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길, 세 달의 수업을 마치고.




라이카에서 주최한 Creative Photo Workshop, 3개월간의 사진 강의를 지난 주말에 마무리했습니다. 그동안 사진에 관한 생각과 여정을 간간히 이곳 밸리 커뮤니티에 나눠왔기에, 이번 여정은 마치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댓글과 응원 덕분에 끝까지 무사히 달려올 수 있었기에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를 비롯한 수강생들의 전시 사진은 8월 2일부터 1달간 청담동 라이카 매장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매장도 깔끔하고 무료 관람이오니 근처를 지나시다 생각나시면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3개월간 본업에 소홀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사진 작업량을 늘리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라 많이 지쳤던 것 같다. 강의 막바지에는 몸이 아파 참석조차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중간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떤 것이든 삶의 조각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당연히 그런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오히려 내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스스로를 바꾼다는 건 언제나 고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즐거운 순간들이 더 많았다. 카메라를 들고 혼자 걷던 시간들, 그 속에서 이루어진 관찰과 사유는 내 시각과 인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간간히 건져 올린 좋은 결과물들을 보며 스스로도 흐뭇해졌고, 이 일련의 과정은 선순환이 되어 사진을 더욱 즐기고 자주 찍게 만들었다.
가시적인 성과도 적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동안 라이카 갤러리 선정작이 10점 이상 나왔고, 세 개의 사진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나에게는 감사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이 3개월 간의 사진 여정을 글로 조용히 갈무리해보고자 한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것은 개업 이후 병원 홍보를 위해서였다. 치아 사진이나 병원 인테리어를 촬영하는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에는 가족과의 여행 사진을 찍으며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카메라 셔터음과 조작감이 주는 감각이 좋았고, 이미지를 보정하는 작업도 즐거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 사진은 단순한 일상 기록을 넘어서 미학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실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기보다는, 관점이 변한 것이다. 스쳐 지나던 일상에서 놀라운 장면과 흥미로운 빛, 그림자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사진(photo+graphy)—빛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사진가’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내가 찍는 사진과 ‘사진가의 사진’은 무엇이 다를까. 그들은 어떻게 사진을 통해 대중성과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이 질문들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국 나는 ‘예술 사진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늘 내가 강조하는 말이 있다. 네이처에 논문을 쓰고 싶다면, 네이처에 논문을 쓴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 무엇이든 잘하고 싶다면,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 예술 사진을 하고 싶다면 예술 사진의 대가 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예술 사진 강의는 찾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강의는 ‘상업사진’ 중심이었다. (물론 상업사진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를 뿐이다.) 상업사진은 본질적으로 수익을 목표로 한다. 나는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돈’이라는 건 언제나 일정한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던 중 Creative Photo Workshop이라는 라이카의 강의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강사의 이력이 내 관심을 강하게 끌었다. 현직 교수이자 예술사진가로 활동하는 분이었다.
교수님이자 작가인 김신욱 교수님. 눈빛부터 범상치 않다......'너는 이미 찍혀있다' 라는 포스. 들고 있는 카메라마저 흉기 같은 느낌이다......^^ 각종 수상이력부터 영국유학생활까지 딱 내가 찾던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젊은 편이셔서 원로작가님들보다는 소통하는 공감대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북두신권의 이 짤이 생각났다.^^
3개월 과정임에도 강의료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치과의 1일 핸즈온 세미나가 수십만 원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졌다.) 다만 일요일마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나의 열정을 높이 산 가족이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그 덕분에 주저 없이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강의에서 기대한 바는 명확히 두 가지였다.
첫째, 진짜 예술가의 작업 방식과 접근법, 그리고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곁에서 체감하는 것. 단순한 기법이나 팁이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마인드셋’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둘째,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어디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내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 몰입과 실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가늠해보고 싶었다.
이 두 가지 마음을 품고, 4월부터 강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정말 사진에 ‘진심’인 분이었다. 작가 리서치를 꾸준히 하시는 덕분에 전세계에 모르는 작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교수님이 수업에서 소개해주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보는 관점 자체가 넓어졌고, 다른 수강생들의 사진을 함께 보며 받는 자극과 영감도 컸다. 그래서일까. 주말마다 서울을 다녀오고 나면 좋은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곤 했다.
수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유명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그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시간, 또 하나는 수강생들이 촬영한 사진을 교수님이 직접 리뷰해주는 시간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교수님이 가능하면 ‘단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급하는 개선점이 있다면 대개 ‘수평’이나 ‘수직’ 같은 누구에게나 명확한 구도의 문제, 혹은 조리개 값이나 노출 시간처럼 기술적인 사항에 국한된다. 분명히 20년 넘게 사진을 해오신 분의 눈에는 부족한 점이 수없이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이 방식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자율성과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느껴졌다. 덕분에 수업은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각자의 감각과 시선이 교차하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교수님의 사진집을 구매해서, 직접 사인을 받고 사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촬영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작가에게 직접 듣는 작품 설명이라니, 그 자체로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교수님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구매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대단한 사진가이지만, 수업에서는 결코 다른 이의 사진 단점을 함부로 지적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구체적인 한마디 한마디보다도, 사진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객관식 문제만 풀다 보면,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다고 믿기 쉬워진다. 하지만 진짜 배움이란 ‘정답’ 자체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과 그 전달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이번 워크숍처럼 ‘장점 찾기’에 초점을 맞춘 방식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의 시선을 바꾸어놓았다. 어느새 나도 타인의 사진에서 장점을 먼저 찾기 시작했고, 심지어 내 취향이 아닌 사진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하려 노력하게 되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받기를 원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초중고 교육 내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라’는 메시지를 들어왔다. 수학을 잘한다고 수학을 더 하라고 말하기보다는, ...






야동보다 재밌습니다 마약보다 자극적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자주 오래뵈어요.

너무 자극적인가요......ㅎ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한글자 한글자 읽을 때 마다 , 사진 한장 한장 나올 때마다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해주시는 ahinshar 님 때문입니다.. ahinshar님 글은 활자 읽는 거 좋아하는 사람치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긴 글인데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사진도 사진이지만 써주시는 글에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이번 글에서도 뭔가를 이루려면 거기에 초집중해야 한다는 것, 고독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사진들 기대하겠습니다!!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놓는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상반기에 너무 몰아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며 촬영하려 합니다. 긴 글인데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응원이 많은 힘이 됩니다.^^

좋은 글에 작가님들 소개 감사합니다 ^^ 글을 쭉 읽고 김신욱 교수님과 Alec Soth 사진 찾아보고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정말 엄청나네요. 주중에 귀중한 영감을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ahinshar님 개인 전시도 하시고 벨리 오프라인 라운지에 사진까지 크게 걸려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두 분모두 시간과 쌓이는 작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입니다. 꾸준함의 힘을 믿고 있는 분들이지요. 저도 이분들 처럼 오랫동안 작업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아마 긴 여정이 될 것이고 여정 중에 저의 사진과 관심사도 많이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시간이 답을 알려주지 않을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