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패권 경쟁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정부가 현재 민간기업들의 어마어마한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OpenAI, 엔비디아 쪽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4월 이후, 미국 증시에서 IT와 유틸리티 섹터에만 자금이 몰리고, 주가가 급등했던 것으로 보면, 증시 참여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보이죠. AI 패권 경쟁이 곧 인프라 확대 경쟁이 맞나요?

최근 배포되는 버전의 모델들의 성능 개선폭이 그다지 괄목할만 하지 않다는 것은 이제 다들 아는 사실이고...

OpenAI는 작년 말부터 scale-up의 한계를 언급하며 이후 모델들의 개발 전략에 변화를 도모한다고 했었죠. 왜 그럴까? 이유는 크게 3가지...
양질의 학습 데이터 소진
거대해진 모델의 학습 소요 비용 급증
LLM 방식 자체의 한계
그렇다고 본다면, 이제는 AI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scale-up이 아니라 질적인 진전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AI 패권 경쟁을 AI 인프라 패권 경쟁과 동일시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하지 않나요?
이전 포스트에서 다룬 바와 같이 데이터 센터 인근 지역의 전기 사용료가 급격히 인상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력 사용료가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커져갑니다.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면 동네 전기료가 올라간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의 없다... 이런 인식이 퍼지면서 데이터 센터는 기피시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데이터 센터가 자기 지역구에 못 들어오게 막아야 표를 얻을 것이고, 이렇게 정치적으로 데이터 센터의 확장 문턱이 높아지면, AI 인프라 확충이 그만큼 더뎌지겠죠. 선거라는 제도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의 태생적 한계이니 미국 역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입니다.
가용한 전력량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니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면 될 일이다? 전력망에 발전 및 송전시설까지 확충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생각해야겠군요.
환경 영향평가에만 2년,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에도 5년,
지역의 전력망 인프라 확충에도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제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기 시작한 지역이 있다면, 충분한 전기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점은 대략 10년 뒤... 지역마다 차이가 당연히 크겠지만, 무시하고 그냥 10년으로 봐도... 10년이면 대통령 선거 2회, 의회선거는 5회입니다. 극단적으로 양분된 미국 정치지형에서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치적 동력이 나올 수 있을까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권자들은 비싼 전기료를 감당해야 하고, 전기는 대체제가 없는 재화이니 결국 모두가 이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중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 그런 인내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은 어렵죠. 하지만, 가능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정말로 AI 패권의 향방이 오로지 AI 인프라 투자에 달려있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은 중국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왜?
미국은 돈을 빌리는 나라고, 중국은 돈을 버는 나라이며,
미국은 시장이 지원을 분배하지만, 중국은 번 돈을 중앙에서 핀포인트로 퍼주는 보조금 왕국이며,
미국은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하지만, 중국은 거의 모든 공산품을 생산하며,
미국에는 수많은 환경 규제가 있지만, 중국은 깔끔하게 무시할 수 있으며,
미국은 화석연료 전기 생산에 집중되어 있지만, 중국은 신재생 에너지의 왕국이며,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중국에는 선거가 없으니까.
상황이 이럴진데... 대체 무슨 수로 미국이 AI 인프라 확충 경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거죠? 고작 엔비디아 칩 수출 못하게...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그대로 댓글을 남기려고 하다가 그래도 생각해볼 거리들이 떠올라서 그것들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딱딱하게 작성되어 거슬리게 만드는 댓글을 남기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미리 올립니다. 1. 인프라 투자의 탈을 쓴 첨단 공학(양자컴퓨팅, 우주항공, 핵융합 혹은 핵분열, AI를 위한 특수 컴퓨팅장치 등)으로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미루어보아 전통적인 CAPEX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추정의 유효성을 생각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2. OpenAI와 메타는 삽질을 하고 있지만 이탈한 엔지니어들의 시도는 양적 향상이 아닌 질적 향상의 방향과 더 가까운 것 같으므로 상황이 복합적인데 이너서클의 현황이 어떠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SSI, 구글 AI, 최근에 메타에서 퇴사할 수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던 연구자는 LLM이 아닌 알고리즘적인 진화를 준비하고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메타랑 오픈 AI 등은... 3. 중국을 향한 규제는 특히나 첨단 반도체 벨류체인의 하단(노광장비)과 상단(엔비디아 반도체 및 CUDA로 대표되는 학술 연구 프레임워크 등)을 압박하는 것이고 이는 미국의 인프라 정비에 대응하는 제약조건과 비등하거나 유사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가 어떠한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의 경우 그 질이 데이터 센터 등에 활용되기에는 제한사항이 있어 ESS 등의 에너지 저장-유통 수단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에너지가 부족해서 석탄과 석유를 상당히 수입하는만큼 내부적인 에너지 배분 정책에 따라 중국이 오로지 AI에 대한 투자만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은 비약일 수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으로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 ai가 이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모두가 그것에 달려드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절실히 공감합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지금까지 미친듯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원자재를 가공하면서 지구에 엄청난 열량과 온실가스를 공급하는데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맥락이 관여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사족으로 달아봅니다. (진작에 알고 계시겠지만요 하하)

아이고 ㅎㅎ 상세하게 생각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전혀 거슬리지 않으니 괘념치 말아주세요. 일단, 취지는 AI 패권 경쟁과 AI 인프라 투자 경쟁을 동일선 상에 놓고 생각해도 되느냐... 에서 시작하고, 거기에만 집중했다고 보시면 되겠고, 여기서 벗어나 전선을 넓히면, 사실 다루어야 될 이야기가 너무 많죠. 이 정도 이야기에도 저의 짧은 상식으로는 버거운데, 더 넓어지면 ㅠㅠ 1. 포커스는 AI 관련한 인프라 투자이구요. 말씀하신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등의 인프라 투자를 언급한 것은 아니에요. 어떤 영역이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연히 인프라 투자는 필요하죠. LLM 관련 인프라 투자도 필요합니다. 다만, 일부 기업가들이 AI의 부분 집합인 LLM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전체 AI 미래를 위한 투자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서버와 칩은 사용 기한이 한정된 품목들인데 너무 단기간에 많이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니냐... 뭐 요런 거죠. 2. 얼마 전 얀 르쿤이 메타를 떠나 스타트업을 차렸죠? 들리는 이야기로는 처음 팀이 만들어졌을 때는 super-intelligence를 추구하더니, 언제부턴가 LLM에 올인해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집중하기에 나왔다... 대략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국 내에 AI의 질적인 성장 노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이 지나치게 LLM에 쏠려가고 있고, 그렇기에 양적인 성장에도 과몰입한 것 같다... 는 것이 취지에요. 3. 대중 규제가 실제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중국에게 입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당연히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발목을 잡겠죠?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길게 보면 결국 중국을 인프라 확충 경쟁으로 이길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굳이 중국과 인프라 경쟁을 벌일 이유가 있겠느냐... 정책을 정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Sacks가 저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뭐 이런 흐름? ㅎㅎ 4. 중국이 정말 미친듯이 원유재고를 쌓아 두었고,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 라인도 열고... 중국 최대 약점 중 하나가 에너지에 대한 외부 의존인데, 어쩌면 꽤 해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일단 있구요. 또 언급하고 싶었던 지점은 에너지 믹스입니다. 중국의 경우, 화석연료는 엄청나게 쟁여 놓았고, 미국의 방해를 받지 않는 천연가스 공급선도 확보했으며, 그 외 원전, 신재생 에너지... 거의 모든 전력 생산원을 꽤나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해 둔 상태가 아니냐... 는 거죠. 반면, 미국은 자기 발 밑에서 화석연료 끄집어 내는 것 외에는 뭐가 있지?... 이렇게 생각하니 중국이 전력원 확보 관점에서는 훨씬 유리한 것 아닌가?... 요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서없는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시니 제가 놓친 지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나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마음 편히 생각거리들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요. :)

저야말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사실 이번 글은 올릴까 말까 좀 고민했어요. 제 개인적인 추정과 추론이 너무 많아서... 그러다, 에라 내가 뭐라고... 싶어서 그냥 올렸는데, 사실 이견이 많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단, 현재 산업계와 금융계 모두 llm에 과몰입한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인공지능과 llm은 엄연히 다르다... 는 점.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미래의 인공지능에 llm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 이건 분명히 하고싶어요. 따라서, 작금의 llm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미래의 agi 도래를 앞당길 것이라고 확신해서는 안되지 않나... 요런 생각이 드는 거죠.

항상 느끼지만 훌륭한 인사이트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중국의 모방과 효율화 능력이 미국의 혁신 요소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감사합니다. 아직 미국에게 기회가 있다고 보는 편인 이유는 질적인 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혁신의 시작은 미국에서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트럼프와 MAGA 덕에 그 어드밴티지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양이 아닌 질의 경쟁... 이게 다음 스테이지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요. 덕분에 중요한 점 인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이 제정신이라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티모씨님 최근 시리즈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네요! 중국 상황을 잘 몰라서 패권경쟁의 유불리에 대해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미국 내 AI 관련 상황들은 구구절절 공감이 됩니다. 질적인 변화라... PLTR 처럼 인력이 시장 개척의 병목이었던 특수한 케이스에선 아름답게 작동하겠지만, 여타 많은 기업에선 값비싼 LLM을 도입해서 한다는게 기존 시장에서의 비용 효율화라는게 아이러니하네요. 이외에 AGI 라던가, 포토닉스 반도체 라던가 .. 뭔가 획기적인 질적인 변화들도 나와주면 좋겠지만 불확실성이 큰 것 같습니다. 느리더라도 확실한 질적 변화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 LLM 모델 또는 서빙 인프라가 효율화 or 원자력 등 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서 -> LLM or 전기 사용료가 기업의 예상 비용절감액 보다 확연히 낮아지거나 - 단순 노동에서 해방(해고?)된 인력이 다른 일 (또는 창업, 또는 재학습..)에 효율적으로 배치되면서 생산성이 향상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것도 딱히 미국이 중국보다 탁월한 영역은 아닌 것 같네요.. 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LLM이라는 혁신의 공을 OpenAI가 쏘아올린지 불과 2-3년만에 중국이 턱 밑까지 쫓아왔습니다.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목을 죄었음에도 말이죠. 미국이 진짜 긴장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저는 보는 거죠. 그래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백인 우월주의, 고립주의는 정말 무지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양적 질적 모두 충족하신 티모씨님의 글로 제 질이 한층 향상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AI는 자세히 모르지만,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엔비디아가 정부의 지원을 이야기한다는 내용을 들었을 때는 깜놀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더 벌려고???

만약 상황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진행된다면... 샘 알트만, 젠슨 황, 마크 저커버그... 이 셋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샘 알트만.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해외의 인재들을 막고 배척하는 게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민자들 때문에 발전해왔고 심지어 빅테크 CEO의 대부분도 이민자 출신인데 어쩌려고 이러는지 잘 모르겠네요....

트럼프가 잘못하고 있는 지점은 너무 많아서 ㅎㅎ 그가 대통령직에 머무르는 매 시간마다 미국의 몰락은 한 달씩 앞당겨지고 있다고 봅니다.

와~ 이 글을 읽고, 이전에 박종훈의 지식한방에 올라온 영상과 아재님의 글도.. 생각이 나네요.. 거기에 티모씨님의 인사이트까지.. 대단하십니다..! 어렴풋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나아가 훌륭한 인사이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찬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