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 수상하기 하루 전, 교보문고에서 구매를 고민했던 책이었다. 아직도 작가님 책 중에 안 읽은게 있었구나, 하며 책을 들어올렸다가 아, 오늘은 이 감성이 아니다, 하고 다시 내렸다. 작가님의 팬이긴 했지만 늘 그분의 책이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적인 마음이 되었는데, 물론 원래도 유명한 분이셨지만 나만의 식당을 빼앗긴 마음과 함께, 문득 이 책을 당분간 못보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한동안은 구매하기가 어려웠고, 충분히 기다린 다음 결국엔 구매를 했고 틈틈이 읽어가고 있다.
이 책은 물론 핵심 주제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보면 '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 하얀 자연 현상에 대해 엄청나게 풍부한 묘사가 곁들여져 있다. 아마도 작가님의 책 중에서 가장 자연 묘사에 힘을 쏟은 책이 아닐까. 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눈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비유와 표현이 가능할 줄은 몰랐다. 그런 묘사와 함께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핵심으로 진입한다. 마치 이제 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도 될까요? 하고 독자에게 묻는 것 같다. 작가님의 신중하고 가냘픈 마음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장갑 낀 손등에 방금 내려앉았다가 녹은 눈송이가 거의 완전한 정육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그 곁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삼분의 일쯤 떨어져나갔지만, 남은 부분은 네 개의 섬세한 가지들을 본래 모습대로 지니고 있었다. 부슬부슬한 그 가지들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소금 알갱이같이 작고 흰 중심이 잠시 남아있다가 물방울이 되어 맺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