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같은 책은 여러 번 읽지 않는 편인데요. 복습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세상에 재밌는 책은 너무나 많고,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경험보다는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기회비용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제가 연초가 돌아오면 꼭 다시 들게 되는 책이 바로 이 '나스타샤' 라는 소설입니다.
조지수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 등 다른 책들을 보니, 작가님이 제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딱 저렇겠다, 라는 마인드와 철학을 그대로 가지고 계셔서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이 나스타샤는 작가님을 작중 캐릭터로 만든 소설 같은데(추측..),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읽기가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명문이 너무 많아서 읽다보면 감탄이 나오곤 합니다.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이 상황을 일부러 만든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문장의 깊이 속에 빠져드는 경험, 참 기분 좋습니다.
자연은 무작위여서 지능과 마음은 상관없는 것이다. 차가운 지성과 따스한 마음의 대비가 우리 마음속에 어떤 극적 효과를 준다 해도 지성이 차가운 것도 마음이 따뜻한 것도 아니다. 날카로운 지성과 차가운 마음이 결합하고 희미한 지성과 따스한 마음이 결합하는 것처럼 탁월한 지성과 따스한 마음도 결합하고 희미한 지성과 차가운 마음도 결합한다. 만약 우리가 지성과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은 인생에 더없는 행운이다. 그러나 이 반대는 최악의 만남이다. 특히 그 대상이 배우자일 경우 삶은 악몽으로 변한다.
사랑은 관계 속에서보다 마음속에서 자란다. 사랑을 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둠 속에 잠복해서 기회를 노린다. 번식과 종의 유지에 대한 관심이 사랑의 본능이다. 그러나 사랑은 더 멀리 나가고 만다. 어떤 대상이 나타나면 화약에 불꽃이 당겨진다. 그리고 스스로의 정열을 자양분 삼아 감당할 수 없이 커진다. 대상의 가치는 중요성을 잃는다. 우리는 사랑이 대상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상은 불꽃을 당겼을 뿐이고 폭발하여 타는 화약은 우리 마음이다. 불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