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
대통령이 X에 글을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부동산과의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서로의 신도(?)를 빼앗아 오기 위한 성전이 선포된 가운데, 지난 수십년간 국교(?)를 유지해온 부동산 쪽에서 독립 이래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듯 합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집 살 돈을 빼서 주식을 살 수 있는가라는 것이죠. 그 대답은 여기서 제가 드릴 수가 없고, 관련해서 읽은 책을 하나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영끌'과 '벼락거지'. 요즘은 신조어가 너무나 빨리 변해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이 두 단어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무엇인지를 그 어떤 학술 용어보다 정확하게 정의합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과, 집을 사지 못해 남들의 자산 증식을 구경하며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사람.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거지역의 위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한 주거의 크기가 아니라 계급을 나누는 언어가 되었고, 어느 학군에 사느냐는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규정하는 신분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이 삶의 희망이자 공포가 된 시대에,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크 버드의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광기 어린 집착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3,200년의 역사를 가로질러 추적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남습니다. 토지를 향한 이 집착은 어느 특정 사회의 병리가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필연적으로 자라나는 버섯 같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이 국가에 내는 것이 세금이라면, 국가가 내야하는 세금이 부동산, 토지라는 것이죠.
저자는 글로벌 관점에서 '토지(LAND)'를 다룸. 하지만 번역은 한국 독자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주는 부동산으로 번역이 되어 있어, 맥락에 따라 혼용함.
1부. 토지는 왜 다른가 — 제로섬 자산의 해부
저자는 토지가 인간이 만들어낸 다른 모든 자본 자산과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는 데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속성에 있습니다. 수요가 폭발하더라도 공장을 돌려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공급의 고정성', 자본처럼 국경을 넘나들거나 필요한 곳으로 떼어 옮길 수 없는 '이동 불가성', 그리고 건물이 감가상각되어 낡아가는 동안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성'이 그것입니다. 주식은 기업이 성장하면 모두가 함께 부를 키울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는 다릅니다. 누군가 더 많은 토지를 가지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덜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제로섬 게임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짚어내는 토지의 가장 불편한 특성이 드러납니다. 토지의 가치는 그 소유주 개인의 혁신이나 노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내 땅 주변에 지하철역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몰리면 지가는 오르지만, 그 가치 상승은 사회 전체의 투자와 경제 활동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토지 소유자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가 창출한 부에 무임승차합니다. 저자는 이 구조가 현대 자본주의를 서서히 갉아먹는 '토지의 함정'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합니다. 땅값이 오르면 이를 담보로 금융권의 신용 대출이 팽창하고, 이것이 다시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됩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경제 호황이지만, 실물 경제로 흘러야 할 생산적 자본이 토지라는 블랙홀에 모두 흡수되어버리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적 투자는 위축되고, 가계는 살인적인 주거 비용에 짓눌리며, 부의 세습으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은 사회의 역동성을 질식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140여 년 전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던진 도발적 질문을 21세기의 맥락으로 불러냅니다. "문명이 발전하고 부가 축적될수록 왜 대중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상적 정치가인 동시에 서부의 땅을 헐값에 매입해 비싸게 되파는 대규모 토지 투기꾼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문제가 결코 현대에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토지는 경제라는 숙주가 성장할수록 그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커지는 버섯이자 기생충이었으며, 이는 인류가 정착 농경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역사적 필연이었습니다. 헨리 조지는 그 해법을 '토지 사유제'와 '지대(Rent)'에서 찾았지만, 그의 사상은 좌파와 우파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압살당하며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결론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부. 토지, 담보가 되다
잠깐,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맥도날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햄버거 회사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도발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는 것입니다. 맥도날드의 폭발적 성장의 비결은 전 세계의 목 좋은 땅을 선점해 가맹점주들에게 임대하는 정교한 '부동산 임대업' 모델에 있습니다.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버거 판매 마진보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혁신을 자랑하는 거대 기업조차 알고 보면 땅장사로 돈을 버는 구조, 이것이 저자가 포착한 현대 자본주의의 민낯입니다. 맥도날드만이 아닙니다. 유통, 통신, 물류를 막론하고 가장 성공한 현대 기업들 다수가 본업의 경쟁력 못지않게,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부동산 자산의 가치에 기대어 성장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이야기가 아닙니다. 은행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은행의 본업은 기업가의 꿈에 자본을 대주는 일이었습니다. 새 공장을 짓겠다는 사업가,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창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은행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현재 선진국 은행 대출의 60% 이상이 주택 담보 대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은행들이 기업 혁신의 조력자에서 토지를 담보로 신용을 팽창시키는 거대한 부동산 헤지펀드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생산적인 혁신이 아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