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을 자주 쓰면서 새삼 확인하는 것은 바로 저의 청개구리 기질입니다. 특히 저는 아래와 같은 프레임에 자주 불편함을 느껴서 스스로 검증을 하는 편입니다.
XX 현상은 XX 국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로 인해 추후 XX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이 국가(주로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 역사의 사례에서 결과가 항상 그렇게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런 주장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투자자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래 주장에 대해 분석해보겠습니다. 꽤 깊은 스터디와 집중이 필요합니다.
주장: SLR 규제 완화로 인해 은행의 레버리지 사용 여유가 많아지고, 바젤 협약도 추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확보한 유동성을 풀어서 중장기적으로 주식 등 민간 자산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그 전까지 조정을 잘 버티고 장기로 투자하면 큰 자산 상승을 누릴 수 있다.
위 주장의 출처는 '미과장' 채널에서 최근 올라온 클립입니다. (크게 가야 합니다.)

공부에 참고한 클립: Explaining Global Banking, Basel III, & SLR
개념 설정
우선 몇몇 개념에 대해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바젤Ⅲ 협약
바젤Ⅲ 협약은 요약하면 '은행 규제에 대한 국제 협약' 입니다. 2008년에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 위기가 보여준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치겠다는 다국적 의지가 만들어낸 규제입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은행의 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통제해 금융 위기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이 때의 '자산'은 위험 가중 자산(Risk weighted asset), 즉 RWA 를 기준으로 합니다.
위험 가중 자산 방식을 기준으로 하면, 더 위험한 자산을 매입하면 그에 따른 자본 비율도 더 높게 쌓아야하며, 반대로 덜 위험한 자산을 매입하면 그에 따른 자본 비율을 낮게 쌓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미국 국채를 자산으로 매입한다면 자본을 조금만 쌓으면 됩니다.
SLR 규제
SLR 규제는 바젤Ⅲ 협약의 하위 규제이자 RWA 방식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가이드라인으로 보시는 게 편합니다.
SLR은 Supplementary Leverage Ratio 의 약어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위의 바젤 협약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하게 은행이 보유한 총 자산에 대비해 최소한으로 유지해야하는 자본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비율이 높게 설정되면 은행들은 더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자본 운영을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단, SLR에서는 '자산'을 위험 가중하지 않습니다. 자산 별로 위험을 차등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즉, 안전한 자산과 위험한 자산 모두에게 똑같은 비율의 자본을 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채를 자산으로 매입한다고 해도 다른 자산 매입 시와 똑같은 양의 자기 자본을 장부에 쌓아야 합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기
이렇게만 설명하면 질문이 많이 생겨납니다. 이를테면 아래 질문이겠죠.
1) 그러면 바젤 협약이 정말 잘 만든 규제가 맞아?
2) 바젤 협약 자체가 이미 자산 대비 자본의 비율을 관리하는데, 그 안에 SLR은 왜 만든거야?
이 두 항목에 대해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을 쓴 저자 크리스토퍼 레너드의 설명을 덧붙입니다.
질문 1) 그러면 바젤 협약이 정말 잘 만든 규제가 맞아?
2008년 금융 붕괴 이후 만족스럽지 않았던 타협이 있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은 대공황 시절 루즈벨트 때와는 달랐다. 그들은 은행 시스템을 구조조정하기보다는 거대 은행들이 지켜야할 복잡한 규칙을 만드는 쪽을 택했다. 거대 은행이 계속 거대하게 있을 수 있게 허용하는 대신 세세하게 감독과 관리를 받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것이 수백 쪽에 달하는 도드-프랭크법과 은행 관련 국제 협약인 '바젤Ⅲ'의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은행 개혁을 이끌던 호니그는 이 조치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이 코멘트로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지금의 우리에겐 바젤Ⅲ 협약이 매우 보수적이고 이 규제로 인해 은행들의 손발이 많이 묶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작 그 협약은 개혁가들의 눈에는 '은행들을 많이 봐준', 불만족스러운 조치였다는 점입니다. 당시 거대 은행들은 엄청난 로비력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했던 최소한의 조치를 이끌어낸 것이고, 결과적으로 바젤 협약으로 인해 금융 위기의 원초였던 은행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후 바젤Ⅲ 협약이 완화된다면, 그저 '유동성 풀리고 시장에 좋겠다', 라는 순수한 관점이 아니라 '그나마 타협을 해서 만들어두었던 얇은 보호막을 지금보다 더 얇게 하자는거야? 옛날 생각은 안 해?' 라는 걱정을 해야하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죠. 우리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엣지는 이런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나올 수도..)
질문 2) 바젤 협약 자체가 이미 자산 대비 자본의 비율을 관리하는데, 그 안에 SLR은 왜 만든거야?
바젤 협약은 은행의 자산 대비 자본이 얼마인지 보고하도록 해서 안정성을 달성하고자 했다. 즉 불황 때 자산 가치가 폭락해도 타격을 완충할 만큼의 자본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바젤은 자산 가치를 산정할 때 '위험 가중(risk-weighted)' 방식을 쓰도록 허용했다. 이는 자산마다 위험 가중치를 다르게 하여 비율을 산출하는 규칙인데, 이 규칙을 사용할 경우, 규제의 효과가 나지 않고 은행 시스템이 실제보다 더 안전해 보일 수 있었다.
호니그는 이런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해 '글로벌 자본 지수(Global Capital Index)'를 만들어 공개했다. 그러자 충격적인 숫자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2013년에 JP 모건 체이스는 바젤 기준(RWA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94%로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위험 가중 방식을 제거하자 이 비율이 겨우 6.22%가 되었다. 국제 회계 기준을 적용하면 심지어 더 낮아져서 4.22%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배경을 통해 바젤 협약 내에 '위험 가중'을 반영하지 않는 SLR 비율이 추가되었고, 미국은 한술 더 떠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SLR 기준에 2%~3%를 추가하여 더욱 보수적이고 강화된 레버리지 비율(Enhanced SLR)을 도입하기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비로소 제대로 된 은행 규제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들은 바젤 협약을 지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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