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 좋아해서 이름까지 "원자쟁이"로 지었는데, 근 몇 주간은 원자재 시장 얘기보다 미국 경제와 국채 시장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실제 거래에도 참여했으니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분석하는 것이 맞죠. 그래도 양심의 가책도 느껴서, 오늘은 원자재 중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하려 합니다.
그보다는 사실 지금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전 밸류에이션 챌린지(ValC) 때부터 미국 천연가스 시장의 강세를 꾸준히 얘기했습니다. 해당 분석은 기업 본연의 가치와 정성적 리서치 및 기업 해자(moat)에 대한 얘기가 너무 부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러티브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시장이 혼란스럽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 다른 금융 시장 간의 상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 시장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농산물 시장도 있지만, 최근에는 잘 못 보고 있네요 ㅠ).
어떤 자산군이든 넓은 범위에서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에도, 어떠한 밸류에이션을 통해서든 가격이 낮다고 판단하여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많으면, 즉 수급이 좋으면 가격이 상승합니다. 반대로, 사는 사람보다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원자재의 경우 실물 기반이기는 하나, 우리가 항상 모니터링하는 가격은 대부분 선물(Futures) 가격입니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의 가격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메커니즘이 적용됩니다.
다만 일반적인 금융 상품과 원자재 시장이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실체가 있는 상품(commodity)이라는 것입니다. 이 상품은 실제 산업이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됩니다 (예: 난방에 천연가스, 자동차에 휘발유 등). 이 점이 주식과도 같은 금융상품과는 다른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저희가 주식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생산하거나, 먹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러한 상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주체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점은 또 다른 수급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위에서 언급한 금융상품에 대한 매수, 매도를 금융에 대한 수급이라고 친다면, 또 다른 수급 상황은 실제 상품을 사고 파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급입니다. 두 수급은 아주 긴밀하게 얽혀있지만, 동시에 명확하게 구별됩니다 (생산자나 수요자나 헷지를 위해 금융상품을 거래하니 긴밀하게 얽혀있죠. 다만, 실수요와 금융상품의 수요는 다른 것이니 구별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쳐봅시다. 그러면, 어떤 자산군이든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금융수급은 매우 루즈(Loose)한 상태일 것입니다. 즉,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팔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겠죠. 그런데, 경기 침체 우려만 있지 전력 수요는 아주 강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동시에 가스 생산은 늘어나기 힘든 상황). 그러면 실물 수급이 계속해서 타이트해집니다. 시장에 재고가 없습니다. 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현물 가격이 치솟습니다. 어떻게든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선물이든, 옵션이든 파생상품을 이용합니다. 금융수급 또한 타이트해집니다. 모든 가격이 다 상승합니다.
아주 단순한 예시를 들었기 때문에, 디테일이 당연히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요즘은 고도화된 기술 덕에 고빈도 매매와 알고리즘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분명 저는 아직 이런 기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단기로는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특징이 저로 하여금 원자재 시장을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림 설명: 브렌트유 가격 변화율(YoY) (빨간색)과 OECD 상업용 원유 재고 증감률(YoY) 상하반전 (검은색) (출처: ICE, Giovanni Staunovo)
이러한 저의 논리를 기반으로 원유를 매수했다가 손해도 봤습니다 ㅋㅋ 위 그래프는 브렌트유 가격과 재고 간의 관계를 아주 잘 나타내주는 그래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실물 수급은 결국 재고로 나타납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수요 < 공급), 재고는 쌓일 것이고, 반대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수요 > 공급), 재고는 줄어듭니다. 재고가 줄어든 다는 것은 실물 수급이 타이트해짐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좀 전에 예시처럼 금융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이 상승할 수 있겠죠.
하지만 원유 시장은 그러지 않았고,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하반전이기 때문에, 재고 선이 계속 상승 = 재고가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수급을 잘 반영하는 것은 우리가 선물 시장에서 보는 고정 가격(flat price)보다는 월물 간 가격 차이이자 백워데이션/콘탱고 정도를 측정하는 타임 스프레드(time spread)에서 더 잘 나타나겠지만 그 부분은 일단 스킵하겠습니다. 어차피 개미가 타임 스프레드에 투자하는 것도 어렵고, 선물을 이용해서 구축하더라도 단기 수급 상황을 계속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을테니까요.
재고와 가격 간의 관계가 걔진 것은 2023년 이후부터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2년 10월, OPEC+는 200만 bpd 감산을 발표했고, 2023년 4월에는 추가 자발적 감산 165만 bpd를 발표했습니다. 즉, OPEC+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며 많은 잉여 생산능력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생산을 줄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재고와 가격 간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월가소식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훌륭한 분석이니 원유 시장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원유 재고가 적음에도 유가는 낮은 이유, 엔화 약세 전망 | 월가소식

그림 설명: (X축) 미국 천연가스 재고 전 5년 평균 대비 수준, (Y축) 미국 천연가스 헨리 허브 가격 (출처: EIA)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결국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천연가스 시장의 매력입니다. 위 그래프는 미국 천연가스 시장의 가격과 재고 간의 관계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그래프는 Cursor를 통해 그렸습니다... Cursor 짱!!)
당연히 완벽하게 추세선을 따라 움직이지는 않지만, 미국 천연가스 재고가 전 5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인다면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그리고 그 반대의 경향도 꽤나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상관계수도 -0.861로 꽤나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납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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