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저는 국제 정세, 국제 통상... 에 대해 전혀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정황에 근거한 뇌피셜이 상당히 섞여있기에 블로그에만 개제합니다.
에너지 섹터는 유가의 향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XLE와 WTI 가격을 매핑시켜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죠. 바로 아래 차트입니다.

그런데... 차트에서 이상한 구간이 보이지 않나요? 2022년 6월 이후부터 XLE는 우상향, WTI는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몇 십년에 걸쳐 동행하던 사이였는데 22년 2분기부터 지금까지 2년 넘게 사이가 틀어져 있군요.
저는 장기적인 과거 패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XLE가 너무 높거나, WTI가 너무 낮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 그런데, XLE는 주식이고, WTI는 원자재... 상식적으로 XLE의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옳겠죠?

https://www.valley.town/financials/quote/OXY:NYSE/insider-trade
그런데... 왜 오마하의 현인께서는 이렇게 계속 OXY 주식을 끊임없이 매수하고 계시려나요. 22년 3월부터 24년 6월까지 무슨 적금 납입하듯 쉬지도 않고 줄기차게 사들입니다. 앞서 22년 2분기부터 WTI와 XLE가 본격적으로 갈라섰다고 했었죠. 버핏이 본격적으로 OXY 매수에 착수한 시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가치투자의 현신이라고 칭송받는 분이 계속 매수를 하는 것으로 보면 에너지 섹터의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본데?... 그럼 이분은 왜 이렇게 계속 사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해석들이 정말 다양하지만... 저의 부족한 생각으로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 내지는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흐름을 버핏이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떻게?
공격 : 중국 최대 약점 중 하나인 에너지를 무기화
수비 : 미친듯이 풀어내어 약해진 달러 패권을 에너지 패권으로 벌충
저한테 어울리지도 않는 거대담론이 되지만, 이 두 전략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공격을 생각해 봅시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뭘까요? 바이든이 웨이퍼를 흔들었던 것처럼 반도체를 매개로 한 기술제재? 안하지는 않겠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방 제재의 첫 타겟이었던 Hwawei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성업 중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지원과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로 오히려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 중입니다.
무슨 의미죠? 반도체로 중국을 아무리 옥죄어 봐야 비용 대비 효과가 안 나온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대만이 상식적으로 대중 제재에 얼마나 적극적일 수 있겠어요. 중국 없이는 대만 경제가 돌아가지를 않는데... 미국이 아무리 날뛰어도 대만과 중국의 경제적 교류를 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약간의 문만 열려있어도 중국의 하이테크 제조업 경쟁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상 이미 증명되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digital realm에서 미국의 패권은 이미 수 십년 전부터 공고했고, 지금은 더욱 압도적입니다. 최근 CrowdStrike로 인해 전 세계 IT 서비스가 지대한 영향을 받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중국이 격차를 좁히고 있지 않느냐구요?

중국도 LLM 개발에 여념이 없죠. 오픈소스 모델들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 엄청난 공산당의 개입이 들어옵니다. 특정 질문 (시진핑 관련) 에는 답변하지 않도록, 특정 질문들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변만 하도록... 이런 온갖 정치적인 제약들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공산당 돈을 받아서 만드는 거니까요.
이처럼 중앙 집권적인 통제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 못합니다. 미국이 이걸 모를까요? 가만 둬도 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경쟁력을 계속해서 잃게 될 겁니다. 반면, 미국은 닷컴버블 이후 지금까지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해졌고, 사실상 지금은 세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해자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재는 별 효과가 없고,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견제를 할 필요가 없고... 그럼 미국이 중국을 굴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의 최대 약점을 노리면 되겠네요. 그게 뭘까요? 식량과 에너지입니다.

중국의 식량 수입은 해가 갈수록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원래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이 안되는 나라였고, 대외 의존도는 계속해서 높아집니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이며,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대량은 석탄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핵심 자원인 석탄의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석탄만이 아니죠. 원유 수입량도 해마다 증가세에 놓여있습니다. 결국, 중국은 식량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도 자급자족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식량, 에너지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필수품이죠. 이 지점에서 제재가 들어간다면 중국이 맥도 못추고 항복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죠.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 규모 추이입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죠. 앞서 중국의 국가별 식량 수입규모 차트와 같이 보면, 2021년에 전체 식량 수입금액이 약 210 billion USD, 이 중 미국의 비중이 35 billion USD 정도... 약 16.7% 정도입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농산품 중 거의 절반은 soybean (대두) 입니다. 중국은 대두를 직접 먹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용도는 그들이 죽고 못사는 돼지를 키우는 사료입니다. 대두는 이미 트럼프 재임 시절 미중 무역분쟁에서 핵심적인 품목으로 널리 알려졌었죠. 대두는 이미...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근거도 굉장히 논리적이고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CoT Non-Commercial 26wma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순매수 포지션이 높긴하지만 그 추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헤지펀드들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추세가 약해지고 있는 이유를 유추해보고 고려해볼 필요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떨어지는 에너지 가격에 비해 순매수 포지션이 높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유가 낙폭에 비해 포지션이 크다는 점을 이야기했던 건데, 뭐 또 모르죠 ㅎㅎ

우와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고퀄 분석을 볼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중간에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만약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 패권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에너지 패권이 조금 유명무실 해질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 (가능성은 낮지만... 요즘의 기후위기를 생각해보면 가능할지도...)

저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데요. 나쁘다는게 아니라 그 길로 안 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활성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권역들은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과 중국이죠. 유럽이 신재생 에너지를 이슈화시키면서 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목표 지점으로 인식하도록 만든 것은 자신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지, 지구를 위함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태양광에 올인하고, 전기차와 2차전지에 올인하는 것도 결국은 자국의 높은 대외 에너지 의존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거든요. 이 점에서는 유럽과 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거죠. 그런데, 두 권역 모두 지금 굉장히 힘든 상태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힘들어지면서 국제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미국은 유럽을 멀리하고, 사우디/러시아는 중국을 멀리하는 상황을 예상하는 거구요. 여튼, 이는 이들이 선호하는 아젠다가 글로벌 아젠다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외에도 신재생 에너지가 서구에서 liberal의 대표적인 아젠다인데, 작금의 시대 정신의 흐름이 liberal에서 벗어나며 liberal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도 저는 신재생 에너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미국 내 anti-woke,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의 경제 중심 이동, 유럽의 우경화 등). 저는 본문에서 언급한 내용과 함께 이 댓글의 내용까지... 아마도 앞으로의 방향성은 탄소 에너지로부터의 탈피가 아니라, 탄소 에너지로 인한 피해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CCUS를 좋게 보는 이유) 생각 중입니다.

오 답변 감사합니다! 최근 기후위기 관련 책을 읽었더니... 이러다가 진짜 다 같이 멸망하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걱정이 되네요 ㅋㅋㅋㅋㅋ 탄소 포집이든 어떤 기술이든 지구가 지속 가능한 행성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ㅠ

와 추리소설 읽듯이 재밌게봤습니다!! 고퀄의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ㅎ XLE랑 WTI 다이버전스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주시다니! ㅎㅎㅎ 이게 진짜 아재가 말하는 사고력이 아닐까 싶네요

과찬이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포인트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잘봤습니다. 매번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