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26.17] Bach - The Well-Tempered Clavier

[Track 26.17] Bach - The Well-Tempered Clav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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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2026.04.26조회수 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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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s 1 & 2, BWV 846-893 (Pt. Sviatoslav Richter)

Clavier

바흐는 내 마음이 향하고 싶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익숙한 곡보다 새로운 곡을 찾아 듣는 편이지만 바흐로 계속 돌아오게 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마음이 향하고 싶은 곳'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잔잔한 평화를 느끼는 상태 같은 것이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해주는 곡은 몇 가지 조건으로 추리고 나면 피아노 독주곡으로 범위가 좁아진다. 여러 악기를 사용한 곡을 들으면 관심이 마음보다 연주 쪽으로 향한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감정을 너무 강하게 전달한다. 첼로같이 저음부를 연주하는 현악기의 감성을 좋아하긴 하지만 곡의 수가 적다. 관악기는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고, 타악기는 혼자서 연주할 수 없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남은 선택지가 얼마 없기도 하지만, 건반의 중립적인 소리를 좋아하기도 해서 잔잔함을 느끼고 싶을 때는 건반곡을 듣게 된다.


Clavier는 Key라는 뜻의 라틴어 Clavis가 어원이 되는 프랑스어로 Key를 누르는 장치인 Keyboard에 해당하는 단어이다. 바흐 시절에는 아직 피아노가 없었기 때문에 이 클라비어로 묶이는 악기는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오르간이었다.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이런 건반 악기를 위해 작곡된 모음집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악기 중 클라비코드를 좀 더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클라비코드는 악기의 크기만큼이나 소리의 크기도 작다는 특징이 있다. 방 안에서나 겨우 들을 수 있는 정도로 음량이 작기 때문에 이 악기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연주하는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작곡을 하거나, 연습할 때 내면으로 파고들며 사용했던 악기였다. 클라비코드 앞에 앉은 바흐를 떠올리며 이 곡을 들으면 좀 더 내밀하게 마음 상태에 집중하게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건반 악기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를 가져온다는 측면 외에도 바흐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바흐를 들을 때 마음이 잔잔해지는 상태가 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주로 다룬 주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는 대개의 음악가와 달리 사람의 감정 대신 다른 걸 다룬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에 Goldberg Variations를 이야기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바흐는 기본적으로 지상의 것보다 천상의 것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쓴 사람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고, 클래식은 특히 더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덧붙여둬야겠다. 바흐의 곡 중 춤곡으로 분류되는 곡에 대해서도 덜 감정적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잘못 듣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작품이 감정적이지 않다고 바흐가 비인간적인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고 작곡한 Partita in D Minor, BWV 1004의 Chaconne는 첫 음부터 비통함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곡이 다루는 감정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는 점을 알면 처음 듣는 사람도 그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짚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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