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미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avatar
티모씨
2025.09.27조회수 739회

이전 포스트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이어가 보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균형을 이루어야 함.

  • 23, 24년에는 역레포라는 꿀단지가 있어 재정을 크게 쓸 수 있었고, 통화정책의 여력을 확보하는 시간을 벌었음.

  • 하지만, 25년 8월부로 역레포 잔고는 소진되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정책 여력이 없는 상태.

  • 이제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기에 연준을 압박하고 있음.

  • 연준은 여전히 전략적으로 통화정책 여력 확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버티고 있었음.

  • 머니마켓 스트레스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정책완화가 필요한 시점.


그렇다면, 재정과 통화는 얼마나 완화될 수 있을까... 가능한 선에서 한 번 생각해 보죠.




결국, 달러패권의 한계점에 대한 이야기


image.png

달러패권이 뭐죠? 전 세계 무역거래의 80%, 중앙은행 외환 보유고의 60%, 원자재 결재의 70% 이상이 달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판에 끼어들려면 달러는 필수죠. 이러한 필수재의 공급권리를 틀어쥐고 있다면 그야말로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패권이겠죠. 그걸 미국이 갖고 있는 겁니다.


그 덕에 미국은 타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달러를 대규모로 공급해도 큰 탈이 없죠. 왜? 필수재니까. 강력한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을 왕창 늘려도 달러의 가치는 버티는 겁니다. 양적완화, 대규모 국채 발행... 다 이걸 믿고 지르는 거죠.



image.png

그런데... 22년 이후로 뭔가 이상한 기류가 형성됩니다. 달러의 최대 적은 금입니다. 왜 그러냐... 위 차트를 보시면 검은선이 미국채 10년물 실질금리의 역축, 노란선이 금 가격입니다. 달러에 붙는 이자가 높으면, 금 값은 떨어집니다. 금은 이자를 붙일 수가 없으니, 달러의 이자가 높을수록 금이나 진배없다 생각하고 달러를 찾는 이들이 많아져 금값이 떨어지는 거죠.


이 현상이 언제부터 깨졌죠? 22년 연준의 기록적인 금리인상 시기... 보시면 달러 실질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데도 금 가격은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이후 지금까지 달러 실질금리는 과거 20년 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금 가격은 높이높이 날아갑니다. 달러에 붙는 이자가 저렇게 많아졌는데도, 금을 찾는다고? 아니 대체 왜? 미국 재무부가 주는 이자에 독이 들었나?


그 원인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이야기로 한참 돌아가야 하니 스킵하죠. 금 가격 상승의 원인을 제가 핀포인트로 집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대략 아래 차트를 보면 왜 금 수요가 이리도 막강하여 금이 랠리를 보였나... 감은 잡을 수 있겠습니다.



image.png
image.png

상단은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이입니다. 몇 년째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하단의 우측 차트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째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왜 중앙은행들은 금을 사고 달러비중을 줄이나? 달러가 불안하니까.


달러가 왜 불안해? 연준이 너무 펑펑 뽑아내... 공급이 너무 많아. 게다가 재무부 부채가 미친듯이 늘었어. 쟤들 앞으로도 빚 많이 낼 것 같아 불안해 죽겄구만, 이 정도 이자로는 어림도 없지... 이러다 보니 달러의 실질 이자율과 금의 역상관관계가 붕괴되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죠.


그럼... 그렇다고 달러가 무너졌나? 달러패권이 붕괴됐나? 어림도 없죠. 여전히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예전만 못할뿐이죠. 예전만 못한 원인 제공자는? 달러공급을 왕창 늘린 연준과 정부부채를 왕창 늘린 재무부.


그렇다면...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디까지 완화적일 수 있느냐, 혹은 미국 재무부가 어디까지 부채를 늘릴 수 있느냐... 이 질문은 달러패권의 약화를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달러의 구매력은 미국시장의 파워


달러가 대단한 지위를 가진 화폐임에는 분명하나 그래봤자 명목화폐에요. 그러니까, 논과 밭에서 추수하는 곡물도 아니고, 광산에서 캐는 금이나 구리도 아니고... 그저 연준이 숫자 넣고 엔터키만 치면 뿅하고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재화입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얼마든지 만들고 없앨 수 있어요. 그렇게 마음대로 못하거나 안할 뿐이지.


왜 이런 이야기부터 꺼내느냐... 우리가 쓰는 돈이라는 재화의 가치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20년 전, 짜장면 한 그릇은 1,500~2,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좀 한다는 중국집에 가면 만 원은 우습죠? 20년 사이 짜장면의 가격이 거의 1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짜장면에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졌나요? 재료가 10배 귀해졌나요? 아니겠죠. 지난 20년 간 짜장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짜장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돈의 가치가 하락한 겁니다. 1,000원으로 20년 전에는 양파 열 알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한 알밖에 못 사는 거죠. 이를 원이라는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졌다... 라고 표현합니다.


물론, 이걸 나쁘게만 볼 문제는 아니에요. 성장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수 십년간 성장을 향유해온 만큼 경제에 흐르는 돈의 양은 늘어나게 되고, 돈이 흔해지니 가치가 낮아지고, 구매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성장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니까...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고정환율을 깨고 달러 공급의 고삐를 풀어버린 순간부터 명목화폐의 공급이 늘어나 구매력이 약해질 것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또 길게 돌아왔네요. 요점은 명목 화폐의 시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 구매력이 약해져 물가 상승의 동력이 된다는 겁니다. 이 말은... 달러의 구매력이 강해야, 미국의 소비도 강해진다... 곧, 달러의 구매력이 미국 소비시장의 위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image.png

달러지수, 실질 달러지수와 CPI의 YoY 상승률을 붙였습니다. 달러 지수가 상승추세를 보이면, CPI는 하락세, 달러 지수가 하락세면 CPI는 상승세... 귀찮아서 상관계수를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추세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은 어느 정도 보이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소비자 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고 볼 수 있겠죠?


재밌는 부분... 녹색 형광펜 구간을 보면 달러 지수 상승세가 급격히 강해지는 동안 오히려 CPI 상승률은 높아졌죠. 과거 추이를 보면 이 정도로 엇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해당 구간이 언제일까요? 24년 11월부터 25년 1월... 요때 뭐가 유행했는지 기억하시는 분? 트럼프 트레이드. 그럼 뭘 알 수 있죠? 당시의 트럼프 트레이드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랠리였는지 알 수 있죠.


그리고, 이제 현재 구간을 봅시다. 달러 지수의 추세가 바닥에서 돌아나오며 상승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며 달러의 구매력이 강해진다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하방압력을 받겠죠. 저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있더라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돌아서는 달러 지수의 추세입니다.


자... 그러면 시각을 좀 달리해 봅시다.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겁박합니다. 관세가 무기가 되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뭘까요? 바로 미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입니다. 민간소비가 무너져 미국 내수시장이 쪼그라들면, 뭘 가져다 팔려고 해도 팔리지를 않으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안 팔리는 마당에 트럼프의 관세가 무섭겠습니까? 트럼프도 마찬가지죠. 내수가 죽어서 햄버거 하나 사먹기도 힘든데, 거기다 관세를 때린다?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왜 트럼프가...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시점인 25년 4월에 관세 대재앙을 일으켰을까... 제 가설은 아직 미국의 전반적인 민간소비가 살아있을 때 시동을 걸어야 한다... 더 늦추었다가 협상하는 중간에 자칫 내수가 휘청거리기라도 하면 관세 약발이 덜 먹히고, 관세를 무기로 삥도 뜯지 못할 수 있다... 요런 생각을 한 것이 ...

회원가입만 해도
이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이미 계정이 있으신가요?로그인하기
댓글 23
avatar
티모씨
구독자 2,082명구독중 22명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와 시장을 쉽고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디딤돌이자 공론의 장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