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에서의 미중 합의가 서로 신경질적으로 높여놓은 관세율을 드라마틱하게 낮추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낮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덕분에 보유 종목들이 일거에 목표했던 가격을 상회하여 모두 청산했습니다. 고마워요 트럼프.
자... 그건 그거고,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죠.

먼저 관세... 145%가 30%로 낮아지면 좋아해야 될 일 맞나요? 당연히 아니죠. 이번에 미중 합의로 관세율을 대폭 낮춤으로써 미국의 평균 실효 환율은 17.8% 가 되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을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주의를 촉발시켜 사실상 2차 대전의 트리거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악명높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의해 1937년도 20세기 이래 최고치였던 16.4%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보다 높은 상태죠?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무슨 합의를 했든, 그 결과는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관세율보다도 높은 관세율입니다. 그저 기분상 뭔가 좋아진 것 같을뿐, 저는 환호할 포인트를 못 찾겠는데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을 굳이 찾자면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이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는 정도? 그런데, 이게 환호할 일 맞나요?
이전의 관세율이 미중 무역을 단절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간신히 무역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고관세로 인한 충격은 클 수밖에 없는 수준이죠.

그렇든 어쨌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꼉 보고 놀란다고, 언제 미중 관세율이 다시 급등할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이상, 이 틈을 타서라도 트럼프의 관세 대재앙에 의해 막혀있던 물동량이 급격히 풀려나오는 모양새입니다. 이걸 보고 이제 정상화되겠구나... 라고 생각하시나요?

4월 2일 이후, 중국발 미국향 컨테이너 선적량은 급감했습니다. 5월에 다시 컨테이너 부킹이 급증한 것은 양국의 활발한 무역 재개의 신호탄이라고 보아야 하느냐... 어쩌면 그저 급브레이크의 반동은 아닐까요?

매크로팀 칼럼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미중 물동량은 다시 증가세입니다. 미중 합의가 있기 전부터 중국발 미국향 컨테이너선의 수는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급브레이크 이후의 정상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봐야죠. 1937년보다 높은 관세율 하에서 양국 무역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 무역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경제참여 주체들의 심리가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 신뢰지수... 현재 상황과 향후 12개월 예상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곤두박질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더 심한 하락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비자 심리가 이렇게 추락하는데, 미중 무역이 20세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율 하에서 정상화된다? 그럴리가 없죠. 4월 소매판매가 부진했다는 분석은 매크로팀 칼럼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왜 소비자 심리가 이렇게나 얼어붙었을까요? 물가는 오를 것 같고, 고용은 악화될 것 같아서입니다.

먼저 물가... 각종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 및 소비자 물가 선행지표들은 4월 관세 대재앙 이전부터 상승세였고, 4월 이후부터 금융시장과 소프트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보시면 24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상승추세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죠.
같은 시기 상승세로 반전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24년 10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강하게 상승했죠? 신기하게도 앞서 살펴본 물가 선행지표들이 본격적인 상승궤도를 타기 시작한 시점과 동일합니다. 24년 10월... 트럼프의 당선확률이 거의 확실시되던 시기였죠. 트럼프 트레이드로 주식시장은 역대급 랠리를 펼쳤지만, 그 뒤에서 실물경제 참여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반드시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던 공급망 충격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함께 무럭무럭 자랐다고 볼 수 있죠. 물가에 대해서만 불안했을까요? 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컨퍼런스 보드의 고용에 대한 서베이 결과입니다. 노란 형광펜 구간이 24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의 흐름이죠.
파란선은 향후 6개월 간 일자리 수가 줄어들 것 같다는 응답... 24년 말부터 금증하죠.
빨간선은 향후 6개월 간 일자리 수가 그대로일 것 같다는 응답... 24년 하반기부터 급락하죠.

미시건대 소비자 서베이의 고용 상황에 대한 설문 결과도 거의 같은 흐름으로 움직입니다. 소프트 데이터들이 공히 노동자들의 고용 상황에 대한 심리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프트 데이터라고 우습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결국, 경제는 심리니까요. 그리고, 소비자들의 침체된 심리는 경기침체의 전조증상입니다. 바로 위 차트들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 보드 차트에서 경기침체 구간에서 향후 일자리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는 파란선이 급등하는 것이 보이죠? 25년 이후의 파란선 급등세는 경기침체 구간에서 보여지는 추세와 동일합니다. 마찬가지로 미시건대 소비자 설문에서도 고용상황 악화를 예상하는 답변이 늘어나면 경기침체에 들어서죠.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저소득층이 고통을 받고있다는 기사들이 나왔었는데, 25년 초 이후로는 중산층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서히 가계의 대출 상환 지연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언급들이 늘어나고 있죠. 25년 1분기 기준 신용카드 90일 이상 연체율이 급상승했습니다 (뉴욕 연준 가계부채 리포트). 거의 08년 GFC 수준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학자금은 정책 이슈가 있어 예외로 친다 해도 나머지 대출의 연체율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상승하고 있죠.
물론, 당연하게도 이 지표들과 상황만을 기준으로 미국이 경기침체 목전에 왔다... 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죠.

상단 차트... Sahm rule indicator도 임계치를 넘은 이후 다시 하락 중이고, 하이일드 스프레드도 급등 이후 급격히 안정되는 모양새이니 괜찮은가 싶다가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 해소를 보면 좀 불안해지죠.
하단 차트... 기준금리와 실업률 스프레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경기침체 전조 시그널인데 보시다시피 스프레드가 급락하며 0에 근접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왔었죠. 현재 위치를 보면 24년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0.13에 불과합니다. 불안불안하죠?

CESI의 추세를 보아도 노란 형광펜 화살표를 보면 24년 11월에 고점을 찍고, 현재까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로 꾸준히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는 의미죠.
조금 더 긴 추세로 초록 화살표를 보면 23년 8월 이후로 CESI는 등락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24년 미국 증시 랠리는 경제지표가 안 좋아지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심지에 AI 내러티브라는 불씨가 붙어 폭발한 랠리라고 볼 수 있죠.

BofA Fund Manager Survey의 하드랜딩 예상 비중을 보세요. 24년 내내 경제지표가 서서히 악화되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자들의 하드랜딩에 대한 예상은 극도로 낮았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극에 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낮아졌죠. 트럼프 당선 이후 노 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녹색 막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다이버전스가 24년 내내 축적되어 왔고, 25년 2월에 고점을 찍고 4월 관세 대재앙을 기점으로 한 번에 다이버전스를 메꾸어 버린 셈입니다. 뭐 어찌 됐든... 24년의 증시 랠리가 실물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 + AI 내러티브가 만들어낸...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기준금리-실업률 스프레드라는 새로운 경기침체 지표를 배웠습니다. 트럼프의 정책 여력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에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 기준금리 인하로 보이는데 물가를 자극하면 오히려 물가&경기로 원 투 펀치를 맞을 수 있으니 연준도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래가 어두워 보일수록 트럼프가 단기간 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을 협상 상대들이 알고 있다면 굳이 협상을 근시일 내에 해줄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트럼프의 협상 레버리지가 꺾인 것 같습니다. :)

저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생각해요. 고작 100일만에 말이죠. 중국과의 관세율 인하 합의도 그렇고, 중동에 가서 AI 반도체 팔아주겠다고 문 열어준 것도 그렇고... 억지로 호재를 빨리 만들어 내려는 조급함이 너무 강하게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투자할 때 많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다만, 한쪽에서는 SLR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국채금리를 내리는 요소로 보고 있지만, JP Morgan 다이먼이나 기타 칼럼들은 그것보다 더 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상황에서, SLR 규제 완화 카드는 금리시장에서 금리의 단기적 하락을 가져올 지(중장기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효과가 미비할 지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컥... 선생님이라뇨 ㅎㅎ 말씀은 감사하지만, 자격미달입니다. 말씀주신 부분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네요 ㅠㅠ 은행들이 원하는 규제완화가 그 이상인지 어떤지는 뭐... 다이먼 회장의 말이 맞겠죠.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자면... 민간의 자본규제를 풀어 정부지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맥락에서 장기국채 금리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스스로 만든 불확실성의 거대한 장벽이 민간 경제주체들의 투자와 소비 의향을 막아서고 있다는 거죠.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는데 과연 돈이 잘 돌까요? 조급한 트럼프가 남발하고 있는 호재처럼 보이는 뉴스 플로우 정도로 불확실성이 쉽게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또, 자본규제 완화를 추진하려 해도 정치적인 동력이 필수적인데... 이번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첫 발도 못 떼고 좌절된 것을 보면 잘 될까...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그냥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은 내용이니 큰 의미는 두지 마세용 ㅎㅎ

증시는 확실히 불안을 타고 오르는 중인 것 같습니다... 소프트 데이터의 숫자들이 언제 하드 데이터로 찍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네요 ㅎㅎ

하드 데이터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히 커지고 있어요. 안 그래도 응답율이 저조한데, 예산 삭감 기조까지...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12-11/market-moving-us-data-under-threat-as-trump-returns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는 Rate cut이 일어난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장기채가 같이 받쳐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계속해서 텀프리미엄이 늘어날 일만 남은 것 같아서요. 트럼프 말과는 다르게 문제는 파월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요즘 말이 많더군요.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괴리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진 것을 두고 연준이 장기금리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트럼프가 파월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봐요. 그만큼 실물경기 상황은 본문에 적은 것처럼 확실히 악화의 궤도에 오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파월이 안 내리고 버티는 상황이 부당하냐...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미국 장기채를 10년물 금리가 4.5% 넘을 때마다, 3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할 때마다 조금씩 미국 장기채 ETF를 사모으고 있습니다. 왜? 저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완전히 틀렸다면 모르겠는데, 둘 다 일리가 있으니 stand-off가 길어질 것 같고, 길어질수록 recession 가능성은 높아지며, recession이 닥친다면 달러 외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결국 달러 스마일이 올 것이라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또한, 결국 이 싸움은 시점의 문제이지 파월의 기준금리 인하로 마무리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야 버티니까 어찌될지 모른다지만, 막상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가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배가되며 텀 프리미엄이 역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티모씨님....촘촘한 논리로 살아있는 유기체를 만들어 놓으셨군요. 정말 많이 배웁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밸리 AI 회원이라는 이유로 쉽게 읽어도 되나 싶은 정도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저의 일부이니 유기체라고도 볼 수 있으려나요? ㅎㅎ 감사합니다.

댕고수(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초심자해설부터 여러모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은 블로그에 남겨야 제맛같아서 블로그로 감사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심플하게 관세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왜 이렇게 오르지? 이상한데 라고만 생각했는데(약간 수익 본 미국 인덱스 ETF들 정리) 이렇게 촘촘하게 생각을 정리하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블로그에만 덧글에 답변을 답니다. 여기가 제 집 같아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