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I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시작되자, 중국 DJI의 민간용 드론인 매빅(우리나라 매장에도 흔히 있는 그것)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조종사가 있는 위치로 30분 안에 포탄이나 다연장로켓이 날아왔는데, 어떻게 위치를 알고 쏘는지 모를 노릇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드론 부대에서는 이런 식으로 조종사를 잃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어떻게 찾았을까요. DJI는 드론이라는 독약을 만들었지만, 그 드론을 찾을 수 있는 에어로스코프(AeroScope)라는 해독제도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에어로스코프는 30km 반경 내 모든 DJI 드론의 위치, 고도, 기종은 물론 조종사의 위치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원래는 공항이나 교도소 보안용이지만, 러시아군은 이걸 시리아에서 가져와 우크라이나 전선에 깔았습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는 독약을 팔고 러시아엔 해독제를 판 셈입니다.
DJI는 에어로스코프 신호가 "암호화되어 있다"고 줄곧 주장했지만, 회사 내부에 압박이 가해지자 시인했습니다. 암호화 따위는 없었다고. 그러자 우크라이나는 이 기능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DJI는 이 기능은 끌 수가 없는 기능이라며 거절했죠.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중국이 드론 탐지 기능을 계속 러시아에 제공하자 우크라이나는 자원봉사 해커들이 직접 펌웨어를 뜯어 해결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DJI는 우크라이나에 계속 드론을 팔았습니다. 저런 문제가 밝혀진 지금까지도 DJI 드론은 우크라이나에 팔리고 있습니다.
현대전은 완전히 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중국제 드론의 정보가 넘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DJI 드론을 사용하는 이유, 왜 허접한 장난감이 전장에서부터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지난 4년 동안의 드론 이야기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전선의 주력 드론은 한 대 2,000달러(약 280만 원)짜리 DJI 매빅이었습니다. 한국 매장에서도 살 수 있는, 야외 인스타 찍는 그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 해 동안 매빅 글로벌 생산량의 60%를 통째로 사들였다고 했습니다. 정작 DJI는 자기들이 그만큼 판 것이 아니라며 부인했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원봉사 단체들은 군인들에게 보내려 매빅을 모금했고, 군인들은 매빅 바닥에 케이블 타이로 수류탄을 묶어 러시아 보병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드론이 전쟁의 본질을 바꿀 거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죽창 정도 되는 취급이었죠.

그러나 곧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 500달러(약 70만 원)짜리 1인칭 시점(FPV) 자폭드론이 한 대 500만 달러(약 70억 원)짜리 러시아 T-90 전차를 격파하는 영상이 매일 텔레그램에 올라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량은 2023년 80만 대에서 2024년 200만 대, 2025년에는 500만 대로 폭증합니다. 미국의 거대 미사일 회사 레이시온 1년에 수백 대를 팔면 잘 팔린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도무지 같은 산업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2024년 후반에는 러시아가 새 무기를 들고 나옵니다. 광섬유 드론입니다. 무선통신 대신 광섬유 케이블을 풀면서 비행하는, 무려 유선 드론입니다. 무선을 쓰지 않으니 재밍(전파교란)이 통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자전 우위가 단숨에 무력화됩니다.
영상자료: WSJ 뉴스 유튜브 채널
그리고 2025년 6월 1일, 드론전은 한차원 더 진보합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18개월간 준비한 거미줄 작전(Spiderweb)입니다. 평범한 화물트럭의 적재함 천장이 원격으로 열리고, 드론 117대가 동시에 발사됩니다. 표적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300km 떨어진 시베리아 벨라야 기지를 포함한 5개 전략공군기지였습니다. 5개 시간대를 가로지른 동시다발 공격이었습니다. 결과는 Tu-95, Tu-22M3 전략폭격기 12대 이상이 완전 파괴되고 8대가 추가 손상을 입었습니다. A-50 조기경보기까지 표적이 됐습니다. 추정 피해액 70억 달러(약 9조 8천억 원). 이 항공기들은 소련 해체 이후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즉 대체 불가능한 자산입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조차 이를 "러시아의 진주만"이라고 불렀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번의 작전으로 러시아 장거리 항공력의 약 20%가 무력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대 500달러짜리 드론이 한 대 5억 달러(약 7천억 원)짜리 폭격기 12대를 박살낸 셈입니다. 수익률 100만 배의 거래입니다.
같은 시기 중동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2025년 6월 12일 시작된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자 이란이 응징에 나섭니다. 수단은 무엇이었을까요. 미사일과 우리에게 익숙한 그 드론입니다. 이란이 발사한 샤헤드(Shahed) 드론 한 대가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아이언돔, 데이비드슬링) 사이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을 친 직후, 이란이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 사우디 프린스 술탄 기지, UAE 알다프라 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합니다. 미군 공중급유기 여러 대가 손상되고 미군 15명이 부상했습니다. 같은 날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에 헤즈볼라가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샤헤드 드론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친 드론과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친 드론은, 사실상 같은 공장에서 같은 부품으로 만들어진 같은 무기입니다. 이란 샤헤드의 디자인 원본은 이미 러시아의 알라부가 공장으로 넘어가 있었고, 그 알라부가 공장의 부품은 중국에서 옵니다. 드론에게 있어 중동의 전쟁과 동유럽의 전쟁이 서로 다른 전쟁이 아니라, 한 뿌리에서 자라난 같은 전쟁이라는 사실이 이때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드론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한 도시에 닿습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입니다.
DJI는 어떻게 드론 1타가 되었나
DJI의 지배력은 우연이 아닙니다. 2006년 선전, 홍콩과기대 학생이었던 프랭크 왕(왕타오)이 자취방에서 회사를 차립니다. 회사명 DJI는 다장창신(大疆創新), "큰 변경의 혁신"이라는 뜻입니다. 첫 히트작 팬텀(Phantom) 시리즈가 2013년 등장합니다. 그전까지 드론은 군용이거나 RC 매니아의 영역이었는데, 팬텀은 일반인이 박스에서 꺼내 30초 안에 띄울 수 있는 첫 드론이었습니다. 결혼식 영상, 유튜브 영상, 부동산 홍보, 농사, 측량까지 드론 시장을 그야말로 개척한 제품이었죠. 물론 이때만 해도 장난감이었습니다.
DJI는 2018년에도 직원 14,000명 중 절반이 엔지니어, 그중 20%가 R&D 전담이었습니다. R&D 지출은 매출의 7%를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애플이 5~7%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회사로서는 압도적인 비율입니다. 직원 국적은 20개국이 넘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뛰어난 걸까요. 첫째는 수직 통합입니다. DJI는 모터, 짐벌(카메라 안정화 장치), 비행제어 보드, 이미지 센서, 배터리를 모두 자체 생산합니다. 부품을 모아 조립하는 회사가 아니라, 부품 자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둘째는 장애물 회피 기술입니다. 드론 날리다 나무나 전선에 걸려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거리 공중에는 사람이 눈으로 회피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매빅 2부터 6방향 장애물 감지가 들어갔고, 최신 기종은 360도 전방위 감지에 라이다(LiDAR)와 적외선까지 결합합니다. 어두운 동굴, 빽빽한 숲, 도시 협곡 — 거의 모든 환경에서 자동 회피 비행이 가능합니다. 이게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그대로 쓰입니다. 매빅이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자율 비행으로 통과해 참호에 정확히 폭탄을 떨어뜨리는 영상이 매일 올라옵니다. 셋째는 DJI의 핵심, 짐벌 기술입니다. 시속 60km로 날면서도 흔들림 없이 4K 영상을 찍는 짐벌은 사실상 DJI의 발명품입니다. 영화 산업이 DJI 짐벌을 표준으로 쓸 정도입니다. 이 정밀 영상이 우크라이나에선 당연히 사람 잡는데 쓰입니다.
DJI 코리아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가격입니다. 매빅 미니 4 프로가 미국에서도 약 760달러(약 106만 원)입니다. 미국제 경쟁 모델인 스카이디오(Skydio) X10이 1만 6천에서 2만 5천 달러(약 2,200만~3,500만 원). 같은 카테고리에서 20배 차이가 납니다. 이 격차는 보조금 때문이 아닙니다. 연 수백만 대를 만드는 규모와, 한 도시에 집적된 부품 생태계 덕분입니다. DJI 본사 반경 5km 안에 모터, 배터리, 센서, 플라스틱 사출, PCB, 카메라 모듈 — 드론 부품의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시제품이 머릿속에서 손에 잡히는 시제품으로 나오기까지, 미국에서도 6개월 걸리는 일을 선전에선 6주에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글로벌 드론 배터리의 99%, 드론용 희토류 자석의 90%가 중국산입니다. 미국이 DJI를 막으려 해도, 드론을 막으려는 안티드론 시스템에 들어가는 자석조차 중국에서 와야 합니다.
미국이 자리를 비운 15년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습니다. 2010년대 미국 드론 회사들은 DJI보다 훨씬 먼저 드론을 발견했으나,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3D 로보틱스는 사실상 컨슈머 드론 시장에서 퇴장했고, 고프로의 카르마는 자기 드론에서 알아서 떨어지는 결함으로 리콜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의 90%, 글로벌 시장의 80%가 DJI 단독 점유가 됩니다. 비교 대상이 없는 시장에서 DJI는 15년 동안 무경쟁으로 R&D를 누적했습니다.
미국은 드론에 늦었지만, 또 그 늦은 와중에서도 일찍 깨달았습니다. 2017년 8월 2일, 미 육군 부참모장 명의의 한 메모가 풀립니다. "DJI 제품의 사이버 취약성이 인지되었으므로, 모든 DJI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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