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삼프로에 올라온 제임스 리카즈 전직 정부 경제 자문이자 베스트셀러 경제 평론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작가답게 중요한 꼭지에 대해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주니, 거꾸로 저도 생각이 함께 정리되더라구요. 일견을 권합니다.

리카즈는 먼저 자산시장에서 벌어지는 트레이드의 압도적 비중이 기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이 자산시장의 급작스런 붕괴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리카즈는 AI라고 하지만, 그건 AI를 너무 광범위하게 보는 것 같고, 프로그램이나 머신 정도가 적당하지 않은가 싶어요.

뉴욕 증권거래소... 라고 하면 이런 모습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떠올리지만, 리카즈는 이 장소는 이미 반은 박물관, 반은 방송용 스튜디오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저 과거 거래소에 대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일종의 소품에 불과하다는 거죠.

90% 이상의 트레이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에, 오늘날의 거래소는 사실 이런 모습에 가깝다는 겁니다. 그러니, 시장의 메커니즘이 사전 학습되거나, 구현된 논리를 내장한 프로그램들에 의한 자동화에 기반하고 있어 인간의 정성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사라졌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들은 무엇을 학습하거나 구현했느냐... 과거의 성공적인 트레이드 전략을 학습했겠죠.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현금을 들고 기다리다가, 충격을 받아 폭락한 자산들을 저가에 매수하면 됩니다.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가치투자자들은 시장의 가격책정 오류로 적정가치 이하로 평가받는 자산들을 매수하죠. 얼핏 당연하고도 합리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저가매수 전략은 수행하는 주체가 소수일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이 벤자민 그레이엄이 아니어야 가격 책정 오류가 자주 발생하겠죠? 오류가 잦을수록 가치투자자에게는 많고 큰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벤자민 그레이엄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가격 책정 오류 자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죠? 그러면 가치투자 전략의 효용성은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 나 혼자 서서 관람하면 경기장이 잘 보이지만, 모두가 서서 관람하면 아무 소용없이 다리만 아픈 법
= 소수일 때 통하는 전략과 다수일 때 통하는 전략은 다르다 = 구성의 오류 >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트레이드의 대부분은 과거의 성공적인 전략을 학습한 프로그램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프로그램들이 학습한 성공 전략의 압도적 비중은 과거 가장 성공적이었던 가치투자 전략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죠.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가치투자를 수행하고 있다면 과연 자산의 적정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트레이드 전략이 유효할까요?
여기서의 포인트는 가치투자 전략의 무용론이 아닙니다. 프로그램들이 가치투자 전략만 학습했겠습니까? 끊임없이 학습하며 진화하겠죠. 문제는... 기계들의 끊임없는 학습의 결과물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이에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한다면,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사실상 같은 전략과 생각을 가졌다면, 시장에는 극한의 쏠림이 벌어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일례로 AI 내러티브가 좋은 예시죠. 관련해서 AI와 시장에 대한 생각이라는 포스트를 올렸으니 참고하시고... 요는 머신 트레이드가 대부분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시장을 지배하는 내러티브도 다 함께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어요. 현 시점에는 AI죠? 그러니까, 일종의 군집효과를 내뿜으며 과도한 쏠림이 나올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AI라는 땔감이 던져졌다... 는 이야기로 부연 해석할 수 있죠.
언젠가... AI 내러티브에 균열이 가거나, 새로운 내러티브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시장의 색깔은 완전히 반전되어 프로그램들의 컨센서스 역시 반전되며 순간적으로 엄청난 폭락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4월에 관세 내러티브가 시장을 지배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들 아시죠?
여기에 디지털화된 주체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기에 외부의 조작 내지는 악의적인 해킹에도 취약하다는 점을 추가하고 있어요. 시장이 약해질 때, 이러한 요인들이 추세를 더 강화하는 일종의 전력 증강자 (force multiplier) 가 되어 급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리스크를 언급하는 거죠. 단일 주체의 거대한 음모가 없더라도, 여러 주체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더 무섭다... 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 나날이 커져만 가는 passive 자금 규모. 이 역시도 추세를 강화하는 force multiplier >
리카즈는 금을 매우 선호합니다. 왜?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매입하고 있으니까요. 8월 22일 매크로 분석을 보면 골드만 삭스 역시 중앙은행의 가열찬 매수로 인해 금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도 매우 동의하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던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거리를 얻어서 좋았습니다. :)

저도 영상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유동성이 3,4분기에 거의 2조 가량의 단기채가 나오면, 실물경기의 하락을 숨길 만큼 지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23년 실물경기의 둔화에도 RRP 유동성으로 증시의 상승을 견인한 것을 보면, 실물경기보다 유동성의 유무가 증시의 향방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유동성도 부족해지고, 실물경기가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AI나 다른 트리거를 통해 증시가 실물경기를 따라잡기 위해 진짜 박살이 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단기국채 순발행량 증가가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려면 지급준비금 감소를 막아야 하죠. 바이든 때는 역레포에 묶인 돈이 단기국채를 소화해 주어, 단기국채 발행량을 급증시키자 시중 유동성 증가로 곧바로 이어졌는데요. 7월 단기국채 발행을 역레포 잔고가 다시 한 번 소화해 주면서 지금은 역레포 잔고가 바닥이 났습니다. 단기국채를 소화할 자금은 이제 지급준비금만 남은 셈이죠. 연준이 본원통화를 늘려서 지급준비금을 채워주면서 단기국채를 발행하면 23년~24년 같은 유동성 증가가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 9~10월에 단기채 발행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연준은 규모를 줄였다 한들 여전히 QT를 하고 있고, 기준금리도 인하하네 마네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 본원통화를 뿌려줄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그러니, 9~10월에 지급준비금 감소는 꽤 높은 확률로 일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이후에는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TGA 잔고가 빠지고, 다시 지준금이 늘어날 수 있겠죠? 따라서, 유동성 환경은 3분기는 위험해 보이고, 4분기는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달러와 달러표시 미국채에 대한 이야기 부분 아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영상 내용 정리해 주신 점, 그리고 의견을 잘 설명해 주신 점 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홍철 만세

만쉐이~

궁금증이 관세로 미국내 양질의 일자리가 왜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시는걸까요?? 실제로 한국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줬는데 그럼 조금이라도 증가한거 아닐까요? 대부분.맥도날드 알바하는.미국입장에서 이정도면 양질의 일자리같은데요.

제조업 일자리 생성이 제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게다가 저는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은 성사되기 어렵다고도 생각하구요. 본문에 걸어놓은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valley.town/wsaj-premium/beginner/689c7793580cc3ee0f06add1

좋은글 감사합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것들이 데이터와 함께보니 확 와닿는것같아요 오늘도 많이 배우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국의 경기가 둔화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위 신흥국들의 경기는 따라갈지, 아니면 따로갈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어느 나라든 둔화의 압력을 받겠죠? 하지만, market은 economy가 아니니까요.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들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니, 이 점도 감안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