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연재]하루 1조 원짜리 전쟁

[시리즈연재]하루 1조 원짜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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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man
2026.03.13조회수 6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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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시간에 37억 달러

2026년 2월 말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작전명은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작전 개시 6일째 되던 3월 5일,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 전쟁이 앞으로 몇 주는 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의회도, 언론도, 그리고 세금을 내는 미국 시민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얼마짜리 전쟁인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그 답을 내놓았습니다. 작전 개시 후 100시간(H+100) 기준으로 추산한 비용은 37억 1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원입니다. 하루로 환산하면 8억 9천만 달러, 약 1조 2천억 원입니다. 전쟁터에서 하루에 1조 원 이상이 증발하는 셈입니다. 전쟁 보름이 다되어가는 지금, 추산이 가능한 6일차까지만 세어도 미국이 전쟁에 사용한 비용은 113억달러로, 우리돈 약 16.7조원에 달합니다. 13일 중 6일입니다.

숫자만 보면 그저 크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내역을 한 꺼풀 벗겨보면, 단순한 전쟁 비용 청구서 이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대전이 어떻게 싸워지고, 왜 이렇게 비싼지, 그리고 이 구조가 세계 방산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보고서로 비교적 내용이 명확하게 밝혀진 개전 초 100시간의 비용 분석을 기반으로 알아보는 내용입니다.


2. 미국의 '진심 펀치'는 얼마인가

한반도 출격' F-22는? '144 대 0' 전설 전투기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 나무위키

먼저 이번 작전에 동원된 전력 규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모를 알아야 비용의 맥락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공중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200대 이상의 전투기가 떴습니다. F-22와 F-35 계열 스텔스기 약 50대, F-15·F-16·A-10 등 비스텔스 전투기 110대, 그리고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F/A-18과 F-35C 80대가 이란 상공을 누볐습니다. 공중급유기와 수송기, 조기경보기와 전자전기까지 더하면 하늘은 그야말로 미군 전투기의 무대였습니다. 해상에서는 항모 2척, 구축함 14척, 연안전투함(LCS) 3척이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 동지중해에 포진했습니다. 지상에서는 HIMARS 다연장로켓과 THAAD·패트리어트 방공 포대가 작전을 지원했습니다.

진화한 토마호크 블록5...해상 이동 표적도 타격 - CNews

개전 초에는 160발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이란 지휘부와 방공망을 향해 쏟아졌습니다. 토마호크는 함선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해 수천 킬로미터 밖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입니다. 미군 조종사가 적의 방공망 사정거리 안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뒤에서 설명할 '목숨값' 논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국의 그 유명한 방산업체 레이시온(RTX)가 생산하는데, 개당 가격은 3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억 원입니다.

AGM-158 JASSM - 나무위키

토마호크에 이어 JASSM(재즘·공대지 순항미사일)도 사용됐습니다. 전투기에 탑재해 역시 적 방공망 밖 원거리에서 발사하는 방식입니다. 뒤이어 HARM이라는 대(對)레이더 미사일이 투입됐는데, 이 미사일은 적 방공 레이더가 내뿜는 전파를 역으로 추적해 파괴하는 용도입니다. 방공망의 눈을 멀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이번 작전에서는 LUCAS 드론과 PrSM 정밀타격미사일이 사상 첫 실전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LUCAS Kamikaze Drones Lauded As "Indispensable" By U.S. Admiral In Charge  Of Iran War

LUCAS는 연안전투함(LCS)에서 발사되는 일회용 공격 드론이고, PrSM은 기존 ATACMS(에이태큼스, 지상발사 미사일)보다 두 배 이상 먼 사거리를 자랑하는 지상 발사 정밀미사일입니다.

압도적인 전력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전력을 운용하는 비용은 초기 100시간의 37억 달러 중 얼마일까요. 항공기 운영비, 함정 운항비, 지상군 유지비 등 순수 운용·지원 비용을 모두 합치면 약 1억 9,600만 달러입니다. 전체의 5% 남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31억 달러, 무려 85%는 전부 탄약 보충 비용입니다. 항공모함 2척과 전투기 200대가 무대 장치라면, 진짜 주인공은 탄약입니다. 현대 공중전은 결국 '탄약 전쟁'입니다.


2-1. 미군 병사의 목숨값 — 정치가 만든 전쟁 비용

National Park Service Honors Vietnam War Casualties Buried in Gettysburg  National Cemetery - 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 (U.S. National Park  Service)

탄약에 왜 이토록 많은 돈을 쓰는가. 여기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이 등장합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 정치의 DNA를 바꿔버린 사건입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70%를 웃돌던 전쟁 지지율은, 관 속에 든 미군 병사의 사진이 텔레비전 뉴스를 타고 거실로 들어오면서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5만 8천 명의 전사자, 그리고 '도대체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에 끝내 답을 찾지 못한 채 철수한 이 전쟁은,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일종의 저주처럼 따라붙었습니다. 린든 존슨은 재선 도전을 포기했고, 닉슨은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의 이중 수렁에서 끝내 사임했습니다. '다음 베트남'이 되지 않으려는 공포가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의 군사 개입 방식을 규정하게 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그 공포가 얼마나 근거 있는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초기, 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은 70%를 넘었습니다. '미션 어컴플리시드(임무 완수)'를 선언하던 그 순간이 사실상 정치적 절정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내리막이었습니다. 매달 수백 명씩 쌓여가는 전사자 명단, 끝이 보이지 않는 점령 비용, 그리고 결국 발견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 부시는 임기 말 30%대 지지율로 백악관을 떠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더 길고 더 무기력했습니다. 20년을 싸우고 2조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미군이 철수하고 72시간도 안 돼 탈레반이 카불을 접수했습니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그 혼란스러운 철수 장면 이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훨씬 어렵고, 그 청구서는 언제나 대통령에게 날아온다는 것을 미국 정치는 반복해서 배워왔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사람 대신 기계에, 병사 대신 미사일에 돈을 쏟아붓는 전쟁 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개당 360만 달러짜리 토마호크를 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저렴한' 선택인 것입니다. 이번 작전에서 개전 초 160발 이상의 토마호크가 발사된 것은 전술적 선택인 동시에, 미군 조종사를 이란 방공망의 사정거리 밖에 두겠다는 정치적 계산이기도 했습니다.

F-35A completes first in-flight JDAM release > Air Force > Article Display

CSIS 보고서에 따르면 작전 4일차에 댄 케인 합참의장이 "정밀 교전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원거리 순항미사일 중심에서 근접 정밀폭탄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인데, 이는 미사일 기반의 공격/방어 작전이 얼마나 비쌌는지를 방증합니다. 이 전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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