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 없다는 쪽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대차게 틀렸습니다.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제 생각을 글로 쓰면서 재점검해봅니다.
몇 번 간단하게 이야기한 것 같은데 제 생각의 핵심은 '핵위협이 사라졌는가?' 입니다.
향후 행동을 예측할 때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대외적으로 가장 있어보이고 스스로 가장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좋다고 생각하는 명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란 전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핵위협 제거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트럼프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임기 중에 이란이 핵실험에 성공해서 핵보유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면 트럼프마저도 도저히 변명하기 어려운 명백한 실패가 됩니다.
특히 트럼프는 오바마가 체결한 이란 핵 협정에서 2018년 탈퇴한 것이 일종의 족쇄이자 마음의 부채입니다. "아니 탈퇴하는 건 좋다 이거야. 대안이 있었어야지.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잖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아니야?"라는 비판이 내내 이어졌습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그 때 옳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오바마 핵 협정보다는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라는 마음이 꾸준히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음 선택을 합니다. 일종의 '물타기'죠.
그런 면에서 최근 이 사태의 결말로 부각되던 이렇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채로 그냥 떠나버린다거나, 특히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인정해주는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비핵화 '의지'는 믿을 수 없다. 핵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를 선택했습니다. 이건 이미 2018년 5월 핵협정 탈퇴 당시 내려진 선택입니다.
그럼 향후의 계획도 핵개발 능력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가져가는 것을 묵인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이란 제재 해제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국제적인 이란 왕따시키기를 해왔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이란 석유를 사지도 못하게 했지요. 근데 이란이 이란에서 나는 석유도 못 팔게 하면서 사우디, UAE가 석유를 팔 때마다 통행세를 거두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이란이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이 뚫리면 이란은 얼마든지 그 이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은 그렇게 번 돈을 어디에 쓸까요?
지금의 이란 정권이 상당수 제거되고 심각한 타격을 입어서 약화된 상태이고, 갑자기 이란에 자본이 들어오면서 친서방 반정부 세력이 힘을 얻고, 이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정권이 뒤집히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불안정한 정치체제로 인해,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집권세력은 허약해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 더욱 더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을 더욱 독점하고 그 자금을 군사력에 몰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국 이란이 북한식 선군정치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사실상 이미 그렇다고 봅니다). 헤드가 날아가는 경험을 한 이란의 강경세력은 더욱 강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동안 하메네이는 핵개발을 '할랄'로 금지시킨 당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이란의 핵개발 상태는 계속 D-10일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본인의 의지로 핵개발을 최종 달성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헤드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죽었고, 이제 다음 헤드는 '전임 헤드의 핵개발 금지 지침'이 실수였다는 교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헤드를 날리자마자 헤드의 유언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프로토콜'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핵개발만 완료하면 '헤드를 날리자마자 헤드의 유언으로 이스라엘로 핵을 날리는 프로토콜'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후세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살폭탄테러'까지 교육하는 신정 체제입니다. 핵을 보유한 선진국들이 핵발사 열쇠를 나누어 최소 2명의 의사가 합치되어야만 핵을 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둔 것과 달리, 이란은 내 유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나만 죽을 것을 우려하여 5명에게 핵버튼을 주고 5명 모두 나홀로 핵버튼을 누를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둘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전쟁에서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각각의 하급지휘관들이 유고시 별도의 명령이 없더라도 곧바로 움직이도록 그렇게 프로토콜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응이 너무 빠르고 너무 많았습니다.
전쟁 전의 협상 상대방은 '몇년동안 폭탄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누를 수도 있다는 위협만 하는 테러리스트'였다면 지금의 협상 상대방은 '손에 쥐고 있던 폭탄을 떨어트려서 차버리는 것은 성공했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