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함대를 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중국이 나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2026년 3월의 현실은 그 정도로 흘러왔습니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이고, 유가는 개전 이후 40% 가까이 뛰었으며, 독일도,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즉각 거부하거나 유보한 이 요청을 워싱턴은 결국 베이징에까지 꺼내들었습니다. 동맹국들이 줄줄이 손사래를 치자 적대국에 가까운 나라에 손을 내민 셈이니, 미국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이 한 장면이 상당히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반응입니다. (역시 전상돈님의 시의 적절한 분석에 감사드립니다) 베이징은 공식적으로 맞장구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동 특사 자이쥔(翟隽)을 조용히 파견해 사우디·UAE를 순방하게 했고, 공개 메시지는 "민간인 보호, 항행 안전, 에너지 시설 공격 금지"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급한 쪽이 불리한 법이고, 중국은 지금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협상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 수혜가 어디로 갈 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일부에서 언급하는 중국이 유가 쇼크에 내성이 있다는 말은 절반쯤 맞습니다. 전력 부문과 단기 비축 측면에서는 실제로 강한 편이지만, 원유 수입 구조와 해상 운송 의존도를 감안하면 장기 충격에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하지만 전력 구조를 보면, EIA 기준 2024년 중국 발전량의 59.3%가 석탄, 가스는 2.9%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25년 데이터로 올라와도 화력발전이 전체의 약 65%를 차지합니다. 아직도 석탄을 때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유가가 아무리 급등해도 전력 시스템이 곧바로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산유국에 '에너지 인질'로 잡혀 있는 많은 나라들과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비축량도 상당합니다. 중국은 비축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지만, Reuters는 2026년 3월 기준 전략비축유를 약 9억 배럴, 수입 기준 78일~3개월 안팎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략·상업 재고를 합치면 12억 배럴 이상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가격이 낮을 때 사들이고 높을 때 줄이는 패턴도 일관됩니다. 실제로 2026년 1~2월에 중국은 수입과 생산을 합쳐 정제량을 하루 124만 배럴이나 웃도는 원유를 흡수했습니다. 가격이 내려오자 다시 사재기에 나선 것입니다.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석유 수요 증가세 자체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추가 완충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 재고를 지금 적극적으로 풀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시노펙의 상업비축 접근 요청도 거절했습니다. 일부 정유사는 가동을 줄였고 정제유 수출도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내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재고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다루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비축량이 크다는 사실이 곧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다 판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국의 재고는 협상 카드이지, 공공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취약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관리된 버티기’가 가능합니다.
에너지 공급만 따지면 미국이 구조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2026년 미국의 원유 생산 전망은 하루 평균 1,360만 배럴이고, 호르무즈를 통해 들어오는 원유는 하루 약 40만 배럴로 전체 소비의 2%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리적 공급 차질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이 전쟁에서 거의 무풍지대에 가깝습니다. 다만 '직접 수입이 없으면 국내 유가도 무관하다'는 착각은 금물입니다. 석유는 세계 단일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호르무즈가 막히면 브렌트가 뛰고 브렌트가 뛰면 텍사스의 주유소 가격도 오릅니다. 미국이 산유국이라는 사실이 휘발유 가격을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반면 중국의 2024년 원유 수입은 하루 1,110만 배럴이고, 그중 92%가 해상 수송이며 54%가 중동산입니다. 러시아산 비중은 20%였고, 2026년 2월엔 러시아산 수입이 하루 207만 배럴로 사상 최고 추정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 같은 제재 대상국의 원유를 적극 활용하며 버퍼를 만들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도 사라져버린 마당에 중동 의존도 54%를 러시아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수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중국도 진짜로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비축과 러시아산 확대는 시간을 사주는 장치이지, 구조적 해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의 결정적 약점은 에너지가 아니라 유권자입니다. 2026년 11월에 중간선거가 있고, 하원 전 의석이 다시 좌판에 내걸립니다. Reuters/Ips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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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어서 타결되어 민간인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사이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Ottoman님!
제가 언급한 부분을 이렇게 세밀하게 봐주실 줄 몰랐습니다.
중국의 비축을 협상 카드로 읽은 부분, 그리고 단기 버티기와 장기 취약성을 분리한 구조가 제가 "헷지 없는 중국"이라고 뭉뚱그렸던 부분을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도체 3단계 현실성 분석도, 칩셋과 장비의 위험도 차이도 정밀하게 다뤄주셔서 잘 봤습니다.
저는 해당 영역들의 밀도가 없어서 거칠게 넘어가는 편인데,
앞으로 생각할때도 오토만님이 언급해주신 부분도 잘 염두하면서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언급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훨씬 꾸준하시고, 멋진 뷰에 감사하며 보고 있습니다.

상돈님 글 읽고 바로 이 글까지 읽으니 너무 좋네요 ㅎㅎ
언제나 ottoman님의 글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유인원이고 그중에서도 침팬지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이 협조?을 요청한 것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을 다시 관세로 때리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고 보고 있어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다른 국가의 손을 빌리려고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금지를 비롯한 물가 억제 정책, 감세정책과 2차 보편 관세 정책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정책에 얼마나 여력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으나 중국이나 미국이나 눈치게임을 살벌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동 전쟁의 지연가능성과 종결가능성 중 지연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밀당이 길어질수록 고유가가 남기는 상흔도 커지고, 손상되는 정유시설과 가스시설도 많아지죠. 문제입니다.

와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쟁 장기화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상돈님과 Ottoman님 인사이트를 보면서 의외로 중국의 역할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고 서로 승리를 외치면서 조기 종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테크주와 더불어서 금리 동결 ~ 금리 인상 시나리오로 원자재 쪽이 많이 떨어졌는데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귀한글을 이제 보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중국의 역할을 궁금해 하던 차에 그 구도가 어떨지에 대한 고찰을 공유해 주셔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