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발 떨어져서, 원래의 재미있고 읽기 편한 교양으로 돌아가 최근의 정세를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에 집중해보겠습니다.
서론: 1962년 10월, 세계는 왜 숨을 멈췄는가

1962년 10월 22일, 존 F. 케네디는 전국 생방송 연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련이 쿠바에 공격용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전 세계가 그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소련은 이미 수년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날 밤, 그 연설이 세계를 3차 대전 직전까지 몰아넣었을까요.
이유는 놀라울 만큼 단순했습니다. 소련의 핵미사일이 쿠바, 즉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불과 144킬로미터 떨어진 섬에 배치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핵의 파괴력은 전날과 똑같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딱 하나, 워싱턴 D.C.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경고하고,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핵이 더 무서워진 것이 아니라, 핵이 더 '가까워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사건은 핵시대 국제정치의 본질을 가장 극적으로 요약합니다. 핵무기는 공포의 원천이지만, 국제정치가 실제로 계산하는 것은 "누가 핵을 가졌는가"만이 아닙니다. "그 핵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얼마나 정확하게, 그리고 선제타격을 맞고도 살아남아 날아올 수 있는가"가 진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나라는, 핵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나라들보다 훨씬 적습니다.
현재 핵실험에 성공했거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인되거나 강하게 의심받는 나라는 아홉 곳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그런데 이 중에서 핵을 실제로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간에, 살아남아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몇이나 될까요. 핵을 '가진' 나라와 핵을 '진짜로 쓸 수 있는' 나라 사이에는 로켓 공학의 심연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편의상 앞의 부류를 '핵잡범', 뒤의 부류를 진정한 의미의 핵보유국이라고 불러보겠습니다. 웃긴 표현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다는 데 동의하실 것입니다.
1. 핵탄두를 만드는 것은 왜 어려운가 — 우라늄이 폭탄이 되기까지

까마득한 옛날(2013년), 북한이 아직 지금의 핵보유국이 되기 직전의 기사 발췌
핵잡범과 핵보유국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핵탄두 자체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물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로켓공학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지가 보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캐낸 우라늄 광석은 그 자체로는 폭탄과 거리가 멉니다. 핵분열을 실제로 일으키는 동위원소인 U-235의 비율이 고작 0.7%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99.3%는 핵분열을 잘 일으키지 않는 U-238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이 U-235 비율을 3~5% 수준으로 올린 '저농축 우라늄'으로 운영되고, 핵무기는 90% 이상까지 끌어올린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농축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U-235와 U-238이 화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원소라는 점입니다. 색도 같고, 냄새도 같고, 화학반응도 같습니다. 다른 점은 오직 하나, 질량 숫자가 235와 238로 3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뿐입니다. 이 미세한 질량 차이만을 이용해 두 동위원소를 공업적 규모로 분리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쌍둥이 형제를 몸무게 3킬로그램 차이만으로 수천 명 중에서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현재 주류 방식인 기체 원심분리법은 우라늄을 육불화우라늄이라는 기체 상태로 만든 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에 집어넣어 무거운 U-238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분당 수만 번 회전하면서도 수년간 고장 없이 돌아가야 하는 이 장비는 탄소섬유나 마르에이징강 같은 첨단 특수 소재로 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대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수천 대를 '캐스케이드'라는 형태로 직렬 연결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특수부대를 보내네 마네 하는 이란의 나탄즈 농축 시설이 수십 년간 국제사회의 가장 예민한 감시 대상이 된 이유가 바로 이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였습니다.
핵탄두 설계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농축 우라늄 덩어리를 그냥 붙여놓는다고 핵폭탄이 되지는 않습니다. 핵분열 연쇄반응을 순식간에 통제된 방식으로 폭발시키기 위한 기폭 설계, 정밀 폭발물 배치, 중성자 반사체 구성이 필요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조기 폭발이나 불발을 막는 것이 핵심 난제입니다. 핵기술은 분명 공정과 물질의 극한 난제입니다. 이 점은 충분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칼럼의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핵탄두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난제입니다. 그리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희소한 능력입니다.
2. 미사일은 사실 더 어렵습니다— 로켓의 여정
It's not a rocket science (직역: 로켓과학도 아니잖아)
그렇게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는 영미권 속담

핵탄두가 공정의 난제라면, 장거리 미사일은 통합공학의 난제입니다. 차이는 분명합니다. 핵탄두는 어렵더라도 한 종류의 문제를 깊이 파면 됩니다. 하지만 미사일은 전혀 다른 열다섯 가지 문제를 동시에, 그것도 서로 모순 없이 풀어야 하는 시스템 공학의 정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핵탄두보다 장거리 정밀 투발수단을 안정적으로 보유한 나라가 훨씬 적습니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적의 영토에 탄두를 떨어뜨리고 끝나는 이 여정은 크게 세 막으로 나뉩니다.
사진 출처: CSIS
1막: 올라가기. 수십 톤짜리 쇳덩어리를 대기권 밖까지 밀어올리려면 어마어마한 추력이 필요합니다. 로켓 엔진은 연소실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폭발적으로 태워 그 압력을 한 방향으로 분출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연소불안정'입니다. 연소실 내부 압력이 불규칙하게 진동하면서 구조물 전체를 파괴하는 현상인데, 이는 마치 옛날 스포츠카 엔진이 아주 빠르게 반복해서 백파이어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합니다(방구 뀐다고 하죠) 그 진동이 수백 Hz로 발생하면 금속 구조물은 수 초 내에 피로 파괴됩니다. 소련의 전설적 로켓 공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몇 년을 쏟았고, 미국 NASA도 초기 아틀라스 로켓에서 같은 이유로 반복적인 폭발을 겪었습니다. ICBM은 보통 2단 혹은 3단 구성이라, 각 단계를 적절한 고도에서 분리해 무게를 줄여야 합니다. 이 '단 분리' 시퀀스가 밀리초 단위로 어긋나면 탄두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공중에서 분해됩니다. 우리가 인공위성을 날리려다 실패한 지점이기도 하죠.
2막: 날아가기. 대기권을 벗어나 탄도 비행 궤도를 그리는 이 구간은 일견 단순해 보입니다. 진공 속을 관성으로 날아가는 것이니 마찰도 없고 복잡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유도 문제가 등장합니다. 미국 본토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날아가는 ICBM의 거리는 약 9,000~10,000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이 거리를 날아가면서 목표 지점 오차를 수백 미터 이내로 유지하려면, 관성항법장치가 발사 이후 아무런 외부 신호 없이 자기 위치와 속도를 계속 스스로 계산해야 합니다. GPS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외부 전파를 수신하는 순간 탐지되기 때문입니다. 발사 당시 측정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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