업은 워낙 사이클이 심해서" 같은 말들을 무심코 받아들이게 되죠. 그런데 잠깐만요. 정말 그럴까요? 반도체라는 작은 실리콘 조각이, 혹은 거대한 배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수익 변동을 야기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걸까요?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릅니다. 사이클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모른다는 거죠. 만약 우리가 미래의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안다면? 사이클 같은 건 애초에 생길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메모리가 얼마나 필요했을지, GPU가 얼마나 들어갈 지 미리 알았으면 어땠을까요? 이런 세상에서 지금같이 가격이 폭등했다 폭락하는 드라마가 펼쳐질 이유가 있을까요? 콜라먹는 하마 이야기 이해를 돕기 위해 좀 황당한 예시를 하나 들어볼게요. 제가 콜라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 콜라 소비의 상당 부분을 혼자 담당할 정도로 마셔대는 고래중의 고래, 콜라 하마입니다. 돈도 무지막지하게 많아서 계속 마실 수 있다고 해보죠. 콜라 회사 입장에서 저는 고래... 아니, 하마입니다. 1막: 인후통 파동 어느 해, 저에게 인후통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콜라를 적게 마시게 되었죠. 콜라 회사는 이를 보고 큰 결단을 내립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악재라고요. 경영진 회의가 열립니다. CFO가 엑셀 차트를 띄우며 말합니다. "분기 매출이 30% 감소했습니다. 앞으로도 얼마 못마실겁니다. 이건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구조적 변화입니다." CEO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머지않아 코카콜라와 펩시는 직원을 해고하고, 생산 라인을 감축하기 시작합니다. 공장 하나가 폐쇄됩니다. 협력업체들에게 발주량 감축을 통보합니다. 그런데... 제 인후통이 나았습니다. (당연하죠?) 다시 평소대로 콜라를 마시려는데, 마실 게 없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뒀던 건 유통기한이 다 됐고, 새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공장을 다시 돌리려면 해고했던 직원들을 재채용해야 하고, 폐쇄했던 라인을 재가동해야 합니다. 이게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죠. 저는 어쩔 수 없이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천 원짜리 코카콜라 한 캔을 만 원 주고 사는 지경에 이르죠. 재고를 쌓아뒀던 똑똑한(?) 사람들이 갑자기 콜라 재벌이 됩니다. 중고 콜라 시장에 투기 광풍이 붑니다. 그래도 부족합니다. 평소 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펩시를 사 마시기 시작하고, 급기야 이름도 모를 잡콜라들, 심지어 환타까지 닥치는 대로 사서 마십니다. 중독자의 비애입니다. 잡콜라 회사들은 갑자기 불어난 주문에 환호합니다. "드디어 우리 시대가 왔다!" 잡콜라 (예시) 코카콜라는 부랴부랴 공장을 확장하고 직원을 늘립니다. 해고했던 직원들을 다시 부르는데, 다들 이미 다른 직장을 구한 상태입니다. 할 수 없이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고 재영입합니다. 신규 장비도 급하게 발주합니다. 비용이 급증하죠.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량이 늘어나고, 가격은 다시 정상화됩니다. 저는 당연히 코카콜라로 회귀하고요. 펩시는 타격을 입고, 잡콜라들은... 순간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그들의 야심찬 증설 계획도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콜라 과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코카콜라는 생산 비용 증가를 반영해 가격을 슬쩍 올립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사이클의 기본 모습입니다. 수요 급감 → 과도한 감축 → 수요 회복 → 공급 부족 → 가격 폭등 → 과도한 증설 → 공급 과잉 → 가격 폭락. 이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거죠. 2막: 당뇨 쇼크와 구원자의 등장 그렇게 콜라를 마시던 어느 날, 병원에서 당뇨 진단을 받습니다. 콜라를 못 마시게 된 겁니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혈당 수치가 심각합니다. 앞으로는 단 거 못먹는다 이말입니다." 저는 멍하니 진료실을 나섭니다. 이 뉴스는 순식간에 시장을 뒤덮습니다. 병원 주차장에서 찍힌 제 사진이 주요 경제 신문 1면을 장식합니다. "OOO, 당뇨 진단... 콜라 산업 아마겟돈?" 펩시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문 닫을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코카콜라도 공포에 휩싸입니다. 주가가 하루에 30% 폭락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합니다. 다음 분기 실적 발표, 예상대로 엄청난 손실입니다. 제가 안마셨기 때문입니다. 컨퍼런스콜에서 CEO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의 주요 소비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합니다. 세상이 망할 것 같고, 콜라 산업은 붕괴 직전처럼 보입니다. 언론에서는 콜라 산업의 몰락을 기정사실화합니다. "콜라의 예견된 종말", "콜라 회사 구조조정 불가피", "협력업체 연쇄 부도 우려" 같은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유튜브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사이버렉카가 출동합니다. 그런데. 어느 펩시 직원이 '제로슈거 라임'이라는 제품을 내놓습니다. 콜라이면서도 당뇨인 제가 마실 수 있는 제품이었죠. 사실 이 직원은 몇 년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제안해왔었는데, 계속 묵살당했었습니다. "콜라는 원래 설탕맛으로 마시고 하는 거야. 제로? 그게 무슨 콜라야?"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릅니다.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니까요. 급하면 뭐든 시도해보는 법입니다. 시제품을 받아본 저는... 놀랍게도 맛이 괜찮다고 느낍니다. (중요합니다) 물론 예전의 그 달콤한 맛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콜라의 톡 쏘는 느낌, 시원한 청량감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이걸 마셔도 혈당이 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다시 예전만큼 콜라를... 아니, 제로콜라를 마시기 시작합니다. 시장은 급격히 안정을 되찾습니다. 펩시의 주가가 급등합니다. 며칠 만에 50% 상승합니다. 코카콜라도 황급히 자체 제로 제품을 출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물론 시장의 주력이 제로콜라로 넘어갔고, 펩시는 난생처음 시장 1등의 자리에 오릅니다. 산업 전문지들이 특집 기사를 쏟아냅니다. "제로슈거 혁명", "펩시의 극적인 반전",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혁신". 그 몇 년 전에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직원은 임원으로 뒤늦게 승진하고 유퀴즈 같은 방송에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게 사이클인가, 구조적 변화인가?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7
218
중국, 어제의 은, 오늘의 은 (上)
12
844
케빈워시라는 트럼프의 승부수
557
무주택자는 정말 '집값 인버스'를 들고 있는 걸까?
교양과 투자론
2026. 01. 11
41
9
245
사이클에 대하여: 사이클은 제거될 수도 있다
avatar
마론백
2026.03.01

(생산적) 금융 투자 편향적인 입장에선, 참 백번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게 참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ㅠㅠ

avatar
NV사랑DA
2026.03.01

굿굿 좋은글입니다!

avatar
만리
2026.03.01

오 저도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ㅎㅎ

avatar
같이투자
2026.03.02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avatar
고디나
2026.03.02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자가 소유 민주주의에 대해선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이 글을 보고 생각난건 '다주택자 규제'가 오히려 그것을 가속화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핵심지 부동산만 오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여론이 부동산때리기를 보고 환호하고 있는데, 오히려 자가보유자가 늘어나면 나중에는 정치적으로 표때문에 더 힘들어지려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그래서 임대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려고 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사실상 전 세계에서 싱가폴 제외하고 모든 나라 모든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참 어렵네요. 지가 상승을 물가상승률만큼만 통제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avatar
하이바이
2026.03.02

이동진 평론가님 유튜브에 책이 올라와서 저도 구매하였는데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avatar
그리린
2026.03.0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싱가포르 사례를 보니, 얼마 전 읽은 기사에서 싱가포르 역시 입지 좋은 '똘똘한 한 채'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내용이 떠오르네요.


___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206/133310545/1

avatar
바움슈타인
2026.03.02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동시에 사람들의 사고와 심리가 바뀌는데 걸리는 세월이 참 오래 걸리다보니, 한번에 쉽게 잘 안바뀌는 듯 해요. ㅠ... 결국 우리나라로 돌려서 생각하면 메스를 무조건 대야할 문제인데 잘 해결되길 바래봅니다.

avatar
uyru
2026.03.0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실거주, 실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투자 목적의 부동산의 경우 증권화 및 유동화하는 방식을 선택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avatar
큐로잉
2026.03.04

잘 읽었습니다.

결국은 누가 먼저 희생할거냐라는 문제 때문에 덮어두고 가는것 같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