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에 AI에 대한 저항적 글을 내기는 했지만, 저는 실생활에서 AI 없이는 직장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업계 특성상, 회사는 직원들에게 AI 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고성능 LLM과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근무 시간 동안 토큰 이코노미의 한가운데에 서서 온갖 업무를 AI에게 위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제 PPT를 직접 열어서 발표 자료를 만들 필요가 없고, 데이터 분석을 위해 엑셀 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자료 리서치 시간은 극도로 짧아졌으며, 복잡한 업무 요청이 와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AI가 복잡한 쿼리를 직접 짜주고, 과제 관리를 자동화해 주고, 어려운 용어와 프로세스를 친절히 설명해 주고, 중국어나 일본어를 통번역해 주고, 보고 자료를 직접 작성해 줍니다.
요즘 IT 기업의 인재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트렌드에 따라 AI를 적극 사용하며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리소스가 부족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회사에서 바라는 직원이 되어 갈수록 제 뇌는 조금씩 부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부패하진 않겠지만, 저의 인지적 사고 능력은 근무 시간 동안 거의 멈춰 있는 느낌입니다. (‘뇌 부패’는 과학적 진단이 아니라, 사고의 상당 부분을 AI에 위임하는 상태에 대한 비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가 끝나고 저녁이 되면 AI 스위치를 꺼버리고 아날로그의 세계로 귀환합니다(?). 언제부터 AI 외의 것을 '아날로그'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AI 디톡스를 하면 꽤 맑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25년 6월, MIT의 한 연구팀은 AI와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인간-AI 상호작용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MIT 미디어랩 연구진(Pattie Maes 교수 등)이 주도했기 때문에 학계에 소개된 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논문은 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고 100개가 넘는 도표를 포함하지만, 아직 동료심사를 거친 확정 연구는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이 연구를 AI 사용에 대해 우리가 수용해야할 경고 정도의 온도감으로 읽었습니다.
오늘은 이 논문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글을 써 보며 제 생각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이전 글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연구 방식
MIT 연구팀은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54명의 참가자를 모집했고, 이 집단을 세 그룹(A, B, C)으로 나누어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확실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에세이 작성을 세 번 반복시키죠. 이를 세션 1, 2, 3이라 부릅니다.
그룹 A: LLM만 사용
그룹 B: 검색 엔진만 사용
그룹 C: 도구 없이 뇌만 사용
그 후 네 번째 에세이를 작성할 때(세션 4)는 각 그룹이 사용한 도구를 변경하여(예를 들면 LLM만 사용하던 그룹에게 도구 없이 뇌만 사용하도록 지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각 그룹의 변화를 관찰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 결과를 세 가지로 나눠서 짧게 기재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원문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Page3, 세 그룹 중 LLM 그룹(A)에 대한 세션 별 설명
1) 뇌 신경망 연결에 대한 분석 결과
그룹 A(LLM 사용)는 뇌 연결성이 가장 취약했습니다. LLM이 글 생성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대신했기 때문에 뇌가 스스로 정보를 조율하고 통제할 필요성이 줄어든 결과입니다.
그룹 C(뇌 사용)는 창의적 아이디어 생성, 의미 처리,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들이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연결됨을 보였습니다.

뇌 신경망 연결성을 보여주는 그림. 빨강, 주황, 노란 선들이 많은 그룹 C(뇌 사용)와는 달리, 옅은 파랑, 초록 선들만 존재하는 그룹 A(LLM)가 대조되는 모습
2) 기억력과 소유감에 대한 분석 결과
그룹 A(LLM 사용)의 대부분은 에세이를 완성한 직후임에도 글 내용 중 어떤 문장도 인용해내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작성한 글에 대한 소유감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룹 C(뇌 사용)는 높은 인용 정확도를 보였으며, 글에 대한 소유감 역시 높았습니다.

'정확한 인용이...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저도 회사에서 ai 사용을 강요받는 입장이라...

네 저랑 같은 상황이시군요.. 이왕 강요를 받는다면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요

AI를 쓰면 안좋다는 글을 본 이후 클로드로 돌아가 명령을 나를 보며...

ㅎㅎ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개인 블로그 및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말씀해 주신 부분들이 참 와닿습니다.
그 시절에는 글 하나를 쓰는 데에 며칠,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틀린 정보를 가지고 끙끙 앓고 고민하다가 뒤늦게 올바른 정보를 얻고는 허탈해하며 우리 뇌를 수도 없이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특히 이 부분이 많이 공감되네요. 그땐, 그 과정이 참 고통스러웠는데 그게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 역시 AI를 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분명 효율성이 크게 올라가고, 그동안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어디까지 AI가 할 수 있게 해야 하나, 인지적 부채를 쌓지 않을 수 있는 그 경계는 어디쯤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는 AI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고 싶어 지는데, 어디까지 맡겨도 될까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정말 미래 세대는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공감합니다 ㅠㅠ

원자쟁이님, 그래도 이렇게 같이 고민을 하고 계신 모습이 반갑습니다. AI의 발전 자체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더 건전하게 발전시킬 방안을 같이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깊이 생각해볼만한 글이네요, 내 뇌는 항상 편할 방법을 찾고 합리화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AI를 만났으니...ㅎㅎ

파이어대디님, 그래도 이렇게 글을 잘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걷고 계신 것 같아요

비개발자로서 AI를 이용해 이것저것 자동화하고 툴도 만들어보면 결국엔 "무엇을", "왜" 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더라구요. 직장에서야 직장의 목표를 따라간다고 하지만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세워야 할 때가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ㅎㅎ 목표도 AI가 세워주긴 하지만요..

네 맞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가 결국엔 필요할 것 같아요.

양날의 검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몽사님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쓸때는 온전히 내 것으로 쓰는 노오력을 해야겠네요

곰국님, 넵 그렇게 하면 사고력과 생산성을 같이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근육 유지를 위해 헬스하는 것처럼, 전두엽헬스를 할때가 온거 같아요. 독서->사색->글쓰기 ,또 감정적으로 생존본능을 자극 해서,인지시뮬레이션에 몰입하게해주는 투자 또한 뇌를 지켜주는 매우 좋은 도구인거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찰리 슬립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실 여기 커뮤니티에서 건전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은 다들 AI도 현명하게 사용하실 것 같고, 뇌 활성화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실무 리더들은 오히려 '나를 빼앗기는 느낌'에 AI 도구의 전면적 도입을 망설이는 경향도 있는데, 오히려 고위층에서는 AI 침투율을 높이려고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에요.
구성원들의 토큰 사용량 대시보드를 리더들이 보고 평가하도록 푸쉬당하는 입장에서, 말씀하신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앞으로 '지금의 나'를 유지하려면 인위적으로 AI와 떨어져서 혼자 사고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덜아픈손가락님, 리더 포지션에 계신 것 같군요. 마음 고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네 적절한 AI 사용과 자신을 찾기 위한 별개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할만한 좋은 글을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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